춘향가 中 어사출도 대목
김소희

춘향가 중 어사 출도 대목 - 김소희

<자진모리> 동헌이 들썩들썩. 각청이 뒤누을제 "본부수리 각창색(本部首吏各倉色:본청 관아의 아전 우두머리와 각 창고지기) 진휼감색(賑恤監色:흉년에 가난한 백성을 도와주는 직책) 착하뇌수(捉下牢囚:감옥에 가둠)허고 거행형리 성명을 보한 연후 삼행수 부르고 삼공형을 불러라. 위선(爲先) 고량(庫粮)을 신칙(申飭:알아듣게 타일르고)하고 동헌에 수례차(受禮次)로 감색을 차정(次定)하라 공형을 불러서 각고하기(各庫下記)재촉 도서원(都書員)을 불러서 결총(結總)이 옳으냐. 전대동색(錢貸同色) 불러 수미가(需米價) 줄이고 군색을 불러서 군목가(軍牧價) 감허고 육직(肉直)이 불러서 큰소를 잽히고 공방을 불러서 음식을 단속 수노(首奴)를 불러서 거회(巨會)도 신칙 사정이 불러서 옥쇄를 단속 예방을 불러 공인을 단속 행수를 불러 기생을 단속하라!" 그저 우군우군 남원성중이 뒤넘는디 좌상의 수령네는 혼불부신(魂不付身)하야 서로 귀에 대고 속작속작 남원은 절단이요. 우리가 여기 있다가는 서리맞기 정녕하니 곧 떠납시다 .운봉이 일어서며 "여보 본관장 나는 떠나야겠소" 본관이 겁을 내며 운봉을 부여잡고 "조금만 더 지체하옵시오." "아니요. 나는 오날이 우리 장모님 기고일이라 불참하면 큰 야단이 날 것이니 곧 떠나야겠소." 곡성이 일어서며 "나도 떠나야겠소." "아니 곡성은 또 웬일이시오" "나는 초악(疾)이 들어 오늘이 직(첫)날이라 어찌 떨었든지 시방 떠나야겠소." 그때여 어사또는 기지개를 불끈 "예이 잘 먹었다. 여보 본관사또. 잘 얻어먹고 잘 놀고 잘 가오마는 선뜻허니 낙흥(落興)이요." 본관이 화를 내여 "잘 가든지 마든지 허제 분유헌 통에 쉰사라니 그럴 일이요." "우리 인연있으면 또 만납시다." 어사또 일어서며 좌우를 살펴보니 청패역졸(靑牌驛卒) 수십 명이 구경꾼 같이 드문 듬성 늘어서 어사또 눈치를 살필 적의 청패역졸 바라보고 뜰아래로 내려서며 눈 한 번 꿈쩍 발 한 번 툭 구르고 부채짓 까닥허니 사면의 역졸들이 해같은 마패를 달 같이 들어메고 달 같은 마패를 해 같이 들어메고 사면에서 우루루루 삼문을 후닥딱! "암행어사 출두야. 출두야. 암행어사 출두허옵신다!" 두세 번 외는 소리 하날이 답숙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난 듯 백일벽력(白日霹靂)이 진동허고 여름날이 불이 붙어 가삼이 다 타는구나. 각읍수령이 겁을 내여 탕건 (宕巾)바람 보선발로 대숲으로 달아나며 "통인아 공사궤(公事櫃) 급창아 탕건 줏어라" 대도집어 내던지고 병부 입으로 물고 힐근 실근 달아날 제 본관이 겁을 내어 골방으로 달아나며 통인의 목을 부여안고 "날 살려라 통인아 날 살려라" 혼불부신이 될 적의 역졸이 장난하다 이방 딱 공방 형방 후닥딱 "아이고 아이고, 나는 삼대독신이요. 살려주오. 어따 이 몹쓸 아전놈들아. 좋은 벼 슬은 저희가 다 허고 천하 몹쓸 공방시켜 이 형벌이 웬일이냐!" 공형 아전 갓철대가 부러지고 직령동이 떠나가고 관청색은 발로 채여 발목 삐고 팔 상헌 채 허둥지둥 달어날 제 불쌍하다 관노사령 눈 빠지고 코 떨어지고 귀 떨어지고 덜미 치여 엎더지고 상투 지고 달아나며 "난리났네!" 깨지나니 북 장고요. 둥구나니 술병이라. 춤추든 기생들은 팔 벌린 채 달어나고 관비는 밥상 잃고 물통이를 들어오며 "사또님 세수 잡수시오." 공방은 자리 잃고 멍석 말아 옆에 끼고 멍석인 줄은 모르고 "어따 이 제기럴 자리가 어이 이리 무거우냐." 사령은 나발 잃고 주먹 쥐고 "홍앵홍앵" 운봉은 넋을 잃고 말을 거꾸로 타고 가며 "어따 이 놈의 말이 운봉으로는 아니 가고 남원성중으로만 부두둥 부두둥 들어가니 암행어사가 축천축지법(縮天縮地法)을 허나 부다." "훤화(喧譁)금 하랍신다." "쉬 -이 " 어사또 동헌에 좌정하시고 대안형리 불러 각각 죄인 경중 헤아려 처결 방송하신 후 "옥죄인 춘향 올려라!" 영이 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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