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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가 중 십장가 춘향가 중 십장가 - 김소희 <진양조> 집장사령 거동을 보아라. 형장 한 아름을 안어다 동틀 밑에다 좌르르르르 펼쳐 놓고 형장을 앉어서 고른다. 이 놈 골라 이리 놓고 저 놈 골라 저리 놓더니마는 그 중의 등심 좋고 손잽이 좋은 놈 골라 쥐더니마는, "고두 아뢰오." "각별히 매우 쳐라!" 사또 보시는데는 엄령이 지극허고 춘향을 보면서 속말로 말을 헌다. "여보라 춘향아 말 듣거라. 어쩔 수가 바이 없다. 한 두 낱만 견디어라. 셋째낱부터는 안세를 두마." "꿈쩍꿈쩍 마라. 빼 부러질라." "매우 치라!" "예 이" 딱 ! 찍근, 피르르르르. 부러진 형장개비는 삼동으로 둥둥 날라가서 상방 댓뜰 앞에 가 떨어지고 춘향이는 정신이 아찔,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쳐서 아푼 매를 억지로 참느라고 고개만 빙빙 두루면서, "응-응 소녀가 무삼 죄요. 국곡투식 허였소, 부모불효 하였소. 음양작죄 진 일 없이 이 형취가 웬일이요. 일개형장 치옵시니 일자로 아뢰리다. 일편단심 먹은 마음 일시 일각에 변하리까. 가망없고 무가내요." 둘째낱을 부쳐노니, "이짜로 아뢰리라. 이부불경 이 내심사 이도령만 생각헌디 이제 박살 내치셔도 가망 없고 안되지요." 셋째낱을 딱 때려놓으니 "심치형문 치옵신다(고) 삼생가약 변하리까?" 넷째낱을 부쳐놓으니 "사대부 사또님은 사기사를 모르시오. 사지를 찢어서 사대문에다 걸드라도 가망 없고 안 되지요." 다섯낱 딱 치니 "오장 썩어 피가 된들 오륜으로 생긴 인생 오상을 생각허면 오매불망(寤寐不忘) 우리 낭군 잊을 가망이 전혀 없소." 여섯째를 부쳐노니 "육국 달랜 소진장(蘇秦張)도 소녀는 못 달래지요." 일곱째를 딱 부쳐노니 "칠척검 드는 칼로 어서 목을 베어주오. 형장으로 칠 것 있소. 칠 때마다 동감이요." 여덟째낱 부쳐노니 "팔도감사 수령님네 치민하러 보내셨지 무력공사 웬 일이요." 아홉째 낱을 딱 치니 "구곡간장 흐르난 눈물 구년지수 되오리다." 열째낱을 부쳐노니 "십생구사 하올망정 십분인들 변하리까. 가망 없고 무가내요." 열다섯을 딱치니 "십오야 둥근달이 떼 구름 속에가 들었구나." <중모리> 스물 치고 짐작헐까, 삼십도의 맹장허니 백옥 같은 두 다리으 검은 피만 주루루루. 엎졌던 형리도 눈물짓고 이방호장도 눈물짓고 중계 위에 청령급창도 발 툭툭 혀를 찰 제 매질허든 집장사령도 매를 놓고 돌아서며 "못 보겄네 못 보겄네. 사람 인륜으로는 볼 수가 없네. 이제라도 나가서 문전걸식을 헐 지라도 집장사령 노릇을 못 허겄네." 수십명이 구경을 허다가 오입장이 하나가 나서드니, "모지도다. 모지도다! 우리 사또가 모지도다. 저런 매질이 또 있으냐. 집장사령놈을 눈익혀 두었다 사문 밖을 나가면 급살(急煞)을 내리라. 저런 매질이 또 있느냐. 나 돌아간다. 내가 돌아간다. 떨떨거리고 나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