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꼭지의 글 <그리운 시골 풍경> 끝에 나오는 물레방아 보니
시골 물레방앗간이 생각납니다.
간만에 제대로 된 물레방아 봅니다.
아래 사진은 서울대공원 식물원 앞 물레방아입니다.
물레방아가 방아를 찧는 원리는 사진과 같습니다.
물을 받아 수레바퀴가 돌아가면서 동력을 일으켜
바퀴의 중심축에 연결된 쇠막대를 회전시켜
지붕을 얹은 방앗간 디딜방아에 동력을 전달합니다.
그러니까 보통 두 사람이 밟아서 얻게 되는 동력을
이 수레바퀴가 대신하는 셈이죠.
알다시피 디딜방아는 방아확에 넣은 알곡이나 쌀 따위를
방아끝의 방아공이가 내리쳐
곡식 껍질을 벗기기도 하고 떡방아도 찧찮아요.
문자 쓰면 정미(精米)와 제분(製粉)이 되겠네요.
방아공이와 확의 형상을 남녀 성기로 연상하여
성행위를 지칭해서 떡치다, 떡방아 찧다는 한국말이 생긴 거라예.
공교롭게도 이효석의 <메밀꼴 필 무렵>에서처럼
물레방앗간은 사랑을 나누는 공간이 되기도 했지만서두요.
추석 때 자주 듣는 심청가의 방아타령 은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가야금병창으로 흥청망청 신바람나게 노래하는데
그 판소리의 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어디 해 볼까.뒷소리를 잘 맞추렸다.
이 내 몸 방아 되고 주장군(朱將軍)이 고가 되어
각씨님네 보지확을 밤낮으로 찧었으면
다른 물 아니 쳐도 보리방아 절로 익지.」
「에라 이 잡놈의 봉사네.」
「욕 안 할란다더니?」
「그 근방 방아타령 좋다고 유명하니 그것이나 조금 하시오.」
「그러지.」
「오다 오다
방아 찧는 동무들아,
방아 처음 내던 사람 알고 찧나,모르고 찧나?
경신년(庚申年) 庚申月 庚申日 庚申時 강태공(姜太公)의 조작(造作) 방아,
사시장천(四時長天) 걸어 두고 덜커덩 찧어라 덜커덩 찧어라.
전세대동(田稅大同)이 다 늦어 간다.//
오다 오다
일두속상가옹(一斗粟尙家)용은 형제간에 찧는 방아,
풍편수성침(風便數聲砧)은 강촌 어부 찧는 방아,
月中 丹桂下에 토끼 찧는 약방아,
이 방아 저 방아 다 버리고 울침침(月沈沈) 야삼경(夜三更)에
우리 님 혼자 와서 가죽 방아만 찧는다.//
오다 오다
창힐이 조자(造字)할 제 이별 이(離)자 왜 지었노.
진시황 분서할 제 어느 틈에 끼어서
제 몸은 아니 타고 남의 속에 불을 놓노.
남북 군신이별, 하양의 부자이별,
백일면(白日眠) 형제 이별, 위성(渭城)의 붕우이별,
이별이 많건마는 다정하신 우리 낭군
살아 생전 생이별은 생초목(生草木)에 불 붙으니
불꺼 줄 이 뉘 있겠나?」
[강한영 교주, 심청가, 신재효판소리사설집(全), 보성문화사, 1978. pp.241-243.]
쿵더쿵 쿵더쿵 방에야 어허라 잘 찧는다.
이 방애가 뉘 방애여 우리 서방님 가운데 다리 방애로다
어허라 잘 찧는다. 쿵더쿵 쿵더쿵 방에야.
어허라 잘 찧는다.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아랫도리 힘을 주어 자근자근 잘 찧는다.
어허라 방애야 쿵더쿵 쿵더쿵 방에야 어허라 잘 찧는다.
어허라 방애야
초저녁 방애는 찔 만한디 새벽 방애는 힘들어 못 찧겄다.
어허라 방애야//
쿵더쿵 쿵더쿵 방애야 어허라 잘 찧는다.
어허라 방애야
이 방애를 찧고 나서 보리밥 쌀밥 많이 먹고
우리 마누라 도구통(절구통) 방애 또 찧어 주어야 한다.
어허라 방애야.
쿵더쿵 쿵더쿵 방에야 어허라 잘 찧는다.
어허라 방애야.
고소허다 깨방아, 재채기난다 고추 방아,
이방아 저 방아 다 제쳐놓고
우리 마누라와 찧는 가죽방아가 제일이다.
어허라 방애야. 쩔크렁 쩔크렁 잘 찧는다.
[정강우, 얼시구 좋다, 현암사, 1998. 249-250.]
아마도 신방윤리위원회에서 가사 내용을 들을 줄 아는 이가 있었다면
방송 금지시켰을 것입니다.
추석날 벌건 대낮에 온 가족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성행위를 가사로 노래하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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