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춘향가' (5) / 김소희






<아니리> 이리 한참 설히 울적에 춘향모친이 나와 "아이고 이 자식아 늙은 어미를 생각해서라도 집으로 돌아가자." 춘향은 효성이 있는 사람이라 저의 모친의 말은 거역치 못하야 집으로 돌아갈제.

<진양조> 비 맞인 제비같이 갈지자 비틀걸음 정황없이 들어와서 방가운데 주저앉더니, "아이고 허망하여 도련님 만나기를 꿈속에서 만났든가 이별이 꿈인거나 꿈이거든 깨어주고 생시거든 임을 보세. 향단아, 발걷고 문닫혀라 침상편시춘(枕上片時春) 몽중의 꿈이나 이루어서 가시는 도련님을 몽중에나 상봉허지 생시에는 볼 수가 없구나" 베개우의 엎드러져 모친이 알까 걱정이 되어 속으로 느끼여, "아이고 우리도련님 어데만큼 가겼는고,어데 가다 주무시는가 날 생각코 울음을 우는거나 진지를 잡수셨는가 앉었는가, 누었는가 자는가 아이고 언제 볼꼬." 자탄으로 밤이 깊어 비몽사몽간의 도련님이 오시난디 가시든 그 맵씨로 청사도 복의 홍띠 밤색당혜를 끌며 충충 들어와 춘향 방문꼬리 잡고 지긋지긋 흔들며, "춘향아 잘 자느냐? 내 왔다 문 열어라" 이 삼차 부르도록 대답이 없으니 도련님 돌아서 발 구르며 "게집이라 허는 것이 무정한 것이로구나. 나는 너를 잊을 길이 바이 없어 가다가 도로 회정을 허였는디 너는 나를 그새 잊고 잠만 저리 깊이 들어자니 나는 간다 잘 살어라!" 충충 나가거날 춘향이 꿈결이라도 반거워 깜짝 놀래 일어서 문 펄쩍 열고 바라 보니 도련님 청중추막자락이 바람결에 휘날리고 담배불로 반짝반짝 허거날 춘향 이 반가워 붙들어 볼 줄로 우루루.... 뛰어 나서보니 도련님은 간 곳없고 청중추막 도 흔적이 없고 파초잎만 너울너울 담배불도 간 곳 없고 반디불만 반짝 반짝 허 거날 춘향이 허망하여, "아이고 꿈아 무정한 꿈아 오시는 님을 꼭 붙들어주고 잠든 나를 깨울 것이지 꿈 도 빌어 볼 수가 없구나." 방으로 들어가서 촛불로 이웃삼고 서로 벗을 삼아 긴 밤을 지내갈제,

<중모리> 하로가고 이틀가고 열흘가고 한달가고 날가고 달가고 해가 지낼수록 님의 생각 이 뼈속의 맺힌다. "도련님 계실 적에는 밤도 짤루어 한이더니 도련님 떠나시든 날 부터는 밤도 길 어 원수로구나! 도련님 계실적의 바느질을 헐량이면 도련님은 책상높고 대학 소학 예기(禮記) 춘추(春秋) 모시(毛詩) 상서(商書) 백가어(百家語)를 역력히 외여가다 나를 힐끗 돌아보며 와락 뛰어 달려들어 나의 목 부여안고 내 사랑이지 허든 일 도 생각히고 무심코 앉으셨다. 귀에 대고 놀래기와 그 중 더욱 간절헌게 이백이모 오기전에 주련(柱聯)한장 쓰시기를 시련유죽(始憐幽竹) 산창 하에 불개정음 대아 귀(不改情陰待我歸: 시련 ~대아귀 : 객지에 갔다가 고향에 돌아오니 모든 것이 변 했건만 산창아래 대만이 변치않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구나)를 붙여두고 보라기에 심상히 알었더니 이제와 생각을 허니 이별을 당헐라고 실 참으로 쓰셨든가, 님의 생각이 점점나네. 행궁견월 상심색(行宮見月傷心色)의 달만 비쳐도 님의 생각 춘 풍도리(春風桃李)의 화개야(花開夜)의 꽃만 피여도 님의 생각 ,야우문령 단장성(夜雨聞鈴斷腸聲:장한가의 한 구절)의 비죽죽 와도 님의 생각 ,추절(秋節)가고 동절 (冬節)이 오면 명사벽해(明沙碧海)를 바라보고 뚜루룰 낄룩 울고 가는 기러기 소 리에도 님의 생각 앉어생각 누어생각 생각 끝일 날이 전혀 없어 모진 간장의 불 이 탄들 어느 물로 이 불을 꿀거나 아이고 아이고 내 일이야" 이리 앉어 울음을 울며 세월을 보내는구나.

출처 :http://tong.nate.com/hip0323com/39946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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