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주]심청전은 유불선 삼교의 사상을 수용한 특이한 작품이다. 특히 암흑의 세계에 광명을 가져온 심청의 성격은 불교적 관점에서는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출산후 남녀간 무엇이냐고 묻는 곽씨부인에게 "헌조개가 햇조개 하나 낳았소."라고 대꾸할 때는 고추가 만져지지 않는 게 많이 섭섭했지만, 그녀가 아버지를 포옹하니 이버지가 눈을 뜨고 다른 맹인들의 손을 잡으면 그들도 눈을 떴다.

세상에 이런 기적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런 점에서 심청의 마음은 대지의 신인 모성(母性)이고, 성모마리아의 모성이고, 천수천안을 지닌 관음보살의자비심으로 충만한 모성인 것이다.

미천하고 가난한 맹인의 딸이 정반대 신분인 황후가 되어 부귀의 획득을 한꺼번에 가능케 한 힘은 효에 바탕한 자비심이지만, 더욱 큰 의의는 민중들에게 신분상승의 꿈을 심어준 것이라 생각한다. 그 꿈은 현실의 고달픔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달콤한 환상의 세계에 젖게 했음에 틀림없다. 선녀를 만난 나무꾼이 그러했듯이.



















[관객들도 광명천지를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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