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춘향가' (6) |
<아니리> 춘향은 이렇듯 눈물로 세월을 보낼 적의 서울 자하(紫霞:세검정일대)골 사는 변 학도(卞學道)란 양반이 계시난디 이 분은 욕심많고 탐 많고 호색하는 분으로 남원 에 성 춘향이가 절세미인이란 말을 듣고 밀양 서흥 마다 허고 간신히 서둘러 남 원부사를 하여 내려오시난디 신정절차(新廷節次)가 이렇겄다. <자진모리> 신년맞이 내려올제 별연(別輦: 특별히 만든 수레) 맵시 장히 좋다 모란색임의 만 자창 네 활개 쩍 벌려 일등 마부 유량달마(留糧達馬:양곡을 나르는 튼튼한말) 덩 덩그렇게 실었네 키 큰 사령 청장옷 뒷채잽이 가다 힘을 주어 별연 뒤 따렀네. 남 대문 밖 썩 내 달라 칠패팔패 청패(서울 남대문 밖의 동네이름) 배다리 아이야 고 개를 넘겠구나 좌우산천을 둘러봐 화란춘성(花爛春城) 만화방창(萬化方暢) 버들잎 푸릇푸릇 양유청청(楊柳靑靑) 녹수진진(綠水津津) 만산화 경 좋은데 흐늘거리고 내려와 이방수배(吏房隨陪) 형리통인(刑吏通引) 급창나졸(及唱邏卒)이 옹위(擁衛) 하야 권마성(勸馬聲:귀인이 지나갈 때 아랫사람들이 외치는 소리) 벽제(酸除)소리 태고적 밝은 날의 요순적 닦은 길로 각차비시(各差備時)에 말을 타고 십리에 닿었 네 마부야 네말이 낫다말고 내 말이 좋다말고 경마(擎馬:마부가 말탄 사람을 모시 기 우해 잡는 고삐)손 잡아들고 챗질 척척 굽이러 일시마음 놓지말고 든든히 잘 오너라. 신연급창 거동보소 키크고 질(길)잘 걷고 맵씨있고 어여뿌고 영리한 저 급창 김 제망건(金提網巾)의 대모관자(玳瑁貫子:거북등껍질로 만든 관자) 자주(紫舟)당줄 달어서 가는 양태(洋太:갓테두리) 평포립(平布笠) 갑사갓끈을 넓게 달아 한입지우 러 비식차 전배 자전토수 포래동옷 방패철융 앞자락 맵씨있게 뒤로 돌쳐 잡어매 비단쌈지 전주머니 은장도 비씩차 누비바지 새 질보선 사날초신을 얽어신고 결백 한 장유지(壯油紙) 초록대님에 거드러졌다 좌우급창 청장줄 검쳐잡고 활개 훨훨 종종걸음치며 이 놈 저 놈 나지마라. 병방집사 거동보소 들 너른 벙거지 남일광단 (藍日光緞)안 올려 날랠 용(勇)자 떡 붙여 둥글 짓 채공작미(彩孔雀尾) 북포 짓을 달아서 성성전(猩猩氈) 정도리 주먹같은 밀화주(蜜化珠) 양귀 밑에 가 빛이나고 천은매기 검은 둥채(등책:藤策)삼색수건 달아 바람결에 펄렁 소리 좋은 왕방울 걸 음 따라서 웽기렁 쩡기렁 꼭두 부채짓은 햇빛에 번쩍번쩍 위엄을 도두그려 에이 찌루어 통인한쌍 착전립마상태(着氈笠馬上態) 그뿐이로다. 경기 충청도를 지나여 전라감영 들어가 객사에 염문(廉問)허고 영문에 얼풋 다녀 노고바우에 중화(中火: 여행중의 점심)하고 계수역을 다다라 집사 나서 지경포(地境砲) 꿍 별감일인 감색 일인 부검(簿檢)을 올리거날 골로 대령하라. 청파총(靑把總) 좌수별감 수교(手轎) 까지 후배(後陪)허고 병방집사 거동봐 외올망건을 주어맺어 흑관자 자지당줄 앞을 맺어 졸라매고 세모립 금파갓끈 호수입식(虎鬚笠飾:붉은 갓에 전후좌우에 꿩꼬리 같은 장식) 옳게 붙여 게알탕건을 바처써 진남항라(眞藍亢羅) 자락 철륭 진자주 대구띠에 전령패 비식차 흐늘거리고 내려와 일등명기 기생들의 채의단장 책전립 쌍쌍히 말을 타고 쌍교앞에 타고 가는 거동 하릴없는 선녀라 일등공인 청철육 앞 뒤 마피 가디통 시석광침(失錫光釘) 용두 걸어서 북 장고 떡쿵쳐 해금 젓대 피리 소리 영채(映彩)가 절로난다. 수성패하문(守城牌賀門)이라. <휘모리> 청도기(靑導旗)를 버렸난디 청도한쌍 홍문한쌍 청룡동남각 동북각 청호소(靑縞銷) 청도한쌍 주작남동각 남서각 홍호소 홍문한쌍 백호서북방 서남각 백호소 백문한 쌍 현무북동각 서북각 흥호소 호통(胡統)한쌍 황신호미(黃神虎尾) 금고(金鼓)한쌍 영기 두쌍 좌관이 위엄 청중사면 집사한쌍 집회관이 두쌍 종로징 열두 쌍 죄마두 기요 좌우네줄이라 둥쾡 촤르르르 고마중아 예이 ~ 수문돌이 종종허고 내민돌의 거침피어 무심코 딛나니라 정마손 잡아들고 챗질 척척 굼이러 일시 마음을 놓지 말고 든든히 잡어꺼라 후배사령 예이 금난장교(禁亂將校:금난패를 갖고 다니며 법 을 어긴 사람을 잡아드리던 사령의 우두머리) 없느냐 앞뒤채비를 훨씬 치고 훤화 (喧譁:매우시끄럽고 떠들석함)금치 못한단 말이냐 예라 이놈 대포수 방포일성(放砲一聲)하라 쿵 -. <아니리> 객사에 연명허고 동헌에 좌정하야 도임상 잡수신후에 삼행수(三行首) 입례받고 육방하인 현신 후에 호장 부르라 숙이라 호장이요 네 여봐라 예이 육방하인 점고 는 제삼일로 물리치고 우선 기생점고부터 하여라. 예이 호장이 기안을 안고 영창 밑에 엎드리며 기생점고를 하는디, <진양조> 우후 동산의 명월이 명월이가 들어온다 명월이라 허는 기생은 기생중에는 일행 수라 점고를 맞이랴고 큰머리 단장을 곱게허고 아장 아장 이긋거려서 예 등대나 오 좌부진퇴(左部進退)로 물러난다. 청정자연이나 불개서래로다 기불탁속 굳은 절 개 만수문장의 채봉이요 채봉이가 들어온다. 채봉이라 헌느 기생은 아름아리가 북 창문인제 걸음을 걸어도 장단을 맞추어 아장아장 어긋거려서 예 등대나오 점고 맞더니만 후보진퇴로 물러난다. <아니리> "네 여봐라!" "예이" "네가 그렇게 기생점고를 허다가는 장장춘일이라도 못다 불러들일테니 자주자주 불러들여라!" "예이" 그제는 호장이 넉자화두로 불러 들이겄다. <중중모리> "조운모우(朝雲暮雨)양대선(陽臺仙) 우선옥이 춘홍이 사군불견 반월이 독좌유황 (獨坐幽篁)의 금선이 어주돈수(魚舟逐水) 홍도가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팔월 부용군자용 만당추수(滿塘秋水)의 홍연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사창의 비치여 섬섬연약 초월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오동복판의 거문고 시르렁 둥덩 탄금(彈琴)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만경대 구름 속 높이 놀던 학선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만화방창의 봄바람 부귀할 손 모란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바람아 둥땡 부지마라 낙락장송의 취향(翠香)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단산오동의 그늘 속에 문왕어루든 채봉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장삼 소매를 떨쳐입고 지정거리든 무선이 왔느냐?" "예 등대허였소" "이산명옥이 차산명옥이 양명옥이 다 나왔느냐?" "예 등대나오." <아니리> "기생점고 다 헌줄로 아뢰오!" 사또 물으시되, "너의 고을에 춘향이란 기생이 있다는데 점고에 불참이니 웬일이냐?" 호장이 엿짜오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춘향은 본시 양반의 기출로서 대비(代婢:사람을 사서 대신 넣고)넣고 구실떼여 여공만 숭상하옵다가 전전 구관사또 자제 이 몽룡씨와 백년언 약하고 가신 후에 수절하고 있삽기 대령치 못했나이다." 사또 반기 듣고 "얘 거 희안한 말 듣겠구나 기생에게 수절이 있어. 잔말 말고 불러들여라!" "예이!" <중중모리> 군로사령이 나간다 사령군로가 나간다 산수털 벙거지에 남일공단을 안을 올려 날랠 용짜를 떡 부치고 충충충충 거덜거리고 나온다. 구정댓뜰 너른 마당의 덜렁 거리며 나간다. 서로 이름 부르며 나오난디, "이 얘 김 번수야!" "왜야" "이 얘 박 번수야 무엇 할랴느냐? 걸리었다 걸리여!" "게 뉘가 걸리여?" "이애 춘향이가 걸렸다." "옳다 그 제기붓고 발기갈년이 양반서방을 허였다고 우리를 보면 초리(草履:짚 신)로 보고 당혜만 잘 잘 끌며 교만이 너무 많더니만 잘되고 잘 되었다. 사나운 강아지 범이 물어가도 물도 가득차면 넘치니라 네나 나나 일분사정 두는 놈은 제 부몰르 모르리라!" 청령코 나올제 세 수양 버들 속에 청철육이 펄렁 남문 밖 썩 나서 영주각을 당 도 오작교 다리 우뚝 서, "아나 옛다 춘향아!" 허고 부르는 소리 원근산천이 떵그렇게 들린다. "사또분부가 지엄허니 지체말고 나오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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