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옥전3

 

3)江上牽衣惜別 月下作文祭魂

 

강가에서 옷깃을 잡으며 이별한 후, 달 아래서 제문을 지어 영혼을 제사지내다

 


於是公乃詐爲書, 召鍾玉而示之曰: “兄之宿疴, 汝所知也. 自今月初, 宿症更發, 痛勢漸, 千里之外, 得無望子之懷耶? 汝今歸家侍湯可也. 吾當與汝偕往, 而斗祿摩身, 未能曠職, 第可得由於刺史, 從後逝矣.”

 

이에 김공은 거짓으로 편지를 써서 종옥을 불러 보이며 말했다.“형님의 숙환은 너도 아는 바이다. 이 달 초부터 숙환이 다시 재발하여 점점 더해가니, 천 리 밖이라고 자식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없겠느냐? 너는 지금 귀가하여 탕약을 받듦이 옳다. 내 마당히 너와 함께 가야 하나 적은 녹봉에 몸이 매여 있으니 자리를 비울 수가 없구나. 다만 자사에게 말미를 얻을 수가 있다면 뒤따라 갈 것이다.”
且曰: “汝於中路, 若聞親患差蘇之報, 則苟不必上京而回還可矣. 古人云‘讀書三冬足矣.’ 豈可無故一時廢工耶?”
또 말했다.“너는 도중에 어버이의 변환에 차도가 있어 소생하신다는 기별이 있으면 구태여 상경할 필요는 없으니 되돌아옴이 옳다. 옛사람이 독서는 삼 년이면 족하다고 했으니 어찌 까닭없이 일시라도 공부를 그만둘 수 있겠느냐?”
鍾玉拜辭而退, 遂啓行李. 香娘悲泣而言曰: “好事多魔, 病報忽至. 新情未洽, 遽當相離, 郞君郎君, 妾寧不悲! 從此契濶, 薄命可憐!”
종옥이 절하고 물러나와 여장을 챙겨 떠나려 했다. 향란이 슬피 울면서 말했다.“좋은 일에 마가 낀다더니 병환의 기별이 문득 와서 새로운 정이 흡족하지 못한데 갑자기 이별하게 되었군요. 낭군, 낭군이시여. 첩이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이제부터 만나지 못하니 박명한 저만 불쌍하게 되었습니다.”
鍾玉把手歔欷曰: “蒼蒼者天, 此何人哉! 欲苟循私情, 則以親患日篤, 欲承命驅馳, 則別離最難. 今我一身, 進退何爲? 香娘香娘! 善保汝軀, 以待我後日相見之期也.”

 

종옥은 향란의 손을 잡고 탄식했다.“푸르고 푸른 하늘이여, 이러고도 어찌 사람입니까? 구차히 사사로운 정을 좇고자하니 어버님의 병환이 날로 위독해가고, 명을 받들어 말을 달려가고자 하니 이별하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지금 내 한 몸은 진퇴를 어찌해야 하나요? 향랑아, 향랑아. 네 몸을 잘 보전하여 나를 기다려 후일 다시 보기를 기약하자.”
遂製別詩以贈曰:

 

드디어 종옥은 이별의 시를 지어 주었다.
同樂幾經夜, 동락하며 몇 밤을 지냈던고?相逢未半朞. 상봉한 지 반년도 못 되었네.今來千里別, 오늘 와 천 리길 이별하니虛負百年期. 부질없이 백년기약 저버렸네.江雁失侶悲, 강가 기러기는 작을 잃고 슬퍼하고箱蠶未吐絲. 상자의 누에는 실을 다 토하지 못했네.臨離何所贈, 이별에 임하여 줄 게 무언가?嗚咽一章詩. 오열하는 시 한 편뿐이네.
香娘收淚摻袂, 口占一詩, 書於紅羅衫以獻曰: 향란은 눈물을 거두고 옷깃을 잡고 즉석에서 시 한 편을 지어 붉은 치마에 써서 그에게 주었다.
長安一片月, 장안에 조각달 뜨면千里幸相思. 천 리 밖에서 다행히 서로를 그리워할까緣薄含新態. 인연은 기박하나 새론 자태 머금고情多問後期. 인정은 많으니 뒷날을 기약할 밖에.落花寒食節, 한식절에 이별이라니芳草夕陽時. 석양에 방초는 꽃다운데.何日還相見, 어느 날 돌아와 서로 만날고可憐此別離. 가련하다 우리 이별.
鍾玉與香娘作別於西江之上, 欲行而難行, 欲語而無語, 脉脉相視曰: “鳴呼而已.” 香娘手把玉盃, 呑聲作歌曰: 종옥은 향랑과 서강 가에서 작별하였다. 떠나려 해도 떠나기 어렵고, 말하려 해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서로를 엿보며 “오호”만 연발했다. 향랑은 옥잔을 잡고 소리를 삼키듯이 노래했다.
疊疊南山峰, 첩첩한 남산 봉우리여何如少妾送? 어이하여 소첩이 보내야만 하나요?送君情深深, 낭군을 그리는 정이 깊고 깊은 건東海水不及. 동해물도 미치지 못할 겁니다.郎君別妾情, 낭군께서 첩을 이별하는 연정도山不盡水不盡. 산이라도 모자라고 물이라도 모라랄 겁니다.淚無窮路無窮, 눈물도 끝이 없고 길도 끝이 없는데問君何日更到? 낭군께선 언제 다시 돌아옵니까?望月樓上與我, 망월루에서 저와 함께翶翔乎翡翠衾中. 훨훨 비취이불 속으로 날아가요.
鍾玉揮淚而歎曰: “世上事不可知. 吾與汝俄飮合歡酒, 旋把離別盃, 鬼乃猜耶? 人或戱耶?” 遂哦詩以別曰:
종옥은 눈물을 훔치며 탄식했다.“세상일 알 수 없구나. 내가 너와 아까는 합환주를 마셨건만 그 잔을 돌려 이별주잔을 잡다니. 귀신이 시기함인가? 사람이 희롱함인가? 드디어 잠깐 사이 시를 지어 이별했다.
羨彼雙雙水上鷗, 부러워라, 저 쌍쌍이 노는 백구相親相近浪浮. 서로 가까이하며 물 위에 떠노네.生憎一帶西江水, 서강물 줄기 미워라有去無還日夜流. 가버리면 오지 않고 밤낮으로 흘러가네.江雲慘憺江日暮, 참담한 강 위 구름, 강은 일모인데天地蒼茫此去留. 아득한 천지는 가는 듯 머무는 듯.紅蓼雨十里五里, 붉은 여뀌 시오 리에 뻗어 잇고綠楊絲千愁萬愁. 푸른 실버들엔 온갖 시름 드리운 듯.心事搖搖難可定, 흔들리는 마음은 진정키 어렵고春風蕩漾不繫舟. 봄바람에 물결이 넘실거려 배를 맬 수 없네.天胡爲乎使汝幷, 하늘은 어찌하여 너를 함께 하게 하여一生此日罹此憂. 일생에 오늘의 이 시름을 만나게 하는고?
於斯之際, 瞑生江樹, 僕夫催行, 鍾玉乃發行而去. 香娘佇立江頭, 只望行塵, 雙眸空穿, 寸腸欲斷. 日暮路隔, 消息漸遠, 水濶山長, 形影難通.
이즈음에 어둠이 강가 나무에 드리우니 마부가 갈 길을 재촉하여 종옥은 떠나갔다. 향랑은 강가에 우두커니 서서 다만 길 위 먼지만 바라보았다. 두 눈을 허공을 응시하니 가슴은 갈가리 찢어졌다. 날이 저물고 길도 멀어지니 소식은 점점 멀어지고, 강물은 넓어지고 산허리가 막혀서 그의 형체와 그림자는 뵈지 않았다.
是時鍾玉方向京城, 歷路物色, 無非助愁, 野驛山店, 獨伴旅燈. 登程數日, 忽逢官僕於中途, 自京而來拜於前. 鍾玉怪而問之, 對曰: “前月中, 持使道書簡往于本宅, 而本宅病患, 今已快差, 以道令主勿爲上送之意, 言于答簡中云矣.
이때 종옥은 경성을 향해 갔다. 지나는 길에 만나는 경치가 슬픔을 자아내지 않는 것이 없었고, 들판의 역사와 삼의 점사들은 홀로 등불을 짝했다. 기을 떠난 지 여러 날만에 문득 중도에서 관복을 만났다. 경사에서 왔다며 앞에 와 절을 올렸다. 종옥이 이상히 여겨 물었더니 관속의 종이 대답했다.“지난 달에 사또의 서간문을 가지고 본댁에 갔더니만 본댁의 병환이 지금은 이미 쾌차하니 도령님을 경성으로 올려보내지 말라는 뜻을 답하는 서간에 말했다.”고 합니다.
且口傳吩咐曰: 「吾之病旣蘇, 道令主雖或發程, 苟勿上來, 還爲下去, 勸事學業, 不負老爺戀戀之望也.」 本宅之言, 如斯如斯.”
또 구전으로 분부하시기를, “나의 병은 이미 나았으니 도령님이 출발했더라도 구태여 올라오지 말고 도로 내려가서 학업에 부지런히 닦아 늙은 애비의 바라는 소망을 저버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본댁의 말씀은 이와 같았습니다.”
鍾玉思之於心, 非但親庭之敎若是, 已有前日發程時, 叔父之所命, 故不得已回驂. 自量曰: “家君宿患今已平復, 於我幸矣. 自此而歸, 可復見香娘, 於我亦幸矣.”

 

종옥은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본댁의 가르침이 이와 같을 뿐만 아니라 이미 전일 길을 떠날 때에 숙부도 명하신 바이므로 부득이 수레를 돌리며 스스로 생각했다.“가군의 숙환이 평소처럼 회복되셨으니 나에겐 다행한 일이야. 이제 돌아가면 다시 향랑을 만날 수 있으니 나에겐 또한 다행한 일이고말고.”
乃返駕而還, 馳到原州西門外, 路旁松亭下有新土苗. 鍾玉心忽驚動, 問僕夫, 則僕夫不知. 問在路, 則曰: “本州童妓香蘭之所殯也. 數日前, 香蘭偶以無何之症, 奄逝於一夜之間, 其或因鬼崇而然歟! 又或有飮恨而然歟! 逆旅乾坤, 草露人生, 此所謂也. 豈不憐哉! 豈不惜哉!” 鍾玉聞而心駭, 雖內自傷悲, 而外不敢言露, 只爲耳聞而已.

 

그는 말머리를 돌려 돌아갔다. 원주 서문 밖에 다다랐는데 길가 소나무 정자 아래 새로 쓴 흙무덤이 보였다. 종옥은 마음속으로 깜짝 놀라 마부에게 물었으나 모른다고 했다. 길가는 이에게 물었다.“이 고을 동기 향란의 무덤입니다. 수일 전 향란이 우연히 알 수 없는 병으로 갑자기 하룻밤 사이에 죽었다오. 혹 귀신이 내린 재앙으로 그리했을까요? 아니면 한을 품은 것이 있어서 그리했을까요? 여관 같은 이 세상, 풀잎 위의 이슬 같은 인생이란 말은 이것을 두고 말한 것이로군요. 어찌 불상하지 않으리오? 어찌 애석하지 않으리오?”종옥은 듣고서 감짝 놀랐다. 내심으로 마음 아프고 슬펐지만 겉으로는 말로 표현하지 못했다. 다만 귀로 듣기만 할 뿐이었다.
鍾玉入城而拜於公. 公曰: “兄候萬康, 不勝欣喜, 而汝於數日遠程, 得無困憊乎? 汝往書樓, 勿惰誦讀之工也.”
종옥이 성에 들어가 김공에게 배례하니 김공이 말했다.“ 형님 건강이 평안하시다니 기쁘기 그지없구나. 너는 수일간 먼 길에 피로함이 없겠느냐? 너는 서재에 가서 글을 외고 읽는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라.”
鍾玉退而出, 往于蓮亭, 滿目蕭然, 無不傷心而悲者矣. 淡荷如面, 細柳若眉, 嫩語嬌音, 怳惚於耳, 艶態芳容, 眩亂於眼, 眠不可寢, 思不可諼. 欄頭燕語, 時驚繡板之音, 窓間梅梢, 幾疑玉人之影. 遺香在衣, 唾痕留枕, 心懷悄悵, 獨伴孤燈. 乃述其詩叙其懷曰:
종옥이 물러나와 연정으로 가니 눈에 띠는 것마다 쓸쓸하여 상심하고 슬퍼게 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맑은 연잎은 님의 얼굴이요, 가는 버들은 님의 눈썹 같았다. 나긋나긋한 말과 고운 음성은 귀에 쟁쟁하고 고운 자태와 꽃 같은 얼굴은 눈에 아른거려 눈을 r마아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생각에 잊히지 않았다. 난간 끝에 지저귀는 제비 소리는 가끔 수틀을 놀라게 하는 소리 같았고, 창가의 매화가지는 님의 그림자 같았다. 그녀의 기친 향기는 옷에 남았고 침 자국은 베개에 남았는데 심회가 슬퍼져 홀로 외론 등불을 짝하였다. 그는 시를 지어 그의 회포를 펴냈다.
耿耿還無寢, 말똥말똥 잠을 못 이루어天寒倚枕頭. 차가운 날씨에 베갯머리에 앉았네.更深隣語息, 밤 깊어 이웃의 말소리도 그쳤고燈暗雨聲愁. 희미한 등블에 빗소리 슬퍼라腸斷風嗚樹, 나뭇가지 울리는 바람소리에 애가 끊어지고心傷月滿樓. 누각에 가득한 달빛에 마음만 아프네佳人今不在, 님이 지금 곁에 없으니一夜若三秋. 하룻밤이 삼 년 같아라.
鍾玉自詠自歎, 徘徊於庭上, 精神頗惱. 暫欲憑倚於書案, 忽見案上有一幅華牋. 鍾玉開而視之, 有四韻詩曰: 종옥은 혼자서 읊조리고 탄식하며 정원을 배회하니 정신이 자못 혼란스러웠다. 잠시 책상에 의지하려다가 문득 책상에서 한 폭의 화전지를 발견했다. 종옥이 펼쳐보니 사운시가 적혀 있었다.
雷逢又電別, 천둥처럼 만났다가 번개처럼 이별하니不若不相親. 서로 친밀하지 않았던 것만 못하네.直約惟虛約, 굳은 약속은 헛된 약속 되었고好因是惡因. 좋은 인연은 나쁜 인연 되었네.生前千里別, 살아생전엔 천 리 밖에 이별하고死後九原身. 죽은 후엔 구천(九泉)의 몸이어라願化南飛鴈, 소원은 남으로 나는 기러기 되어同歸漢水濱. 함께 한강 가에 돌아가는 것.
此乃香娘之所作也. 鍾玉見益悲感, 乃自心祝曰: “香娘生而聰悟, 死何昏愚! 今見其詩, 其死也眞矣. 遂次其韻寓其哀曰:
이것은 향란이 지은 것이었다. 종옥은 보고서 더욱 비감해져 마음 속으로 축원했다.“향란이 살아서 총명터니 죽어서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이제 그녀의 시를 보니 그녀가 죽은 건 진짜로구나. 드디어 그녀의 시에 차운하여 그의 비애를 붙였다.
人間惟此別, 인간세상에 이런 이별이라니汝外有誰親. 너밖에 뉘와 친하랴?入地寃應結, 땅에 묻힐 땐 원한 웅당 맺혔으리니捐軀病豈因. 몸을 버림이 어찌 병이 원인이었겠는가?鏡分留後約, 거울 나눠 훗날 기약 남겨 놓고石化問前身. 땅 속에 묻혀서는 이승 안부 묻는구나.昔日相離處, 옛날 이별했던 곳엔孤舟繫水濱. 외론 배 물가에 매어 있네.
鍾玉自是以後, 心若有失, 乃曰: “渠以靑娥, 奄歸黃壤, 非渠之命, 由我之故也. 吾以一章哀詞慰其孤魂可也.”
종옥은 이후로 마음을 잃어버린 듯했다.“그녀가 젊은 나이에 문득 저승으로 간 것은 그녀의 운명 때문이 아니라 나로 말미암은 까닭이다. 내가 한 곡조 애사를 지어 그녀의 외로운 혼을 위로함이 옳다.”
使一官僮持略干酒肴, 夜出西門外, 時則群動初息, 四顧寂寥, 花沈水驛, 觥籌罷而客散, 烟鎖山村, 績燈滅而人定.
관속 아이를 시켜 약간의 술과 안주를 가져오게 하여 밤에 서문 밖으로 나갔다. 이 시각은 여러 동물들이 마악 휴식을 취하느라 사방을 돌아봐도 고요롭기만 하고, 나루에서 화류에 빠져 술잔을 세며 마시던 술자리도 파하여 객들은 흩어지고 안개가 산촌을 감싸고 베짜느라 켠 등불도 꺼지고 인경을 칠 때였다.
荒莎亂草之間, 有三尺土苗, 月色凄凉, 風響蕭颯. 鍾玉愀然而悲, 悠然而感, 不覺涕泗之滂沱. 乃澆酒而酹之, 作文而祭之曰:
거친 사초와 어지러운 풀들 사이에 석 자 되는 작은 무덤이 있었다. 달빛은 처량하고 바람소리는 썰렁했다. 종옥은 근심하고 슬퍼하며 유연히 느꺼워져 눈물 콧물이 쏟아짐도 깨닫지 못했다. 그는 술잔을 가시고 잔에 붓고는 글을 지어 제사했다.
“嗚呼嗚呼! 香娘香娘, 汝其死耶? 不死耶? 吾其夢耶? 非夢耶? 汝死而有知耶? 汝死而無知耶? 汝有知也, 可知吾之來. 汝無知也, 吾亦已矣. 吾謂汝, 汝與吾, 生可同, 死可同, 汝今先吾而死, 吾將誰依?

 

오호 오호라. 향랑 향랑이여. 너는 죽었느냐? 죽지 않았느냐? 내가 꿈을 꾸는 것이냐? 꿈이 아니냐? 네가 죽어서 지각이 있느냐? 네가 죽어서 지각이 없느냐? 네가 지각이 있다면 내가 온 것을 알 수 있을 것이고 네가 지각이 없다면 나 또한 그만이다. 내가 너에게 일렀거니와 너와 나는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고 했었지. 너는 지금 나보다 먼저 죽었으니 나는 장차 누구를 의지하겠느냐?
汝之死其或緣之命歟! 吾之生, 亦無樂於吾之心. 吾之返駕也, 心存於汝, 吾不勝吾之喜. 汝之臨逝也, 念切於吾, 汝豈無汝之恨耶! 前者吾哦詩而汝和之, 汝勸之而吾欽之. 今也非我無詩, 而誰和之? 非我無酒, 而誰勸之?
너가 죽은 것은 너의 운명을 말미암은 것인가? 나는 살았어도 또한 나의 마음에 즐거움이 없도다. 내가 수레를 돌릴 때는 마음이 너에게만 있어 나의 기쁨은 그지없었다. 너는 죽음에 임하여 생각이 나에게 간절했으리니 네가 어찌 너의 원한이 없었겠느냐? 전일에 내가 시를 읊으면 네가 화답했고, 네가 권하면 나는 마셨지. 지금 나는 시를 짓지 않을 수 없으나 누가 화답하며 내가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으나 누가 권하겠느냐?
汝之態如月, 汝之美如花, 汝何一去不復還? 胡不如月西而復東, 花落而重開也. 吾之心, 汝之死也, 常在疑信中矣. 今我來斯, 汝之形容寂寞, 汝之蹤跡蒼茫, 吾以後始知汝之死也眞矣.
너의 자태는 저 달과 같았고 너의 아리따움은 꽃과 같았었지. 너느,s 어찌 한 번 가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느냐? 어찌하여 달이 서쪽으로 져도 동쪽으로 떠오르고 꽃잎은 떨어져도 거듭 피듯이 하지 못하느냐? 나의 마음속엔 네가 죽었다는 것이 항상 믿으면서도 의심했었다. 오늘 애가 여기 와서 너의 형용이 적막하고 너의 종적이 아득하니 나는 이후 처음으로 너의 죽음이 진짜라는 걸 알겠구나.
香娘香娘! 吾何不思? 吾何不悲? 吾今爲汝, 慰以文酹以酒, 寓吾一哀, 汝可歸來. 聽吾文, 饗吾酒, 不忘吾之不忘汝之意也. 嗚呼哀哉!”
향랑 향랑이여. 내 어찌 생각하지 않으며 내 어찌 슬퍼하지 않겠는가? 내 지금 너를 위하여 글로 위로하고 술로 제사하여 내 슬픔을 부치노니 너는 돌아와 내 글을 듣고 내 술을 흠향하라.내가 너의 뜻을 잊지 못하는 것을 잊지 말라. 오호 애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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