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옥전2

 

2)妓兒乘夜借緣 書童弄花偸香

기생 아이가 밤을 타서 인연을 빌고자 하니 서생이 꽃을 희롱하며 향기를 훔치다

 

於是香蘭治其容, 飾其粧, 梳綠雲髮, 躡碧珠履, 以白茅手挾紅羅裳, 於夜深人定後, 向蓮堂而去, 輕輕蓮步, 塵猶不揚.

 

이에, 향란은 알굴을 매만지고 화장을 하고 삼단 같은 머리카락을 빗질하고 푸른 구슬을 장식한 신을 신었다. 뽀얀 손으로 붉은 치마자락을 거머잡고 야심하여 통금 후에 연당을 향해 가니 연꽃 같은 가벼운 걸음걸이에는 티끌도 일지 않았다.

 

是時也, 銀河在天, 斗轉月斜, 萬籟俱寂, 四顧無人, 簷鈴不動. 於東閣城析無響, 於南樓塘蓮含露. 階柳凝烟, 孤燈照窓, 人影婆娑.

 

이때, 은하수는 하늘에 걸려 있고 북두칠성은 기울고 달은 하늘에 비꼈으며 온갖 소리는 모두 잠들어 사방에 인기척은 없었고 처마의 풍경도 울리지 않았다. 동각성에서는 딱따기 소리조차 나지 않았고 남쪽 누각 연못의 연꽃은 이슬을 머금었다. 섬돌의 버드나무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외로운 등불이 창문에 비치고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香蘭開戶而入, 面壁而坐, 鍾玉少無驚駭, 讀書自若. 有頃桃燈掩券而問曰: “汝鬼耶? 人耶? 鬼也, 則幽顯路異, 何以通涉? 人也, 則內外懸殊, 安能闖入?”

 

향란이 문을 열고 들어가 벽을 향해 앉았다. 종옥은 조금도 놀라는 기색없이 태연히 책을 읽었다. 잠시후 그는 등불을 돋우고 책을 덮고는 물었다.“너는 귀신인가, 사람인가? 귀신이라면 저승과 이승이 길이 다른데 어떻게 소통하는가? 사람이라면 남녀 내외하는 법이 현격히 다른데 어찌 몰래 들어왔는가?”

 

因手點砂易, 口誦水呪. 香蘭斂袂回身, 端跪而坐, 半啓櫻唇, 以細聲答曰:

 

그는 손으로 사역점을 치고 입으로는 수주문을 외었다. 향란은 옷깃을 여미고 몸을 돌려 앵두 같은 입술을 반만 열어 기어드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我人非鬼, 何用易呪? 幸勿驚訝, 聽我情懷, 亭之東第一巷, 竹裡茅屋, 卽少女之家也. 望月樓宴席, 抱琴前進者, 亦少女也.

 

“나는 사람이지 귀신이 아닌데 어찌 역술이나 주술을 쓰십니까? 다행히 놀라지 마시고 나의 정회를 들으소서. 정자 동쪽 첫째 골목길 대나무숲 속 띠집이 곧 소녀의 집입니다. 망월루 잔치 자리서 거문고를 안고 나아갔던 자 또한 소녀이옵니다.

 

少女本以良家女早失怙恃, 托身無處, 奇食於退妓之家. 才乃薄德, 色反爲讎, 因爲娼家所賣, 身雖忝妓, 心能自持. 粗解歌詩 , 年又妙齒, 故繁華之家, 豪富之族, 注意於少女者, 不知幾箇人? 而少女只以强笑冷談, 應口酬答而已.

 

소녀는 본디 양가집 여자로 일직 의지할 곳을 잃고 몸을 맡길 곳이 없어 퇴기의 집에 기식하고 있습니다. 재주는 있어 박덕하고 미색은 도리어 원수가 되어 창가에 팔렸습니다. 신분은 기녀 딱지를 얹었지만 마음은 스스로를 지켰습니다. 가시를 좀 알고 나이 또한 어리므로 벼슬아치와 부자집에서 소녀에게 뜻을 둔 자들이 부지기수입니다. 하지만 소녀는 억지웃음과 싸늘한 말로 대꾸할 뿐입니다.

 

聞君讀書, 見君風采, 飄蕩心魂, 不覺自露. 非不知踰牆之可醜, 褰裳之可嫌, 而花柳之名, 雖賤於敎妨, 絲蘿之願, 欲托喬木. 不待月繩之繫足, 敢效毛錐之自薦. 暗窺宋玉之牆, 潛偸賈女之香, 於心愧矣, 於行陋矣.

 

낭군님의 독서하는 소리를 듣고 낭군님의 풍채를 보고 회오리바람이 영혼을 휩쓸어 스스로를 드러냄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담장을 넘는 것이 추하고 바지를 걷는 것이 혐오스러운 줄 모르지는 않고 화류의 이름이 비록 교방에서도 미천하지만 댕댕이풀의 소원은 교목에 의탁하고자 합입니다. 월로의 노끈이 발을 묶어 인연맺어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감히 털로 만든 붓의 자천을 본받아 몰래 송옥의 담장을 넘고 몰래 가녀의 향을 훔쳤으니 마음에도 부끄럽고 행동도 비루합니다.

 

然而郞君旣讀古人書, 應知古人事, 非但君擇臣, 亦有臣擇君. 是故紅拂娘訪李靖於旅舍, 卓文君從相如於城都, 寇萊公之蒨桃, 韓文公之柳妓, 元縝之薛濤, 東波之朝雲, 韓魏公之愛卿, 秦學士之義娼, 自古文章之士, 未有妓妾者也. 幸憐擇木之禽, 暫許借巢之鷯, 則巾櫛之奉濫矣, 不敢望矣. 箕箒之任, 分也, 固所甘也.”

 

하지만 낭군님도 이미 옛 사람들의 책을 읽으셔서 응당 옛 사람들의 일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비단 임금만 신하를 고를 뿐만 아니라 또한 신하도 임금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홍불 낭자는 여관으로 이정을 찾아갔고, 탁문군은 사마상여를 따라 성도에 갔으며, 구준에게는 천도가, 한유에게는 유기가, 원진에게는 설도가, 소동파에게는 조운이, 한기에게는 애경이, 진관에게는 의창이 있었으니,

 

예로부터 문장지사가 기첩을 두지 않은 이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나뭇가지를 택한 새를 불쌍히 여기시고 잠시 집을 빌린 개개비새를 허락하신다면 수건과 빗을 받드는[정실부인이 되는] 외람됨은 감히 바라지 않지만 키질이나 비질하는[첩의] 소임을 나눠주신다면 진실로 감수하겠나이다.”

 

鍾玉黙然不答, 披卷讀書而已. 俄而村鷄三唱, 東窓旣白. 香蘭無聊而退, 自語曰: “鐵石心腸, 有汝無雙.”

 

종옥은 묵묵히 아무 대꾸도 없이 책을 펴고는 독서할 뿐이었다. 얼마후 마을에서 닭울음 소리 세 번 나니, 동창이 이미 밝았다. 향란은 무료히 물러나며 혼자서 중얼거렸다.“철석같은 심장으로 치면 당신과 짝할 이는 없으리다.”

 

自是以後, 昏入晨退, 如是者數, 終莫能回其心. 於斯之際, 鍾玉亦爲自念曰: “渠之容貌, 如彼其美也, 渠之言語, 如彼其溫也. 我若堅拒牢斥, 則寡福之罵, 不獨星山之俄, 結帶之怨, 將見淮江之女. 渠若更來, 吾必不負.” 輾轉心懷, 自然耿耿.

 

그날 이후로 그녀는 황혼에 들어가 새벽에 물러나기를 여러 번 되풀이했으나 끝내 그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그 즈음에 종옥도 또한 혼자서 생각했다.“그녀의 용모가 저처럼 아름답고 그녀의 언어가 저처럼 온순한데 내가 만일 굳게 거절하고 물리친다면 들러오는 복을 차버린다는 꾸지람을 듣게 될 것이다. 성산의 항아가 단단히 원한을 품을 분만 아니라 장차 회강의 여인도 만나게 되리라. 그녀가 다시 오면 내 반드시 저버리지 않으리라.”이리저리 뒤척이며 생각하니 자연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

 

一日之夕, 香蘭手持酒肴, 夜往其處. 鍾玉方凭欄向月, 哦咏而坐, 見香蘭之來, 卒然問曰: “夜已深矣, 來何意也?” 香蘭微知其向意, 暗喜其接語.

 

어느 날 저녁, 향란은 술과 안주를 자지고 밤에 그의 처소에 갔다. 종옥은 막 난간에 기대어 달을 쳐다보고 읊조리고 앉았다가 향란이 오는 걸 보고 갑자기 물었다.“밤이 이미 깊었는데 무슨 속셈으로 오느냐?”향란은 그의 의향을 약간 알고는 그와 말을 나누게 된 걸 속으로 기뻐했다.

 

然而第欲探其情, 試其心, 强開的齒, 如含悲愴之心而答曰: “少女雖有雲水之性, 本非稚鶩之質, 而欲托微身, 竟爲靳許. 反而思之, 誠合可笑, 十載靑樓, 一身無疵, 而謾作搖尾之態, 還値噬臍之悔, 自今以後, 誓不復作區區之行矣.” 因拂羅裳, 將欲下階.

 

그러나 다만 그의 정을 탐지하고 그의 마음을 시험코자하여 억지로 연 이빨을 보이며 비창한 생각을 머금은 듯이 대꾸했다.“소녀는 비록 더도는 구름이나 흐르는 물처럼 발아기질은 있으나 어린 오리 같은 음탕한 기질은 없아온데 보잘것없는 몸을 의탁하려 하였다가 끝내 거절당하고 말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니 참으로 어처구니없습니다. 십 년 동안 청루에서 이 한 몸은 더럽힌 적이 없습니다. 경솔하게 꼬리치는 추태를 지었다가 도리어 배꼽을 씹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오늘 이후로는 맹세코 다시는 구차한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그녀는 비단치마 자락을 부여잡고 마악 계단을 내려서려했다.

 

鍾玉起把香蘭之手, 笑而謂之曰: “香娘香娘, 聽我聽我, 我豈無情之儂哉! 前夜之事, 我亦欲試汝而然也. 事旣至此, 非天耶! 我不負汝, 汝勿傷懷.”

 

종옥이 일어나 향란의 손을 잡고 미소지으며 말했다.“향란아, 향란아. 내 말 들어, 내 말 들어. 내가 어찌 무정한 사람이겠느냐? 지난날 밤의 일은 나 도한 너를 시험코자 그리하였느니라.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하늘의 듯이 아니겠느냐? 내 너를 저버리지 않을 테니 너는 속상해하지 말아라.”

 

香娘故含羞容而對曰: “郞意如是, 妾心稍解.” 乃以玻瓈盞酌葡萄酒以獻於鍾玉曰: “此乃合歡酒也.”

 

향란은 짐짓 부끄러운 기색을 지으며 대꾸했다.“낭군님의 뜻이 이와 같으시니 첩의 마음도 조금 풀립니다.”그녀는 파려잔에 포도주를 부어 종옥에게 바쳤다.“이것은 합환주입니다.”

 

作尋春詞一闋, 歌之而勸之. 其詞曰:

 

그녀는 심춘사 한곡조를 지어 부르며 술을 권했다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

 

 

玉在石兮, 옥이 돌에 박혀 있어山含寶氣孰無慕. 산이 보석 기운을 품으니 누군들 사모하지 않으랴.蘭生壑兮, 난초가 골자기에서 자라니谷吐幽香易自露. 골짜기가 유란향을 토해 쉽게 탄로난다.玉兮人兮, 옥이여 사람이여 蘭耶人耶. 난초인가 사람인가玉裡無瑕玉, 옥중에는 티없는 옥도 있고 花中解語花. 꽃중에는 말하는 꽃도 있네高樓彈琴兮, 높은 누각에서 거문고 타니拂絃欲得周郎顧. 현을 당김은 주랑의 돌아봄을 얻고자 함일레.奇遇有期兮, 기이한 만남도 때가 있거늘乘昏幾訪瞿塘路. 황혼을 틈타 몇 번이나 험한 길을 찾았던고?君不見花有信,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곷 속에 소식 있음을.扁舟可向武陵. 나룻배는 무릉을 향하네.尋又不見春無情, 또 봄의 무정함을 보지 못했는가?莫待湖州綠葉陰. 호주에서 녹음이 짙어지기를 기다리지 마오.酒一盃歌一曲, 술 한 잔에 노래 한곡 하노라니半輪明月在天東. 밝은 반달이 동녘 하는에 걸려 있네.盟已定心已許, 맹세도 정했고 마음도 허락했는데寧敎鸚鵡銷金籠 어지 앵무새로 하여금 황금새장을 잠그려 하는고?

 

 

鍾玉喜而笑, 連傾數盞, 酒暈上面, 醉興挑心. 乃效香娘之體, 足基韻而和之曰:

 

종옥은 기뻐서 미소짓고 연달아 몇 잔을 기울였다. 술기운에 얼굴에 올랐고 취흥이 그의 마음을 자극했다. 그는 향란의 사체를 본받아 운에 맞춰 화답했다.

 

 

人生世兮,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男子風情少艾慕. 남자의 풍정을 지녔다면 소녀를 사랑해야지.天借梗兮, 하늘이 소식 전하니錦裳何妨浥行露. 비단치마인들 어찌 길가 이슬에 젖는다고 걱정하랴?謔兮歡兮, 희로하고 기뻐함이여仙耶人耶? 신선인가 이간인가?身同連理樹, 몸은 연리지 같고情若幷蔕花. 정회는 병대화 같아라.一代佳人兮, 한 시대의 미인이千金何惜一回顧. 한 번 돌아봄에 천금인들 어찌 아끼랴?三生好緣兮, 삼생의 좋은 인연滿袖仙風洛浦路. 옷소매 가득한 선풍은 낙포의 길이어라汝無乃天織女, 너는 하늘의직녀가 아닌가?鵲橋秋夜宿盟. 가을밤 오작교에서 굳게 맹세했었지尋又無乃秦公主, 또 아니면 진공주인가?鳳蕭吹月下樓陰. 달 아래 누각에서 봉황소를 부네銀河水萬斛波, 은하수는 만 곡의 물결로欲添花漏落丁東. 똑똑 물시계 떨어지는 물을 더하고자 하네.把羅衫春興發, 나삼을 부여잡으니 춘정이 동하는데玉蘭干外霧葱籠 옥난간 밖엔 안개 자욱하여라.

 

 

 

鍾玉携香娘之手, 乃與就寢, 以草堂爲洞房, 以書燈爲花燭, 相抱相樂, 其心若何. 鴛鴦之水, 蜂蝶之花, 不足以喩其喜也. 香娘於枕上作四韻一詩曰:

 

종옥은 향난의 손을 잡고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초당으로 동방을 삼고 독서하는 등불로 화촉을 삼고 서로 포옹하고 즐기니 그 마음이 어떠하였겠는가? 원아이 물을 만나고 봉접이 꽃을 만나도 그들의 즐거움을 비유하기에는 부족했다. 향란은 잠자리에서 사운시를 한 작품 지었다.

 

 

東園桃李樹, 동쪽 동산의 복사꽃과 오얏꽃은可惜片時春. 짧은 봄을 아쉬워하네.郎意非金石, 낭군의 뜻이 금석 같지 않으니妾身豈鬼神? 첩의 몸이 어찌 귀신일 수 있으리오?鸚嫌籠裡鎖, 앵무새는 새장에 갖힘을 싫어하고鸞喜鏡中親. 난새는 거울 속의 자기 모습도 기뻐하네.花燭書床夜, 서재에서 화촉 밝힌 밤에三星在戶新. 삼태성 문에 비치니 새로워라.

 

 

香娘笑而請和, 鍾玉深讚其辭, 以長短句答之曰:

 

향란은 웃으며 화답을 청했다. 종옥은 그녀의 가사를 깊이 칭찬하고 장단구로 화답했다.

 

 

昨日兩相逢, 어제 둘이 서로 만나보니汝是童我是童. 그대도 어리고 나도 어리네.今夜兩相樂, 오늘밤 둘이 서로 즐기니年亦同志亦同. 나이도 같고 뜻도 같아라.地可老天可老, 땅과 하늘이 노쇠할지라도此人此情不可忘. 우리 이 마음 잊힐 수 없으리.石可爛海可桑, 돌이 문드러지고 뽕나무밭이 바다 되어도此夜此緣孰短長. 오늘밤과 이 인연, 어느 것이 길고 짧은고角枕粲錦衾香, 모난 베개 찬연하고 비닩이불 향기로운데月欲西傾夜未央. 달은 서녘으로 기울려 하나 밤은 다하지 않앗네.半笑千金輕, 반쯤 짓는 미소는 천금이 가볍고一嚬百態新. 한 번 찡그림에 온갖 교태 새로워라兩人誠不偶, 두 사람의 만남은 참으로 우연이 아니니此會亦佳因. 오늘 밤 만남 또한 좋은 인연이어라.

 

 

製畢, 兩人相和幷咏, 其樂可知. 明日, 香蘭往告所以于公, 公笑而已.

 

지기를 마치고 두 사람이 서로 화답하여 함게 읊조리니 그 즐거움은 알 수 있다.이튿날 향란은 김공에게 가서 그 사연을 고하니 김공은 웃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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