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춘향가' (3) / 김소희







1-이도령, 춘향모에게 허락받는대목
2-사랑가 대목
3-이도령, 이별고하러 춘향집가는 대목
4-이도령, 춘향모에게 이별고하는 대목
5-춘향이 자탄하는대목


<아니리> "늙은이 말은 그리 헐 법허나 장부 일구이언 할 리 있나 불충불효 하기 전에 저 바리지 안 할 것이니 허락해 주게 !" 춘향모 간밤에 몽조가 있었난 디 용꿈을 꾸었는 지라 하날이 내신 인연으로 생 각하고 이면에 허락하였겄다. "도련님 ! 육례는 못 이루나 혼서예장 사주단자 겸하야 증서나 한 장 써 주시 오?" "글낭은 그리허게" 필년 내놓으니 도련님이 일필휘지(一筆揮之) 허시되 '천장지구(天長地久)는 해고석난(海枯石欄)이요 천지신명은 공증차맹(共證此盟)이 라' 이몽룡 필서(筆書) "자 이만허면 되었지?" 춘향모 그 증서 간직허고 술 한잔씩 나눈후의 술 한 잔으로 도련님 춘향과 반분 (半分)으로 나눴구나 알심있는 춘향모 그 자리 오래 있을 리 있겠느냐 향단이 시 켜 자리 보전헌연후의 건넌 방으로 건너가고 춘향과 도련님 단 둘이 앉었으니 그 일이 어찌 될 일이냐 ! 그 날밤 정담이야 서불진해(書不盡解)요 언불진해(言不盡解)로다. 하루 이틀 오륙일이 넘어가니 나이 어린 사람들이 부끄럼은 훨씬 멀어 가고 정만 담북 들어 사랑가로 노난디

<진양조>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어허 둥둥 내 사랑이지. 만첩청산(萬疊靑山) 늙은 범이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는 다 담쑥 빠져 먹들 못허고 으르릉 아앙 넘노난 듯 단산봉황(丹山鳳凰)이 죽실(竹實)을 몰고 오동(梧桐)속의 넘노난 듯 구곡청학(九曲靑鶴)이 난초를 물고 송백(松柏)간의 넘노난 듯 북해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 간의 넘노난 듯 내 사랑 내 알뜰 내 간간이지야 오호 둥둥 늬가 내 사랑이지야 목난무변 수여천(木欄無邊 水如天)의 창해같이 깊은 사랑 사모친 정 달밝은 데 무 산천봉(巫山天峯) 완월(玩月) 사랑 생전 사랑이 이리커니 사후기약이 없을소냐! 너 는 죽어 꽃이 되돼 벽도 홍삼춘화가 되고 나도 죽어 범나비 되야 춘삼월 호시절 의 네 꽃송이를 내가 담쑥 안고 너울너울 춤추거든 늬가 나인 줄만 알려무나 '화로(花老)하면 접불래(蝶不來)라 나비 새꽃 찾어가니 꽃 되기도 내사 싫소' 그러면 죽어 될 것이 있다. 너는 죽어 종로인경이 되고 나도 죽어 인경마치가 되 어 밤이면 이십팔수 낮이면 삼십삼천 그저 뎅치거들랑 늬가 나인줄 알려무나. '인경 되기도 내사 싫소' 그러면 죽어 될 거 있다 너는 죽어서 글자가 되돼 따지따곤 그느름 안해처 계집 녀가 글자가 되고 나도 죽어 글자가 되돼 하날 천 하날 건 날일 별냥 지애비 부 사나이 남 아들 자짜 글자가 되어 계집녀 변에 똑같이 붙어서서 좋을 호(好)자로 만 놀아 보자.

<아니리> 오늘같이 즐거운 날 사후 말씀만 하시나이까? 그럼 업고도 놀고 정담도 하여 보자.

<중중모리>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 야 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아마도 내 사랑아 네가 무엇을 먹을 랴느냐 둥글둥글 수박 웃봉지 떼띠리고 강능 백청(江陵白淸)을 다르르~ 부어 씰랑 발라 버리고 붉 은 점 흡벅 떠 반간진수(半間眞水)로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당동지(짜리몽땅) 지루지(길쭉한) 허니 외가지 단참외 먹으랴 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실헝 아마도 내 사랑아 포도를 주랴 앵도를 주랴 귤병(橘餠)사탕의 외화당을 주랴 아마도 내 사랑 시금털털 개살구 작은 이 도령 스느 디 먹으랴느냐 저리 가거라 뒷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러아 걷는 태를 보자 빵긋 웃어라 잇속을 보자 아마도 내 사랑아

<아니리> "이 얘 춘향아 나도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날 좀 업어다고 " "도련님은 나를 가벼워 업었지만 나는 무거워 어찌 업어요." "내가 너를 무겁게 업어 달라느냐? 내 앙팔을 네 어깨에 얹고 징검징검 걸어 다 니면 그 가운데 좋은 일이 있지야" 춘향이도 아조 파급(破怯)이 되어 낭군짜로 업고 노난디,

<중중모리> 둥둥둥 내 낭군 오호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을 업고 노니 좋을 호자가 절로나 부 용 작약 모란화 탐화봉접(探花蜂蝶)이 좋을시고 소상동정(瀟湘洞庭) 칠백리 일생 보아도 좋을 호로구나 둥둥둥둥 오호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이 좋아라고 "이 얘 춘향아 말 들어라 너와 나와 유정허니 정자노래를 들어라 ! 담담장강수 (淡淡長江水) 유유원객정(悠悠遠客情) 하교불상송(河橋不相頌)호니 강수원함정(江樹遠含情) 송군남포(送君南浦) 불승정(不勝情) 무인불견(無人不見) 송아정(送我情) 하남태수(河南太守) 의구정(依舊情) 삼태육경(三台六卿)의 백관조정(百官朝庭) 소 지원정(消紙寃情) 주어 인정 네 마음 일편단정(一片丹情) 내 마음 원형이정(元亨利貞) 양인심정(兩人心情)이 탁정(托情) 타가 만일 파정(罷情)이 되거드면 복통절정 (腹痛絶情) 걱정이 되니 진정으로 완정(玩情:정을 나누다) 허잔 그 정(情)자 노래 다.

<아니리> 이렇듯 세월을 보내는디 사또께서 동부승지(同副承旨) 당상(堂上)하야 내직으로 올라깃게 되니 춘향과 이도령은 헐수없이 이별이 되난디.

<중모리> 도련님이 이별차로 나오난디 , 왼갖 생각 두루헌다. 절잖허신 도련님이 대로변으 로 나오면서 울음울리가 없지마는 옛 일을 생각허니 당명황(唐明皇)은 만고영웅이 나 양귀비(楊貴妃) 이별에 울어있고 항우(項羽)는 천하장사(天下壯士)로되 우미인 (虞美人) 이별에 울었으니 날 같은 소장부야 아니 울 수 있겠느냐 ! 춘향을 어쩌 고 갈꼬 두고 갈 수도 없고 다리고 갈 수도 없네 저를 다려간다 하면 부모님이 금할테요 저를 두고 간다 하면 그 행실 그 기운에 응당 자결을 할 것이니 저 못 보면 나 못살고 나를 못보면 저도 응당 죽을테니 사세가 난처로구나 ! 질 걷는 줄 모르고 춘향집 문전을 당도허니,

<평중모리> 그 때여 향단이 요염섬섬(妖艶纖纖) 옥 지겁에 봉선화를 따다가 도련님 얼른 보 고 깜짝 반겨나오며, "도련님 인자 오시나이까? 우리 아씨가 기다라오. 전에는 오시랴만 담밑에 예리 성(曳履聲:신 끄는 소리,발자국소리)과 문에 들면 기침소리 오시난 줄을 알겄더니 오날은 누구를 놀래 시랴고 가만가만이 오시니까?" 도련님이 속이 상하야 아무 대답을 아니허고 대문안을 들어스니 그 때여 춘향 어머니난 도련님을 드릴랴고 밤참음식을 장만허다 도련님을 반기보고 손뼉치고 일어서며, "허허,우리 사우 오네! 남도 사위가 이리 아질자질 어여뿐가! 밤마다 보건마는 낮 에 못보아 한이로세 사또자제가 형제분만 되면 데릴사위 꼭 청하지." 도련님이 아무 대답없이 방문열고 들어서니 그 때여 춘향이난 촉하(燭下)의 침상 (針箱)놓고 도련님 드릴랴고 엽랑(葉囊)에 수를 놓다 도련님을 얼른 보고 침상을 물리치고 단순호치(丹脣皓齒:붉은 입술과 흰 이)를 열어 쌍긋 웃고 일어서며 옥수 잡고 허는 말이 , "오날은 책방에서 무슨 소일 허시느라 편지일장이 없었으며 방자가 병들었소? 나 를 보면 반기하시더니 오날 이리 수심키는 뉘에게 나의 험담을 들었소? 사또께서 꾸중허시더니까? 답답허니 말좀 허시오. 게 앉지도 못허시오." 약주를 과음허여 정신이 혼미헌가 입에다가 코를 대고 쌍긋쌍긋 맡어보며 술내 도 안나는 걸 저녁 이슬의 새벽바람 실습을 과히 허셨는가 이마위에다 손을 얹고 진 듯이 눌러보며 머리도 안 더운걸 겨드랑의 손을 넣어서 꼭꼭꼭 찔러보아도 종 시 대답을 아니허니,

<중모리> 춘향이가 무색하여 잡었던 손길을 스르르르 놓고 뒤로 물러나 앉으며 내색 섞어 하는 말이 "내 몰랐소 내 몰랐소 도련님 속 내 몰랐소,도련님은 사대부 자제요 춘향 나는 천인(賤人)이라 일시풍정(一時風情) 못이겨 잠깐좌정(暫間坐定) 허였다가 부모님전 꾸중을 듣고 수응하기 몸 괴로워 떼는 수가 옳다허고 하직을 하려 와 게신걸 속 없는 이 계집은 늦게 오네 편지없네 짝 사랑 외즐거움 오즉 보기 싫었겠소 속이 진정 저러허면 누추하온 첩에 집을 오시기가 웬일이요 이치제 좋은 기구 책방의 가만이 앉이시고 방자에게 편지하여 의절(義絶)한다 하옵시면 젊은 년의 몸이 되 어 사자 사자 하오리까 아들없는 노모를 두고 자결은 못허겄소. 독수공방 수절을 허다 노모당고(老母當故) 당허오면 초종(初終) 장사 삼년상을 정성대로 지낸 후에 소상강 맑은 물에 풍덩 빠져 죽을는지 백운청산 유벽암자(幽僻庵子) 삭발위승(削髮爲僧)이 되올는지 소견대로 나 헐 것을 첩의 마음 모르시고 말허고 우서서는 떼 기가 쉽잖다고 금불이요 석불이요 도통하려는 학자신가 천언만설(千言萬說) 대답 이 없으니 그게 계집의 대접이며, 남자의 도리시오. 듣기싫어 허는 말은 더허여도 쓸데없고 보기 싫어 허는 얼골을 더 보여도 병 되나니 나는 건넌방 우리 어머니 곁에 가 잠이나 자지." 부뚜부뚜 일어스니, 도련님이 억색하야 춘향치마 부여잡고, "게 앉거라 속 모르면 말을 마라 그럴 리가 있겄느냐 말을 허면 울 것기에 참고 참었더니 너의 허는 거동을 보니 울음 밑을 비저내니 어디 말을 허겄느냐."

<아니리> " 속모르면 말 말라니 그 속이 웬 속이요 잠 속이요 꿈 속이요 그 속 몰라 답답 하오. " " 네가 하 물으니 말이지 사또께서 동부승지 당상하야 내직으로 올라가신단다." "댁에는 경사났소 그려, 양반의 댁에서는 그런 경사가 나면 한바탕씩 우는 전례 가 있소. 오 내가 아니갈까봐서? 도련님 먼저 올라가시면 나는 예서 세간등물 방 매하야 노모와 걸어 갈 수는 없고..."

<평중모리> "건장한 두패교군 밤낮없이 올라가서 남대문밖 칠패거리 유벽한데 쥔(主人) 정허 고 도련님께 소식커든 도련님은 나귀타고 가만가만이 나와겨서 우리 둘이 만나본 년후에 날다리고 입성하야 일갓댁 협실이나 단정한 초가에나 내 거처를 헌 년후 에 도련님 엄부형시하시라 자주 다닐 수는 없을테니 한달에 두 번씩만 다니시고 글공부 힘써하야 귀가댁 장가들어 벼살길 높이하여 외방출입을 다니실 제 날과 함께 다니시면 살이 썩고 뼈가 사라진들 그 정공이 어떻겄소 " 도련님 속이 더욱 답답하야 , "네 말을 들어보니 세상이 모다 편타마는 그리도 못허지야 네가 만일 올라오면 만나보니 좋지마는 너를 어데 숨겨두고 남모르게 왕래헐 제 하나 알고 둘이 알어 점차전파(漸次傳播) 허게되면 오입장이들이 이 말을 듣고 기생으로 알게되면 내 아무리 양반인들 내 계집이니 그리말라 누구를 붙들고 말을 허며 오입장이 서울 법은 새로 구슬드는 기생 서방 한번 내세우면 죽기는 쉽거니와 마단 말은 못허는 법이니 그런 말도 허지마라"

<아니리> " 오 그럼 나는 서울 같이 못가고 이별하자는 말씀이요 그려." "춘향아 양반의 법은 무슨 법인지 미장전에 외방작첩 하였다허면 사당참알도 못 허고 베살질(벼슬길) 끊어지고 족보에 이름을 돌린다니 지금은 섭섭허나 아마도 훗 기약을 둘 수 밖에 없다" 춘향이가 이 말을 듣더니 사생결단을 하기로 드는디,

<진양조> 분같은 고개는 제절로 숙여지고 구름같은 머리가닥 시사로 흘러지고 앵도같이 붉던 입술 외꽃같이 노래지고 샛별같은 두 눈은 동튼 듯이 뜨고 도련님만 무뚜뚜 름히 바라보며 말못허고 기절을 허니 도련님이 겁이나서 춘향의 목을 부여안고 , "춘향아 정신차랴라! 내가 가면 아주 가는게 아니다." "무엇이 어쩌고 어째요 지금가신 그 말쌈이 참말이요 농담이요. 이별말이 웬말이 요. 답답허니 말을 허오 우리 당초 언약헐 제 이별하자 말하였소 작년 오월 보름 날의 소녀 집을 찾아와겨 도련님은 저기 앉고 춘향 나는 여기 앉어 천지로 맹세 하고 일월로 증인을 삼어 상전(桑田)이 벽해되고 벽해가 상전이 되도록 떠나 사지 마자더니 말경(末境)의 가실 때는 뚝떼여 바리시니 이팔청춘 젊은 년이 독수공방 어이 살으라고 못허지 못해요. 공연한 사람을 사자 사자 조르더니 평생신세를 망 치요 그려. 향단아 건넌방 건너가서 마누라님께 여쭈어라 도련님이 떠나신다니 사 생결단을 헐란다 마누라님께 여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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