遠遊
悲時俗之迫阨兮,1] 願經擧而遠遊.
質菲薄而無因兮,2] 焉託乘而上浮? 3]
세상이 협박과 질투로 차 있는 것을 슬퍼하니
훌쩍 올라가 멀리까지 떠돌아다니기를 바라노라.
타고난 성품이 각박하여 어쩔 수 없으니
어디에 의탁하여 하늘 위에 타고 올라가리오?
1)박액(迫阨) : 협박과 곤궁(질투). 시속(時俗) : 현재의 속세, 세상.
2)질성(質性) : 타고난 성품. 비박(菲薄) : 보잘것없다. 무인(無因) : 별 도리 없다.
3)탁승(託乘) : 의탁하여 타다.
遭沈濁而汙穢兮,4] 獨鬱結其誰語! 5]
夜耿耿而不寐兮,6] 魂焭焭而至曙. 7]
탁하고 더러운 일을 당하여
나 홀로 가슴에 답답함이 맺혀 있으니 어느 누구에게 털어놓으리오?
한밤을 뜬눈으로 잠을 못 이루어
넋이 시달려 지친 채로 새벽의 날이 밝는다.
4)이(而) : 이(以). 혼탁하고 더러운 일을 만나다.
5)울결(鬱結) : 마음이 답답하게 맺힌 것. ‘그 누구에게 이야기하리요.’
6)경경(耿耿) : 잠 못 이루는 모양.
7)경경(檾檾) : 왕래부정(往來不定)한 모양. 헤매는 모양. 지서(至曙) : 새벽이 되다. 날이 밝다.
惟天地之無窮兮,8] 哀人生之長勤.9]
往者余弗及兮, 來者吾不聞.
천지가 무궁한 것을 생각하면서
인생길에 고생이 많은 것을 슬퍼하노라.
지난 일들은 내가 미치지 못하고
앞으로 닥칠 일들을 나는 알지 못하도다.
8)유(惟) : 생각하다.
9)장근(長勤) : 오랜 고생. 허덕임.
步徙倚而遙思兮,10] 怊惝怳而乖懷. 11]
意荒忽而流蕩兮,12] 心愁悽而增悲.
천천히 걸어가며 오래도록 생각해 보아도
서글프고 실망에 차서 속이 상하도다.
생각은 가눌 데 없이 떠돌아다니고
마음은 시름에 차서 더욱 슬퍼만 지누나.
10)보(步) : 천천히 걷다. 사의(徙倚) : 머뭇거리다. 요사(遙思) : 오래 생각하다.
11)초(怊) : 원망. 한하다. 창황(惝怳) : 실의에 찬 모양. 괴회(乖懷) : 뜻에 어그러지다. 속상하다.
12)황홀(恍惚) : 가누지 못하다. 정신이 아득하다. 유탕(流蕩) :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神儵忽而不反兮,13] 形枯槁而獨留. 14]
內惟省以端操兮,15] 求正氣之所由. 16]
넋은 훌쩍 빠져나가 돌아오지 아니하고
몸은 꼬챙이처럼 말라 외로이 남았도다.
마음으로 성찰하여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올바른 기운이 오는 근원을 찾는도다.
13)숙홀(儵忽) : 홀연히. 갑자기. 불반(不反) : 돌아오지 않다.
14)형(形) : 몸. 육신. 고고(枯槁) : 메마르다.
15)마음속으로 홀로 돌이켜 생각하여 몸가짐을 바르게 하다. 단조(端操) : 바르게 몸가짐을 하다.
16)정기(正氣) : 바른 기운. 일종의 심술(心術). 소유(所由) : 연유, 근원.
漠虛靜以염愉兮,17] 澹無爲而自得. 18]
聞赤松之淸塵兮,19] 願承風乎遺則. 20]
멍하게 마음으로 조용히 하고 편안하고 즐거우니,
담담히 하는 일없어도 절로 터득되는 바 있도다.
적송자가 남긴 맑은 행적을 듣고서
그의 남긴 도리를 받들어 배우고 싶도다.
17)허정(虛靜) : 생각을 없애고 조용히 갖다. 염유(염愉) :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
18)마음을 깨끗이 자연스레 하며 스스로 터득하다.
19)적송(赤松) : 적송자. 신농시(神農時)의 우사. 수옥(水玉)을 입었다 함. 청진(淸塵) : 맑은 먼지. 유풍. 행적.
20)승풍(承風) : 풍도를 받들다. 유칙(遺則) : 남겨준 법도.
貴眞人之休德兮,21] 美往世之登仙. 22]
與化去而不見兮,23] 名聲著而日延. 24]
참된 사람의 고운 덕을 소중히 여기고
지난날에 신선되어 올라간 일들을 찬미하노라.
그들은 신선되어 떠나가서 보이지 않으나,
명성이 드러나서 갈수록 이어져 전하도다.
21)진인(眞人) : 도득(道得)한 사람. 휴덕(休德) : 미덕.
22)지난날 신선되어 올라간 일을 찬미하다
23)신선되어 떠나가서 보이지 않는다.
24)일연(日延) : 날로 이어지다(전해지다).
奇傅說之託辰星兮,25] 羨韓衆之得一.26]
形穆穆以浸遠兮,27] 離人羣而遁逸. 28]
부열이 별이 된 일을 신기하게 여기며
한중이 지순의 도를 터득한 일을 부러워하도다.
몸은 조용히 먼 곳으로 떠나가서
속인들을 떠나 숨어서 사는 도다.
25)부열(傅說) : 은나라 재상. 죽어서 용꼬리에 타고 하늘에 올라가서, 부열성이 되었다 함(장자 대종사). 기(奇) : 신기하게 여기다.
26)한중(韓衆) : 제인(齊人)으로 단약을 먹고 신선이 되었다 함. 득일(得一) : 도가의 지순한 도를 터득하다.
27)목목(穆穆) : 조용한 모양. 침원(浸遠) : 점점 멀리 가다.
28)둔일(遁逸) : 숨어 살다. 29)기변(氣變) : 자연의 변화.
因氣變而遂曾擧兮,29] 忽神奔而鬼怪. 30]
時髣髴以遙見兮,31] 精皎皎以往來. 32]
자연의 변화에 따라서 더욱 높이 올라가
홀연히 번개처럼 신출귀몰하는 도다.
때때로 멀리 보이 듯하면서
정기가 밝아 왔다갔다 하는 도다.
29)증거(曾據) : 높이 날아오르다.
30)신분(神奔) : 신이 자빠른 모양. 귀괴(鬼怪) : 귀신이 번개같이 출입하는 모양.
31)방불(髣髴) : 마치...같다.
32)정(精) : 정기. 교교(晈晈) : 밝은, 환한.
絶氛埃而淑尤兮,33] 終不反其故都.
免衆患而不懼兮, 世莫知其所如. 34]
요기와 먼지를 떨치고 죄를 맑게 하고서는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는 도다.
뭇 근심을 떨치고 두려워하지 않으니
세상에 어디로 갈 바를 알지 못하도다.
33)분(氛) : 나쁜 기. 요기(妖氣). ‘요기와 티끌을 끊고 죄를 깨끗하게 하다.’
34)기소여(其所如) : 그 간곳. 여(如)는 지(之).
恐天時之代序兮,35] 耀靈曄而西征. 36]
微霜降而下淪兮,37] 悼芳草之先零. 38]
계절이 바뀌는 것을 두려워하니
번쩍이는 해를 따라 서쪽으로 가는 도다.
가녀린 서리 내려서 낮게 깔리니
향기론 풀이 먼저 시들어 가는 것을 애타하는도다.
35)계절이 때맞춰 바뀌는 것을 두려워하다(세월이 빨리 가는 것을 비유).
36)요령(耀靈) : 해를 지칭. 엽(曄) : 광명. 정(征) : 가다.
37)미상(微霜) : 가는 서리. 하륜(下淪) : 낮게 깔리다.
38)선령(先零) : 먼저 시들다.
요仿佯而搔遙兮,39] 永歷年而無成. 40]
誰可與玩斯遺芳兮,41] 晨向風而舒情.
高陽邈以遠兮,42] 余將焉所程? 43]
잠시나마 다 떨치고 거닐다 보니
몸은 늙었으되 해놓은 일이 없도다.
누구와 더불어 향기론 풀을 구경할 것인가?
아침에 바람을 맞으며 마음을 느긋이 가진다네.
고양씨가 아득히 멀리 있으니,
나는 장차 어디로 갈 것인가?
39)방양(仿佯) : 머뭇거리다. 배회하다. 소요(逍遙) : 한가로이 거닐다.
40)역년(歷年) : 세월을 보내다. 늙어지다.
41)유방(遺芳) : 남겨 놓은 방초(충정을 비유).
42)고양(高陽) : 고양씨는 아득히 멀리 있다. 막(邈) : 아득히. 먼. 굴원은 고양씨의 후손.
43)정(程) : 본받다.
重曰44]
春秋忽其不淹兮,45] 奚久留此故居45)? 46]
軒轅不可攀援兮,47] 吾將從王喬而娛戲.48]
거듭 말하노니,
춘추가 문득 물 흐르듯 바뀌니
어찌 오래도록 이 고향에 머물겠는가?
황제를 따라 올라갈 수 없으니
나는 장차 왕자교를 쫓아서 노닐겠노라.
44)중왈(重曰) : 한이 다히지 못해 진술하는 경우에 쓰이는 악절의 이름.
45)불엄(不埯) : 오래 머물지 않다.
46)해(奚) : 어찌. 고거(故居) : 고향.
47)헌원(軒轅) : 황제의 호. 반원(攀援) : 올라가서 따르다.
48)왕교(王喬) : 왕자교. 주령왕(周靈王)의 태자. 생황을 불어 봉황 소리를 내며 낙수가에서 놀았다고 하는 신선.
餐六氣而飮沆欬兮,49] 漱正陽而含朝霞. 50]
保神明之淸澄兮,51] 精氣入而麤穢除. 52]
육기를 먹고 이슬 기운을 마시며
정양을 삼키고 아침 노을을 머금겠노라.
맑고 깨끗한 신명을 지켜서
정기가 들게 하여 더럽고 추한 것을 없애노라.
49)찬(餐) : 먹다. 육기(六氣) : 음(陰), 양(陽), 풍(風), 우(雨), 회(晦), 명(明). 항해(沆瀣) : 깊은 밤중에 내리는 이슬 기운.
50)수(潄) : 삼키다. 정양(正陽)일중의 기(한낮의 정기). 조하(朝霞) : 아침 안개. 아침의 정기.
51)신명(神明) : 정신. 귀신. 청징(淸澄) : 맑고 깨끗함.
52)추예(추예) : 추하고 더러움.
順凱風以從遊兮,53] 至南巢이壹息. 54]
見王子而宿之兮,55] 審壹氣之和德. 56]
남쪽 바람을 따라서 노닐다가
남소에 이르러서 잠시 쉬노라.
왕자교에 만나면 머물게 하고는
지순한 기운이 조화를 이루게 하리라.
53)개풍(凱風) : 남풍.
54)남소(南巢) : 남방의 봉황이 깃든 곳이라 함. 일식(壹息) : 잠시 쉬다.
55)왕자(王子) : 왕자교. 숙(宿) : 머물다, 또는 경(敬). 지(之) : 왕자교.
56) 일기(壹氣) : 지순한 기. 도. 화덕(和德) : 천지 음양의 조화.
曰 ‘道可受兮, 不可傳,
其小無內兮, 其大無垠,
無滑而魂兮,56) 彼將自然.
말하노니, ‘도는 받아들일 수는 있으나 전할 수가 없으며,
작은 것은 속이 없고 큰 것은 끝이 없으며
너의 혼을 깨끗이 하면 자연히 얻게 되는도다.
56)골(滑) : 어지럽다. 이(而) : 너. 혼(魂) : 정기. ‘너의 혼을 깨끗이 하다.’
壹氣孔神兮,58] 於中夜存,
虛以待之兮,59] 無爲之先. 60]
지순한 기운은 매우 신기하여
한밤에도 존재하며,
조용히 기다려 얻을 일이지
마음을 앞세워 얻을 일은 아니로다.
57)순일한 기운이 매우 신기하다. 공(孔) : 매우.
58)조용히 기다리다.
59)먼저 행치 않는다.
庶類以成兮,61] 此德之門.’ 62]
聞至貴而遂伹兮,63] 忽乎吾將行.
만물이 여기서 이뤄지니
이것이 바로 화덕의 길인 것이다.’
지극히 소중한 것을 듣고 마침내 작별하여
홀연히 나는 떠나가리라.
60)온갖 것들이 이에서 이루어지다.
61)화덕의 문(仙路).
62)지귀(至貴) : 지극히 오묘한 말. 저(저) : 떠나가다.
仍羽人於丹丘兮,64] 留不死之舊鄕.
朝濯髮於湯谷兮, 夕晞余身兮九陽. 65]
선인을 단구로 이끌어서
불멸의 마을에 머물게 하니,
아침에 탕곡에서 머리를 감고
저녁에는 구양에서 내 몸을 말리도다.
63)우인(羽人) : 비선(飛仙). 우인지국(羽人之國)이 있는데 죽지않는 사람이 산다 함. 단구(丹丘) : 밤낮없이 늘 밝은 곳이라 함. ‘선인을 단구로 이끌다.’
64)구향(舊鄕) : 선인의 고장. 구양(九陽) : 해.
吸飛泉之微液兮,66] 懷琬琰之華英, 67]
玉色頩以脕顔兮,68] 精醇粹而始壯. 69]
비천의 여린 액체를 마시며
아름다운 옥의 꽃을 품는 도다.
옥의 색이 붉어서 얼굴에 윤기가 흐르니,
정신이 깨끗하여 강건하도다.
65)비천(飛泉) : 곤륜산 남쪽에 있는 해지는 곳. 미액(微液) : 오묘한 물. 신기한 액체.
66)완염(완琰) : 둘 다 옥이름. 화영(華英) : 예쁜 꽃.
67)병(頩) : 엷은 적색. 붉다. 만안(脕顔) : 얼굴에 윤기가 흐르다.
68)순수(純粹) : 깨끗하다. 정(精) : 정신.
質銷鑠以汋約兮,70] 神要眇以淫放. 71]
嘉南州之炎德兮,72] 麗桂樹之冬榮, 73]
몸이 마르고 쇠하지만
정신은 아름다이 더욱 드러나는 도다.
남주의 화덕을 찬미하여
계수나무의 겨울 꽃을 아름답게 여기도다.
69)질(質) : 몸. 소삭(銷鎙) : 쇠하다. 파리해지다. 작약(汋約) : 유약하다. 수척하다.
70)요묘(要䏚) : 아름답고 오묘함. 음방(淫放) : 더욱 드러나다.
71)가(嘉) : 찬미하다. 남주(南州) : 남토. 염덕(炎德) : 남방은 오행상 화에 속한다.
72)여(麗) : 아름답게 여기다. 동영(冬榮) : 겨울 꽃.
山蕭條而無獸兮, 野寂漠其無人.
載營魄而登霞兮,74] 掩浮雲而上征.
산은 쓸쓸하여 짐승이 없으며
들은 적막하여 다니는 사람 없도다.
내 영혼을 실어 멀리 떠나리니
뜬구름을 덮고서 하늘 위로 오르도다.
73)영백(營魄) : 혼백. 하(霞) : 멀다. 등하(登霞) : 멀리가다.
命天閽其開關兮,75] 排閶闔而望予. 76]
召豊隆使先導兮,77] 問大微之所居. 78]
하늘 문지기에게 문쇄를 역게 하고
천문을 줄지어 열어 놓고 나를 기다린다네.
풍륭을 불러서 앞을 인도하게 하며
태궁미의 거처를 묻는 도다,
74)천혼(天閽) : 하늘 문지기.
75)창합(閶闔) : 천문.
76)풍륭(豊隆) : 운사.
77)태미(太微) : 천제의 남궁.
集重陽入帝宮兮,79] 組旬始而觀淸都. 80]
朝發軔於太儀兮,81] 夕始臨乎於微閭. 82]
하늘에 머물러 천제의 궁에 들어서니
순시천을 찾아 청도를 바라보네.
아침에 태의에서 출발하여
저녁에 겨우 어미려에 이르렀도다.
78)집(集) : 머물다. 중앙(重陽) : 하늘.
79)조(造) : 방문. 순시(旬始) : 하늘 이름. 청도(淸都) : 천제가 머무르는 곳.
80)태의(太儀) : 찬제의 뜰.
81)어미려(於微閭) : 동방의 옥산.
屯余車之萬乘兮, 紛溶與而並馳, 83]
鴐八龍之婉婉兮,84] 載雲旗之逶이. 85]
나의 수레를 만승이 위요하니
어지럽고도 성대하게 나란히 달리 도다.
구불대는 아름다운 여덟 용을 타고서
휘날리는 구름 깃발을 세웠는데,
82)용여(溶與) : 요란하다. 물이 성한 모양.
83)완완(완완) : 용이 나는 모양. 몸가짐이 아름답고 맵시 있음.
84)위이(위이) : 깃발이 나부끼는 모양.
建雄虹之采旄兮,86] 五色雜而炫燿. 87]
腹偃蹇以低昻兮,88] 驂蓮蜷以驕驁. 89]
웅대한 무지개 무늬의 찬란한 깃발을 세우니
오색이 어른거리며 빛나는 도다.
두 필의 말이 춤추듯 위아래로 내달리니
삼두 가마가 빛나고 출렁이며 힘차게 달리 도다.
85)웅장한 무지개 무늬의 쇠꼬리 깃발을 세우다.
86)현요(炫요) : 빛나다.
87)언건(偃蹇) : 말이 춤추는 모양. 복(服) : 두 필의 말. 저앙(低昻) : 위아래로 달리다.
88)참(驂) : 세 필의 말. 연권(連蜷) : 말이 춤추는 모양. 빛나다. 교오(驕驁) : 말이 요란하게 달리다.
騎膠葛以雜亂兮,90] 斑漫衍而方行. 91]
撰余轡而正策兮, 吾將過乎句芒. 92]
기마가 어지럽고 요란하게 달리니
얼룩얼룩 끝없이 가는 도다.
내 고삐를 잡아 채찍을 가하여서
나는 구망신을 찾겠노라.
89)교갈(교葛) : 엇갈리다. 어지럽다.
90)반(斑) : 얼룩진 모양. 만연(漫衍) : 끝이 없다.
91)고삐를 잡고 채찍을 더하고, 나는 구망을 찾아가련다. 구망(句芒) : 동방의 소양신(少陽神).
歷太皓以右轉兮,93] 前飛廉以啓路. 94]
陽杲杲其未光兮,95] 淩天地以徑度. 96]
태호를 지나서 오른쪽으로 돌려서
비렴을 앞세우고 길을 열게 하도다.
해는 어둑어둑 밝지 않았는데
천지를 지나서 곧바로 건너니
92)태호(太皓) : 옛 황제의 이름. 복희씨. 태호가 있는 곳.
93)비렴(飛廉) : 풍백. 계로(啓路) : 길을 열다.
94)고고(杲杲) : 해가 아직 뜨지 않아 어두운 모양.
95)능(凌) : ...를 지나다. 경도(徑度) : 곧장 건저다.
風伯爲余先驅兮, 氛埃辟而淸凉. 97]
鳳皇翼其承旂兮,98] 遇蓐收乎西皇. 99]
풍백이 나 위해 앞서 달리며
먼지를 없애서 깨끗하고 시원하게 하는 도다.
봉황이 날개에 기를 세우고
서천에서 욕수신을 만나리라.
96)피(辟) : 제거하다. 없애다.
97)승기(承기) : 깃발을 세우다.
98)욕수(蓐收) : 서방 소음신.
擥彗星이爲旍兮,100] 擧斗柄이爲麾. 101]
叛陸離其上下兮,102] 遊驚霧之流波. 103]
혜성을 잡아서 기를 삼고
북두자루를 가져다가 깃대를 삼아서,
요란하게 아래위로 나누어
놀란 안개가 출렁이는 파도에서 놀리라.
99)정(旍) : 깃발. 혜성을 잡다.
100)두병(斗柄) : 북두자루. 휘(麾) : 깃대.
101)반(叛) : 흩어지다.
102)놀란 안개의 흐르는 파도에서 놀다.
峕曖逮其曭莽兮,104] 召玄武而奔屬. 105]
後文昌使掌行兮,106] 選署衆神以並轂. 107]
때가 어두워 빛이 없으니,
현무를 불러서 어서 다르게 하고
문창을 뒤로하여 따르게 하고서
여러 신을 뽑아서 함께 달리게 하도다.
103)시(峕) : 시(時). 애체(曖逮) : 캄캄하다. 당망(曭莽) : 해가 빛이 없음.
104)현무(玄武) : 별이름. 분속(奔屬) : 빨리 따르다.
105)문창(文昌) : 별이름. 여기서는 신명(神名). ‘뒤에는 문창으로 수행하게 하다.’
106)서(署) : 두다. 병곡(並轂) : 함께 달리다.
路曼曼其修遠兮,108] 徐弭節而高厲. 109]
左雨師使徑侍兮, 右雷公以爲爲.
길은 아득히 멀고머니
천천히 머뭇거리며 훌쩍 건너리라.
왼쪽에는 우사로 길을 모시게 하고,
오른쪽으로는 뇌공으로 호위하게 하리니,
107)만만(曼曼) : 아득하다. 수원(修遠) : 매우 멀다.
108)여(厲) : 건너다. 미절(弭節) : 머뭇거리다.
欲度世以忘歸兮, 意恣睢이걸撟. 110]
內欣欣而自美兮, 요妒娛이自樂.
속세를 건너서 돌아올 일을 잊으려 하니
생각이 느긋하여 교만하여지도다,
마음으로 기뻐서 절로 찬미하니
잠시 즐겁게 노닐러라.
109)자휴(恣睢) : 자득하는 모양. 여유있고 방자하다. 걸교(걸撟) : 높이 올라가다.
涉靑雲이汎濫游兮, 忽臨睨夫舊鄕. 111]
僕夫懷余心悲兮, 邊馬顧而不行.
청운을 건너서 호탕하게 노닐다가
문득 옛 고향을 언뜻 엿보았노라.
하인은 나의 마음이 슬퍼하는 줄 알고
변마는 돌아보며 나가지 않는구나.
110)임예(臨睨) : 엿보다.
思舊故이想像兮, 長太息而掩涕. 112]
氾容與而遐擧兮,113] 요抑志其自弭. 114]
옛 고향을 그리며 또 생각하노니,
길게 탄식하면서 눈물을 닦는 도다,
널리 느긋하게 멀리 올라가려다가
잠시 마음을 누르고 주저하는 도다.
111)엄체(掩涕) : 눈물을 닦다.
112)범(氾) : 뜨다. 넓다. ‘널리 느긋이 멀리 올라가다.’
113)잠시 마음을 누르고 스스로 머뭇거리다.
指炎神而直馳兮115), 吾將往乎南疑116).
覽方外之荒忽兮117), 沛罔象而自浮118).
남방의 염신을 가리키며 곧장 달려서
나는 남방의 구의산으로 가겠노라.
아득한 지평선을 바라보니
물결이 출렁거려서 절로 뜨는 도다.
114)염신(炎神) : 남방의 신.
115)남의(南疑) : 남방의 구의산.
116)방외(方外) : 경계 밖. 지평선 밖. 황홀(恍惚) : 아득함.
117)패(沛) : 물이 흐르는 모양. 망상(罔象) : 물이 성한 모양. 출얼이다.
祝融戒而還衡兮,119] 騰告鸞鳥迎宓妃. 120]
張咸池奏承雲兮,121] 二女御九韶歌. 122]
축융이 말하기를 수레 멍에를 돌리라 하니
말을 달리며 봉황을 불러서 복비를 맞으라 하는 도다.
함지박을 준비하고 황제의 승운악을 연주하고
아황과 여역이 순임금의 구소가를 부르게 하며,
118)축융(祝融) : 남방의 화신. 계(戒) : 알리다. 환형(還衡) : 수레멍에를 돌리다.
119)등고(謄告) : 말을 달리며 부르다.
120)함지(咸池) : 요임금의 음악. 승운(承雲) : 황제의 음악.
121)이녀(二女) : 아황과 여영. 어(御) : 받들어 부르다. 구소가(九韶歌) : 순임금의 음악.
使湘靈鼓瑟兮,123] 令海若舞馮夷. 124]
玄螭蟲象並出進兮,125] 形蟉虯而逶이. 128]
상수신으로 거문고를 타게 하고,
해약신으로 풍이신과 춤추게 하는도다.
현룡과 장충, 망상이 모두 나오니
형상이 용같이 꿈틀거리도다.
122)상령(湘靈) : 상수신.
123)해약(海若) : 하해신. 풍이(馮夷) : 수신. ‘해약으로 풍이와 춤추게 하다.’
124)현리(玄리) : 검은 용. 이무기. 충(蟲) : 긴 벌레. 상(象) : 망상. 수신.
125)요규, 유규(유규) : 용이나 뱀이 꿈틀거리며 기어가는 모양.
雌蜺便娟이增撓兮,127] 鸞鳥軒翥而翔飛. 128]
音樂博衍無終極兮,129] 焉乃逝이俳佪. 130]
암무지개가 아름답게 굽어져 매여 있고
봉황새는 날개를 치며 높이 날아오르도다.
음악이 널리 퍼져서 끝이 없으니
어찌 돌아가서 방황하겠는가?
126)자예(雌예) : 암무지개. 얿은 무지개. 편(便) : 아름답다. 증요(增撓) : 더욱 매다.
127)헌저(軒翥) : 높이 오르다.
128)박연(博衍) : 널리 퍼지다. 무종극(無終極) : 끝이 없다.
129)언내(焉乃) : 이에. ‘이에 나아가 노닐며 배회하다.’
舒幷節이馳騖兮,131] 逴絶垠乎寒門. 132]
軼迅風於淸源兮,133] 從顓頊乎增冰. 134]
천천히 절조 있게 달려가니
아득히 북문에 이르도다.
청원에서 질풍을 몰라서
덮인 얼음 위로 전욱을 따라가도다.
130)서(舒) : 천천히. 병절(幷節) : 합절(合節). 절주에 맞추다. 치무(치騖) : 말을 내어 달리다.
131)탁절(逴絶) : 매우 아득한(멀다). 은(垠) : 끝에 이르다. 한문(寒門) : 북극의 산. 북문.
132)질(軼) : 지나다. 몰라가다. 신풍(迅風) : 질풍. 청원(淸源) : 바람이 모아져 있는 창고.
133)전욱(전頊) : 북방의 제. 여기서는 신. 증빙(增冰) : 겹친 얼음.
歷玄冥이邪徑兮,134] 乘間維이反顧. 135]
召黔嬴而見之兮,137] 爲余先乎平路.
현명을 따르다가 길을 잘못 드니
천지간에 오래 타고 가다가 되돌아보는 도다.
천상 조화신을 불러서 보이고
나를 위해 먼저 평평한 길로 인도하게 하는 도다.
134)현명(玄冥) : 전욱신을 지칭. 사경(邪徑) : 길을 바꾸다.
135)간유(間維) : 천지. 천에는 육간(상, 하, 사방)이 있고, 지에는 사유(네 모퉁이)가 있다 함. 반고(反顧) : 돌이켜 보다.
136)검영(黔嬴) : 천상 조화신. 혹은 수신. 평로(平路) : 길을 열다(나를 대신하여 앞서 길을 열게 하다).
經營四荒兮, 周流六漠137).
上至列缺兮138), 降望大壑139).
사방을 두루 돌아다니고
천지 사방을 두루 다녔도다.
위로는 하늘의 틈새에 다다라서
아래로 대해를 내려다보니,
下崢巆而無地兮, 上廖廓而無天.
視儵忽而無見兮, 聽惝怳而無聞.
超無爲이至淸兮, 與泰初而爲鄰.
아래는 깊어서 땅이 없고
위에는 넓어서 하늘이 없도다.
시야가 갑자기 보이지 않고
귀가 멍멍하고 슬퍼서 들리지 않도다.
초연히 하릴없이 청도에 이르러서
대기와 함께 이웃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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