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연암소설

①初期九傳; 放경閣外傳 自序(연암집 권8)

마장전,예덕선생전,민옹전,광문자전,양반전,김신선전,우상전

(역학대도전,봉산학자전 二篇은 焚失)

②中期二篇;(연암집 권11~15, 別集 熱河日記 수록)

호질(권12 關內程史),허생전(권14,玉匣夜話)

③後期一篇; 열녀함양박씨전(권1, 연상각선본)

 

󰡔放璚閣外傳󰡕 自序>(󰡔燕岩集󰡕 권8, 別集)

[注]①外傳;㉠對內傳而言 謂其文不主於解經也. ㉡凡人爲正史所不載 而別爲立傳. 或於正史外 別爲記載者 皆曰外傳.

【마장전】

友居倫季 벗이 五倫의 끝에 자리를 잡은 것은

[주D-001]오륜 …… 것 :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의 차례를 두고 한 말이다.

匪厥疎卑 결코 낮은 위치에 둔 것이 아니라

如土於行 마치 土가 五行 중에서 [끝에 있으나 실은]

寄王四時. 四時의 어느 것에 흙이 해당하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다.

 

[주D-002]마치 …… 같다네 : 오행설(五行說)에서는 봄에는 나무〔木〕의 기운이 왕성하고, 여름에는 불〔火〕의 기운이 왕성하고, 가을에는 쇠〔金〕의 기운이 왕성하고, 겨울에는 물〔水〕의 기운이 왕성한 것으로 본다. 흙〔土〕만 그에 해당하는 계절이 없는 셈인데,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각 계절 90일에서 18일씩을 덜어서 흙에 배당함으로써 오행에 맞추어 각 계절이 모두 72일씩으로 고루 안배될 수 있게 한 것을 가리킨다.

 

親義別敍 그러므로 아무리 父子가 친함이 있고, 君臣이 정의를 지니고,夫婦가 분별이 있고,長幼가 차례가 있다 하더라도

非信奚爲? 믿음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常若不常 윤상(倫常)이 상도(常道)에서 어긋나면

友迺正之 벗이 곧 바로잡으니[주D-003]상도(常道)가 …… 시정하나니 : 인의예지(仁義禮智)에다 신(信)을 보태어 오상(五常)이라 한다. 본래 신은 오행설의 유행에 따라 인의예지에 추가된 것이었다.

所以居後乃殿統. 뒤에 있더라도 실은 그 넷을 포괄한다.

斯三狂友 이제 송욱, 조탑타, 장덕홍 등의 세 狂士가

遁世流離 서로 벗을 삼아 속세에 몸을 뽑아내어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論厥讒諂저 참소하고 아첨함을 논평하여

若見鬚眉 [그들의 행동하는 꼴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하다.

[주D-004]그들의 …… 듯하네 : 《순자(荀子)》 해폐(解蔽)에, 인심(人心)을 대야의 물에 비유하면서, 대야의 물을 안정시켜 혼탁한 것들을 가라앉히면 “수염과 눈썹을 볼 수 있다〔足以見鬚眉〕”고 했다.

於是述馬駔. 이에 《마장전》을 쓴다.

 

【예덕선생전】

士累口腹 선비가 구복(口腹)으로써 몸을 더럽힌다면

百行餒潔 여러 가지 행실이 결핍될 것이며

鼎食鼎烹 큰 솥에 많은 음식을 쌓아 놓은 이는

[민추역: 호화롭게 살다가 비참하게 죽는다 해도]

[주D-005]호화롭게 …… 해도 : 정식(鼎食)은 솥들을 즐비하게 늘어놓고 식사하는 것을 뜻하고, 정팽(鼎烹)은 솥에 삶아 죽이는 형벌을 당하는 것을 뜻한다.

不誡饕餮 음식 탐하는 자를 경계하지 않을 법이다.*饕餮(도철):탐하다.

[민추역: 그 탐욕 고치지 못하거늘]

嚴自食糞 이제 엄항수는 스스로 똥을 날라서 먹을 것을 장만한다.

[주D-006]엄 행수(嚴行首)는 똥으로 먹고살았으니 : 박종채(朴宗采)의 《과정록(過庭錄)》에는 “엄 행수는 제힘으로 먹고살았으니〔嚴自食力〕”로 소개되어 있다.

迹穢口潔 그의 자취는 더러우나 그의 입은 정결하다.

於是述穢德先生.이에 《예덕선생전》을 쓴다.

 

【민옹전】

閔翁蝗人 민옹은 사람을 황충[곡식 축내는 벌레]으로 여겼고

學道猶龍 도(道)를 배워서 [그의 조화는] 龍과 같았다.

[민추역:노자(老子)의 도(道)를 배웠네]

[주D-007]노자(老子)의 도(道)를 배웠네 : 공자가 노자를 만나 보고 ‘용과 같다〔猶龍〕’고 감탄했다고 한다. 《史記 卷63 老子列傳》

託諷滑稽 골계(滑稽)에 취미를 붙여

翫世不恭 이 세상을 비웃었으며

書壁自憤 그는 해마다 바람벽에 글을 써서 스스로 분발하고

可警惰慵 게으름을 경계하였다.

於是述閔翁. 이에 《민옹전》을 쓴다.

 

【양반전】

士迺天爵 선비란 곧 천작(天爵)이었으며,

[주D-008]천작(天爵) : 인작(人爵)의 대립 개념으로, 천부적으로 존귀한 존재라는 뜻이다. 《孟子 告子上》

士心爲志 선비의 마음은 곧 志字가 되는 것이다.

[주D-009]선비의 …… 뜻이라네 : ‘지(志)’라는 글자의 구조를 ‘士’와 ‘心’의 결합으로 풀이한 것이다. 《설문해자(說文解字)》의 풀이는 이와 다르다.

其志如何 그러면 그 지(志)란 무엇인가?

非謨勢利 첫째 권세와 이익을 꾀하지 말 것이니,[

達不離士 선비는 몸이 비록] 현달하더라도 선비에서 떠나지 않고,

窮不失士 몸이 비록 곤궁하더라도 선비의 본분을 잃지 않는다.

不飭名節 [지금 소위 선비들은] 名節을 닦기에는 힘쓰지 않고

徒貨門地 부질없이 문벌(門閥)만을 기화(奇貨)로 여겨

酤鬻世德 그의 세덕(世德)을 팔고 사게 되니,

商賈何異? 저 장사치와 무엇이 다른가?

於是述兩班. 이에 《양반전》을 쓴다.

 

【김신선전】

弘基大隱 김홍기는 당세의 大隱이다.

[주D-010]대은(大隱) : 은자에도 대은(大隱), 중은(中隱), 소은(小隱)의 등급이 있다. 산중에 숨어 사는 은자가 소은이라면, 진정으로 위대한 은자인 대은은 하층 민중이나 다름없이 시중에서 산다.

迺隱於遊 그는 도시나 名山의 놀음에 은둔했고,[

淸濁無失 그의 처세는] 淸과 濁에 그르침이 없어서

不忮不求 남을 헐뜯지도 않고 남에게 아무런 요구도 없었다.

[주D-011]남을 …… 않았네 : 《시경(詩經)》 패풍(邶風) 웅치(雄雉)에 나오는 구절이다.

於是述金神仙. 이에 《김신선전》을 쓴다.

 

【광문자전】

廣文窮丐 광문은 곤궁하여 밥을 빌었다.

聲聞過情 명성이 실정보다 지나치나

[주D-012]명성이 실정보다 지나쳤네 : 《맹자》 이루 하(離婁下)에서, “명성이 실정보다 지나침을 군자는 부끄러워한다〔聲聞過情 君子恥之〕”고 했다.

非好名者 이름을 좋아하는 자는 아니었다.

猶不免刑 오히려 [그는 그를 몰라주는 야비한 비렁뱅이 아이들은] 그를 죽이려 했다.

矧復盜竊 하물며 또다시 도적이 되어

要仮以爭 거짓말을 두고 다투었으랴!

於是述廣文.이에 《광문전》을 쓴다.

 

【우상전】

孌彼虞裳 아리따운 저 우상은

力古文章고문(古文) 짓기에 힘썼다.

禮失求野 고례(古禮)를 상고할 곳이 없으면 오로지 野人에게 구하여서

[주D-013]서울에서 …… 구한다더니 : 《한서(漢書)》 권30 예문지(藝文志) 10에 공자(孔子)가 한 말로 소개되어 있다. 《연암집》 권3 자소집서(自笑集序)에서도 이 말을 인용하면서, 양반 사대부들의 글에서 사라진 고문사(古文辭)를 역관(譯官)들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개탄하였다.

亨短流長 단점을 형통케 하고 장점을 유지시킨다.

於是述虞裳. 이에 《우상전》을 쓴다.

 

【역학대도전】

世降衰季 세상이 쇠퇴한 말기로 오면

崇飾虛僞 허위를 숭상하고 꾸민다.

詩發含珠 시경에서는 죽은 이의 입에 문 구슬을 꺼집어 내고②,

②南華經 권9.雜篇 外物26. 詩固有之曰 靑春之麥 生於陵陂. 生不布施 死何含珠爲. 接其鬢 壓其頻 儒以金椎控其頣 徐別其頰 無傷口中珠.

[주D-014]시를 …… 도굴하는 : 《장자(莊子)》 외물(外物)에, 《시경》의 시를 읊조리면서 무덤을 도굴하여 죽은 사람의 입에 물려진 구슬을 훔치는 타락한 유자(儒者)의 이야기가 나온다.

愿賊亂紫 시골에서 근후한체 하는 것은 덕을 해치고, 정나라 음악이 아악을 어지럽히고 間色이 正色을 빼앗으며[惡貨가 良貨를 驅逐하고],

③愿賊,論語 陽貨13. 子曰 鄕原 德之賊也.原=愿(성실할 원)[시골에서 근후한 체하는 것은 덕을 해치는 것이다.]

④亂紫,論語 陽貨18. 子曰 惡紫之奪朱也 惡鄭聲之亂雅樂也 惡利口之覆邦家者.[자색이 주색을 빼앗는 것을 미워하며, 정나라 음악이 아악을 어지럽히는 것을 미워하며, 말재주를 피어 나라를 전복하는 것을 미워한다.

[주D-015]위선자요 사이비 군자라네 : 《논어》 양화(陽貨)에서 공자는 “향원(鄕愿)은 덕을 어지럽히는 도적이다.〔鄕愿 德之賊也〕”라고 했으며, 또한 “자줏빛이 붉은빛을 어지럽히는 것을 미워한다.〔惡紫之奪朱也〕”고 했다.

逕捷終南 종남산에 들어가 벼슬의 첩경으로 삼음은⑤

⑤당서 列傳48. 盧藏用 노장용이 출세의 야욕을 품고 서울 가까운 종남산에 들어가 숨어서 仕路를 노리다가 司馬 承 禎으로부터 「南山은 仕宦의 捷徑이다.」라는 기롱을 받다.

[주D-016]은자인 …… 짓을 : 당 나라 노장용(盧藏用)이 수도 장안(長安)의 종남산에 은거함으로써 고사(高士)라는 명성을 얻어 도리어 재빠르게 출세한 것을 풍자한 말이다.

從古以醜 예로부터 추악하게 여겼다.

於是述力學大盜. 이에 《역학대도전》을 쓴다. [주D-017]역학대도전(易學大盜傳) : 학문을 팔아먹는 큰 도적에 관한 전기(傳記)라는 뜻이다.

 

【봉산학자전】

入孝出悌 집에서 효도하고 밖에서 우애하면

未學謂學 정식으로 가르침을 받지 아니하였더라도 배웠다고 말한다.

[주D-018]집에서 …… 하리니 : 《논어》 학이(學而)에서 공자는 “자제들은 집에서 효도하고 밖에서 공손해야 한다.〔弟子入則孝 出則悌〕”고 했으며, 자하(子夏)는 “어진 이를 좋아하여 호색하는 마음을 바꾸며 …… 벗과 사귈 때 말이 믿음직하면, 비록 배우지 못했다 할지라도 나는 반드시 그를 배운 사람이라 하겠다.〔賢賢易色 …… 與朋友交 言而有信 雖曰未學 吾必謂之學矣〕”고 했다.

斯言雖過 이 말이 비록 지나칠지라도

可警僞德 거짓 덕을 지닌 이에겐 경계가 될 만하다.

明宣不讀 공명선은 독서하지 아니하였으나

三年善學 3년만에 잘 배웠고⑥

⑥公明宣:曾參(B.C.505-?)의 제자.《說苑》권20. 反質 3년간 자기 문하에 있으면서 글을 배우지 않는 공명선에게 증삼이 그 까닭을 물었다. 공명선이 답했다.

◇安敢不學 宣見夫子居宮庭 親在 叱咤之聲 未嘗至於犬馬.

◇宣見夫子之應賓客 恭儉而不懈情.

◇宣見夫子之應朝廷 嚴臨下 而不毁傷 宣說之 學而未能 宣說之此三者 學而未能 宣安敢不學 而居夫子之門乎. 曾參避席 謝之曰 參不及宣 其學也已.

[주D-019]공명선(公明宣)은 …… 배웠으며 : 공명선은 증자(曾子)의 제자로, 그의 문하에서 삼 년이나 있으면서도 글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에 그 까닭을 묻자, 공명선은 스승인 증자의 모범적인 행동을 보고 따라 배우고자 노력했을 뿐이라고 답했으므로, 증자가 감복(感服)했다고 한다. 《說苑 反質》

農夫耕野 농부가 들에서 밭갈이할지라도

賓妻相揖 아내를 손님처럼 여겨 서로 절하니

目不知書 눈으로 글자를 모르더라도

可謂眞學 진짜 배운이라고 말할 수 있다.

於是述鳳山學者. 이에 《봉산학자전》을 쓴다. [주D-020]봉산학자전(鳳山學者傳) : 이덕무(李德懋)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권50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의하면, 황해도 봉산에 사는 어느 무식한 농민이 한글밖에 모르지만 《소학언해(小學諺解)》를 읽고 그의 모든 언행을 이에 준해 실천했다고 한다. 외출하거나 귀가할 때 반드시 서로 절하기로 아내와 약속하고, 부부가 같이 날마다 《소학언해》를 읽었으므로, 그 고을의 이웃 사람들로부터 조롱을 받았으나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봉산학자전은 이 사실을 소재로 한 전기인 듯하다.

*初期九傳 중 遺失二篇:역학대도전, 봉산학자전.

역학대도전(易學大盜傳)

봉산학자전(鳳山學者傳)


유실됨

외숙

지계공(芝溪公)

의 말씀을 듣건대, “역학대도전은 당시에 선비로서의 명성을 빌려 권세와 이권을 몰래 사들여 기세등등한 자가 있어서 부군(府君)이 이 글을 지어 기롱한 것인데, 대개

노소(老蘇)

의 변간론(辨姦論)과 같은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나중에 그 사람이 패가망신 당하자, 부군이 마침내 이 글을 불살라 버렸으니, 대개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으로 자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상편 우상전에 결락이 있고 하편들이 유실된 것은 권질(卷帙)상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함께 없어진 것이다.” 하였다.
아들

종간(宗侃)

이 삼가 쓰다.

[주D-001]지계공(芝溪公) :

연암의 처남인 이재성(李在誠)이다. 호를 지계(芝溪)라 하였다.


[주D-002]노소(老蘇) :

소식(蘇軾)의 아버지인 소순(蘇洵)을 가리킨다. 소순은 변간론(辨姦論)을 지어 왕안석(王安石)을 혹독하게 비판하였다.


[주D-003]종간(宗侃) :

연암의 아들 박종채(朴宗采)의 초명(初名)이다. 그의 형 박종의(朴宗儀)는 백부 박희원(朴喜源)의 양자가 되었다.

이상 아홉 편의 전은 다 아버님이 약관 시절에 지은 것으로서, 집에 장본(藏本)이 없어 매번 남들에게서 얻어 왔다. 예전에 아버님께서 이들 작품을 없애 버리라고 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이것은 내가 젊었을 적에 작가에 뜻을 두어 작문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 지은 것인데, 지금까지도 더러 이 작품들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몹시 부끄러운 일이다.”하셨다. 불초한 우리 형제가 비록 아버님의 명을 받들고는 싶지만, 사람들이 전파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지난번에 이러한 일로 외숙 지계공께 상의를 드렸더니, 공이 말씀하시기를, “선공(先公)이 지은 논설 중에는 전아(典雅)하고 장중(莊重)한 것이 많다. 반면에 이 작품들은 사실 저술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으니 있건 없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더구나 젊었을 때의 작품이니만큼 더욱 그렇다. 게다가 예로부터 문장가들에게는 이와 같이 유희 삼아 지어 보는 작품이 없지 않았으니, 반드시 폐기할 것까지는 없다. 다만 양반전 한 편은 속된 말이 많아서 조그마한 흠이 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실로

왕포(王褒)의 동약(僮約)

을 모방하여서 지은 것이니만큼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하였으므로, 불초한 우리 형제가 감히 함부로 취사(取舍)를 할 수 없어, 별집(別集)의 말미에 붙여 둔다.
아들 종간이 삼가 쓰다.
[주D-004]왕포(王褒)의 동약(僮約) : 노비 계약을 다룬 글로서 그 내용은, 왕포가 양혜(楊惠)라는 과부의 집에 들렀다가 오만하게 술심부름을 거부하는 양혜의 노비 편료(便了)를 샀는데, 그 노비문서에서 노비가 해야 할 수많은 일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어겼을 때의 처벌 조항까지도 세세하게 밝혀 놓음으로써 편료를 길들인다는 이야기이다. 왕포는 전한(前漢) 시대의 인물로 사부(辭賦)에 능했다. 《古文苑 卷17 僮約》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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