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마 시내 관광지인 원형경기장 콜로세움 입구 정문.

중앙사진의 외부 자국은 2차세계대전시의 총탄 자국./ 아래는 콜로세움 내부[펌]

[주]중학 동기의 “제대로 못배웠”다는 발언에 충격을 받아 써 보았습니다.
아래 꼬리글이 못 미더워 조금 길게 썼습니다.

"제대로 못배웠"다는 것은 자조적 표현입니다. 남에게도 유쾌한 말은 아니지만
자신에게도 득될 게 없지요. 배움은 공공교육기관에서만 주는 것도 아니고 또
그곳에서 개인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지요. 필요에 의해서
개인이 습득한다는 말이 올바른 표현이 되겠군요. 인생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큰 깨달음은 개인 각자의 몫입니다.

석가모니는 설산에서, 예수는 광야에서 독각(獨覺)했잖아요.

단언컨대, 인생을 제대로 가르쳐 주는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결국 인생은 아무도 가르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동기님의 표현에 충격을 받아

'학문의 바다'라는 글을 올립니다. 모조록 이글이 판단의 오류를 수정하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합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지식의 습득도 삶의 일환으로 이와 마찬가지인데, 필요하면 공부하게 됩니다.
그래서 진부한 얘기지만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했나요?
대학생활의 첫 관문으로 오리엔테이션이라는 게 있는데, 나는 촌놈이어서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따랐습니다. 도회의 아이들은 그 시간에 극장이나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나는 소수의 아이들과 중강당 청중석에 앉아 있었지요.

그날 첫 연사는 불교학자 홍정식 교수로 기억합니다.
그는 학해(學海)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배움의 바다, 지식의 바다, 학문의 바다는 넓고 넓어서 한 개인이 기여하는 활동이란
항하사(恒河沙) 모래밭에서 조약돌 하나를 찾아 학문의 세계로 옮기는 작업이라 했습니다.
내가 과장해서 보충해 보면 수미산 같은 탑이 학문의 세계라면 학자 개인의 역할이란
그 탑에 벽돌 한 장 얹는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 뭐 그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요즘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국무위원 후보지명자의 논문 말인데요.
논문은 독창성과 참신성을 요구하는데 어떤 종교의 경전에도 있잖아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공자님도 논어에서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 했는데,
그 의미는, 내가 한 말들은 기존의 가치 있는 진술들을 부연한 것이지 내가 독창적으로

창조한 것은 없다, 뭐 그런 말씀입니다. 그렇다고 비난받는 후보지명자를 옹호할 의도로

한 말은 아님을 밝힙니다.

학생들에게 힘 안 들이고 논문 작성법은 설명하지만, 실제로 논문의 참신성과 독창성을

확보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요즈음은 도토리 키재기의

논문들을 게재된 학술지의 등급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거던요. 미국식 논문평가법을

받아들여 계량화하는거죠.

실험 결과를 정리한 자연과학 논문이야 시비가 명료하겠지만, 철학 부근의 인문과학쪽

사람들은 자신의 정신활동의 결과물을 저울 위에 얹어 놓고 질량의 계산과 평가를

기다리는 수모를 당하고 삽니다. 논문의 질량은 그 글을 쓴 본인자신이 가장 잘 알 텐데

말이죠. 뭐, 객관화시켜야 한다나요?

불교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음을 표현할 때 ‘항하사 [恒河沙]’라 합니다.
항하의 모래라는 뜻이지요. 이를 항하사수(恒河沙數)라고도 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알아야 할 지식도 많고 대인관계에서 지켜야 할 덕목도 많지만

그런 걸 충족시키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그런 것들이 황하사수처럼 많아서 성인군자가

아니면 그런 걸 실천하는 인격체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공공 교육기관에서 가르치는 것은

어떤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체계적 지식을 전달 학습하는 행위에 그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인격에 대해서는 말뿐이지 실제로 가르치고 평가하는 곳은 없다고 봅니다.

항하(恒河)는 인도의 갠지스강을 말하지요.

‘항하는 복덕이 있는 강으로 이곳에 몸을 씻게 되면 죄와 허물이 모두 없어진다’라고
기록하였습니다. 이런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항하는 물론 항하사도 신성시하게 되었습니다.
인도인들의 장례풍속을 보면 황하 백사장에서 장작불에 화장하고 그 유해를 항하에 뿌리는
것을 사진에서 보게 됩니다. 위생적으로는 불결하겠지만 그 물에 몸도 씻고, 그 물을 아무
거리낌없이 마시기도 하잖아요. 그야말로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를 실천하는 분들이죠.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리하여 블랙홀 이론의 근거를 제공한 A.아인슈타인이나 ‘블랙홀은 검은
것이 아니라 빛보다 빠른 속도의 입자를 방출하며 뜨거운 물체처럼 빛을 발한다’는 학설을
내놓았으며, ‘특이점 정리’ ‘블랙홀 증발’ ‘양자우주론’ 등 현대물리학에 3개의 혁명적
이론을 제시하였고, ‘양자중력론’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영국의 우주물리학자 호킹
[Stephen William Hawking, 1942.1.8~] 박사 같은 분들이야 벽돌몇백 장 도 더 쌓은 공적이
있으시겠지만, 사실 나는 벽돌 반의 반 장도 버거움을 고백합니다. 그때는 설마, 하고 그 말을
비웃었는데 말입니다.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마지막 연이 생각나네요.

(전략)

바람이 분다, 나도 한 번 살아봐야겠다.
대기는 내 책을 펼쳤다가 다시 닫고,
포말로부서진 파도는 바위에 부딪쳐 용솟음치고
날아가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아!
부숴라 파도여, 부숴 버려라 네 희열의 물살로
삼각돛배들 모이 쪼던 저 고요한 지붕을!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전문의 원문과 번역을 소개한 사이트입니다

http://blog.naver.com/gene_kim?Redirect=Log&logNo=120013296811


아래 창에 이소라의 노래 ‘바람이 분다’가 있네요.
http://blog.naver.com/wisophia?Redirect=Log&logNo=80043829271

아래 창에는 베이컨의 유명한 학문론이 있네요.

http://blog.paran.com/perfume1/2531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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