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중국 항주 송성가무단의 가무

주례사의 변(辨)

학교에 근무하다 보니 제자들로부터 가끔 주례를 부탁받을 때가 있다. 실제
로 매우 번거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내게 손해만 나는 일은 아니다. 나의 도움
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은 내가 이웃들로부터 받은 은혜
를 갚을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자신으로서도 주
례사를 통하여 결혼과 가정의 의미를 잠시나마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인생관이라는 게 요즈음의 주식시장처럼 변동성이 큰 것도 아니고, 그때마다
새로 주례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무리여서 아예 주례사의 샘플을 만들어 놓고
인적인 사항만 고쳐가며 주례에 임한 것을 고백한다.

최근 고등학교 동창 아이의 주례를 부탁받고 그 샘플을 다소 변경하였다.
어떤 가정이 바람직한 가정인지, 또한 가치 있는 가정인지 고민을 담아 보았
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부는 분자로서 화학적으로 결합해야 결혼의 의미가 증폭된
다는 것이고, 일차적으로 결혼의 의미는 자녀 출산임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주부의 지위 상승으로 조선시대의 남녀차별이 역차별 현상을 보이고,
모계중심의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현실에서 신랑 신부는 시댁과 처가 사람들
을 평등하게 공경해야 한다는 것도 적시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직
업은 전업주부라는 나의 주장에, 12일 간의 여행길에 만난 또래의 여인이 반
발했다. 그녀는 실례를 들라고 대들었다. 나는 주저 없이 서울 근교에 날로
넘쳐나는 음식점과 찻집을 예로 들었다. 그 이용객 중에 남자들끼리 모여 있
는 집은 본 적이 없고 대부분 계모임에서 온 여인들이라는 나의 답변을 듣고
나서야 그 여인은 금방 수긍했다.

단언하건대, 인생에 정답은 없다.
다음회의 글이 주례를 부탁받는 동기분들에게 다소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한
다.

문중 13회 홈페이지에서 ‘덜탄 연탄’을 읽어보라며 ‘아기’와의 관계설정
에 앞서가며 고민하는 친구에게 조언한다.
아이가 고민하지 않는 문제에 미리 화두를 던지고 정답까지 제시하는 것은 양
육이 아니라 사육이다. 성장은 필요와 자력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효과적이
다. 부모의 역할은 방치하는 건 곤란하지만 방목으로 주위를 보살펴주는 정도
에 그치는 건 어떨까? 늑대의 출현으로부터 피해를 막아주는 것 말일세.
아이의 인생은 그 아이의 것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결과가 다소 나쁘더라도 젊은이 두 사람이 상의하여 결정하
는 것이 낫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통하여 그들은 인생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 다음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 그들은 누구에게 조언을 구할 것인가?
그리고 형편이 허락하면 재테크 차원에서라도 30평대의 아파트를 선물하시게.
글 좀 실으라고 악을 쓰는 운영자님께 미안함의 표시로 싣는 글임을 밝힙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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