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토종 삽살개. 도봉산 심원사에서.
귀신을 쫓는다고 해서 예전에는 농촌에서 많이들 키웠답니다.
머리털이 눈을 가려 상대방은 자기를 못보지만 삽살개는
상대방의 급소를 공격할 수 있어 귀신도 도망가나 봅니다.

[주]글을 수정하다 지워져서 다시 올립니다. 미안합니다.

<개에 대한 단상(斷想)>

인간들은 욕할 때 개를 끌어오지만
개가 볼 때는 인간들이 우낍니다.
개는 순진무구하여 아무데서나 하지만
인간들은 아무때나 하잖아요.
개들은 숭고한 의무인 종족보존을 위해서만 행위하지
발정기 외에는 절대로 관계를 갖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갖가지 악랄한 방법으로 성을 상풍화하여
먹고 사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틈새시장을 활용해 돈벌어 먹는 인간들이 비뇨기과 의사구요
비뇨기과 광고를 보면 거시기 갖고 별난 수술을 다 하두만요.
게다가 수컷들 중에는 강제로 상대를 해(害)치기도 하잖아요.
몹쓸 인간들!

수캐는 암캐가 꼬리를 내리고 있으면
더 이상 행동을 진행하지 않고
코를 킁킁거리며 주위를 맴돌다 가버립니다.
의사만 타진하고 여의치 않으면 돌아서 버리는 게
신사 중의 신사지요.
더 이상 집적대거나 짝사랑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상사병에 걸려 병원에 실려 오는 개들은 없습니다.
인격이 없으니 개격존중이라고나 할까요?
개들한테 좀 배우거라,
아무데서나 시도 때도 없이
껄떡대는 인간들아!

또 여자의 정조와 관련하여 개를 끌어오기도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인간들의 편견입니다.
어릴 적, 집에서 쭈욱 개를 키웠는데
그중에는 가출한 놈도 있었고.
옆집 측간에서 똥파먹다 빠져 죽은 놈도 있었습니다만
가족들 몸보신에 희생한 개가 가장 많았습니다.

발정기가 끝나면 동네 수캐들은 몽땅
연못에 빠져죽었는지 얼씬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개들은 하늘의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곧 종족보존의 본능에만 충실할 따름이지요.

그런데, 가만히 관찰해 보면
발정기의 똥개도 발정주기가 끝날 때까지는
자기가 선택한 수캐 한 마리만 상대하고
다른 수컷들이 떼거지로 몰려와도
절대로 꼬리를 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춘향이가 따로 없다 카이.

가리늦게 더 힘센 놈이 나타나도
그 발정주기에는 상대를 바꾸지 않습니다.
믿어주세요. 진짭니다.
그러니 제발, 아무데나 개들 함부로 끌여들여 욕하지 마세요.
개들 화나면 정말 무섭습니다.
아예 미쳐버리니까요.

이제 봄이 오면
광견병 예방주사부터 맞치잖아요?

내가 개들이 미치는 이유를 잠시 생각해 보았는데
사계 중 한국의 겨울은 회색빛이어서 황량 삭막하다가
붉은 꽃, 노랑꽃이 피고
녹색 이파리가 돋고
---흑백화면이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로 바뀌는 거라예---
버들가지에서는 겨울에 울던 까막까치와는
전혀 다른 갖가지 목소리의 새들도 와서 울지요.
변화된 환경에 적응을 못해
그저 좋기만 해서 속으로 웃다가 미쳐버리는기라요.
---믿거나 말거나--

내가 언제나 새봄을 맞으면 학생들에게 즐겨하는 말은 아래의 경구입니다.
봄이 와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면
개의 지능과 감수성만도 못한 두뇌의 소지자라 생각합니다.
동기님들 모두 약동하는 새봄의 환희를 만끽하자구요.


코멘트는 김병옥님의 아래 글에 대한 꼬리글입니다.

http://www.munjung13.com/board/read.php?table=m13sarang&no=2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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