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b29]

「昔者菩薩 身為鹿王,

厥體高大,身毛五色,

蹄角奇雅,眾鹿伏從 數千為群。

예전에 보살의 몸이 사슴의 왕이 되었는데,

그 몸이 키가 크고 컸으며, 몸에 털이 오색이었으며,

굽과 뿔이 기묘하고 아름다워 뭇 사슴이 복종하니

수천의 무리가 되었다.

國王出獵,群鹿分散,

投巖墮坑,盪樹貫棘,

摧破死傷 所殺不少。

국왕이 사냥을 나가니 뭇 사슴이 분산하여

바위에서 떨어지고 구렁에 빠지며,

나무에 부딪치고 가시에 찔리며,

부러지고 깨어지고 죽고 상하고 하며

죽은 것이 적지 않았다.

鹿王覩之,哽噎曰:

사슴의 왕이 보고 목메어 말하였다.

『吾為眾長,宜當明慮 擇地而遊,

苟為美草 而翔於斯,

凋殘群小,罪在我也。』

"내가 무리의 장(長)이 되어 가지고,

의당 밝게 생각하여 땅을 택하여서 놀아야 했거늘

다만 좋은 풀만을 위하여서 여기에 머뭇거려

여러 어린 것들을 죽게 하였으니 죄는 내게 있다."

徑自入國,國人覩之,僉曰:

『吾王有至仁之德,神鹿來翔。』

그리고는 곧바로 스스로 나라에 들어가니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고 말하였다.

"우리 임금님이 지극히 어지신 덕이 있으셔서

신록(神鹿)이 조회하러 온 것이다."

以為國瑞,莫敢干之。

乃到殿前,跪而云曰:

곧 나라의 상서로 여겨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다.

드디어 정전 앞에 이르러서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小畜貪生,寄命國界。

卒逢獵者,蟲類奔迸,

或生相失,或死狼籍。

"보잘것없는 축생이 삶을 탐하여서

나라의 지경에 목숨을 의탁하였다가

졸지에 사냥꾼을 만나 벌레 같은 것들이 달아나다가

혹 살아도 서로 잃어버리고, 혹은 주검이 낭자(狼藉)합니다.

天仁愛物,實為可哀。

願自相選,日供太官,

乞知其數,不敢欺王。』

하늘 같은 어지심으로 만물을 사랑하시는데

실로 가련한 일이옵니다.

원컨대 스스로 서로 골라서

날마다 태관(太官)에게 바치겠사오니

그 수를 알려 주옵소서.

감히 임금님을 속이지 않겠습니다."

王甚奇曰:

『太官所用 日不過一,

不知汝等傷死甚多。

若實如云,吾誓不獵。』

왕이 매우 기특하게 여기면서 말하였다.

"태관이 쓰는 것은 하루 하나에 불과한 것인데,

너희들의 사상(死傷)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만약 실지로 그렇다면 내가 맹세코 사냥을 아니하리라."

[0012c13]

「鹿王退還,悉命群鹿,

具以斯意 示其禍福。

群鹿伏聽,自相差次。

사슴의 왕이 돌아와서 여러 사슴에게

이 뜻을 말하고 그 화와 복을 설명하니,

뭇 사슴들이 엎드려서 듣고

스스로 서로 차례를 매겨 먼저 갈 자를 정하였다.

應先行者 每當就死,過辭其王,

王為泣涕,誨喻之曰:

매양 죽음에 나아감을 당하여

그 왕에게 하직하러 가면,

왕이 울면서 회유(誨諭)하였다.

『覩世皆死,孰有免之?

尋路念佛,仁教慈心,

向彼人王 慎無怨矣!』

"무릇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다 죽으니,

누가 그것을 면할 수 있으랴.

길을 갈 때에 부처님을 생각하며

어지신 가르침을 지켜서 인자한 마음으로

저 사람의 왕을 향하여서 삼가 원망함이 없이 하라."

日日若茲。中有應行者而身重胎,曰:

날마다 이와 같이 하였는데,

그 가운데 마땅히 가야 할 사슴이 잉태하여

몸이 무거운 것이 있어서 애원하였다.

『死不敢避,乞須娩娠。』

"죽음을 감히 피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산하도록만 기다려 주십시오"

更取其次,欲以代之。

其次頓首泣涕而曰:

다시 그 다음을 취하여 대신하려 하였다.

그 다음 차례가 머리를 조아리고 울면서 말하였다.

『必當就死。尚有一日一夜之生、

斯須之命,時至不恨。』

"마땅히 죽음에 나아가야 할 일이오나,

아직 하루 낮 하루 밤의 목숨이 있사오니

때가 이르러서 죽는 것이라면 한스럽지 않겠습니다."

[0012c21]

「鹿王不忍枉其生命,

明日遁眾,身詣太官。

사슴 왕이 차마 그 생명을 죽게 할 수 없어서

다음날 무리 속에서 빠져나와 자신이 태관에게로 갔다.

廚人識之,即以上聞。

王問其故,辭答如上。

王愴然為之流淚曰:

요리사가 사슴 왕을 알아보고 곧 위에 알리니,

왕이 그 까닭을 물으매 위와 같은 사실을 대답하였다.

왕이 창연(愴然)히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豈有畜獸懷天地之仁

殺身濟眾,履古人弘慈之行哉!

"어찌 짐승으로서 천지의 어짊을 품어

몸을 죽여서 무리를 건지는

옛 사람의 넓은 자비의 행을 밟는단 말이냐.

吾為人君,日殺眾生之命,肥澤己體。

吾好兇虐,尚犲狼之行乎?

獸為斯仁,有奉天之德矣。』

내가 사람의 임금이 되어 가지고

날마다 중생의 목숨을 죽여서

내 몸을 살찌게 하였으니,

나는 흉학(兇虐)함을 좋아하였고

승냥이와 이리의 짓을 숭상하였구나.

짐승인데도 저러한 어진 일을 하여

하늘을 받드는 높은 덕이 있구나."

王遣鹿去還其本居,勅一國界:

『若有犯鹿者 與人同罰。』

왕이 사슴을 제 처소로 돌려보내고

온 나라에 칙명을 내렸다.

"만약 사슴을 침해하는 자가 있으면

사람을 침해한 것과 같이 벌하리라."

[0012c29]

「自斯之後,

王及群寮率化,黎民遵仁不殺,

潤逮草木,國遂太平。

菩薩世世 危命濟物,

功成德隆,遂為尊雄。」

이런 일이 있은 뒤로부터

왕 및 여러 관료들이 교화를 따르고

백성들이 인(仁)을 지켜 죽이지 않으니

윤택이 초목에까지 미치고 나라가 드디어 태평하였다.

보살이 세세(世世)에 목숨을 위태롭게 하여 중생을 건지니

공은 이루어지고 덕이 높아져서

드디어 높은 어른[尊雄]이 되었다.

[0013a02]

佛告諸比丘: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時鹿王者,是吾身也。國王者,舍利弗是。

"그 때 사슴의 왕은 나였고,

국왕은 사리불이었느니라."

菩薩慈惠度無極 行布施如是。」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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