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6산석(山石)-한유(韓愈;768-824)

산의 돌

 

山石犖確行徑微(산석락확항경미), 산의 돌은 험하고 가는 길은 좁은데

黃昏到寺蝙蝠飛(황혼도사편복비). 황혼에 절에 이르니 박쥐들만 날아다니네

升堂坐階新雨足(승당좌계신우족), 법당에 올라 섬돌에 앉으니 단비가 듬뿍 내려

芭蕉葉大梔子肥(파초섭대치자비). 파초 잎은 커지고 치자는 두터워졌네

僧言古壁佛畫好(승언고벽불화호), 오래된 벽의 불화가 좋다고 스님이 말하기에

以火來照所見稀(이화내조소견희). 등불 들고 와 비춰보니 드물게 보는 것이네

鋪床拂席置羹飯(포상불석치갱반), 방석 털고 식탁보 깔고 국과 밥을 차리니

疏糲亦足飽我飢(소려역족포아기). 거친 현미밥 넉넉하여 주린 배를 채웠네

夜深靜臥百虫絶(야심정와백충절), 밤 깊어 조용히 자리에 드니 벌레소리 안 들리고

淸月出嶺光入扉(청월출령광입비). 밝은 달 고개 위에 솟아 사립문에 비춰든다

天明獨去無道路(천명독거무도노), 새벽 일찍 혼자 떠나니 길을 찾지 못하여

出入高下窮煙霏(출입고하궁연비). 높고 낮은 언덕길 오르내리다가 안개에 길이 막히네

山紅澗碧紛爛漫(산홍간벽분난만), 햇빛에 만물이 난만히 드러나니 산은 붉고 물은 푸른데

時見松櫪皆十圍(시견송력개십위). 때때로 보이는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열 아름이나 되네

當流赤足蹋澗石(당류적족답간석), 맨발을 흐르는 물에 담구고 개울돌을 밟으니

水聲激激風吹衣(수성격격풍취의). 물소리는 콸콸, 옷은 바람에 나부낀다

人生如此自可樂(인생여차자가낙), 인생이 이만하면 즐길 만하니

豈必局束爲人鞿(개필국속위인기)! 어찌 반드시 속박되어 남의 굴레에 얽매일까

嗟哉吾黨二三子(차재오당이삼자), 애닲구나! 우리 친구들이여

安得至老不更歸(안득지노부갱귀)! 어찌 다 늙도록 물러나지 못 하는가!

 

[안병렬 역] 

066 한유(韓愈;768-824)

山石

 

산의 돌은 울퉁불퉁

가는 길은 좁은데

황혼에 절에 오니

박쥐들이 날아다닌다.

 

법당에 올라 섬돌에 앉으니

때마침 단비 흡족하여

파초잎은 커지고

치자는 살이 쪘다.

 

스님 말씀으로

옛벽에 불화가 좋다기에

불켜서 비춰보니

드물게 본 바라.

 

지 털고 자리 깔아

국과 밥을 차렸는데

소박한 반찬에 담백한 밥으로

넉넉히 주린 배를 채웠다.

 

밤 깊어 조용히 누우니

벌레 소리 끊긴 속에

맑은 달빛 산 위에서

사립문에 들어온다.

 

새벽 일직 혼자 나가니

길 찾지 못하고

들고 나고 오르고 내리고

끝내 안개 속에 막히었구나.

 

이윽고 햇빛에 만물이 드러나니

산은 붉고 개울은 푸르고

때때로 보이는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모두 다 열 아름도 넘을 듯.

 

맨발을 물에 담가

개울돌 밟으니

물소리 콸콸

바람에 옷깃이 나부낀다.

 

인생이 이만하면

즐길 만하거니

뭣땜시 움츠리고

남의 굴레 매일거냐?

 

애닲다 우리 동료

친구들이여,

어찌하여 늙기까지

은퇴할 줄 모르는고?

065석어호상취가병서(石魚湖上醉歌幷序)-원결(元結;723-772)

석어 호수가에서 취하여 노래하다

 

石魚湖(석어호) : 성어호는

似洞庭(사동정) : 동정호와 같아라

夏水欲滿君山靑(하수욕만군산청) : 여름에는 호수에 물이 가득 차려하고 군산은 푸르다

山爲樽(산위준) : 산을 술단지로 삼고

水爲沼(수위소) : 물을 술못으로 삼아

酒徒歷歷坐洲島(주도력력좌주도) : 술꾼들은 분명히 섬에 앉아있으리

長風連日作大浪(장풍련일작대낭) : 긴 바람 몇 날을 계속하여 큰 물결 일으켜도

不能廢人運酒舫(부능폐인운주방) : 폐인이 술 실은 배를 옮기는 것 막지 못하였네

我持長瓢坐巴丘(아지장표좌파구) : 나는 큰 바가지 들고 파구에 앉아

酌飮四座以散愁(작음사좌이산수) : 사방에서 술 따라 마시며 근심을 날려버렸네

 

[안병렬 역] 

065 원결(元結;723-772)

석상 호수가에서 취하여 노래하다(를 아우르다)

 

[생략]

 

석어호는

동정호와 흡사하다.

여름물은 불어나고

군산은 푸르럿다.

 

산으로 술잔 삼고

물로 술을 삼아

술꾼들은 분명

호수 섬에 앉았구나.

 

거센 바람 여러 날에

풍랑 일으켜도

술실은 작은 배

막지는 못하였네.

 

큰 바가지 들고

파구에 앉아

사방에 술을 주어

근심을 날려버렸네.

064관공손대낭제자무검기항병서(觀公孫大娘弟子舞劍器行幷序)-두보(杜甫;712-770)

공손대낭의 제자가 검기무 추는 것을 보고

 

昔有佳人公孫氏(석유가인공손씨),옛날 가인이 있었는데 공손씨라네

一舞劍器動四方(일무검기동사방).검기 춤 한번 추면 사방이 동요하네

觀者如山色沮喪(관자여산색저상),산처럼 모여든 구경꾼 얼굴색을 잃고

天地爲之久低昂(천지위지구저앙).천지는 이 때문에 오랫동안 오르내리네

㸌如羿射九日落(곽여예사구일낙),번쩍이기는 예가 한번 쏘아 아홉 해를 떨어뜨리듯

矯如群帝驂龍翔(교여군제참룡상).되돌려 바로잡기는 뭇 신선이 말을 타고 날아가듯 하네

來如雷霆收震怒(내여뇌정수진노),돌아옴은 우뢰와 천등이 진노를 거두는 듯

罷如江海凝淸光(파여강해응청광).마침은 강과 바다에 밝은 빛이 모이듯 하네

絳唇珠袖兩寂寞(강진주수량적막),붉은 입술 구슬 소매 모두가 적막하고

晩有弟子傳芬芳(만유제자전분방).늦게 둔 제자가 춤의 향기를 전하네

臨潁美人在白帝(임영미인재백제),임영 미인은 백재에 있어

妙舞此曲神揚揚(묘무차곡신양양).묘한 춤, 이 곡조에 신명이 절로난다

與余問答旣有以(여여문답기유이),나와 함께 문답함은 까닭이 있어

感時撫事增惋傷(감시무사증완상).시와 일에 느껴 일찍이 아픔만 더하네

先帝侍女八千人(선제시녀팔천인),현종 시녀 팔천 인 중

公孫劍器初第一(공손검기초제일).공손 검기 춤이 제일이네

五十年間似反掌(오십년간사반장),십오 년 세월이 여반장이라

風塵澒洞昏王室(풍진홍동혼왕실).전쟁은 심해져 왕실이 혼미하네

梨園子弟散如煙(리원자제산여연),이원의 자제들 연기처럼 흩어지고

女樂餘姿映寒日(녀낙여자영한일).여자 약사들의 남은 자태 차가운 햇살에 비치네

金粟堆前木已拱(금속퇴전목이공),금속산 무덤 앞엔 나무가 이미 크게 자라고

瞿塘石城草蕭瑟(구당석성초소슬).구당 돌 성엔 풀들만 쓸쓸하네

玳筵急管曲復終(대연급관곡복종),좋은 잔치 빠른 피리 악곡은 다시 끝나고

樂極哀來月東出(낙극애내월동출).즐거움 다하니 슬픔이 오고 동쪽에서 달 떠오네

老夫不知其所往(노부부지기소왕),늙은 사내 갈 바를 모르는데

足繭荒山轉愁疾(족견황산전수질).거친 산, 발에는 굳은 살 생기고 수심과 질병만 생긴다

 

[안병렬 역] 

064 두보(杜甫;712-770)

공손대랑의 제자가 검기무를 추는 것을 보고 노래하다

(를 아우르다)

 

[병서 생략]

 

옛날에 가인

공손시 있엇나니

검기 춤 한 마당에

사방이 움직인다.

 

산처럼 모여든 구경꾼

얼굴색 잃고

천지도 이 때문에

한참이나 숙엿다 들엇다.

 

번쩍 에가 활 쏘아

해 아홉을 떨어뜨리듯

굳세기는 뭇 신선

용을 타고 날아가듯

 

올 대는 우레 같이

진노를 거두고

마칠 땐 강과 바다 같이

맑은 빛이 엉기는 듯.

 

붉은 닙술 구슬 소매

두 볼이 적막터니

늦게 둔 제자가

향기를 전하누나.

 

임영 미인은

백제에 있어

묘한 춤 이 곡조에

정신이 양양하다.

 

나와 함께 얘기함이

까닭이 있었거니

시절과 일에 대한 느낌

슬픔만 더한다.

 

현종 시녀

팔천 명에

공손 검기

제일이라.

 

오십 년 세월이

손뒤집듯 빠른데

전쟁 참화 이어져

왕실은 혼미하네.

 

이원의 자제들

안개 같이 흩어지고

여자 악사들 남은 모습

쓸쓸히 비친다.

 

현종황제 묻힌 금률산

나무들만 자랐고

구당 골짜기 돌성엔

풀들만 쓸쓸하다.

 

좋은 잔치 빠른 피리

곡은 다시 끝이 나고

즐거움 다하니 슬픔이 밀려오는데

동산에 달이 뜬다.

 

늙은 몸

갈 바를 모르는데

거친 산길에 발에는 군살만 박히니

수심과 질병만 쌓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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