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종실(宗室)인 금산수 성윤(錦山守誠胤)은 자가 경실(景實)인데 우리 중형에게 글을 배웠다.

그의 시는 온정균(溫庭筠)과 이상은(李商隱)을 숭상하여 그들의 시풍을 터득하였다.

그의 향렴체(香奩體)란 시는 다음과 같다.

芙蓉城外蕊珠宮 부용성외예주궁

鸞馭來迎許侍中 난어래영허시중

鸚鵡賦吟明月夜 앵무부음명월야

鷫鷞裘掛錦屛風 숙상구괘금병풍

寒重繡幕漆香獸 한중수막칠향수

夢罷銀燈結玉蟲 몽파은등결옥충

傳語雪衣頻撝客 전어설의빈휘객

莫敎雲雨散悤悤 막교운우산총총

부용성 밖 예주궁에

난새 수레로 허 시중을 맞네

앵무부는 달 밝은 밤에 읊조리고

숙상 갖옷은 비단 병풍에 걸려 있네

추운 비단 방장엔 향로까지 곁들였고

꿈 깬 은등잔엔 등화[玉蟲]가 맺혔네

앵무새에 말 전하노니 자주 손을 물리쳐서

운우의 정 총총히 흩어지게 말아다오

달[姮娥]을 읊은 시는 다음과 같다.

雲母屛寒寶帳虛 운모병한보장허

露華徧濕玉蟾蜍 로화편습옥섬서

姮娥縱得長生藥 항아종득장생약

爭奈年年恨獨居 쟁나년년한독거

운모병풍 썰렁하고 아름다운 방장 비었는데

옥같은 달에 이슬만 함초롬 맺혔구나

항아가 장생약이야 얻었다 한들

해마다 홀로 사는 애달픔 어쩌지

자못 부귀롭고 아름다운 운치가 있다.

임진왜란에 어버이를 하직하고 임금을 호종하기에 갖은 고생을 다하였으니

배운 바 정신을 저버리지 않았다 할 만하다.

금산(錦山)의 호는 매창(梅窓)으로 성종(成宗)의 4세손(世孫)이요,

왕자 익양군 회(益陽君懷)의 증손이다.

그 아버지는 청원도정 간(靑原都正侃)이다.

시호는 충정(忠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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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금각(琴恪)의 자는 언공(彦恭)이니 봉성인(鳳城人)이다.

중형에게 12세 때 글을 배워 육경(六經)을 통하고

자사제집(子史諸集)을 두루 읽지 않은 게 없었다.

글 짓기를 전중(典重)하고도 온화하고 아름답게 하여

이미 작가가 되었는데 그의 조대기(釣臺記)ㆍ

주류천하기(周流天下記)ㆍ한발문(旱魃問) 등의 글이 세상에 전한다.

16세에 해외에 유학하였다.

복충증(腹蟲症)을 얻어 집에 있으면서 《풍창랑화(風牕浪話)》를 지으며

심심풀이로 세월을 보내다가 무자년(1588, 선조21) 가을에 죽었다.

죽는 날에 스스로 명(銘)을 짓기를,

“봉성인(鳳城人) 금각(琴恪) 자(字) 언공(彦恭)은 9세에 글을 배우고 18세에 죽는다.

뜻은 원대하나 수(壽)는 짧으니 운명이로다.”

하였고,

또 다음과 같이 만사를 지었다.

父兮母兮 부혜모혜

莫我哭兮 막아곡혜

아버님 어머님

나 때문에 울지 마세요

《조대집(釣臺集)》 4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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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최전 언침(崔澱 彦沈 언침은 자)이 신동(神童)이란 이름이 있었다.

어려서 금강산에 노닌 적이 있었는데 그 길로 영동(嶺東) 산천을 구경하고

경포대에 이르러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蓬壺一入三千年 봉호일입삼천년

銀海茫茫水淸淺 은해망망수청천

鸞笙今日獨飛來 란생금일독비래

碧桃花下無人見 벽도화하무인견

봉래산 한번 들어 삼천 년을

은바다 아득아득 물은 맑고 얕아라

난새 타고 피리 불며 오늘 홀로 날아왔건만

벽도화 꽃그늘에 님은 아니 보이네

중형이 그 시를 매우 칭찬하고 그 운자에 이어 읊기까지 하였는데,

그는 불행히도 일찍 죽었다.

전(澱)의 호는 양포(楊浦)니 해주인(海州人)으로 진사(進士)였다.

양포(楊浦)의 늙은 말[老馬]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老馬枕松根 노마침송근

夢行千里路 몽행천리로

秋風落葉聲 추풍낙엽성

驚起斜陽暮 경기사양모

늙은 말 솔뿌리 베고 누워

꿈결에 천리길 가네

가을바람 나뭇잎 지는 소리에

놀라 깨니 지는 해가 뉘엿뉘엿

어복등(魚腹燈)에 제한 시는 다음과 같다.

楚水流無極 초수유무극

靈均怨不平 영균원불평

至今魚腹裏 지금어복리

留得寸心明 유득촌심명

멱라수는 흘러 흘러 끝이 없는데

굴원(屈原)은 불평을 원망했네

지금 물고기 뱃속에서도

속마음 밝은 것은 간직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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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송익필(宋翼弼)이란 자도 시를 잘하니, 그의 산설(山雪)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連宵寒雪壓層臺 연소한설압층대

僧在他山宿未廻 승재타산숙미회

小閣殘燈靈籟靜 소각잔등영뢰정

獨看明月過松來 독간명월과송래

밤새도록 내린 찬 눈 층대에 수북 쌓였는데

다른 산에 묵은 주승 돌아오질 않았네

등잔불 깜박이는 작은 절집 신령한 바람 고요한데

소나무 스쳐오는 밝은 달 홀로 보네

구격(句格)이 맑고 뛰어나니, 어찌 사람의 지체로서 어찌 그 좋은 말까지 무시할 것인가.

송익필(宋翼弼)의 자는 운장(雲長), 호는 귀봉(龜峯)으로 흉인(凶人) 사련(祀連)의 아들이다.

본디 사천(私賤)의 자식이나, 문학의 조예가 뛰어나서

우계(牛溪) 성혼(成渾), 율곡(栗谷) 이이(李珥)와 서로 친했다.

아우 한필(翰弼)은 자는 사로(師魯), 호는 운곡(雲谷)인데 역시 시를 잘했다.

익필(翼弼)의 저물녘 남계에 배를 띄우다[南溪暮泛]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迷花歸棹晩 미화귀도만

待月下灘遲 대월하탄지

醉裏猶垂釣 취리유수조

舟移夢不移 주이몽불이

꽃에 홀려 돌아오기 하마 늦었고

달 뜨기 기다리다 여울 내려오기 머뭇거렸네

거나한 가운데도 낚싯대 드리우니

배는 흘러가도 꿈은 그대로

한필(翰弼)의 우음시(偶吟詩)는 다음과 같다.

花開作日雨 화개작일우

花落今朝風 화락금조풍

可憐一春事 가련일춘사

往來風雨中 왕래풍우중

어제 비엔 꽃이 피더니

오늘 아침 바람에 그 꽃 지는구나

애닯다 한철 봄이

비바람 속에 오고 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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