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朴思庵詩。

박사암(朴思庵) [사암은 박순(朴淳)의 호]의 시에,

久沐恩波役此心。 구목은파역차심。

曉鷄聲裏載朝簪。 효계성리재조잠。

江南野屋春蕪沒。 강남야옥춘무몰。

却倩山僧護竹林。 각천산승호죽림。

은파에 오래 젖어 이 마음 쉴새없이

새벽 닭 울자마자 조복(朝服)을 챙기누나

강남의 들집이 봄풀에 파묻히니

도리어 산승시켜 대숲을 지키라네

嗚呼。士大夫孰無欲退之志。而低回寸祿。負此心者多矣。

아, 사대부로서 그 누군들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마는 한 치의 녹봉에 끌리어 고개를 숙이고 이 마음을 저버리는 자가 많을 것이다.

讀此詩。足一興嘅。

이 시를 읽으면 한 번 탄식의 소리를 내게 하기에 족할 것이다.


55.趙持世嘗曰。

조지세(趙持世) [지세는 조위한(趙緯韓)의 자]는 일찍이 말하기를,

我國地名。入詩不雅。

"우리나라 지명(地名)은 시(詩) 속에 들여와도 우아한 맛이 없다. 그러나 중국의,

氣蒸雲夢澤。 기증운몽택。

波撼岳陽城。 파감악양성。

대기는 운몽택을 쪄서 올리고

파도는 악양성을 뒤흔든다네

같은 것은,

凡十字六字地名。而上加四字。其用力只在蒸撼二字爲功。豈不省耶。此言亦似有理。

무릇 열 글자 중에서 여섯 글자가 지명이고, 그 위에 네 글자를 보탠 것이요. 그 힘쓴 곳은 다만 증(蒸)자와 감(撼)자, 이 두 글자뿐이니 시를 짓기가 어찌 수월하지 않은가."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또한 일리는 있는 것 같다.

然盧相詩。

그러나 노 정승의 시인,

路盡平丘驛。 로진평구역。

江深判事亭。 강심판사정。

柳暗靑坡晩。 류암청파만。

天晴白嶽春。 천청백악춘。

길은 평구역에서 다해 버리고

강물은 판사정에서 깊어진다네

청파(靑坡)의 저녁에 버들빛 짙고

백악(白嶽)의 봄날에 하늘은 맑네

亦殊好。其在爐錘之妙而已。何害點鐵成金乎。

같은 구절은 또한 대단히 훌륭하다. 이것은 글귀 만드는 묘법에 있을 뿐이나 쇠로서 금을 만들기에 무엇이 해로우랴?

'한문학 > 허균, 성수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수신 황정욱 / 성수시화 57  (0) 2010.02.01
박순 / 성수시화 56  (0) 2010.02.01
이달(李達) / 성수시화 54  (0) 2010.01.31
이달(李達) /성수시화 53  (0) 2010.01.31
양사언 / 성수시화 52  (0) 2010.01.31

 

 

54.盧相見僧軸有孤竹及益之詩。題曰。

소재(蘇齋) 노(盧) 정승이 승축(僧軸)에 고죽(孤竹 최경창(崔慶昌)의 호) 및 익지(益之:이달)의 시가 있는 것을 보고 시를 짓기를,

 

當代文章伯。

당대문장백。 당대의 문장으로는

唯稱李與崔。

유칭리여최。오직 이와 최를 일컫는다오

 

蓋非溢辭也。仲兄亦言李之詩。

대체로 지나친 말은 아니었다. 중형 또한 말하기를,

 

自新羅以來法唐者。無出其右。

"이의 시는 신라로부터 당시(唐詩)를 법받은 자로서는 그 보다 나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하였다.

 

嘗稱其 그리고 일찍이 이달의 시 중에서,

 

中天笙鶴下秋霄。

중천생학하추소。 중천의 생학(笙鶴)은 가을 하늘에 내려오고

千載孤雲已寂寥。

천재고운이적요。 천년의 고운(孤雲)은 하마 벌써 적막하구나

明月洞門流水在。

명월동문류수재。 밝은 달 트인 문엔 유수가 놓였으니

不知何處武陵橋。

부지하처무릉교。어디쯤 무릉교가 있는지 궁금하네

 

之作。以爲不可及已。

라 한 작품을 칭송하면서 그에게 미치지 못하리라 여겼었다.

 

 

'한문학 > 허균, 성수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순 / 성수시화 56  (0) 2010.02.01
노수신 / 성수시화 55  (0) 2010.01.31
이달(李達) /성수시화 53  (0) 2010.01.31
양사언 / 성수시화 52  (0) 2010.01.31
박지화 / 성수시화 51  (0) 2010.01.31

 

 

53.蓬萊宰江陵。賓遇益之。之爲人不檢。邑人訾之。 봉래 양사언이 강릉 부사로 있을 적에 익지(益之) [이달(李達)의 자]를 손님으로 대우했는데 사람됨이 행실이 없어 고을 사람들이 그를 비난했다.

 

先子貽書勖之。公復曰。선친이 편지를 보내 그를 변호하니 공이 답장하기를,

 

桐花夜煙落。동화야연락。梅樹春雲空。매수춘운공。

 

밤 연기에 오동 꽃 떨어지고바다 숲에 봄 구름 사라지도다

 

之李達。設若疏待。則何以異於陳王初喪應劉之日乎。고 읊었던 이달(李達)을 만약 소홀히 대접한다면 이것은 곧 진왕(陳王) [위(魏) 나라 조식(曺植)의 봉호]이 응양(應瑒)ㆍ유정(劉楨)을 처음 잃던 날과 무엇이 다르겠느냐고 했다.

 

然醴初不設。益之留詩以辭曰。 그러나 대접이 조금 허술해지자 익지는 시를 남기고 작별하는데,

 

行子去留際。 행자거류제。主人眉睫間。 주인미첩간。今朝失黃氣。 금조실황기。 舊宇憶靑山。 구우억청산。魯國鶢鶋饗。 로국원거향。南征薏苡還。 남정의이환。秋風蘇季子。 추풍소계자。 又出穆陵關。 우출목릉관。

 

나그네 가고 머물 사이란 것은주인이 눈썹 까딱하는 사이라 오늘 아침 기쁜 빛을 잃게 됐으니오래잖아 청산을 생각하리 노국(魯國)에선 원거(鶢鶋)에게 제사를 했고남방에 출정가서 율무 갖고 돌아왔네 소 계자(蘇季子)는 가을 바람 만나자마자또 다시 목릉관(穆陵關)을 나가는구나

 

公大加稱愛。待之如初。 양사언이 크게 칭찬과 사랑을 더하며 이달을 처음처럼 대접했다.

 

可見先輩朋友相規之義。而其風流好才。亦何易得乎。선배들이 붕우간에 서로 바로잡아 주는 의가 어떠했던가를 여기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풍류 있는 훌륭한 재주를 또 어찌 쉬이 얻을 수 있겠는가?

 

'한문학 > 허균, 성수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수신 / 성수시화 55  (0) 2010.01.31
이달(李達) / 성수시화 54  (0) 2010.01.31
양사언 / 성수시화 52  (0) 2010.01.31
박지화 / 성수시화 51  (0) 2010.01.31
소세양 & 박지화 / 성수시화 50  (0) 2010.01.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