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余赴遂安日。黃芝川送以詩曰。

내[허균]가 수안(遂安)에 부임하는 날 황지천[황정욱]이 시로 전송하여,

詩才突兀行間出。 시재돌올행간출。

官況蹉跎分外奇。 관황차타분외기。

摠是人生各有命。 총시인생각유명。

悠悠餘外且安之。 유유여외차안지。

시재(詩才)는 우뚝하니 동료들 가운데 뛰어나나

벼슬 복은 어그러져 분수 밖에 기구하네

이 모두 인생에는 각기 명이 있으니

유유한 남은 일은 미뤄두고 지날밖에

殊甚感慨。公少日在玉堂。時李伯生,崔嘉運,河大而輩。俱尙唐韻。詠省中小桃。篇什甚多。公和之曰。

자못 감개가 깊다. 공이 젊어서 옥당(玉堂)에 있을 적에 이백생(李伯生) [백생은 이순인(李純仁)의 자]ㆍ최가운(崔嘉運) [가운은 최경창(崔慶昌)의 자]ㆍ하대이(河大而) [대이는 하응림(河應臨)의 자]의 무리들이 함께 당운(唐韻)을 숭상하여 대궐안의 소도(小桃)를 두고 읊어 작품이 꽤 많았는데 공이 이에 화운하기를,

無數宮花倚粉墻。 무수궁화의분장。

游蜂戲蝶趁餘香。 유봉희접진여향。

老翁不及春風看。 로옹불급춘풍간。

空有葵心向太陽。 공유규심향태양。

무수한 궁중 꽃은 흰 담장에 기댔는데

벌 나비는 노닐며 남은 향을 좇아가네

늙은이는 봄바람을 채 보지 못하고

속절없이 태양을 향하는 해바라기 마음이로세

含意深遠。措辭奇悍。爲詩不當若是耶。綺麗風花。返傷其厚。

이처럼 함축된 뜻이 심원하고 조사(措辭)가 기한(奇悍)하니 시를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이 해야 되지 않겠는가? 부드러운 것, 고운 것, 바람, 꽃 따위를 읊은 시는 오히려 그 중후한 맛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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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先大夫以子弟在和順。與金進士潤相交。每稱其詩。

선친[허엽]께서는 자제들이 화순(和順)에 있었던 까닭에 진사 김윤(金潤)과 서로 사귀고 매번 그의 시를 칭찬하곤 했다.

兵使嘗構鎭南樓。邀進士作大篇記之。桑酣一揮而就六十句。其首句曰。

병사(兵使)가 일찍이 진남루(鎭南樓)를 건축하고는 진사를 맞아 들여 대편(大篇)의 시를 지어 쓰도록 하니 술김에 한번 붓을 휘저어 육십 구를 이뤘는데 그 첫구에 이르기를,

虹梁萬鈞壓朱雀。 홍량만균압주작。

龍顏舞劍公孫娘。 룡안무검공손낭。

만 근의 무지개 들보 주작(朱雀 )을 누르고

용 이마엔 공손랑(公孫娘)이 칼춤을 추네

甚傑作也。嘗水行船敗。僅及岸。登亭作詩曰。

굉장한 걸작이다. 일찍이 물길로 가다가 배가 부서져 근근히 기슭에 닿자 정자에 올라 시를 짓기를,

衣冠俱被狂流失。 의관구피광류실。

身體猶存父母遺。 신체유존부모유。

更上高亭看霽景。 경상고정간제경。

秋山淡碧入新詩。 추산담벽입신시。

의관은 모두 쓸려 광류에 잃었지만

몸은 부모님 주신 대로 남았구나

높은 정자 다시 올라 갠 경치 보노니

가을 산 맑고 푸르러 새로운 시 들어오네

其高趣可掬。六十後始占司馬。以遺逸授齋郞。不來。

그 높은 흥취가 대단하다. 그는 60세 후에 처음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여 유일(遺逸)로서 참봉에 제수되었으나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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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梁慶遇嘗問於余曰。

양경우(梁慶遇)가 일찍이 나에게,

我國七言古詩孰優。曰。未知何如。

"우리나라에서는 칠언고시를 누가 잘한다고 할 수 있습니까?"하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글쎄 어떠할지 잘 모르겠소." 하고 대답하니,

慶遇歷問朴李蠶頭如何。

경우가 박(朴)ㆍ이(李)의 잠두(蠶頭)는 어떤지 차례로 물어 왔다.

曰。出韓而或悍或穠。非其至也。

내가 대답하기를, "한퇴지(韓退之)에서 나왔으되 한 사람은 억세고 한 사람은 번거로우니 그 지극한 것은 아니다."고 하니,

問訥齋晉陽兄弟圖。沖庵牛島歌如何。

눌재(訥齋) [박상(朴祥)의 호]의 진양형제도(晉陽兄弟圖)와 충암의 우도가(牛島歌)는 어떤지 물었다.

曰晉陽傑而滯。牛島奇而晦。然則屬誰。

대답하기를, "진양형제도는 굉걸(宏烋)하나 막힘이 있고 우도가는 기이하나 음침하다."고 하니, 그렇다면 결국 누구에게 돌아가겠느냐 하여,

曰。魚潛夫流民歎。李益之漫浪舞歌也。"어잠부(魚潛夫) [잠부는 어무적(魚無迹)의 호]의 유민탄(流民歎)과 이익지[이달]의 만랑무가(漫浪舞歌)일 것이오."하고

因曰。以詩觀之。則奇才多出於君輩也。渠亦大笑 。

대답하되,

인하여 말하기를, "시로 본다면 기재(奇才)가 그대들 가운데서 많이 나왔소." 하니, 그 역시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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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盧蘇齋,黃芝川。近代大家。俱工近體。

노소재(盧蘇齋) [소재는 노수신(盧守愼)의 호]ㆍ황지천(黃芝川) [지천은 황정욱(黃廷彧)의 호]은 근대의 대가로서 둘 다 근체시(近體詩)에 솜씨가 뛰어나다.

盧之五律。黃之七律。俱千年以來絶調。然大篇不及此。未知其故也。

노의 오언율시(五言律詩)와 황의 칠언율시(七言律詩)는 모두 천년 이래의 절조이다. 그러나 장편시는 이만 못하니 그 까닭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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