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仲兄於豐山驛。見題壁一詩。曰。

중형[허성]이 풍산(豐山) 역에서 벽에 쓴 시 한 수를 보니,

世上無人識俊才。 세상무인식준재。

黃金誰爲築高臺。 황금수위축고대。

邊霜染盡靑靑鬢。 변상염진청청빈。

疋馬陰山十往來。 필마음산십왕래。

세상에는 준재(俊才)를 알아주는 사람 없는데

황금은 누구를 위하여 높이 쌓였다.

변방 서리 검푸른 귀밑털 다 물들이니

필마(匹馬)로 음산(陰山)을 열 번이나 오가네

辭氣感慨。甚佳作也。問之郵卒。曰。兵營軍官孫萬戶所題也。

라 했다. 글 기운이 감개하고 매우 훌륭하여 우졸(郵卒)에게 그것을 누구의 작품인 가고 물었더니 병영 군관 손만호(孫萬戶)가 지은 것이라고 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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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仲兄奉使北方。登壓胡亭作詩曰。

중형(仲兄:허성)이 사명으로 북방에 나가 압호정(壓胡亭)에 올라서 시를 지었다.

白屋經年病。 백옥경년병。

靑苗一夜霜。 청묘일야상。

백옥(白屋)에는 세월 지난 병든 백성들

푸른 벼는 하루 밤 서리에 버리고

林子順極賞之。以詩贈之曰。白屋靑苗十字史。

임자순[임제]은 이를 극찬하고, ‘백옥’ ‘청묘’는 열 글자의 시사(詩史)로다[白屋靑苗十字史]라는 시를 지어주었다.

仲兄亦稱其

중형[허봉] 또한 그를 칭찬하였다.

胡虜曾窺二十州。 호로증규이십주。

將軍躍馬取封侯。 장군약마취봉후。

如今絶塞無征戰。 여금절새무정전。

壯士閑眠古驛樓。 장사한면고역루。

오랑캐 일찍이 이십 주를 엿볼 적엔

장군은 말 솟구쳐 봉후(封侯)를 취했는데

지금은 절새(絶塞)에 정벌 싸움 없으니

장사는 옛 역루(驛樓)에 한가로이 잠을 자네

以爲翩翩俠氣。

라는 시를 칭찬하여 협기(俠氣)가 펄펄 뛴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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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林子順有詩名。

임자순(林子順) [자순은 임제(林悌)의 자]은 시명이 있었는데,

吾二兄嘗推許之。其朔雪龍荒道一章。可肩盛唐云。曰。

나의 두 형[허성, 허봉]은 늘 그를 추켜 받들고 인정해 주면서, 그의 '삭설은 변방 길에 휘몰아치네[朔雪龍荒道]'라는 시 한 편은 성당(盛唐)의 시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고 했다.

嘗言往一寺有僧軸。題詩

일찍이 그의 말을 들으면 어느 절에 가니 승축(僧軸)에,

竊食東華舊學官。 절식동화구학관。

盆山雖好可盤桓。 분산수호가반환。

十年夢繞毗盧頂。 십년몽요비로정。

一枕松風夜夜寒。 일침송풍야야한。

동화(東華)에서 밥을 빌던 옛날의 학관(學官)이라

분산(盆山)이 좋아 노닐 만하다지만

십 년이나 그리던 꿈 비로봉(飛盧峯)을 감도니

베갯머리 솔바람 밤마다 서늘하네

詞甚脫洒。沒其名號。不知爲何人作也。

어사(語詞)가 심히 탈쇄(脫洒)하나 그 이름이 빠져서 누가 지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固有遺才。而人未識者。

세상에 참으로 버려진 인재가 있어도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71.尹斯文勉奉使湖南。造一山中有草屋。

사문 윤면(尹勉)이 사명을 받들고 호남으로 떠나 하나의 산을 지나가는데 산 속에 초가집이 있었다.

一老翁樹下槃博。几有一卷。

한 늙은이가 나무 아래에서 다리를 뻗고 앉아 있었고 책상 위에는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展看則就奪之曰。鄙作不堪入眼。僅見首題詠梳詩曰。

펴 보니 늙은이가 다가와서 빼앗으며, "되지 않은 작품이라 남의 눈에 보여 줄 수가 없소."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겨우 첫머리에 쓴 빗을 읊은 시만을 보았는데 다음과 같았다.

木梳梳了竹梳梳。 목소소료죽소소。

梳却千回蝨已除。 소각천회슬이제。

安得大梳長萬丈。 안득대소장만장。

盡梳黔首蝨無餘。 진소검수슬무여。

얼레빗 빗질하고 참빗으로 빗질하니

빗질 천 번 쓸어 내려 이는 벌써 없어졌네

어찌하면 만장 길이 큰 빗을 얻어다가

백성들의 물것을 남기잖고 쓸어낼꼬

問其名。不對而遯去。

그 이름을 물었더니 대답을 하지 않고 도망가 버렸다고 한다.

或言全州進士兪好仁也。

혹은 말하기를 전주 진사 유호인(兪好仁)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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