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少日。見鄭百鍊。

젊었을 적에 정백련(鄭百鍊)을 만나 본 일이 있었다.

自言病而遇鬼。能作絶句。

그때 그가 병이 들어 귀신을 만났는데 귀신이 절구를 지을 줄 알더라고 말했다.

其最警絶曰。

그의 시 중 가장 좋은 것으로,

酒滴春眠後。주적춘면후。

花飛簾拳前。화비렴권전。

人生能幾許。인생능기허。

悵望雨中天。창망우중천。

봄 잠을 자고 나서 술을 따르니

발 걷은 앞에서 꽃은 날리네

인생이 얼마나 된단 말가

비 내리는 하늘 슬피 바라보노라

又曰。

또한 말하길,

萬里鯨波海日昏。만리경파해일혼。

碧桃花影照天門。벽도화영조천문。

鸞驂一息空千載。란참일식공천재。

緱嶺靈簫半夜聞。구령령소반야문。

만리라 거센 파도에 바다 해는 저무는데

벽도꽃[碧桃花] 그림자는 하늘 문에 비치네

난새 수레 한 번 가서 천년이나 고요터니

후령(緱嶺)의 영소(靈簫) 소리 한밤중에 들리네

其音韻瀏幽。自非人間語。

그 음운이 맑고 그윽하여 인간 말이 아니었다.

'한문학 > 허균, 성수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희경 / 성수시화 80  (0) 2010.02.06
계생 / 성수시화 79  (0) 2010.02.05
전우치 / 성수시화 77  (0) 2010.02.05
이옥봉 /성수시화 76  (0) 2010.02.05
신노 / 성수시화 75  (0) 2010.02.04


77. 羽士田禹治。人言仙去。其詩甚淸越。

우사(羽士) 전우치(田禹治)는 사람들의 말에 신선이 되어 올라갔다고 하며 그의 시는 매우 청월(淸越)하다.

嘗游三日浦作詩曰。

일찍이 삼일포(三日浦)에서 지은 시에,

秋晩瑤潭霜氣淸。추만요담상기청。

天風吹下紫簫聲。천풍취하자소성。

靑鸞不至海天闊。청란불지해천활。

三十六峯明月明。삼십륙봉명월명。

늦가을 맑은 못에 서리 기운 해맑은데

공중의 퉁소 소리 바람 타고 내려오네

푸른 난(鸞)은 오지 않고 하늘 바다 넓으니

서른여섯 봉우리에 가을 달은 밝도다

讀之爽然。

이를 읽노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한문학 > 허균, 성수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생 / 성수시화 79  (0) 2010.02.05
정백련 / 성수시화 78  (0) 2010.02.05
이옥봉 /성수시화 76  (0) 2010.02.05
신노 / 성수시화 75  (0) 2010.02.04
손만호 /성수시화 74  (0) 2010.02.04


76. 家姊蘭雪一時。有李玉峯者。卽趙伯玉之妾也。

나의 누님 난설헌(蘭雪軒)과 같은 때에 이옥봉(李玉峯)이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바로 조백옥(趙伯玉) [백옥은 조원(趙瑗)의 자]의 첩이다.

詩亦淸壯。無脂粉態。

그녀의 시 역시 청장(淸壯)하여 지분(脂粉)의 태가 없다.

寧越道中作詩曰。

영월(寧越)로 가는 도중에 시를 짓기를,

五日長關三日越。오일장관삼일월。

哀歌唱斷魯陵雲。애가창단로릉운。

妾身亦是王孫女。첩신역시왕손녀。

此地鵑聲不忍聞。차지견성불인문。

오일 간은 장간(長干)이요 삼일 간은 영월(寧越)이니

노릉(魯陵)의 구름에 슬픈 노래 목이 메네

첩의 몸도 이 또한 왕손(王孫)의 딸이라

이곳의 두견 소린 차마 듣지 못할레라

含思悽怨。與李益之

품은 생각이 애처롭고 원한을 띠어 익지[손곡 이달]의,

東風蜀魄苦。동풍촉백고。

西日魯陵寒。서일로릉한。

동풍에 촉제(蜀帝) 혼 괴롭고

석양에 노릉은 싸늘하네

之句。同一苦調也。

라는 시구와 한가지로 쓰라린 가락이다.

'한문학 > 허균, 성수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백련 / 성수시화 78  (0) 2010.02.05
전우치 / 성수시화 77  (0) 2010.02.05
신노 / 성수시화 75  (0) 2010.02.04
손만호 /성수시화 74  (0) 2010.02.04
허성 & 임제 / 성수시화 73-74  (0) 2010.02.04


75. 壬辰六月二十八日。是明廟忌辰。申濟而題詩於谷口驛曰。

임진년(선조 25, 1592) 6월 28일은 명종(明宗)의 기일(忌日)이라 신제이(申濟而) [제이는 신노(申櫓)의 자]가 곡구역(谷口驛)에서 시를 지었다.

先王此日棄群臣。선왕차일기군신。

末命慇懃托聖人。말명은근탁성인。

二十六年香火絶。이십륙년향화절。

白頭號哭只遺民。백두호곡지유민。

선왕(先王)께서 이 날에 군신(群臣)을 버리실 적

유언은 은근히 성인(聖人)에게 부탁했네

이십육 년 해에 향불이 끊어지니

늙어 소리쳐 곡하는 사람 늙은 유민(遺民)뿐이네

觀者無不下淚。

보는 자가 모두 눈물 흘리지 않는 자 없네.

'한문학 > 허균, 성수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우치 / 성수시화 77  (0) 2010.02.05
이옥봉 /성수시화 76  (0) 2010.02.05
손만호 /성수시화 74  (0) 2010.02.04
허성 & 임제 / 성수시화 73-74  (0) 2010.02.04
승측의 시 /성수시화 72  (0) 2010.02.0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