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仲兄深服高霽峯。每言同在浿西。人押交字。高公和之曰。

중형 허성은 고제봉(高霽峰:고경명)에게 깊이 심복하여 늘 말하기를,

"평양에 함께 있을 적에 어떤 사람이 교(交) 자로 운을 내니 고공(高公:고경명)이 이에 화답하기를,

連村稌黍三秋後。 련촌도서삼추후。

一路風霜十月交。 일로풍상시월교。

마을이은 벼 기장은 삼추 지나 무르익고

한 고을의 서리 바람은 시월이라 초승일세

不覺屈服。

나도 모르게 굴복하게 되었다."하고

又言柳參判永吉詩。雖境狹有好處。如

또 말하기를, "참판(參判) 유영길(柳永吉)의 시는 비록 시경(詩境)은 협소하나 좋은 곳이 있으니, 이를테면,

錦瑟消年急。 금슬소년급。

金屛買笑遲。 금병매소지。

映箔山榴艶。 영박산류염。

通池野水淸。 통지야수청。

금슬은 성급히 해를 녹이고

금 병풍은 웃음 사기 더디구려

발에 비친 석류는 곱기도 하고

연못으로 통하는 들판 물은 맑기도 하네

等句。皦勁可喜。

등의 시구는 밝고 굳세어 즐길 만하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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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人謂子敏詩鈍而不揚者。非也。其在咸興作詩曰。

사람들이 모두들 자민[이안눌]의 시는 둔하여 날리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틀린 말이다. 그가 함흥에 있을 때에 지은 시에,

雨晴官柳綠毿毿。 우청관류록삼삼。

客路初逢三月三。 객로초봉삼월삼。

共是出關歸未得。 공시출관귀미득。

佳人莫唱望江南。 가인막창망강남。

비 개자 관가의 버들 푸르게 늘어지니

객지에서 처음 맞은 삼월 삼짇날이라네

다 함께 고향 떠나 돌아가지 못한 신세

가인(佳人)은 망강남(望江南))의 노래를 부르지 마소

淸楚流麗。去唐人奚遠哉。

청초(淸楚)하고 유려(流麗)하니 중국 사람들과의 차이가 어찌 많다 할 수 있겠는가


68. 鄭松江善作俗謳。其思美人曲及勸酒辭。俱淸壯可聽。

정송강(鄭松江) [송강은 정철(鄭澈)의 호]은 우리말 노래를 잘 지었으니, 사미인곡(思美人曲) 및 권주사(勸酒辭)는 모두 그 곡조가 맑고 씩씩하여 들을 만하다.

雖異論者斥之爲邪。而文采風流。亦不可掩。比比有惜之者。

비록 이론(異論)하는 자들은 이를 배척하여 음사(陰邪)하다고는 하지만 문채와 풍류는 또한 엄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를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연달아 있어 왔다.

汝章過其墓。作詩曰。

여장[권필]이 그의 묘를 지나며 시를 지었는데,

空山木落雨蕭蕭。 공산목락우소소。

相國風流此寂寥。 상국풍류차적요。

惆悵一杯難更進。 추창일배난경진。

昔年歌曲卽今朝。 석년가곡즉금조。

빈산에 나뭇잎 우수수 지니

상국의 풍류는 이곳에 묻혀 있네

서글퍼라 한 잔 술 다시 권하기 어려우니

지난날 가곡은 오늘 두고 지은 걸세

子敏江上聞歌詩曰。

자민[이안눌]이 '강 가에서 노래를 듣는다'의 시에,

江頭誰唱美人辭。 강두수창미인사。

正是江頭月落時。 정시강두월락시。

惆悵戀君無恨意。 추창련군무한의。

世聞唯有女郞知。 세문유유녀랑지。

강 어귀에 그 뉘라서 미인사(美人辭)를 부르니

때마침 강 어귀에 달이 지는 시각이라

서글퍼라 님 그리는 무한한 마음을

세상에선 오로지 여랑만이 알고 있네

二詩皆爲其歌發也。

두 시가 모두 송강의 가사(歌辭)로 인해 나온 것이다.


66. 近日李實之能詩文。

근일에는 이실지(李實之) [실지는 이춘영(李春英)의 자]가 시문에 능하다.

雖似宂雜。而氣自昌大。可謂作家。然不逮汝章多矣。

그 시가 비록 번잡한 것 같으나 기(氣)는 나름대로 창대(昌大)하여 작가라 이를 만하다. 그러나 권여장(權汝章) [여장은 권필(權韠)의 호]에게 미치지 못하는 점이 많다.

實之眼高。不許一世人。獨稱余及汝章,子敏爲可。

실지의 안목은 높아서 일세의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고 다만 나와 여장[권필]ㆍ자민(子敏) [이안눌(李安訥)의 자]만을 괜찮다고 여겼다.

其曰。許飫權枯李滯。亦至當之論也。

그는, '허균은 허세가 있고 권필은 말랐으며 이는 융통성이 없다.' 고 하였는데 역시 지당한 평론이다.

67. 實之賞亡兄之文曰。深知文章者。許美叔也。

실지[이춘영]는 망형(亡兄:허봉)의 글을 칭찬하기를,

"문장을 깊이 아는 자는 허미숙(許美叔) [미숙은 허봉(許篈)의 자]이다."하였다.

余嘗問後來孰繼吾兄耶。

그래서 내가 묻기를, "후배로서 누가 망형을 잇겠습니까?"하니,

曰。申玄翁可繼之。淸亮不逮。而穠厚過之。

대답하기를,

"신현옹(申玄翁) [현옹은 신흠(申欽)의 호]이 그를 이을 만하니 청량(淸亮)함은 미치지 못하나 농후(濃厚)함은 그를 넘어선다고 봅니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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