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림 - 주장군전 下

 

王이 黙然良久에 曰

「卿言이 是也라.

但猛이 縮首深林하고 鞱光孕精커늘

猶恐見知於人에 其肯爲朕起耶아?」

  왕이 말없이 한참 지난 후에 말했다.

『경의 말이 옳도다.

"다만 맹이 고개를 깊은 숲속으로 처박고 품은 정기도 감추고 지내면서,

 

오히려 사람들에게 제 모습이 보일까 걱정하고 있는 판국이니

 

그가 짐을 위하여 기꺼이 벌떡 일어나 줄지 의문이오.』

 

 

 

 

泚曰「猛性이 兼剛柔하야 出申威於河外하고

雖猛氣之咆哱이 入屈節於河內하니

若四/(p.97.)體之無骨이라.

倘陛下는 赤心力請하사 其無何說之辭니잇고?」

주자가 말했다.

 

『맹의 성품이 단단하고 부드러움을 겸하고 있으니,

 

신기(神氣)를 드러내면 그 위력이

 

연못[寶池]의 밖에서는 마치 사나운 짐승의 울부짖음 같이 요란스러우나,

 

절개를 굽혀 연못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사지에 뼈가 없는 것처럼 되어버리지만,

 

아마 폐하께서 성심껏 힘써 청하신다면

 

무슨 말로 사양할 수가 있겠나이까?』

 

 

 

 

王이 令泚로 卜日奉幣而往한대

猛이 欣然就徵則

 왕이 주자로 하여금 날을 받아

 

폐물을 가지고 찾아가도록 하였더니,

 

맹이 흔쾌히 부름에 응하였다.

 

 

 

王이 大喜하사 拜折衝將軍 充寶池疏鑒使할새

왕이 크게 기뻐하여 당장 절충(折衝)장군에 임명하시고

 

보지소착사(寶池䟽鑿使;보배로운 연못을 툭 트이도록 뚫는 사신)로 명하시니,

 

 

 

 

猛이 聞命하고 不指而行에

맹은 명을 받들자마자 당장에 시행하였다.

 

 

 

 

由湧泉闢陽陵泉하고 歷陽關直抵池岸하니 池距陽陵泉이 才三里라.

(湧泉 陽陵泉 陽關 三里는 皆針灸之穴名이니 俱在脚足也라.)

용천 벽양릉천을 따라가다

양관을 지나 곧장 보지언덕에 도착하니

보지와 양릉천과의 거리는 겨우 삼 리였다.

(용천 양릉천 양관 삼리는 모두 치구의 혈자리 이름이니

모두 다리와 발에 있다.)

先是尼城人 麥孝同이(諺傳云 淫尼用에 以麥屑로 造肉具狀하니 名曰 麥孝同이라.)

이에 앞서 이성(尼城) 사람 맥효동(麥孝同)[남근 모양의 기구]

(민간에 전해 오기를, 음란한 비구니들이 보릿가루를 써서 남자 성기 형상을 만들고

 

그 이름을 ‘맥효동’라 했다.)

 

 

私劃方略하야 欲效疏浚之力타가 聞將軍至에 慙赧而退라.

사사로이 방책을 세워서 깊이까지 뚫는 효험을 보이고자 힘써 분투하다가

 

장군이 온다는 말을 듣고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물러갔다.

 

 

 

將軍이 周視四方하고 因掀髥朶頤而言曰

장군은 사방을 두루 살피고

 

수염을 치켜들고 턱을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此地는 非[北의 잘못]峙玉門山이요 南連黃金窟하야

東西赤岸이 互回에 中有一巖하야 形肖柿仁하니

眞術家所謂要衝之地요 赤龍含珠之勢也라.

固非力孱者면 所難成功也.」니,

『이 땅은 북으로 옥문(玉門;음문)산이 솟아 있고,

 

남쪽으로 황금굴(음문의 통로)이 이어져 있으며,

 

동서쪽으로는 붉은 낭떠러지가 서로 둘러서 있고,

 

그 가운데에 바위 하나가 있는데,

 

그 모양은 흡사 감씨(陰核을 말함)를 닮아서,

 

진정 술객(術客)들이 이르는 바,

 

「요충(要衝)의 땅이요,

 

붉은 용이 구슬을 머금은 형세라」

 

진실로 힘이 쇠잔한 자만 아니라면

 

쉽게 뚫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로다.』하고

 

 

 

遂條陳形勢하고 上表 其略曰,

드디어 그 형세를 조목조목 진술하여 표(表)를 올리니,

 

그 대략은 이러하다.

 

 

 

「臣猛은 承先祖之餘烈하고 荷聖朝之鴻恩하야

折衝千里에 效死一節하니

豈憚久勞于外리요?

『신 맹은 선조가 남기신 업적을 이어받아

 

성스러운 임금의 크나큰 은혜를 입었으니,

 

천리의 적을 꺾어 죽음으로써 한 번 충절을 본받으려 하는 바이라,

 

어찌 외방에서의 오래된 수고로움이라 하여 꺼리겠습니까?

 

 

 

期至成功後에 已니 身到甘泉郡에 詎敢企乎아?

生入玉門關中을 惟日望之하노라.」

공로를 이룬 다음에라야 그만둘 것을 다짐하옵는 바,

 

지금 몸이 감천군에 이르렀지만

 

감히 일을 갑작스럽게 도모할 수야 있겠습니까?

 

저는 지금 옥문관(玉門關) 속에 들어와서

 

오직 날마다 형세를 관망하고 있는 중입니다.』

 

 

 

王이 覽表에 玩味不已하사 璽書褒美曰,

 왕이 표를 보시고 즐겨 마지않으시면서,

 

옥새(玉璽)가 찍힌 문서를 보내어 그의 공적을 칭찬하는 글을 내렸다.

 

 

 

 

「西方之事를 屬之卿이니 卿其勖哉인저」

(西方은 俗所謂西[書]房也라)

『서방의 일은 경에게 맡겼으니,

 

경은 힘쓸지어다.』

 

[서방(西方)은 세속에서 말하는 ‘서방(書房)’이다.]

 

 

 

猛이 奉詔和頭하고 與士卒로 同甘苦하야

맹이 조서를 받들어 머리를 조아리고,

 

사졸들과 고락을 함께 하였다.

 

 

 

或諭或浚하며 或出半面하고

혹은 살살 타이르기도 하고

 

혹은 깊숙이 파헤치기도 하며,

 

또 나갔다가 얼굴을 반만 내보였다가

 

 

 

或露全體하야 屈伸俯昻에

更出迭入하야

鞠躬盡力에 期至必死라.

때로는 얼굴 전체를 나타내기도 하고,

 

구부렸다가 폈다가 내려다보았다가 올려다보았다가,

 

번갈아 들락날락하며

 

몸을 굽혀 있는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일을 성사시키기를 기약하였다.

 

 

 

役未半(p.98)에

始有淸泉數派而 濡洒不絶이러니

일이 미처 반도 되지 않아서

 

비로소 맑은 샘물 몇 갈래가

 

흘러나와 적시기를 끊이지 않더니,

 

 

 

 

俄頃에 濁潮가 暴湧하고

全島가 塾溺하야 林莽이 覆沒에

갑자기 탁한 물길이 세차게 용솟음쳐 나와

 

모든 섬이 물에 빠지게 되었고

 

수풀과 잡초들도 물에 떠다니거나 잠기게 되었다.

 

 

 

將軍이 濡首霑體하고

植立自如하야 不動一髮이러니

장군도 머리와 온몸이 흠뻑 젖었으나

 

스스로 태연자약하게 꼿꼿이 서서 터럭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適有蝨生蚤生이

共遊爪氏(爪氏는 方言에 兒女之稱이라)之患하야

隱于林하라가

마침 슬생(이)과 조생(벼룩)이 있어

 

일찍이 ‘좃’씨[‘爪氏는 방언에서 손톱을 지칭한다’며 눙침.]의 환(患)을 당하여

 

숲속에 숨어 있다가

 

 

 

亦爲暴潮所濡이 流寓黃金窟에

訴于窟神後 哀號求救한대

역시 세찬 물결에 표류하여,

 

흘러서 황금굴까지 흘러와 우거(寓居)하다가

 

굴신에게 호소한 뒤에

 

슬피 울며 살려달라고 하니,

 

 

 

神이 蹙口而病之曰,

굴신이 입을 찡그리며 근심스럽게 말했다.

 

 

 

 

「比來에 走輩가 亦遭比[此?]患이 屬矣라.

感彼饘粥之惠하고 忍走本性이라.

囊括不言者 久矣니 今當爲二子而 固止之하라.」

『요사이는 나 역시 이런 환난을 여러 번 당했는데

 

그가 미음이라도 먹여주는 것을 고맙게 여겨

 

본성을 떠남을 참았다.

 

자루 끈을 동여매듯 말하지 않음이 오래였으나

 

이제 그대들 두 사람을 위해서 그치도록 도모해 보겠소.』

 

 

 

蚤生等이 踊躍,「此生死而關骨者也라.」

조생 등이 좋아라고 날뛰면서 말하였다.

 

『이 일은 저희들의 생사에 관한 일이요,

 

뼈에 살을 붙임과 같은 일입니다!』

 

 

 

 

窟神이 往詰池神曰,

 굴신이 지신(池神)에게로 가서 힐문했다.

 

 

 

 

「爾家甚客이 常懸二丸囊于我門에 出入無恒한대

『너희 집에 심한 손님이

 

언제나 이환낭(二丸囊; 불알)을 우리 집 문 앞에다가 척 걸어두고

 

때도 없이 들락날락하는데

 

 

 

 

始疎終數에 淋漓我庭戶하고

亂擊我門扉하니 乃敢狂率이 如是乎아?」

처음은 드문드문하더니 나중에는 너무 잦아져

 

우리 집 뜰과 문을 흠뻑 적실 뿐만 아니라

 

내 문짝까지 어지럽게 쳐대니

 

감히 미치광이처럼 경솔함이 이와 같은가?』

 

 

 

神이 謝曰

「客粗賓貪에 累及尊神하니

雖有粥水之償이나 豈直汚門之辱이리요.」

지신이 사죄하여 말했다.

 

『손님이 거칠고 탐욕하여

 

존신(尊神)께 누를 끼쳤으니,

 

비록 미음의 보상은 있었으나

 

어찌 가문을 더럽히는 욕됨을 당하리오?』

 

 

 

今爲尊神當殪之夜하야

方午에 池神이 伺將軍力役이

潛嚙頭하고 又勅兩岸神挾攻하니

이제 존신을 위하여 그를 죽이는 밤에 당도하여

 

바야흐로 뒤섞여서 얼크러지자

 

지신이 주장군이 힘써 노역하는 것을 가만히 엿보다가,

 

몰래 장군의 머리를 깨물고

 

또 두 언덕의 신에게 칙령을 내려 협공케 하니

 

 

 

將軍이 飢渴하야

流骨骸駭數匙에 首頭而卒이라.

장군은 기력이 다하여

 

몇 숟갈의 골수를 흘리며 머리를 늘어뜨린 채 죽고 말았다.

 

 

 

 

訃聞에 王이 震悼罷朝하시고

特賜長剛溫直效死弘力功臣號하야 以禮로 奠于襌州하니

부음을 듣고,

 

왕은 몹시 애통한 나머지 조회마저 파하고 

 

맹에게 특별히 ‘장강온직효사홍력공신(長剛直效死弘力功臣)’이란 호를 내리시고,

 

예를 갖추어 곤주(褌州; 잠방이)에 장사지냈다.

 

 

 

後에 有人이 見將軍이 脫帽露頂하고 恒游泳於寶池中이라.

抑不生不滅 學牟尼之佛者歟아?

이후에 어떤 사람이

 

장군이 모자를 벗고 이마를 드러낸 채

 

 

늘 보지(寶池) 가운데서 노니는 것을 보았다.

 

또한 불생불멸하니 석가모니의 도를 배운 불자(佛者)가 아니겠는가? 

 

 

 

 

史臣曰

사신(史臣)은 논평한다.

 

 

 

將軍이 早稟服人之力하고 奮起艸萊之中하야

出萬死計而 深入不毛之地하니 殫/(p.99.)精施澤에

『장군은 일찍이 사람을 감복시키는 힘을 가지고 초야에서 떨쳐 일어나,

 

만 번이나 죽을 계획을 세우고,

 

털 하나 없는 곳에까지 깊숙이 들어가

 

정력을 쏟아 붓는 혜택을 베풀었다.

 

 

 

 

澤之入人也深하니 十載溝洫之功이 一朝迺成則

可謂植根固而 發源深者也라.

연못은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너무 깊어서

 

십 년이나 걸려야 할 봇도랑의 혈(血)을 통하게 하는 공을

 

하루아침에 시원스레 이루어서

 

가히 깊이 박은 뿌리는 튼튼하고

 

그 근원은 깊다고 할 수 있겠다.

 

 

 

雖竟爲池神所誤하야 殞命一噓氣之間이나

攻其行事之迹은 可謂能勇而能劫이요 殺身而成仁者也니

嗚呼烈哉라.

비록 마지막에는 지신의 오해를 받아서

 

숨 한 번 쉴 사이에 운명하고 말았으나,

 

그 행한 바 일들의 업적을 공평하게 생각해 보면,

 

가히 용감하기도 하였으나 겁도 잘 내어서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 인(仁)을 성취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아아, 충성을 다한 열자(烈者)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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