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200화 - 복있도다 내 딸이여 복있도다 내 딸이여 (福哉吾女 福哉吾女)

 

어느 고을에

경상사(景上舍)라는 자가 있었는데

둘째 딸이 혼기가 되자

이웃 고을에

임(林)씨의 아들을 맞아들여

사위로 삼았다.

 

혼인 첫날밤부터

신랑이 배꼽아래에 종기가 나서

합환(合歡)을 하지 못했는데

 

사흘이 지난 후

경상사가 가만히 딸에게 물었다.

"네 낭군(郞君)이

부부 합환의 일을 알고 있더냐?"

딸이 고개를 숙이고

흐느껴 울면서 대답을 하지 않자

경상사는 연약한 딸이

혹시나 노애1)같은 큰 양물에

몸이 상하지 않았나 걱정이 되었다.

1)[註] 노애 - 중국 진시황의 어머니의 정부(情夫)로

양물이 거대하고 힘차서 양물에 수레바퀴를 걸고 돌렸다는

절륜한 정력을 가진 전설의 인물.

 

그래서 먼저 혼인한

큰 딸로 하여금

은밀하게 알아보도록 하니,

둘째 딸이 언니의 손을 잡고

대성통곡하면서 말했다.

"나의 앞길을 망친 사람은

부모님이어요.

서방님은 진짜 고자예요."

 

이 말을 전해들은 경상사는

크게 놀라 말했다.

"일이 몹시 급하게 되었구나."

즉시 사돈 임씨에게 사람을 보내

편지를 전달하였다.

"사돈의 아드님인 내 사위가

장가든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남자 구실을 하지 않고 있으니

후손이 없을 것이라

정녕 애통합니다."

 

임씨가 즉시 답장을 보냈다.

"제 자식의 물건을

언제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전날 돌다리 밑에서

고기를 잡을 때

언뜻 바라보니

그 장대하기가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이웃의

김호군(金護軍) 댁의 계집종인

막덕(莫德)이를 건드려 첩으로 삼아

두 남매를 낳아 키우고 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절대로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만 그 날이

손(巽)이 든 날이었는데도

출행했기 때문에

삼가했던 것 같습니다.

집에 오면

마땅히 크게 꾸짖겠습니다."

 

경상사가 임씨의 답장을 읽고

크게 기뻐하며

그의 부인에게 이야기했더니

 

부인이 말하였다.

"편지인 즉 그렇다지만

이불속의 일은

어떻게 징험1)할 수 없지요.

1)징험 (徵驗 - 어떤 징조를 직접 겪어봄)

그 집에서 아들을 위해 숨기는 것인지

어찌 알겠습니까?"

 

경상사도 역시

그럴 수 있겠다 생각하여

맏사위인 우(禹)서방에게

사연을 말하니

우서방이 눈을 부릅뜨고

팔을 걷어붙이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일이야 어려울 게 없지요.

제가 당장 시험하여 보겠습니다."

 

임서방은 본댁에 갔다가

며칠만에 돌아왔는데

우서방이 대문 곁에서

숨을 죽인 채

임서방이 들어오는 것을

가만히 엿보고 있다가

졸지에 달려들어

그의 허리춤을 풀고

바지를 내린 채

서둘러 양물을 잡아보니

과연 장대한지라

 

장인 경상사에게 달려갔다.

"장인어른! 장모님!

처제가 복이 있습니다.

임서방의 물건이 참으로 돈독합니다."

그리고는 주먹 쥔 팔을 뻗어보이며

양물의 모습을

신이 나서 설명하였다.

 

그날 저녁이 되자 경상사는

둘째 딸이 있는 방의 창문에

구멍을 내고 방안을 엿보았다.

마침 임서방은

배꼽 아래 종기도 다 나았고

또 집에서

부친의 꾸지람도 들었는지라

기쁨과 분함이 교차하여

웅장한 운우(雲雨)의 행방(行房)을 해보였다.

 

바야흐로 딸 부부의

운우가 무르녹자

경상사는 안채에 달려가

부인을 불러

황급하게 한다는 말이 거꾸로 외쳤다.

"부인! 어서 등잔에 술 따르고,

탕관(湯罐 - 술주전자)에 불을 붙이시오.

지금 임서방이 일을

매우 웅장하게 치르고 있소.

보고 있자니 갈증에 목이 타오.

시렁위 광주리 속에 있는

홍시를 어서 빨리 꺼내주오."

 

부인이 기뻐 날뛰며 말했다.

"지난번에 넣어 두었던

홍시말이지요?

예! 지금 몹시도 목이 마르시겠지요."

곧 여종의 등을 딛고 올라서서

광주리를 내리는데,

광주리가 너무 무거워

힘이 달렸는지라

참지 못하고

그만 방귀를 뀌고 말았다.

 

부인은 몹시 부끄러웠으므로

여종을 몽둥이로 때려

자신이 방귀를 뀌었다는 사실을

모면해보려 했다.

 

그러자 경상사가

몽둥이를 빼앗으며 말렸다.

"일이 황급해서 그런 것인데

어찌 여종을

죄줄 여가가 있겠소?

하물며 속담에도

합방하는 날

신부가 뀌는 방귀는

오히려 복받을 징조라고 하였소.

지금 여종 아이가 뀐 방귀가

훗날 오히려 복이 될 줄

어찌 알겠소?"

 

이에 부인이

박장대소하면서 말하기를,

"사실은 여종 아이가

방귀를 뀐 게 아니라

제가 뀐 것입니다.

복 있도다, 내 딸이여.

복 있도다, 내 딸이여!"

하였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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