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441- 어미를 닮지 않을 이유 (一山僧)

어느 절에 중이

동자승 하나를 데리고 있었다.

게다가 중은

암말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갈퀴는 검은색이고

이마에 흰 점이 있어

매우 훌륭한 말로 알려져 있었다.

이에 중은 말을 몹시 아끼고 사랑하면서,

절에 오는 사람들에게

항상 자랑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좋은 말이 암말이니,

곧 새끼를 낳게 될 것입니다.

그리되면 새끼 또한 어미를 닮아,

갈퀴는 검고

이마에는 흰점을 가지고

태어날 것입니다."

이렇게 중이 늘 자랑하니,

하루는 동자승이

그 말을 받아 손을 저어 흔들면서

반대 의견을 내놓는 것이었다.

"스님! 그 새끼가

반드시 어미를

닮는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에 중은 어린 것이

말을 받아 그렇게 부정하는 것에

매우 못마땅해 하고 불쾌하게 여겼다.

'어린 것이 무얼 안다고?

새끼가 어미를 닮지 않을 것이라

한단 말이냐?

내 언젠가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그 앞에서 이유를 대보라고 추궁하여,

단단히 무안 좀 주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뎐 차에,

하루는 만불회(萬佛會)가 열려

마을 사람들이 많이 몰려왔다.

그러자 중은 이 기회를 빌려,

동자승에게 그 말을

해명하라고 요구해서

창피를 주려고 작정했다.

곧 동자승을 불러 말했다.

"얘야, 일전에 너는

우리 말의 새끼가

어미를 닮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그 이유를 분명히 설명해 보도록 해라."

"예, 스님! 아뢰겠사옵니다.

스님께서 우리 절 뒤편에 있는

암자의 비구니와

늘 사통(私通) 관계를 가져,

그 비구니가 임신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 때 소생은 아이가 태어나면

반드시 비구니가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비구니가 낳은 아이는

머리를 깎은 어미를 닮지 않고,

일반 세속 사람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태어날 망아지도

반드시 어미를

닮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리 말한 것이옵니다."

이렇게 동자승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설명을 하니,

중은 오히려 큰 부끄러움을 당하고 말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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