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439화 - 외도하는 남자의 아내 (有耽女色者)
한 선비가 여색을 나무 밝혀, 아내는 멀리한 채
기생과 여종을 가리지 않고 끌어들여 밤마다 즐기는 것이었다.
이에 아내가 강하게 말리며 자제를 시켰지만, 선비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하루는 아내가 작심을 하고, 선비 앞에서 다음과 같은 무서운 선언을 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내 말을 듣지 않고 계속 다른 여인과 관계를 맺고 외도를 일삼는다면
나도 더 이상 못 살겠으니, 부득이 남편을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 아십시오."
이에 선비는 펄쩍 뛰면서 화를 내고 소리쳤다.
"뭐라고? 남편이 외도를 일삼는다고
아내가 본을 받아 다른 남자를 들여,
두 남편을 섬기겠다는 것이 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요?
고금 어디에도 그런 예는 본 적이 없소."
"왜 그것이 고금에 없는 일입니까?
나는 전해 오는 이야기로 들은 것이 아니라, 경전에서 봤습니다."
경전에 두 남편을 섬긴 이야기가 있다는 말에,
글공부를 한 선비는 감짝 놀라면서 다시 물었다.
"경전에 그런 말이 있다니 금시초문인데,
무슨 경전에서 두 남편을 섬긴다는 이야기를 보았소?"
"왜 없단 말입니까? '대학(大學)'의 서문에 보면,
'하남정씨양부자(河南程氏兩夫子)' 라고 나와 있으니,
'하남 정씨'의 '양부(兩夫)'는 '두 남편'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입니까?"
이에 선비는 한참 동안 무릎을 치면서 크게 웃더니,
이 구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것은 두 남편이란 뜻이 아니요.
'하남 정씨'란 곧 송나라 때 유명한 학자인
정호(程顥)와 정이(程이) 형제를 두고 하는 말로,
부인이 아니라 남자요.
그리고 '부자(夫子)'란 훌륭한 학자나 선생을 높여서 부르는 존칭이니,
'양부자'는 '정호와 정이 두 분 학자'란 뜻이고,
여기에 쓰인 '부(夫)'자는 남편을 나타낸 말이 아니란 말이요.
따라서 당신은 큰 착각을 한 것이요."
이에 선비의 아내는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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