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438- 존경하는 동와 숙(菜親尊敬)

'동와'는 둥글고 긴

호박같이 생긴 채소이지만,

겉면에 여인의 옥문(玉門)과 흡사한

구멍이 나 있어,

짓궂은 남자들은 흔히 이것으로

수음(手淫) 행위를 하기도 하는 것이었다.

한 시골에 음탕한 행동을 즐기고

여색을 밝히는 선비가 있었다.

어느 날 그 선비가

여인의 옥문과 흡사하게 생긴

동와 하나를 사왔다.

그리고는 수시로 생각날 때마다

이것을 꺼내 양근에 접속하고

장난질을 치다가,

손님이라도 오게 되면

얼른 침상 밑에 넣어 숨기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오랫동안 계속되니,

이웃에 사는 조카가

그 행위를 몇 차례 목격하게 되었다.

하루는 그 조카가

선비에게 전할 물건이 있어 방문하자,

선비가 반갑게 맞이하더니

잠시 침상에 앉아 이야기 좀 하자고

옆으로 비켜 앉으면서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자 조카는 왠지 주저하면서,

침상 위에는

결코 앉지 않겠다고 우기며

그대로 서 있는 것이었다.

이에 선비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물었다.

"왜 그러느냐?

어찌하여 침상 위에는

앉지 못하겠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구나.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이냐?"

이 말에 조카는

한동안 어물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것이 비록 채소이기는 하나,

그래도 숙모라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 숙모가 침상 밑에 있는데,

어찌 조카가

그 위에 앉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이는 진정 부당한 일입니다."

이 말에 선비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더라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