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성을 가진 한 장군이 있었다.
이 장군은 매우 용맹스러웠으나
겁이 많았고,
특히 귀신을 두려워했다.
마침 이 장군의 부친이 세상을 떠나,
중흥사(中興寺)에 혼령을 모시고
천령(薦靈) 재를 올리게 되었다.
이 때 짓궂은 행동을 일삼는
선비 몇 사람이
이 절에서 독서를 하고 있었는데,
장군이 재를 올린다는 말을 듣고
그 음식을 훔쳐 먹으려는 계책을 꾸몄다.
한편, 스님들은 별실에
영침(靈寢)을 마련하고,
종이로 그 주위를 둘러
아늑하게 장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영전에 상을 놓고,
유과며 과일이며 떡 같은 음식을
가득 차려 놓았다.
그 때 짓궂은 선비 하나가
팔에 검정을 묻혀 시커멓게 하고는,
그 종이 장막 뒤로 들어가 숨었다.
마침 재를 올리기 시작하여,
장군이 상 앞에 엎드려
곡을 한 뒤 꿇어앉아
영전에 술잔을 올리는데,
숨어 있던 그 선비가
종이 장막 사이로
검게 칠한 팔을 내밀고는
귀신 목소리로 말했다.
"효자로구나!
내 아들이여, 효자로다!"
그러고는 술잔을 잡으니,
귀신을 두려워하는
장군은 크게 놀라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면서,
"만약 귀신이 왔다면,
비록 엄부(嚴父)라 하더라도
주먹으로 치겠노라."
라고 소리치며 주먹을 휘두르더니,
그대로 숙소에 들어가 숨은 채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벌벌 떠는 것이었다.
이렇게 소란이 벌어지자
스님들 또한 모두 흩어져 돌아가니,
짓궂은 선비들은
푸짐한 음식을 모두 거두어 가서
배가 터지도록 잘 먹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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