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내 누님의 보허사(步虛詞)는 다음과 같다.

乘鸞夜下蓬萊島 승난야하봉래도

閒碾麟車踏瑤草 한년인거답요초

海風吹折碧桃花 해풍취절벽도화

玉盤滿摘如瓜棗 옥반만적여과조

난새 타고 한밤 중 봉래도에 내려서

기린수레 한가로이 몰고 아름다운 풀 밟기도 하네

바닷바람은 벽도화를 불어 꺾어오고

옥소반엔 가득찬 외만한 대추

또 다음과 같이도 읊었다.

九華裙幅六銖衣 구화군폭육수의

鶴背冷風紫府歸 학배냉풍자부귀

瑤海月沈星漢落 요해월침성한락

玉簫聲裏霱雲飛 옥소성리휼운비

구화의 치마폭에 육수의 웃옷 입고

학의 등 싸늘바람 자부로 돌아왔네

비취 바다 달도 지고 은하수 기우는데

옥피리 소리 속에 상서구름 날리네

유몽득(劉夢得)을 본받았으나, 맑고 뛰어나긴 그보다 더하다.

유선사(遊仙詞) 백편은 모두 곽경순(郭景純 경순은 동진(東晋) 곽박(郭璞)의 자)의 남긴 뜻인데,

조요빈(曺堯賓) 따위로는 미치지 못한다.

나의 중형과 이익지가 모두 모방하여 지었으되, 마침내 그 울을 넘지 못했으니,

우리 누님은 천선(天仙)의 재주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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