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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래(楊蓬萊) 선생의 아량과 풍도는 세상의 숭상받는 바가 되거니와, 나의 돌아가신 아버지와

사마(司馬)ㆍ문과(文科)를 모두 같이 합격하였으므로, 그 사귐이 가장 친밀한데 문장이 높고

빼어나 구름을 앞지를 듯한 기상이 있고, 행서(行書)ㆍ초서(草書)를 잘 쓰는데 그 쓰는 법이

마치 용이나 뱀처럼 분방하며, 본성이 벼슬살이를 우습게 알고 산수에 정을 붙여,

짚신과 밀로 결은 나막신차림으로 어느 때고 가지 않는 날이 없었다.

바위 골짜기에 사는 이들이 사강락(謝康樂 강락은 육조(六曹) 진(晉)의 사영운(謝靈運)의 봉호)

에 비겼다. 언젠가 강릉 부사(江陵府使)가 되었을 때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이 거사비(去思碑)를

세운 일도 있었다. 언젠가 금강산에서 시를 읊기를 다음과 같이 하였다.

蓬萊島白玉樓平봉래도백옥루평

我昔聞之今則游 아석문지금칙유

雲母屛圍琥珀枕 운모병위호박침

水晶簾捲珊瑚鉤 수정염권산호구

碧桃開落一千年 벽도개락일천년

王母淹留八萬秋 왕모엄유팔만추

瑤臺上表獨立 요대상표독립

白雲黃鶴去悠悠 백운황학거유유

봉래섬의 백옥루를

소문으로만 들었더니 이제야 구경하네

운모병 들러 치고 호박구슬 베개삼고

산호 발걸이로 수정발 거두었네

벽도화 피고 지니 일천 년인데

서왕모 머물기는 팔만 년이라네

요대 맨 위에 호올로 서니

흰 구름 누른 학은 한가롭게 가는구나

읽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훨훨 노을처럼 공중에 나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한다.

봉래의 금수정(錦水亭)시는 다음과 같다.

錦水銀沙一樣 금수은사일양

峽雲江雨白鷗明 협운강우백구명

尋眞誤入蓬萊路 심진오입봉래로

莫遣漁舟出洞行 막견어주출동행

비단물 은모래는 마냥 고운데

골구름 강비 속에 갈매기 산뜻

진인 찾아 그릇 봉랫길에 들었거니

고기잡이 배를 동구 밖으로 내몰진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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