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가 죽은 뒤, 오세억(吳世億)이란 자가 갑자기 죽더니 반나절 만에

깨어나서는, 스스로 하는 말이, 어떤 관부(官府)에 이르니 ‘자미지궁(紫微之宮)’이란 방이 붙었는데

누각이 우뚝하여 난새와 학이 훨훨 나는 가운데 어떤 학사(學士) 한 분이 하얀 비단 옷을 입었는데,

흘긋 보니 바로 하서였다. 오씨는 평소에 그 얼굴을 알고 있는데, 하서가 손으로 붉은 명부를

뒤적이더니,

“자네는 이번에 잘못 왔네. 나가야겠네그려.”

하더니, 다음과 같이 시를 지어 주었다고 했다.

世億其名字大年 세억기명자대년

排門來謁紫微仙 배문래알자미선

七旬七後重相見 칠순칠후중상견

歸去人間莫浪傳 귀거인간막랑전

세억은 그 이름 자는 대년

문 밀치고 와서 자미선 뵈었구려

일흔에 또 일곱 된 뒤에 다시 만나리니

인간 세상 돌아가선 함부로 말하지 마오

깨어나자 소재 상공(蘇齋相公)께 말씀드렸다. 그 뒤에 오씨가 일흔일곱 살에 죽었다.

인후(麟厚)의 자는 후지(厚之), 울주인(蔚州人)이며 벼슬은 교리(校理)이고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문묘(文廟)에 배향되었다.

하서(河西)가 충암(冲庵) 시권에 제한 시는 다음과 같다.

來從何處來 래종하처래

去向何處去 거향하처거

去來無定蹤 거래무정종

悠悠百年許 유유백년허

오기를 어디로부터 왔으며

가기를 또한 어디를 향해 가는고

가기도 오기도 정한 자취 없이

유유한 세월 백년 남짓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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