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ELIOT 의 황무지 읽기 06 I.The Burial of the Dead    4월은 더없이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써 잠든 뿌리를 뒤흔드노라. 겨울은 차라리 따뜻했노라,망각의 눈은 대지를 뒤덮고, 메마른 구근[球根]들로 가냘픈 목숨 이어주었노라. 여름은 소나기를 몰고 ‘슈타른버거’호수를 건너와, 우리를 놀래주었지, 그래서 우리는 회랑[回廊]에 머물렀다가, 다시 햇빛 속을 걸어 공원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을 이야기했지.  나는 러시아 사람 아니에요, 리투아니아 출생이지만, 나는 순수 독일인이에요. 우리가 어린 시절, 사촌 태공의 집에 머물 때,사촌이 썰매를 태워주었는데, 나는 겁이 났어요, ‘마리, 마리 꼭 잡아’ 라고 말하며 그는 쏜살같이 내려갔어요. 산속에선 자유로워요. 밤이면 책 읽으며 보내고, 겨울이면 남쪽으로 가지요.   저 얽힌 뿌리들은 무엇이며, 이 돌무더기에서 무슨 가지들이 자라난단 말인가? 인간의 아들이여,                 너는 알기는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이란 망가진 우상들 무더기뿐, 거기 해가 내리쬐어도 죽은 나무엔 그늘이 없고, 귀뚜리도 위안 주지 못하며, 메마른 돌 틈엔 물소리조차 없노라. 오로지 이 붉은 바위 아래에만 그늘 있노라,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라) 그리하면 나는 네게 보여주리라, 아침에 너를 뒤따르는 네 그림자와 다르고  저녁에 너를 마중 나온 네 그림자와 다른 것; 한 줌 먼지 속 두려움을 네게 보여주리라. 상큼한 바람고향으로 부는데 아일랜드의 내 님이시여 어디쯤 계시나요?         ‘일 년 전 당신은 내게 처음으로 히야신스를 주셨어요,’‘사람들은 나를 히야신스 아가씨라고 불렀어요.’- 하지만 우리가 히야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돌아왔을 때, 한 아름 꽃을 안은 너, 머리칼도 젖어있었지, 나는 말도 못하고 내 두 눈은 보이지도 않았지, 나는 살지도 죽지도 않은 채, 아무 것도 모른 채, 빛의 핵심을, 그 고요를 들여다보았지. 바다는 텅 비었고 쓸쓸합니다. 명성 자자한 천리안, ‘소소트리스’부인은독감에 걸리기도 했지만, 그 귀신같은 카드 한 벌로 유럽에서 제일 현명한 여인으로 알려져있다.                   그녀가 말했다, 여기 당신의 카드가 나왔어요,  물에 빠져죽은 페니키아의 뱃사람이에요, (보세요! 그의 두 눈은 진주로 변했잖아요.)  이 카드는  미녀 벨라도나, 암굴의 여인인데, 중요할 때면 등장하지요. 이것은 세 지팡이와 함께 있는 사나이, 이것은 수레바퀴,    그리고 이것은 외눈박이 장사꾼, 또 이것은 텅 빈 카드, 그가 무언가 등에 짊어지고 가지만 나는 볼 수 없는 것이지요. 매달린 사나이는             보이지 않는군요. 물을 조심하세요.   수많은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군요.또 오세요. 혹시 ‘에퀴톤’ 부인을 만나거든 천궁도[天宮圖]는 내가 직접 가져간다고 전해주세요. 요즈음은 세상이 하도 험악하니까요. Unreal City,                     60허황된 도시,[# Baudelaire, 악의 꽃 중 '일곱 늙은이들'에서 인용함,]Under the brown fog of a winter dawn, 겨울 새벽녘 누런 안개 아래,  A crowd flowed over  London Bridge, so many,런던 교 위를 흘러가는 사람들, 많기도 해라, I had not thought death had undone so many.                              63죽음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 망친 줄은 나는 생각도 못했다.  Sighs, short and infrequent, were exhaled,                                   64어쩌다 짧은 한숨들 내쉬며 And each man fixed his eyes before his feet.저마다 제 발끝만 내려다보며 간다. Flowed up the hill and down King William Street,언덕길을 올라 ‘윌리엄’왕 거리로 내려서면To where Saint Mary Woolnoth kept the hours‘성 메어리 울로스’ 성당에서 들려오는 With a dead sound on the final stroke of nine.                                  68아홉 시의 마지막 아홉 점 죽어가는 소리. There I saw one I knew, and stopped him, crying: 'Stetson!              69거기서 나는 친구를 만나 그를 붙잡고 소리쳤다, ‘스테트슨! ''You who were with me in the ships at Mylae!‘밀라에’ 해전에서 나와 한 배 탔던 자네! 'That corpse you planted last year in your garden,                             71‘지난 해 자네가 뜰에 심었던 그 시체 말일세, 'Has it begun to sprout?  Will it bloom this year?‘싹이 트기 시작했나? 올해엔 꽃이 피겠나? 'Or has the sudden frost disturbed its bed*?‘혹시 서리가 느닷없이 묘상[苗床, Bed]을 뒤흔들진 않았었나? 'O keep the Dog far hence, that's friend to men,                                    74‘아, 그 인간의 친구라는 개를 멀리하게, 'Or with his nails he'll dig it up again!‘그렇지 않으면 그놈이 발톱으로 다시 파헤칠 걸세!'You! Hypocrite lecteur! - mon semblable, - mon frère!'                         76‘그대들 위선의 독자여! 나의 동류, 나의 형제여! [# Baudelaire, 악의 꽃  서문의 마지막 구절에서 인용함,]전체 '황무지' 시 중 1부 'The Burial of the Dead'의 마지막 부분이다.   오늘도 처음 시작 부분과 끝 마무리 부분을 '보들레르'로부터 인용하고 그 가운데 자신의 글을  집어넣었는데, 이는 앞서 양쪽 '이졸데' 공주 사이에 '히야신스' 아가씨를 넣은 것과 비슷한 수법이다. 그래서 그렇겠지만, 오늘 글은 보들레르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60. Charles Baudelaire (1821-67); Les Fleurs du Mal ('The Flowers of Evil', 악의 꽃)중에  'Les Sept Vieillards' ('The Seven Old Men', 일곱 늙은이)라는 작품의 시작 부분임. Fourmillante cité, cité pleine de rêves, Où le spectre en plein jour raccroche le passant. ( French): 'Swarming city, city full of dreams,Where the specter in broad daylight accosts the passerby.' 붐비는 도시, 환상의 도시,한낮에도 유령이 행인에게 달라붙는 도시, 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안개 낀 새벽 도시, 그 몽환적 분위기는 시인에게 ‘한낮에도 유령이 행인에게 달라붙는’ 초 현실세계가 된다.  산책하던 그의 앞에 한 늙은이가 나타난다. 그 분위기 때문에 그 늙은이와 파리 시민들은 모두 미로 속을 걷는 유령이 되며, 그들은 서로서로 달라붙으며 내게도 달라붙는다는 환상에 빠졌고, 그들로부터 달아났으나 한 동안 나는 이성이 마비된 채 들떠있었다....이 시에 대한 해설 중 일부이다. 보들레르가 파리에서 그런 분위기에 젖었다면, 엘리엇은 런던 다리 위에서 비슷하게 느꼈으리라. 이 세상엔 생각과 느낌이 같거나 비슷한 경우가 얼마든지 많으니까. ][# 63 - 64 겨울 새벽녘 누런 안개 덮인  런던 교 위를 흘러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인은 지옥을 거니는 유령들을 떠올리며 단테의 신곡  구절들을 인용한다. si lunga tratta di gente,               ch'io non avrei mai creduto            che morte tanta n'avesse disfatta.             ( Dante's Inferno, iii. 55-7: )So long a train of people,                          그토록 긴 망자의 행렬이 이어졌는데, that I should never have believed              설마 이토록 많은 사람을 죽음의 신이death had undone so many.                     앗아갔으리라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Quivi, secondo che per ascoltare, non avea pianto, ma' che di sospiri, che l'aura eterna facevan tremare.                    ( Dante's Inferno, iv. 25-27: )Here there was no plaint, that could be heard,  여기서는 영원의 공기를 진동시키는except of sighs,                                                 한숨들을 내쉬었지만, which caused the eternal air to tremble.            탄식하는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 70  그러다가 거기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는데,  Mylae‘밀라에’  해전의 전우라고 소리친다.그런데 Mylae‘밀라에’  해전은 기원전 260년(260 BC) 로마 제국의 Gaius Duilius와 카르타고의 Hannibal Gisco 가 이끈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이니, 이 시인의 외침은 허구가분명하다. 하지만 '시'라는 것이 '신문기사'처럼 사실만을 전달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시는 제 1차 세계대전, World War I (1914-1918)이 끝난 후, 그 엄청난 물질적 정신적 황폐함 속에서 태어났고, 그래서 눈에 보이는 이 참혹한 황무지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시인의 마음속에 자리잡지 않았을까, 그래서 옛날 옛적의 전쟁을 슬그머니 끌어다 놓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 71  그 시체에 대해 'A distortion of the ritual death of the fertility god.'이라는 해설이 있다.다산과 풍요의 신이 죽어 일그러진 모습이라고할까. 그렇다면 개가 그것을 파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할 일이다.   [#74   Keep the dog ...  ;  영국의 극작가 John Webster (1580-1625)의 작품 'White Devil(하얀 악마)' 중에 나오는 장송곡에 이런 구절이 있다, 'But keep the wolf far hence, that's foe to men, For with his nails he'll dig them up again.' '하지만 늑대를 멀리 물리쳐주세요, 그는 인간의 적이니까요, 그의 발톱으로 그들을 다시 파헤칠 테니까요.' Eliot 은 'wolf' 를 'dog'으로, 인간에게 적이 아니라 친구로 바꾼 것이다. [#76   마지막 구절은 '악의 꽃' 서문 중 마지막 구절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악의 꽃' 서문 중 마지막 두 연을 옮겨본다. ....................II en est un plus laid, plus méchant, plus immonde!There is one more ugly, more wicked, more filthy! 그러나 그들보다 더 추악하고 악랄하고 지저분한 놈 있노라! Quoiqu'il ne pousse ni grands gestes ni grands cris,Although he makes neither great gestures nor great cries, 그는 거창한 몸짓도 커다란 외침도 없이, Il ferait volontiers de la terre un débrisHe would willingly make of the earth a shambles 온 지구를 거뜬히 비틀거리게 만들고 Et dans un bâillement avalerait le monde;And, in a yawn, swallow the world;하품 한 번으로 온 세계를 집어삼키니, C'est l'Ennui! L'oeil chargé d'un pleur involontaire,He is Ennui! — His eye watery as though with tears, 그놈은 바로 ‘권태’! - 그 눈엔 눈물 같은 맹물 고인 채, II rêve d'échafauds en fumant son houka.He dreams of scaffolds as he smokes his hookah pipe.물 담배 빨아대며 단두대를 꿈꾼다.  Tu le connais, lecteur, ce monstre délicat,You know him reader, that refined monster,독자여 그대는 안다, 그 세련되고 까다로운 괴물을, — Hypocrite lecteur, — mon semblable, — mon frère!— Hypocritish reader, — my fellow, — my brother!위선적 독자여, 나의 동류, 나의 형제여!  [# 76  '위선적 독자여, 나의 동류, 나의 형제여! ' 라는 의미에 대해,  Baudelaire는 자신이 선택한 독자를 향해 진술한다. 그는 대중과의 결별을 선언한 최초의 시인이다. 그는 이해받지 못하는 데 영광이 있다고 썼지만, 이해받고 싶었기에, ‘소수의 선택받은 행복한 자,’ 자신과 비슷한 독자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뜻이라고 한다.결국 자신과 마음이 맞고 배짱이 통하는 독자들만을 상대하여 자신의 마음대로 써내려가겠다는 뜻이니, 그 오기에 대해 흠모를 금할 수 없다. 이필한 의사 [서울사대부고19사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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