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ELIOT 의 황무지 읽기 03

I.The Burial of the Dead

사자[死者]의 매장[埋葬]


4월은 더없이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써 잠든 뿌리를 건드리노라.

겨울은 차라리 따뜻했노라,
망각의 눈은 대지를 뒤덮고,
메마른 구근[球根]들로 가냘픈 목숨 이어주었노라.

여름은 소나기를 몰고 ‘슈타른버거’호수를 건너와,
우리를 놀래주었지, 그래서 우리는 회랑[回廊]에 머물렀다가,
다시 햇빛 속을 걸어 공원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을 이야기했지.

나는 러시아 사람 아니에요, 리투아니아 출생이지만, 나는 순수 독일인이에요.
우리가 어린 시절, 사촌 태공의 집에 머물 때,
사촌이 썰매를 태워주었는데, 나는 겁이 났어요,
‘마리, 마리 꼭 잡아’ 라고 말하며 그는 쏜살같이 내려갔어요.
산속에선 자유로워요.
밤이면 책 읽으며 보내고, 겨울이면 남쪽으로 가지요.



What are the roots that clutch, what branches grow
저 얽힌 뿌리들은 무엇이며, 이 돌무더기에서

Out of this stony rubbish? Son of man,
무슨 가지들이 자라난단 말인가? 인간의 아들이여, 20

You cannot say, or guess, for you know only
너는 알기는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이란

A heap of broken images, where the sun beats,
망가진 우상들 무더기뿐, 거기 해가 내리쬐어도

And the dead tree gives no shelter, the cricket no relief, 23
죽은 나무엔 그늘이 없고, 귀뚜리도 위안 주지 못하며,

And the dry stone no sound of water. Only
메마른 돌 틈엔 물소리조차 없노라. 오로지

There is shadow under this red rock , 26
이 붉은 바위 아래에만 그늘 있노라,

(Come in under the shadow of this red rock),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라)

And I will show you something different from either
그리하면 나는 네게 보여주리라,

Your shadow at morning striding behind you
아침에 너를 뒤따르는 네 그림자와 다르고

Or your shadow at evening rising to meet you;
저녁에 너를 마중 나온 네 그림자와 다른 것;

I will show you fear in a handful of dust , 30
한 움큼 먼지 속 두려움을 네게 보여주리라.


[# 봄에서 겨울, 여름과 가을 겨울 지나
또다시 봄으로 돌아왔다, 돌무더기, 즉 황무지에서도 뿌리와 가지가
자라나고, 그것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목소리도 맨 처음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할 때처럼, 또다시 무겁고 엄숙하며 비장감이 서려있다.

그런데 황무지에서 피어나고 자라나는 것들이란 모두 망가진 우상들 무더기일
뿐이라고 한탄하지만, ‘붉은 바위’라는 어떤 구원의 손길을 제시하고 있다.]

[# 20 인간의 아들, Son of Man;
성경구절 Ezekiel 2장; He said to me, 'Son of man, stand up on your feet
and I will speak to you.' ‘인간의 아들이여, 일어서라, 내가 네게 할 말 있노라.’]

[#22 - 24;
망가진 우상들 무더기 뿐, 거기 해가 내리쬐어도
죽은 나무엔 그늘도 없고, 귀뚜리도 위안 주지 못하며,
메마른 돌 틈엔 물소리조차 없노라. ;

이 대목은 성경구절 Ecclesiastes 12장 5절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when men are afraid of heights and of dangers in the streets; when the
almond tree blossoms and the grasshopper drags himself along and
desire no longer is stirred. Then man goes to his eternal home and
mourners go about the streets.


그래서 언덕으로 오르는 일이 두려워지고 길에 나서는 일조차 겁이 나리라.
머리는 파뿌리가 되고 양기가 떨어져 보약도 소용없이 되리라.
그러다가 영원한 집에 돌아가면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애곡하리라.

Eliot은 이 구절에서 나이를 먹어 황폐해지는 것을 경고하는 사제의 목소리를
넣은 것이라고 한다. ]

[# ‘황무지’가 발표된 것은 1922년이고, Eliot이 영국교회에 귀의한 것은 1926년이니,
여기 ‘인간의 아들’이하의 구절에 대해 기독교적인 요소와 그와 또 다른 ‘성서가 아닌’
자료를 뒤섞어 인용했을 것이라는 해설이 있는데, 그 자료가 ‘Haggard Rider’의 작품,
‘King Solomon's Mines’ 즉, ‘솔로몬 대왕의 보물’ 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우리도
어린 시절에 읽었던 바로 그 동화 같은 책이다.

그 책에서 Zulu[줄루]족의 Umbopa[움보파]는 서구에서 온 동료들에게 삶에
대한 Zulu[줄루]족의 지혜를 설파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그 말하는 방식이
‘황무지’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인데 직접 살펴보자.

“삶이란 무엇이오? 말해보시오,
'What are the roots that clutch, what branches grow / Out if this stony rubbish?'
오 그대들이여, 지혜롭고, 이 세상과 멀리서 소리 없이 빛으로 다가오는 별들과
별들 넘어선 세계의 비밀들을 알고계신 백인들이여, 내게 말해보시오,
우리 삶의 비밀을 - 그것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그대들은 대답할 수 없소, 그대들은 알 수도 없소.'You cannot say, or guess'
나의 대답을 들으시오. 우리는 어둠에서 나와서 어둠으로 가는 것이오. 한밤중
폭풍우에 쫓긴 새처럼 우리는 Nowhere[아무 데도 없는 곳, 미지의 곳]에서 날아와,
불빛 속에 우리의 날개가 잠깐 보이더니, 자, 보시오, 우리는 또다시 Nowhere로
가는 것이오. 삶은 허무요. 삶은 전부요. 죽음을 물리치는 것은 우리의 손이오.
우리의 삶은 밤이면 빛났다가 아침이면 까맣게 변하는 반딧불이 같은 것,
한 겨울 황소들이 내쉬는 하얀 입김 같은 것,
해가 지면 사라지는 작은 풀 그림자 같은 것이오.

'Your shadow at morning
striding behind you /

Or your shadow at evening rising to meet you;'”
영문은 '황무지'에 나오는 구절이니 대조하기 바란다.]

[# 그리고 'red rock'은 이 시 전체의 주제가 되는 매우 중요한 시어이다.
Isaiah 32 : 1 - 3 장을 보면,


See, a king will reign in righteousness and rulers will rule with justice.
보라, 왕은 정의로써 통치하고 관리들은 공평으로써 다스리리라.


Each man will be like a shelter from the wind and a refuge from the storm,
like streams of water in the desert and the shadow of a great rock
in a thirsty land.


모든 사람은 비바람과 폭풍우 피하는 은신처처럼 되리라,
사막에 흐르는 냇물처럼, 목마른 땅에 큰 그늘 만드는 바위처럼 되리라.


Then the eyes of those who see will no longer be closed, and the ears of
those who hear will listen.
그리하여 보는 자의 눈이 감기지 않을 것이며, 듣는 자의 귀는 기울일 것이니라.

즉 'red rock'
붉은 바위는 다가올 ‘메시아’라는 의미가 있다.
평론가들 중 어떤 사람은 이것을 성배[聖杯, Holy Grail]라고 보기도 한다.

* 성배(聖杯) 전설: 늙고 병든 왕이 통치하는 나라에 재앙이 일어난다. 왕은 재앙을
물리칠 지혜롭고 힘센 젊은이를 찾고 있다. 성배 전설은 성배(聖杯)를 얻은 자가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전설이다. 마침내 성배를 가지고 한 젊은이가 나타나
재앙(전염병 혹은 외부의 침입)을 물리치고는, 공주와 결혼하여 새 나라를 만든다.
엘리엇은 현대 사회의 재앙을 '황무지'에 비유한 다음,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듯
새로운 구세주가 나타나기를 기원하고 있다.

황무지는 영국인 작품이어서 그런지 아서왕 이야기, 성배, 원탁의 기사,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 그들 고유의 신화, 설화적 바탕을 갖고있다. ]


[# 위의 바위와 그늘과 유사한 Eliot 시 작품이 있어 소개한다.]

# from ‘The Death of Saint Narcissus’, by T. S. Eliot
‘성 나르찌스의 죽음’에서

Come under the shadow of this gray rock--
잿빛 바위 그늘로 들어와요,
Come in under the shadow of this gray rock,
잿빛 바위 그늘 속으로 들어와요,
And I will show you something different from either
그러면 나는 보여드릴 테요,
Your shadow sprawling over the sand at daybreak, or
동튼 새벽 모래밭에 너부러진 당신 그림자와 다르고
Your shadow leaping behind the fire against the red rock:
불 뒤에서 뛰놀다가 붉은 바위에 비친 당신 그림자와 다른 것을,
I will show you his bloody cloth and limbs
나는 보여드릴 테요, 그분의 핏빛 옷들과 팔다리들을
And the gray shadow on his lips.
그분 입가에 떠오르는 잿빛 그늘을.

[# 30 handful of dust.
이 시의 서문의 해설 무녀 이야기에도 등장했던 두려운 말]

이필한 의사[서울사대부고19회사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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