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ELIOT 의 황무지 읽기 04 I.The Burial of the Dead    4월은 더없이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써 잠든 뿌리를 뒤흔드노라. 겨울은 차라리 따뜻했노라,망각의 눈은 대지를 뒤덮고, 메마른 구근[球根]들로 가냘픈 목숨 이어주었노라. 여름은 소나기를 몰고 ‘슈타른버거’호수를 건너와, 우리를 놀래주었지, 그래서 우리는 회랑[回廊]에 머물렀다가, 다시 햇빛 속을 걸어 공원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을 이야기했지.  나는 러시아 사람 아니에요, 리투아니아 출생이지만, 나는 순수 독일인이에요. 우리가 어린 시절, 사촌 태공의 집에 머물 때,사촌이 썰매를 태워주었는데, 나는 겁이 났어요, ‘마리, 마리 꼭 잡아’ 라고 말하며 그는 쏜살같이 내려갔어요. 산속에선 자유로워요. 밤이면 책 읽으며 보내고, 겨울이면 남쪽으로 가지요.   저 얽힌 뿌리들은 무엇이며, 이 돌무더기에서 무슨 가지들이 자라난단 말인가? 인간의 아들이여,                 너는 알기는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이란 망가진 우상들 무더기뿐, 거기 해가 내리쬐어도 죽은 나무엔 그늘이 없고, 귀뚜리도 위안 주지 못하며, 메마른 돌 틈엔 물소리조차 없노라. 오로지 이 붉은 바위 아래에만 그늘 있노라,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라) 그리하면 나는 네게 보여주리라, 아침에 너를 뒤따르는 네 그림자와 다르고  저녁에 너를 마중 나온 네 그림자와 다른 것; 한 줌 먼지 속 두려움을 네게 보여주리라.    Frisch weht der Wind                                          31          [   The wind blows fresh  ]         상큼한 바람   Der Heimat zu                            [   To the Homeland       ]         고향으로 부는데    Mein Irisch Kind                         [   My Irish Girl ]           아일랜드의 내 님이시여    Wo weilest du?                          [   Where are you lingering? ]     어디쯤 계시나요?         [# 바그너 (R. Wagner, 1813-1883)의  Opera, Tristan und Isolde  1막에 나오는 노래]'You gave me hyacinths first a year ago;‘일 년 전 당신은 내게 처음으로 히야신스를 주셨어요,’'They called me the hyacinth girl.'‘사람들은 나를 히야신스 아가씨라고 불렀어요.’-Yet when we came back, late, from the hyacinth garden,- 하지만 우리가 히야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돌아왔을 때, Your arms full, and your hair wet, I could not한 아름 꽃을 안은 너, 머리칼도 젖어있었지, Speak, and my eyes failed, I was neither나는 말도 못하고 내 두 눈은 보이지도 않았지, Living nor dead, and I knew nothing,나는 살지도 죽지도 않은 채, 아무 것도 모른 채, Looking into the heart of light, the silence.빛의 핵심을, 그 고요를 들여다보았지. Oed' und leer das Meer.                                                                     42   [= Desolate and empty the sea.]바다는 텅 비었고 쓸쓸합니다.   [#  Tristan und Isolde  3막에 나오는 노래]황폐한 돌무더기에서 무슨 가지들, 무슨 뿌리들이 자랄 수 있을까?  시인이 한탄했듯이 '황무지' 라는 시는 전체를 훑어보아도 진정한 사랑은 물론 , 그럴듯한 연정 같은 감정이 표현된 장면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 읽는 구절이 그와 가장 가깝지 않을까 한다.  오늘 구절은  'Tristan und Isolde' 에서 두 차례 인용하고 있는데 이는 바그너와 루트비히 2세에 대한 시인의 호감에서 비롯되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1막에 항해중인 배의 갑판 위, 돛대 꼭대기에서 젊은 선원이 노래부른다. '바람은 우리의 고향 향해 선선하게 불어간다 (Frisch weh'tder Wind die Heimat zu  #31)' 갑판 위에 천막을 치고 앉아있는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가 보인다. 그녀는 고향인 아일랜드로부터 자신을 콘월의 황폐한 땅으로 몰고 가고 있는 운명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고 있다. 지금 그녀는 마르크 왕과 정략결혼을 하기 위해서 콘월로 향하는 것이다. 마르크 왕은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군주로서, 그녀는 한번도 그를 보지 못했다. 그녀는 이 모든 일이 다 트리스탄 탓이라고 돌려버렸다. 트리스탄은 그녀에게 있어서 미지의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이졸데의 약혼자인 모롤드 경을 전쟁에서 죽였고, 그 싸움에서 트리스탄 자신도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신비의 의술로 소문이 난 이졸데를 찾아 가명을 사용하여 아일랜드로 잠입한다. 그러나 그의 상처 부위에서 모롤드 칼의 파편을 발견한 그녀는 복수를 다짐하지만, 오히려 동정에 이끌려 사랑에 빠졌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트리스탄이 이졸데를 자기 삼촌인 마르크 왕의 아내로 맞아들이기 위해서 파견된 것이다. 말하자면 아일랜드와 콘월간의 오랜 불화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방편으로 희생양이 되는 셈이었다....  대충 이런 줄거리이다. 그런데  노래 중에 '아일랜드의 내 님'은  이졸데 공주가 아닌 비특정 여인일 수도 있다. 마지막  #42 행의 대사가 나오는 상황은 이러하다,  마르크 왕의 아내가 될  이졸데 공주와 사랑에 빠진 트리스탄은 왕의 질투를 몸으로 받아 중상을 입는다. 그는  자신의 성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이졸데를 태운 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양치기의 구슬픈 피리소리가 들려오며 하인이 그에게 '바다는 텅 비었고 쓸쓸합니다.' 라고 보고한 것이다.  그후 결국 이졸데 공주의 배가 도착하여  이졸데가 '트리스탄'을 울부짖으면서 달려오고, 트리스탄도 '이졸데'를 소리쳐 부르면서 그녀의 품으로 비틀비틀 다가간다. 그는 연인을 힘껏 포옹하고는 숨을 거둔다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으로 끝난다. 위와 아래 이졸데 공주 사이의 히야신스 아가씨,  그 히야신스 아가씨의 이야기를 제대로 해석해 내기는 어렵지만,  바다와  특히  물기에 젖은 히야신스는 생명을 상징한다는 것,그리고 히야신스는 구근[球根]으로 겨울을 나며 처음 꽃 하나가 수많은 겹꽃들로 번성한다는 성질,  그리고 그 동안 붉은 바위라는 그늘을 구경했다는 것, 등으로 풍성해진 것이 아닐까. 그러나 갑자기 맞이한 생명의 풍요로움에 놀라 어쩔줄 모르는 시인은 빛의 핵심을, 생명의 핵심을 들여다보니,  고요하기만하고   바다처럼 텅 비었고 쓸쓸했다는 것,  바다는 생명뿐아니라  죽음도 상징하기에한 줌 먼지 만큼 많은 두려움을 느낀 것이 아닐까한다. 이필한 의사 [서울사대부고19회사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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