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生與之揖, 因問曰:

유영은 그 소년과 인사하고 물었다.

“秀才何許人? 未卜其晝, 只卜其夜.”

'수재(秀才)는 어떠한 사람이기에, 낮을 택하지 않고 밤을 택하였습니까?'

少年微哂曰: “古人云: 傾蓋若舊, 正謂此也.”

소년은 생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옛 사람이 말한 경개약구(傾蓋若舊)란 말은 바야흐로 우리를 두고 한 말이지요.'

[주]경개약구(傾蓋若舊);처음 만나 친함이 친구와 같다.

경개(傾蓋):수레를 멈추고 덮개를 기울인다는 뜻으로, 우연히 한 번 보고 서로 친해짐을 이르는 말. 공자가 길을 가다 정본(程本)을 만나 수레의 덮개를 젖히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相與鼎足而坐話.

세 사람은 가마솔밭처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女低聲呼兒, 則有二丫鬟, 自林中出來.

미인이 나지막한 소리로 아이를 부르니, 차환(시종 드는 계집 아이) 두 명이 숲 속에서 나왔다.

女謂其兒曰:

미인은 그 아이에게 말했다.

“今夕邂逅故人之處, 又逢不期之佳客,

'오늘 저녁 우연히 고인(故人)을 만났고, 또한 기약하지 않았던 반가운 손님을 만났으니,

今日之夜, 不可寂寞而虛度.

오늘밤은 쓸쓸히 헛되이 넘길 수 없구나.

汝可備酒饌, 兼持筆硯而來.”

그러니 네가 가서 주찬(酒饌)을 준비하고, 아울러 붓과 벼루도 가지고 오너라.'

二丫鬟承命而往, 少旋而返, 飄然若飛鳥之往來.

두 차환은 명령을 받고 갔다가 잠시 후 돌아 왔는데 빠르기가 나는 새 오락가락 하는 것과 같았다.

琉璃樽盃, 紫霞之酒, 珍果奇饌, 皆非人世所有.

유리로 만든 술병과 술잔, 그리고 자하주(신선이 마시는 자줏빛의 술)와 진기한 안주 등은 모두 인간세상의 것은 아니더라.

酒三行, 女口新詞, 以勸其酒, 詞曰:

술이 삼순배 돌자, 미인이 새로운 노래를 부르며 술을 권했다. 그 가사는 이러하다.

重重深處別故人, 깊고 깊은 궁 안에서 고운 님 여의나니

天緣未盡見無因. 하늘의 연분 미진한데 뵈올 길 바이없네

幾番傷春繁花時, 꽃피는 봄날이면 몇 번이나 울었던가

爲雲爲雨夢非眞. 밤마다의 상봉은 꿈이었지 현실이 아니어라

消盡往事成塵後, 지난 일이 허물어져 티끌이 되었어도

空使今人淚滿巾. 부질없이 나로 하여 눈물짓게 하누나

歌竟, 欷歔飮泣, 珠淚滿面. 生異之, 起而拜曰:

노래를 마치고 나선 한숨을 '후유'쉬면서 느껴 우니, 구슬 같은 눈물이 얼굴을 덮었다. 유영은 이상히 여겨 일어나 절을 하고 말했다.

“僕雖非錦繡之腸, 早事儒業, 稍知文墨之事.

'내 비록 양가의 집에 태어난 몸은 아니오나, 일찍부터 문묵(文墨)에 종사하여 조금 문필(文筆)의 공을 알고 있거니와,

今聞此詞, 格調淸越, 而意思悲凉, 甚可怪也.

이제 그 가사를 들으니, 격조가 맑고 뛰어나시나, 시상이 슬프니 매우 괴이하구려.

今夜之會, 月色如晝, 淸風徐來, 猶足可賞, 而相對悲泣, 何哉?

오늘밤은 마침 월색이 낮과 같고 청풍이 솔솔 불어오니 이 좋은 밤을 즐길 만하거늘, 서로 마주 대하여 슬피 우는 건 어인 일이오.

一盃相屬, 情義已孚, 而姓名不言, 懷抱未展, 亦可疑也.”

술잔을 더함에 따라 정의가 깊어졌어도 성명을 서로 알지 못하고, 회포도 펴지 못하고 있으니 또한 의심하지 않을 수 없소. '

生先言己名而强之,

유영은 먼저 자기의 성명을 말하고 강요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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