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乃言曰: “莊憲大王子, 八大君中, 安平大君最爲英睿.

세종대왕의 왕자 팔 대군 중에서 셋째 왕자인 안평 대군이 가장 영특하였지요.

上甚愛之, 賞賜無數, 故田民財貨, 獨步諸宮.

그래서 상이 매우 사랑하시고 무수한 전민과 재화를 상사하시니, 여러 대군 주에서 가장 나았사옵더니,

年十三, 出居私宮, 宮名卽壽聖宮也.

나이 십삼 세에 사궁에 나와서 거처하시니 수성궁이라 하였습니다.

以儒業自任, 夜則讀書, 晝則或賦詩, 或書隷, 未嘗一刻之放過,

유업(儒業)으로써 자임(自任)하고, 밤에는 독서하고 낮에는 시도 읊으시고 또는 글씨를 쓰면서 일각이라도 허송치 아니하시니,

一時文人才士, 咸萃其門, 較其長短, 或知鷄叫參橫講論不怠,

한 시대의 문인재사들이 다 그 문(門)에 모여서 그 장단을 비교하고, 혹 새벽닭이 울어도 그치지 않고 담론(談論)을 하였지마는,

而大君尤工於筆法, 鳴於一國.

대군은 더욱 필법(筆法)에 장(長)하여 일국에 이름이 났지요.

文廟在邸時, 每與集賢殿諸學士, 論安平筆法曰:

문종대왕이 아직 세자(世子)로 계실 적에 매양 집현전 여러 학사와 같이 안평대군의 필법을 논평하시기를,

“吾弟若生於中國, 雖不及於王逸少, 豈後於趙松雪乎!” 稱賞不已.

'우리 아우가 만일 중국에 났더라면 비록 왕희지에게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어찌 조맹부에 뒤지리오.'

하면서, 칭찬하시기를 마지않았사옵니다.

一日, 大君於妻等曰:

하루는 대군이 저희들을 보고 말씀하셨지요.

“天下百家之才, 必就安靜處, 做工而後可成.

'천하의 모든 재사(才士)는 반드시 안정한 곳에 나아가서 갈고 닦은 후에야 이루어지는 법이니라.

都城門外, 山川寂寥, 閻落稍遠, 於此做業, 可以專精.”

도성(都城) 문밖은 산판이 고요하고, 인가에서 좀 떨어졌을 것이니 거기에서 업을 닦으면 대성할 수 있을 것이다.'

卽搆精舍十數間于其上, 扁其堂曰: ‘匪懈堂’,

곧 그 위에다 정사(精舍) 여남은 간을 짓고, 당명을 비해당(匪懈堂)이라 하였으며,

又築一壇于其側, 名曰: ‘盟詩壇’, 皆顧名思義之意也.

또한 그 옆에다 단을 구축하고 맹시단이라 하였으니, 다 명(名)을 돌아다보고 의(義)를 생각한 뜻이었지요.

一時文章鉅筆, 咸集其壇, 文章則成三問爲首, 筆法則崔興孝爲首.

한 시대의 문장(文章)과 거필(巨筆)들이 단상에 다 모이니, 문장에는 성삼문이 으뜸이었고, 필법에는 최흥효가 으뜸이옵니다.

雖然, 皆不及於大君之才也.

비록 그러하오나 다 대군의 재주에는 미치지 못하였사옵지요.

一日, 大君乘醉, 呼諸侍女曰:

하루는 대군이 취함을 타서 궁녀 보고 말씀하셨지요.

“天之降才, 豈獨豊於男而嗇於女乎?

'하늘이 재주를 내리심에 있어서, 남자에게는 풍부하게 하고 여자에게는 재주를 내리심에 있어서 적게 하였으랴.

今世以文章自許者, 不爲不多, 而皆莫能相尙, 無出類拔萃者, 汝等亦勉之哉!”

지금 세상에 문장으로 자처하는 사람이 많지마는, 능히 다 상대할 수 없고, 아직 특출한 사람이 없으니. 너희들도 또한 힘써서 공부하여라.'

於是, 宮女中, 擇其年少美容者十人敎之.

대군께서는 궁녀 중에서 나이가 어리고 얼굴이 아름다운 열 명을 골라서 가르치셨습니다.

先授諺解小學, 讀誦而後, 庸學論孟詩書通史, 盡敎之,

먼저 <언해소학>을 주시고 읽고 암송한 이후에, <중용>, <대학>,<논어>, <맹자>, <시경>, <통감>, <사략> 등을 다 가르치시고,

又抄李杜唐音數百首敎之, 五年之內, 果皆成才.

또 이백, 두보, 당음의 시 수백 수를 뽑아서 가르치시니, 5년 이내에 과연 모두 대성하였지요.

大君入則使妾等, 不離眼前, 作詩斥正, 第其高下, 明用賞罰, 以爲勸獎,

안평대군게서는 집에 들면 첩등에게 안전에서 시를 짓게 하여 시의 우열을 정하야 가작자(佳作者)에게는 상을 주어 권장하였다.

其卓犖之氣像, 縱不及於大君,

탁월한 기상이 안평대군에게는 미치지 못하나

而音律之淸雅, 句法之婉熟, 亦可以窺盛唐詩人之蕃蘺也.

음률에 청아함과 필법의 완숙함은 당나라 시인에 울타리를 부러워하지 않을 만큼 되었다.

十人之名, 則小玉, 芙蓉, 飛瓊, 翡翠, 玉女, 金漣, 銀蟾, 紫鸞, 寶蓮, 雲英, 雲英卽妾也.

열 명의 이름은 소옥, 부용, 비경, 비취, 옥녀, 금련, 은섬, 자란, 보련, 운영이니, 운영은 바로 저였어요.

大君皆甚撫恤, 尙畜宮內, 使不得與人對語,

대군이 열명 시녀를 심히 사랑하고 긍휼이 여겼으나 항상 궁문 밧게를 나지 못하게 하고 접어(接語)도 절대로 금하였다.

日與文士, 盃酒戰藝, 而未嘗以妾等, 一番相近者, 盖慮外人之或知也. 常下令曰:

날마다 문사들과 주배젼(酒杯戰)을 하였지만 한 번도 시녀들을 가까이 잇지 못하게 하였다. 대개 외인이 혹 알까하여 언제나 하명을 내렸다.

“侍女一出宮門, 則其罪當死, 外人知宮女知名, 其罪亦死.”

"시녀가 궁문 박글 나가면 그 죄는 죽음이 마당하고 궁문밖 사람이 궁인의 이름만 알아도 사죄를 면치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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