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一日, 大君自外而入, 呼妾等曰:
하루는 대군이 첩들을 불러서 말했다.
“今日與文士某某飮酒, 有祥靑烟, 起自宮樹, 或籠城堞, 或飛山麓.
"오날은 문사 아무와 주배를 나누었는데 상스런 한 줄기 파란 연기가 궁중의 나무로부터 일어나 궁성을 싸고 산기슭으로 스르르 날아갔다.
我先占五言一絶, 使坐客次之, 皆不稱意. 汝等以年次, 各製以進.
” 내가 먼저 오언 일절을 짓고 손님들에게 짓게 했으나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희들은 그것을 시제(詩題)로 하야 너희들의 사의대로 연령 순서로 글을 지어 올려라"
小玉先呈曰:
먼저 소옥으로부터 올리기 시작하였다
緣烟細如織,
隨風伴入門.
依微深復淺,
不覺近黃昏.
풀은 연기에 인연하여 가는 비단실 같이
바람을 따라 비스듬히 문으로 드러와
흐릿하게 깊었다가 다시 엷어지더니
어느덧 황혼이 가까웠네.
芙蓉次呈曰:
부용이 다음으로 올렸다.
飛空遙帶雨,
落地復爲雲.
近夕山光暗,
幽思尙楚君.
하늘로 날아가 멀리서 비를 몰아와
땅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구름이 되도다
저녁이 가까워 산빛은 어두웠네
그윽한 생각이 다만 초왕을 그리노라
翡翠呈曰:
비취의 시에는,
覆花蜂失勢,
籠竹鳥迷巢.
黃昏成小雨,
窓外聽蕭蕭.
꽃 속의 벌은 갈 길을 일코
통속에 새는 아직도 깃에 들지 못하엿서라
어두운 밤은 가는 비로 되아
창 밧게 소슬한 소리를 듯는도다
飛瓊呈曰:
비경의시에는,
小杏難成眼,
孤篁獨保靑.
輕陰暫見重,
日暮又昏冥.
적은 은행으로 눈알을 맨들기 어려와라
외로운 대피리는 홀로 푸른 빗을 보젼하엿도다
가비야운 그늘은 잠시 무거왓서라
해는 저물고 또 황혼이 되리라
玉女呈曰:
옥녀의 시에는,
蔽日輕紈細,
橫山翠帶長.
微風吹漸散,
猶濕小池塘.
해를 가리는 얄분 깁은 가늘고
산 엽흐로 빗긴 풀은 띠는 길드라
가는 바람의 불니여 점점 사라지어라
아직 마르지 아니한 적은 연못이여라
金蓮呈曰:
금련의 시에는,
山下寒烟積,
橫飛宮樹邊.
風吹自不定,
斜日滿蒼天.
산밋헤 찬 연긔는 메여드러
비스듬이 날니는 궁의 나무 가는
바람의 불니여 몸을 가누지 못하여라
넘어가는 해빗은 창텬에 가득하도다
銀蟾呈曰:
은섬의 시에는,
山谷繁陰起,
池臺緣影流.
飛歸無處覓,
荷葉露珠留.
산골의 잇다금 근을을 지우고
못가으로 푸른거림자가 흘르도다
날어서 도라가보니 볼곳이 업고
적은 연입의 이슬에 구슬이 담겨 잇서라
紫鸞呈曰:
자연의 시에는,
早向洞門暗,
橫連高樹低.
須臾忽飛去,
西岳與前溪.
나즌 골문을 향하야도 어둡고
모루 놉흔 나무를 싸노아얏더라
참다 못하야 홀연히 나러가드라
서녘 뫼부리와 압 내가로
妾亦呈曰:
첩 운영의 시에는,
望遠靑烟細,
佳人罷織紈.
臨風獨惆悵
飛去落巫山.
멀니 바라보니 풀은 연긔는 가늘고
아름다운 사람은 깁짜기를 마치고
바람을 대하야 홀로 슬퍼하노라
날아가서 무산에 떨어지리라
寶蓮呈曰:
보련의 시에는,
短壑春陰裡,
長安水氣中.
能令人世上,
忽作翠珠宮.
짜른굴 푸른 그늘속
장안의 물긔운 속에서
능히 세상사람을 오르게 하며
홀연히 취쥬궁(翠珠宮)이 되리로다
大君看罷, 大驚曰:
대군이 한번 보더니 놀나는 빗이 얼골에 가득하야,
“雖比於晩唐之詩, 亦可伯仲, 而謹甫以下, 不可執鞭也.”
"당나라 시에 비하야도 첫째 둘째가 될 것이라. 근보[성삼문] 이하는 채찍을 잡지 못하리라.”
再三吟咏, 莫知其高下, 良久曰:
하고 재삼 읇흐면서 우열을 정하지 못하더니 한참 읽다가,
“芙蓉詩, 思戀楚君, 余甚嘉之,
"부용의 시에 그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대단히 잘 되었고,
翡翠詩, 比前騷雅,
비취의 시는 앞의 것에 비하면 이소경의 아취가 있고,
玉女詩, 意思飄逸, 末句有隱隱然餘意,
소옥의 시는 표일하고 끝구에는 은근한 취미가 잇다 .
以此兩詩, 當爲居魁.”
먼저 이 두 글을 제일로 정한다."
又曰:
다시 말하기를,
“我初見詩, 憂劣莫辨, 一再翫繹, 則紫鸞之詩, 意思深遠, 令人不覺嗟嘆而蹈舞也.
"처음에는 우렬을 말하지 안엇스나 재삼 해셕하야 보니 자연의 시는 심원한 곳이 잇스나 무의식하게 모르는 사이에 사람으로 하여금 차탄하고 춤추게 한다.
餘詩亦皆淸雅, 而獨雲英之詩, 顯有惆悵思人之意.
그리고 그 나마지 글도 아름다웁게 되엿스나 홀로 운영의 시는 초창하고 누구를 상사하는 듯이 표현하야 잇다.
未知其所思者何人, 事當訊問, 而其才可惜, 故姑置之.”
그리워하는 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이 일은 마당히 힐문할 것이로되 그의 재조를 보아 그대로 내버려둔다."
妾卽下庭, 伏泣而對曰:
이 말을 드른 운영은 즉시 뜰에 내려 업다려 울면서,
“追辭之際, 偶然而發, 豈有他意乎! 今見疑於主君, 妾萬死無惜.”
"시를 지을 적에 우연히 나온 것이오 결코 다른 뜻은 업슴니다. 지금 주군의 의혹을 바드니 첩은 만 번 죽어도 오히려 애석할 게 없습니다."
大君命之坐曰:
대군은 운영을 불너 올려 자리를 준 후에,
“詩出於性情, 不可掩匿, 汝勿復言.”
"시는 성졍으로 나와 억지로 숨기지는 못하는 것이다. 너는 다시 말하지 말라."
卽出綵帛十端, 分賜十人.
곧 채단 열필을 꺼내 열 명에게 나누워 주엇다.
大君未嘗有私於妾, 而宮中之人, 皆知大君之意, 在於妾也.
대군은 첩에게 마음 잇는 풍정을 조금도 나타내지 않으시나 궁녀들은 모다 대군이 첩에게 마음을 두신 것으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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