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壽聖宮, 卽安平大君舊宅也, 在長安城西仁旺山之下.

수성궁은 안평대군의 옛집으로 서울 서쪽 인왕산 밑에 자리잡았다.

山川秀麗, 龍盤虎踞,

산천이 수려하고 용이 서리고 범이 웅크린 형상이었다.

社稷在其南, 慶福在其東. 仁旺一脈, 逶迤而下, 臨宮㞳起.

사직단은 그 남쪽에 있고 경복궁은 그 동쪽에 있다. 인왕산 줄기가 굽이져 내려오다 수성궁에 이르러 높은 봉우리를 이루었다.

雖不高峻, 而登臨俯覽, 則通衢市廛, 滿城第宅, 碁布星羅, 歷歷可指, 宛若絲列分派.

비록 험준하지는 않았으나 올라가 내려다보면 사통오달로 툭 터인 거리의 상점들과 성에 가득찬 집들은 바둑판이나 성좌처럼 벌여 있어 역력히 가리킬 수 있고, 완연함은 베틀의 날줄이 나누어 갈라진 듯했다.

東望則宮闕縹緲, 複道橫空, 雲烟積翠, 朝暮獻態, 眞所謂絶勝之地也.

동쪽을 바라보면 궁궐이 아득한데 복도가 공중에 비껴 있고, 구름과 안개는 비취빛으로 쌓여 아침 저녁으로 자태를 헌신하니 진실로 이른 바 절승의 경지였다.

一時酒徒射伴, 歌兒笛童, 騷人墨客, 三春花柳之節, 九秋楓菊之時, 則無日不遊於其上, 吟風咏月, 嘯翫忘歸.

당대의 술꾼들과 활꾼들, 노래하는 기녀와 피리부는 아이들, 시인 묵객들은 삼월의 꽃놀이 시기와 구월 단풍철이 되면 그 위에서 놀지 않는 날이 없었고 풍월을 읊조리고 풍악을 즐기느라 돌아가는 것도 잊었다.



'고전문학 > 운영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성궁몽유록 제5회  (0) 2009.09.26
수성궁몽유록 제4회  (0) 2009.09.26
수성궁 몽유록 제3회  (0) 2009.09.26
수성궁몽유록 제2회  (0) 2009.09.26
수성궁몽유록 해설  (0) 2009.09.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