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산록의 시무십조를 올린 상서장]

 

최치원(崔致遠) ,격황소서(檄黃巢書)동문선 제49권 격서(檄書)

http://www.minchu.or.kr/index.jsp?bizName=MK

[국학원전] [고전번역서]

 

廣明二年七月八日。諸道都統檢校太尉某告黃巢。

광명 2년 7월 8일에, 제도도통검교태위(諸道都統檢校太尉)아모(我某)는 황소(黃巢)에게 고한다.

 

夫守正修常曰道。臨危制變曰權。

대범 바른 것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도(道)라 하는 것이요, 위험한 때를 당하여 변통할 줄을 아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智者成之於順時。愚者敗之於逆理。

지혜 있는 이는 시기에 순응하는 데서 성공하게 되고,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스리는 데서 패하게 되는 것이다.

 

然則雖百年繫命。生死難期。而萬事主心。是非可辨。

비록 백 년(百年)의 생명에 죽고 사는 것은 기약할 수가 없는 것이나, 만사(萬事)는 마음이 주장된 것이매, 옳고 그른 것은 가히 분별할 수가 있는 것이다.

 

今我以王師則有征無戰。軍政則先惠後誅。

이제 내가 왕사(王師)를 거느려 정벌(征伐)이 있으나 싸움은 없는 것이요, 군정(軍政)은 은덕을 앞세우고 베어죽이는 것을 뒤에 하는 것이다.

 

將期尅復上京。固且敷陳大信。敬承嘉論。用戢奸謀。

앞으로 상경(上京)을 회복하고 큰 신의(信義)를 펴려 하매 공경하게 임금의 명을 받들어서 간사한 꾀를 부수려 한다.

 

且汝素是遐甿。驟爲勍冦。偶因乘勢。輒敢亂常。

또는 네가 본시 먼 시골의 백성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고 문득 감히 강상(綱常)을 어지럽게 하였다.

 

遂乃包藏禍心。竊弄神器。侵凌城闕。

드디어 불칙한 마음을 가지고 높은 자리를 노려보며 도성을 침노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穢黷宮闈。旣當罪極滔天。必見敗深塗地。

이미 죄는 하늘에 닿을 만큼 극도로 되었으니, 반드시 크게 패하여 망할 것이다.

 

噫。唐虞已降。苗扈弗賓。無良無賴之徒。不義不忠之輩。尒曹所作。何代而無。

아, 요순(堯舜) 때로부터 내려오면서 묘(苗)나 호(扈) 따위가 복종하지 아니하였으니, 양심 없는 무리와 불의불충(不義不忠)한 너 같은 무리의 하는 짓이 어느 시대인들 없었겠나.

 

遠則有劉曜,王敦覬覦晉室。近則有祿山,朱泚吠噪皇家。

먼 옛적에 유요(劉曜)와 왕돈(王敦)이가 진(晉) 나라를 엿보았고, 가까운 시대에는 녹산(祿山)과 주자(朱泚)가 황가(皇家 당 나라)를 향하여 개 짖듯 하였다.

 

彼皆或手握強兵。或身居重任。

그것들은 모두 손에 강성한 병권도 잡았고, 또는 몸이 중요한 지위에 있었었다.

 

叱吒則雷奔電走。喧呼則霧塞煙橫。

호령만 떨어지면 우레와 번개가 달리듯 하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나 연기처럼 깜깜하게 막히게 된다.

 

然猶蹔逞姧圖。終殲醜類。

그러나 오히려 잠깐 동안 못된 짓을 하다가 필경에는 더러운 종자들이 섬멸되었다.

 

日輸闊輾。豈縱妖氛。天網高懸。必除兇族。

햇빛이 활짝 펴니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대로 두겠으며, 하늘의 그물이 높이 베풀어져서 반드시 흉한 족속들은 없애고 마는 것이다.

 

況汝出自閭閻之末。起於壟畝之間。以焚劫爲良謀。

하물며 너는 평민의 천한 것으로 태어났고, 농민으로 일어나서 불지르고 겁탈하는 것을 좋은 꾀라 하며,

 

以殺傷爲急務。有大愆可以擢髮。無小善可以贖身。살상(殺傷)하는 것을 급한 임무로 생각하여 헤아릴 수 없는 큰 죄만 있고, 속죄될 조그마한 착함은 없었으니,

 

不唯天下之人皆思顯戮。兼恐地中之鬼已議陰誅。

천하 사람들이 모두 너를 죽이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아마도 땅 가운데 귀신까지 가만히 베어 죽이려고 의론하리라.

 

縱饒假氣遊魂。早合亡神奪魄。

비록 잠깐 동안 숨이 붙어 있으나, 벌써 정신이 죽었고, 넋이 빠졌으리라.

 

凡爲人事。莫若自知。

대범 사람의 일이란 것은 제가 저를 아는 것이 제일이다.

 

吾不妄言。汝須審聽。

내가 헛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 너는 모름지기 살펴 들으라.

 

比者我國家德深含垢。恩重棄瑕。

요즈음 우리 국가에서 덕이 깊어 더러운 것도 참아주고 은혜가 중하여 결점을 따지지 아니하여

 

授尒節旄。寄爾方鎭。

너에게 장령(將領)으로 임명하고 너에게 지방 병권(兵權)을 주었거늘

 

尒猶自懷鴆毒。不斂梟聲。

너는 오히려 짐새[鴆]와 같은 독심만을 품고 올빼미의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動則齧人。行唯吠主。

움직이면 사람을 물어 뜯고 하는 짓이 개[犬]가 주인 짖듯하여

 

乃至身負玄化。兵纏紫微。

필경에는 몸이 임금의 덕화를 등지고 군사가 궁궐에까지 몰려들어

 

公侯則奔竄危途。警蹕則巡遊遠地。

공후(公侯)들은 위태로운 길로 달아나고 임금의 행차는 먼 지방으로 떠나게 되었다.

 

不能早歸德義。但養頑兇。

너는 일찍 덕의(德義)에 돌아올 줄을 알지 못하고 다만 완악하고 흉악한 짓만 늘어간다.

 

斯則聖上於汝有赦罪之恩。汝則於國有辜恩之罪。

이에 임금께서는 너에게 죄를 용서하는 은혜가 있었는데, 너는 국가에 은혜를 저버린 죄가 있다.

 

必當死亡無日。何不畏懼于天。

반드시 얼마 아니면 죽고 망하게 될 것이니,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지 아니하는가.

 

况周鼎非發問之端。漢宮豈偸安之所。

하물며 주(周) 나라 솥[鼎]은 물어볼 것이 아니요. 한(漢) 나라 궁궐이 어찌 너 같은 자가 머물 곳이랴.

 

不知爾意。終欲奚爲。汝不聽乎。

너의 생각은 마침내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道德經云。飄風不終朝。驟雨不終日。

《도덕경(道德經)》에 이르기를, “회오리바람은 하루 아침을 가지 못하는 것이요. 소낙비는 하루 동안을 채우지 못한다.” 하였으니

 

天地尙不能久。而况於人。

천지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이랴.

 

又不聽乎。

또 듣지 못하였느냐.

 

春秋傳曰。

《춘추전(春秋傳)》에 이르기를,

 

天之假助不善。非祚之也。厚其凶惡而降之罰。

“하늘이 잠깐 나쁜 자를 도와주는 것은 복이 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흉악함을 쌓게 하여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 하였으니,

 

今汝藏姦匿暴。惡積禍盈。

이제 너는 간사한 것도 감추고 사나운 것을 숨겨서 악이 쌓이고 앙화[禍]가 가득하였는데도

 

危以自安。迷而不復。

위험한 것으로 스스로 편케 여기고 미혹하여 뉘우칠 줄 모르니,

 

所謂鷰巢幕上。謾恣騫飛。

옛말에 이른바 제비가 막(幕) 위에다 집을 지어 놓고 불이 막을 태우는데도 방자히 날아드는 거나

 

魚戲鼎中。則看燋爛。

물고기가 솥[鼎] 속에서 너울거린들 바로 삶아 데인 꼴을 보는 격이다.

 

我緝煕雄略。糺合諸軍。

나는 웅장한 군략(軍略)을 가지고 여러 군대를 모았으니,

 

猛將雲飛。勇夫雨集。

날랜 장수는 구름같이 날아 들고 용맹스런 군사들은 비 쏟아지듯 모여 들어

 

高旌大旆。圍將楚塞之風。

높고 큰 깃발은 초새(楚塞)의 바람을 에워싸고

 

戰艦樓船。塞斷吳江之浪。

군함은 오강(吳江)의 물결을 막아 끊었다.

 

陶太尉銳於破敵。楊司空嚴可稱神。

진(晉) 나라 도 태위(陶太尉)는 적을 부수는데 날래었고, 수(隋) 나라 양소(楊素)는 엄숙함이 신(神)이라 일컬었다.

 

旁眺八維。橫行萬里。

널리 팔방을 돌아보고 거침없이 만리(萬里)에 횡행(橫行)하였다.

 

旣謂廣張烈火。爇彼鴻毛。

맹렬한 불이 기러기 털을 태우는 것과 같고

 

何殊高擧泰山。壓其雀卵。

태산(泰山)을 높이 들어 참새알을 눌러 깨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卽日金神御節。水伯迎師。

서늘 바람 나는 가을에 강에 물귀신이 우리 군사를 맞이한다.

 

商風助肅煞之威。晨露滌昏煩之氣。

서풍이 불어 숙살(肅殺)하는 위엄을 도와주고 새벽 이슬은 답답한 기운을 상쾌하게 하여 준다.

 

波濤旣息。道路卽通。

파도도 일지 않고 도로도 통하였으니,

 

當解纜於石頭。孫權後殿。

석두성(石頭城)에서 뱃줄을 풀매 손권(孫權)이 뒤에서 호위하고

 

佇落帆於峴首。杜預前驅。

현산(峴山)에 돛을 내리매 두예(杜預)가 앞장선다.

 

收復京都。尅期旬朔。

경도(京都)를 수복하는 것이 열흘이나 한 달 동안이면 기필할 수 있을 것이다.

 

但以好生惡殺。上帝深仁。

다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임을 싫어하는 것은 상제(上帝)의 깊으신 인자(仁慈)함이요

 

屈法申恩。大朝令典。

법을 굴하여 은혜를 펴려는 것은 큰 조정의 어진 제도다.

 

討官賊者。不懷私忿。

나라의 도적을 정복하는 이는 사사로운 분(忿)을 생각지 않는 것이요,

 

諭迷途者。固在直言。

어둔 길에 헤매는 자를 일깨우는 데는 진실로 바른 말을 하여 주어야 한다.

 

飛吾折簡之詞。解爾倒懸之急。

나의 한 장 편지로써 너의 거꾸로 매달린 듯한 다급한 것을 풀어주려는 것이니,

 

汝其無成膠柱。且學見機。

고집을 하지 말고 일의 기회를 잘 알아서

 

善自爲謀。過而能改。

스스로 계책을 잘하여 허물짓다가도 고치라.

 

若願分茅裂土。開國承家。

만일 땅을 떼어 봉해 줌을 원한다면, 나라를 세우고 집을 계승하여

 

免身首之橫分。得功名之卓立。

몸과 머리가 두 동강으로 되는 것을 면하며, 공명(功名)의 높음을 얻을 것이다.

 

無取信於面友。可傳榮於耳孫。

겉으로 한 도당(徒黨)의 말을 믿지 말고 영화로움을 후손에까지 전할 것이다.

 

此非兒女子所知。實乃大丈夫之事。이는 아녀자(兒女子)의 알 바가 아니라, 실로 대장부의 일인 것이다.

 

早須相報。無用見疑。

일찍이 회보(回報)하여 의심둘 것 없나니라.

 

我命戴皇天。信資白水。

나의 명령은 천자를 머리에 이고 있고, 믿음은 강물에 맹세하여

 

必須言發響應。不可恩多怨深。

반드시 말이 떨어지면 그대로 하는 것이요, 원망만 깊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或若狂走所牽。酣眠未寤。

만일 미쳐 덤비는 도당에 견제(牽制)되어 취한 잠이 깨지 못하고

 

猶將拒轍。固欲守株。

여전히 당랑(螳螂)이 수레바퀴를 항거하기를 고집한다면,

 

則乃批熊拉豹之師。一麾撲滅。

그제는 곰을 잡고 표범을 잡는 군사로 한 번 휘둘러 없애버릴 것이니,

 

烏合鴟張之衆。四散分飛。

까마귀처럼 모여 소리개 같이 덤비던 군중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갈 것이다.

 

身爲齊斧之膏。骨作戎車之粉。

몸은 도끼에 기름 바르게 될 것이요, 뼈는 융거(戎車 군용차(軍用車)) 밑에 가루가 되며,

 

妻兒被戮。宗族見誅。

처자도 잡혀 죽으려니와 종족들도 베임을 당할 것이다.

 

想當燃腹之時。必恐噬臍不及。

생각하건대, 동탁(董卓)의 배를 불로 태울 때에 반드시 후회하여도 때는 늦으리라.

 

尒須酌量進退。分別否臧。

너는 모름지기 진퇴(進退)를 참작하고, 잘된 일인가 못된 일인가 분별하라.

 

與其叛而滅亡。曷若順而榮貴。

배반하여 멸망되기보다 어찌 귀순하여 영화롭게 됨이 낫다.

 

但所望者。必能致之。

다만 바라는 것은 반드시 그렇게 하라.

 

勉尋壯士之規。立期豹變。

장사(壯士)의 하는 짓을 택하여 갑자기 변할 것을 결정할 것이요,

 

無執愚夫之慮。坐守狐疑。

어리석은 사람의 생각으로 여우처럼 의심만 하지 말라.

 

某告。

모는 고한다.

 

[주C-001]황소(黃巢) : 당(唐) 나라 말기에 반란을 일으켜서 도성(都城)을 점령한 도적이다. 고병(高騈)이 도통사(都統使)로서 토벌하는데 최치원이 고병의 종사관(從事官)으로서 대신하여 격문(檄文)을 지어서 황소에게 보내었다.

[주D-001]묘(苗) …… 과 호(扈) : 순(舜)에게 복종하지 않아서 토벌을 당한 나라요, 호(扈)는 하(夏) 나라에 복종하지 않아서 토벌을 당한 나라다.

[주D-002]유요(劉曜) …… 와 왕돈(王敦) : 흉노(匈奴)의 후예로서 서진(西晉)에 반란을 일으켰고 왕돈은 동진(東晉) 때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한 자이다.

[주D-003]귀신 …… 의론 하리라 : 황소가 격문을 보다가 이 귀절에 이르러 놀래 앉았던 걸상에서 떨어졌다 한다.

[주D-004]주(周) 나라 …… 물어볼 : 우(禹)가 구정(九鼎)을 만들어 후세에 전하여 오는데 제왕(帝王)이 그것을 지녀 수도(首都)에 두어 왔다. 주(周) 나라가 쇠약한 말기에 강성한 제후(諸侯)인 초왕(楚王)이 사람을 보내어 구정이 가벼운가를 물었다. 그것을 곧 제가 천자(天子)가 되어 구정을 옮겨가겠다는 뜻이었다.

[주D-005]도 태위(陶太尉) : 도간(陶侃)인데, 두수(杜弢) 소준(蘇峻) 등 반역자를 평정한 명장(名將)이다.

[주D-006]양소(楊素) : 진(陳)을 칠 때에 배를 타고 양자강으로 내려가는데 위의가 엄숙하니 사람들이 보고 강신(江神)과 같다 하였다.

[주D-007]손권(孫權) : 삼국 때에 오왕(吳王) 손권(孫權)이 석두성에 도읍을 정하였다.

[주D-008]두예(杜預) : 진(晉) 나라 장수 두예(杜預)가 오(吳) 나라와 대치(對峙)하여 현산(峴山)에 있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