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주]아, 심학산 언덕배기에서 매월당 선생시 보니 반갑고녀. 이십대 초반, 삼각산에서 과거공부를 하던 중에 세조의 왕위찬탈 소식을 듣고 책을 불사른 후 일생을 방랑한 김시습 선생만큼 자연의 변화를 잘 아는 이도 그리 많지 않을 게다.

시의 결구는 입신양명이 삶의 목표인 유학자들에게는 매우 슬픈 이야기지만 도연명이 드러내놓고 단초를 연, 강호가도에 안빈낙도하는 삶에 달관한 모습이기도 하다. 후자는 벼슬길의 전투에서 밀려난 유학자들이 안주하며 자신을 추스릴 수있는 선비의 길이다.

경주 남산 용장사 아래서 인귀교환이라는 경천동지의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 5편도 지으셨지. 남산의 주봉이 금오산이걸랑.

참고로 이 블로그에는 이 5편을 원문과 함께 완역하여 탑재한 바 있다.


醉次四佳韻 贈山上人

취해서 사가(四佳 )의 운을 따라 지어 산속의 대사에게 주다

*四佳 : 조선 초기 성종조의 문신이며 학자인 徐居正의 호 四佳亭. 중국의 문선에 비견할 우리나라 역대 시문을 모은 <동문선> 편찬.

山中無紀曆 景物可能知

산중무기력 경물가능지

산중에 기록할 책력 없지만

풍물 보면 알 수 있지.

日暖野花發 風薰簷影遲

일난야화발 풍훈첨영지

날 따뜻해지면 들꽃이 피어나고

바람 훈훈해지면 처마 그늘 더디게 옮겨가네

園收霜栗後 爐煮雪茶時

원수상률후 로자설다시

동산에서 서리친 밤 거둔 뒤요

화로에는 눈녹여 차 끓일 때라

且莫窮籌算 百年推類玆

차막궁주산 백년추류자

너무 깊이 계산하지 마시게

내 한평생을 이로써 유추(類推)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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