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좌 - 남가태수전 02

 

 

生思念之,意以為父在邊將,因沒(「沒」原作「歿」,據明抄本改。)虜中,不知存亡。순우생은 곰곰이 생각하기를‘아버님은 변방장수로 계시다가포로로 잡혀 생사조차 알 수 없다.’

 

將謂父北蕃交通,(「通」原作「遜」,據明抄本改。)而致茲事,心甚迷惑,不知其由。또 생각했다.‘아버님이 북번과 교통하여 이런 일이 생겼는가?마음이 심히 미혹되어 그 영문을 알지 못하겠다.’

 

  是夕,羔雁幣帛,威容儀度,妓樂絲竹,肴膳燈燭,車騎禮物之用,無不咸備。그날 저녁 어린양, 기러기, 돈, 비단,위엄 있는 혼례절차, 기녀와 악대의 악기 연주,맛있는 요리와 등촉, 수레와 에물 등이 모두 준비되지 않은 것이 없었다.

 

有群女,或稱華陽姑,或稱青溪姑,或稱上仙子,或稱下仙子,무리의 여자들은 혹은, 화양고, 청계고, 상선자, 하선자라 불리었다.

 

若是者數輩,皆侍從數千,冠翠鳳冠,衣金霞帔,采碧金鈿,目不可視。이같은 무리들은 모두 수천의 시종을 거느리고취봉관을 쓰고,금하피를 입고,벽금전을 꽂아눈이 부셔 바라볼 수 없었다.

 

遨遊戲樂,往來其門,爭以淳于郎為戲弄。이들은 노닐며 즐거워했고그 문을 오가며다투어 순우분을 희롱했다.

 

風態妖麗,言詞巧艷,生莫能對。그녀들은 요염한 자태에 베어난 말솜씨를 지녀순우생은 상대할 수 없었다.

 

復有一女謂生曰:또 어떤 여자가 순우생에게 말했다.

 

「昨上巳日,吾從靈芝夫人過禪智寺,於天竹院觀右(明抄本「右」作「石」。)延舞婆羅門,지난 상사일에 저는 영지부인을 따라 선지사에 갔다가천축원에서 석연이 바라문 춤을 추는 것을 보았습니다.

 

吾與諸女坐北牖石榻上。저는 여러 여자들과 북쪽 창가 돌 평상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時君少年,亦解騎來看,그대 당신은 소년이었는데역시 말에서 내려와 춤을 구경했습니다.

 

君獨強來親洽,言調笑謔。당신은 홀로 마구 와서 접근하더니말과 웃음으로 희롱했습니다.

 

吾與窮英妹結絳巾,掛於竹枝上,나와 궁영매는 진홍빛 수건을 맺어대나무 가지 위에 걸어 두었습니다.

 

君獨不憶念之乎?그대 혼자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지요?

 

又七月十六日,吾於孝感寺侍(「侍」原作「悟」,據明抄本改。)上真子,聽契玄法師講觀音經。또 7월 16일 저는 효감사에서 사진자를 모시고계현법사께서 관음경을 강해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吾於講下捨金鳳釵兩支,上真子捨水犀合子一枚,저는 강해 뒤에 황금 봉황의 비녀 두 개를 보시했고상진자는 무소불로 만든 합 하나를 보시했습니다.

 

時君亦講筵中,於師處請釵合視之,賞歎再三,嗟異良久。그대 당신도 강해 자리에서법사 계신 곳에서 비녀와 합을 보여달라고 청하고는재삼 상탄하고 한참 동안 기이함에 감탄했습니다.

 

顧余輩曰:『人之與物,皆非世間所有。』저희들을 돌아보고 말했습니다.“인물이나 물건이 인간세상이 잇는 것이 아니구나.”

 

或問吾民,或訪吾里,吾亦不答。혹은 어느 나라 백성인지 사는 곳은 어딘지를 물었으나나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情意戀戀,矚盼不舍,君豈不思念之乎?」애틋한 마음으로 눈길을 거두지 못했는데당신이 우리들을 그리워하지는 않으셨는지요?

 

生曰:「中心藏之,何日忘之。」순우생이 말했다.“마음 속에 감추고 어느 날인들 잊었겠습니까?

 

群女曰:「不意今日與君為眷屬。」그녀들이 말했다.“뜻밖에 오늘 당신과 권속이 되었군요.”

 

  復有三人,冠帶甚偉,前拜生曰:「奉命為駙馬相者。」또 세 사람은 관대를 위엄있게 하고 앞으로 나와 순우생에게 절을 올렸다.“왕명을 받들어 부마의 상자[혼례를 돕는 이]가 되었습니다.

 

中一人,與生且故,生指曰:「子非馮翊田子華乎?」그 가운데 한 사람이 순우생과 생과 구면이어 생이 지적하며 말했다.“그대는 풍익의 전자화가 아닌가?”

 

田曰:「然。」전: “그렇다네.”

 

生前,執手敘舊久之。生謂曰:「子何以居此?」순우생은 앞으로 나아가 손을 잡고 지난 일들을 얘기했다.순우생이 말했다.“자네는 어떻게 여기 사는가?”

 

子華曰:「吾放遊,獲受知於右相武成侯段公,因以棲托。」전자화가 말했다.“나는 노닐다가 우상 무성후 단공의 눈에 들어이곳에 기탁하여 사네.”

 

生復問曰:「周弁在此,知之乎?」순우생이 또 물었다.“주변이 여기 있다는데 그를 아는가?”

 

子華曰:「周生貴人也,職為司隸,權勢甚盛,吾數蒙庇護。」전자화가 말했다.“주생은 귀인이라 직책이 사예일세.권세가 심히 대단하여나는 여러 번 비호를 받앗다네.”

 

言笑甚歡。俄傳聲曰:「駙馬可進矣。」매우 기브게 담소하는 중에 잠시 후 전하는 말이 들렸다.“부마게서 나아오십니다.”

 

三子取劍佩冕服更衣之。子華曰:세 사람이 검과 패옥, 면류관을 씌우고 다시 옷을 입히자전자화가 말했다.「不意今日獲睹盛禮,無以相忘也。」“뜻밖에 오늘 성대한 혼례를 보게 되었네. 서로 잊지 마세.”  有仙姬數十,奏諸異樂,婉轉清亮,曲調淒悲,非人間之所聞聽。선녀 수십명이 여러 기이한 음악을 연주했는데청아하고 구성지며 곡조 또한 처량하고 구슬퍼인간세상에서 듣던 소리가 아니었다.

 

有執燭引導者亦數十,左右見金翠步障,彩碧玲瓏,不斷數里。등촉을 든 사람들 수십 명이좌우에서 황금과 비취색 보장을 보였는데채색의 푸르고 영롱함이 몇 리에 이어졌다.

 

生端坐車中,心意恍惚,甚不自安,田子華數言笑以解之。순우생은 수레 안에 단정히 앉아마음이 황홀하고 심히 심란하여전자화가 몇 마디 우스개로 그 마음을 풀어 주엇다.

 

向者群女姑娣,各乘鳳翼輦,亦往來其間。지난 번에 여러 여인들은 자매 사이로각기 봉의 날개를 장식한 수레를 타고그들 사이를 왕래했다.

 

  至一門,號修儀宮,群仙姑姊,亦紛然在側。수의궁이라 불리는 한 문에 이르니여러 선녀 자매들도 어지럽게 순우생의 곁에 섰다.

 

令生降車輦拜,揖讓升降,一如人間。순우생을 수레에서 내리게 한 다음 절을 하게 하였는데앉았다 섰다 읍양하는 것이인간 세상과 한 가지였다.

 

撤障去扇,見一女子,雲號金枝公主,年可十四五,儼若神仙。보장을 거두고 부채를 치우자한 여자가 금지공주라 불렀는데나이는 십사오 세로 언연히 신선과 같았다.

 

交歡之禮,頗亦明顯。맞절을 하고 합근(合巹)하는 의식도 자못 명료했다.生自爾情義日洽,榮曜日盛,순우생은 그때부터 정의(情義)가 날로 흡족하고영광의 빛남도 날로 풍성했다.

 

出入車服,遊宴賓御,次於王者。출입할 때의 수레와 의복유람이나 연회 때의 시위들도왕 다음이었다.

 

  王命生與群寮備武衛,大獵於國西靈龜山。왕은 순우생에게 여러 관료들과 호위들을 갖추게 하고나라 서쪽 영귀산에서 크게 수렵하게 했다.

 

山阜峻秀,川澤廣遠,林樹豐茂,飛禽走獸,無不蓄之。산과 언덕은 험준하고 수려했고시내와 못은 넓고도 길었으며숲은 무성하여 날짐슬 길짐승들이길러지지 않는 것이 없었다.

 

師徒大獲,竟夕而還。그들은 군사들이 많이 잡은 뒤저녁이 끝나고야 돌아왔다.

 

 

  生因他日啟王曰:순우생은 어느 날 왕에게 아뢰었다.

 

「臣頃結好之日,大王云奉臣父之命。臣父頃佐邊將,用兵失利,陷沒胡中,爾來絕書信十七八歲矣。“신이 전에 혼인할 적에 대왕게서는신의 부친의 명을 받았다 하셨는데신의 부친은 전에 변방의 장수를 보좌하다가용병에 실패하여 오랑캐 중에 사로잡혔습니다.그 이후로 십칠팔 년이 되었습니다.

 

王既知所在,臣請一往拜覲。」(「覲」原作「觀」,據明抄本改。)왕께서 이미 그 소재를 알고 계신다면신은 한 번 가서 인사를 올리기를 청합니다.”

 

王遽謂曰:「親家翁職守北土,信問不絕,卿但具書狀知聞,未用便去。」왕이 문득 말했다.“부친은 북쪽 땅을 지키고 계시며소식이 끊어지지 않고 있으니경이 편지를 써서 소식을 알리면 될 일이지갑자기 갈 필요는 없소.”

 

遂命妻致饋賀之禮,一以遣之。그리하여 아내에게 축하 예물을 보내드리게 한 후한 사람 편에 그것을 보냈다.

 

數夕還答,生驗書本意,皆父平生之跡,書中憶念教誨,情意委屈,皆如昔年。며칠 뒤 답장이 왔다.순우생이 편지 내용을 확인해 보니모두 아버지의 평생 자취였고편지 안의 그리움이나 가르침, 정의 완곡함은모두 옛날과 같았다.

 

復問生親戚存亡,閭里興廢。또 순우생에게 친척의 생사와 고향 마을의 존폐에 대해 물었다.復言路道乖遠,風煙阻絕,詞意悲苦,言語哀傷,又不令生來覲。또 말하기를,길은 너무나 멀고, 바람과 연기가 가로막고 있다 했는데말뜻이 구슬프고 말이 애절한데다또 순우생에게 뵈러오지 못하게 했다.云歲在丁丑,當與女相見。정축년이 되면 너와 서로 만나게 되리라고 했다.生捧書悲咽,情不自堪。순우생은 편지를 움켜쥐고 슬프게 오열하며감정을 감당하지 못했다.  他日,妻謂生曰:「子豈不思為政乎?」어느 때 아내가 순우생에게 말했다.“당신은 어찌 정치할 생각이 없나뇨?”生曰:「我放蕩,不習政事。」순우생:“나는 방탕하여 정사를 익히지 못했소.”妻曰:「卿但為之,余當奉贊。」아내:“당신만 하시겠다면 나는 당신을 돕겠습니다.”妻遂白於王。드디어 아내가 왕에게 아뢰었다.

 

累日,謂生曰:「吾南柯政事不理,太守黜廢,欲藉卿才,可曲屈之,便與小女同行。」며칠 후 왕이 순우생에게 말했다.“내가 남가군의 정사가 잘 다스려지지 않아 태수를 폐출했소.경의 재주를 빌리고자 하니 뜻을 굽혀지금 내 딸과 함께 가도록 하시오.”

 

生敦受教命。순우생은 삼가 교지의 명령을 받았다.

 

王遂敕有司備太守行李,왕은 유사에게 태수 이의 행차를 준비토록 칙명했다.

 

因出金玉錦繡,箱奩僕妾車馬列於廣衢,以餞公主之行。인하여 금옥과 비단, 상자와 남녀 종과 거마를 넓은 거리에 내어공주의 행차를 전별하도록 했다.

 

生少遊俠,曾不敢有望,至是甚悅。因上表曰:순우생은 젊은 협사로 일찍이 감히 바란 적은 없었으나이에 이르러 몹시 기뻐하며 표를 올렸다.

 

「臣將門餘子,素無藝術。猥當大任,必敗朝章。신은 장군 집안의 방계 후손으로본디 재주는 없었습니다.외람되이 이런 대임을 맡앗으니조정의 법도를 그르치게 될 것입니다.

 

自悲負乘,坐致覆餗。(「餗」原作「棘」,據明抄本改。)스스로 슬퍼합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수레를 타게 되어솥 안의 고기가 쏟아질까 걱정입니다.

 

今欲廣求賢哲,以贊不逮。지금 현철한 이를 널리 구하여저의 부족함을 도울까 합니다.

 

伏見司隸穎川周弁忠亮剛直,守法不回,有毗佐之器。엎드려 보건대 사예 영천 사람 주변은충성스럽고 강직하여법을 잘 지켜 돌이킴이 없으니저를 보좌할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處士馮翊田子華清慎通變,達政化之源。처사 풍익 사람 전자화는 청렴하고 신중하며 변화에 통달하여정치 교황의 근본에도 통달하였습니다.

 

二人與臣有十年之舊,備知才用,可托政事。이 두 사람은 십여 년간 신과 알고 지낸 터라그들의 재주와 쓰임새를 잘 알고 있으니정사를 맡길 만합니다.

 

周請署南柯司憲,田請署司農,庶使臣政績有聞,憲章不紊也。」청컨대 주변에게는 남가군의 사헌을 맡기시고전자화에게는 사농을 맡겨 주시어신으로 하여금 정치의 치적이 알려지게 해 주시고법도가 어지럽히지 않게 해 주십시오.

 

王並依表以遣之。왕은 표문에 의거하여 그들을 파견했다.

 

  其夕,王與夫人餞於國南。그날 저녁 왕과 부인은 나라 남쪽에서 전별연을 베풀었다.

 

王謂生曰:「南柯國之大郡,土地豐壤,人物豪盛,非惠政不能以治之,況有周田二贊,卿其勉之,以副國念。」왕이 말했다.“남가는 나라의 큰 군으로 토지가 비옥하고 인물이 호협하고 풍성하여자비로운 정치가 아니고는 다스릴 수 없다.하물며 주변과 전자화가 도울 것이니경은 힘써 나라의 뜻에 부합하도록 하시오.”

 

夫人戒公主曰:「淳于郎性剛好酒,加之少年,為婦之道,貴乎柔順,爾善事之,吾無憂矣。부인은 공주를 경계했다.“순우분은 성품이 강직하고 술을 좋아한다.게다가 년소하니 부녀자의 도리를 하여 유순함을 귀히 여겨네가 잘 섬긴다면 나는 근심이 없겠다.

 

南柯雖封境不遙,晨昏有間,今日暌別,寧不沾巾。」남가는 경계에서 멀리 있지는 않으나혼정성신하는 것과는 간격이 있으니오늘 이별함에어찌 수건을 적시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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