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장법사 구마라집이 한역한 <중경찬잡비유경(衆經撰雜譬喩經)>에는 첫머리에

보시를 실었다. 피땀 흘려 벌어서 소비욕구를 참아가며 애써 모은 재산을 아무런 대가없이

선뜻 보시한다는 것은, 그것도 기쁜 마음으로 보시한다는 것은 참으로 지난한 일이다.

그러나 불교적 사고의 출발점인 무상(無常, 변화)을 전제하면 다소 이해는 간다.

중경찬 잡비유경(衆經撰雜譬喩經) 상권

비구 도략 집 요진 삼장법사 구마라집 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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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b10]

智者思惟 財物不可久保,

지혜로운 사람은

재물을 오래 보전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

譬如失火之家。

黠慧之人 明識火勢,

火未至時 急出財物,

그것은 마치 집에 불이 났을 때,

지혜로운 사람은 불의 형세를 밝게 알아

불이 아직 이르기 전에 급히 재물을 끌어내어 놓으므로,

舍雖燒盡 財寶全在,

更修屋宅 廣開利業。

비록 집은 모두 타버리더라도

재물만은 건져

다시 집을 수리하여

이로운 직업을 널리 경영하는 것과 같다.

智人植福 勤修布施 亦復如是,

知身危脆 財物無常,

遇值福田 及時布施,

亦如彼人 火中出物,

지혜로운 사람이 복을 심으려고

부지런히 보시를 닦는 것도 그와 같아서

몸의 위태함과 재물의 덧없음을 알고

복밭을 만나면 곧 보시하나니,

그것은 마치 저 사람이

불 속에서 물건을 끌어내는 것과 같으며,

後世受樂,亦如彼人

更修宅業 福利自慰。

후세의 복을 받는 것은

저 사람이

다시 집을 수리하고 직업을 경영하여

복과 이익으로 스스로 위로하는 것과 같다.

愚惑之人 但知惜念,

怱怱營救 狂惑失智,

不量火勢 猛風絕燄 土石俱燋,

須臾之頃 蕩然滅盡,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다만 아낄 줄만 알고

허덕여 구(救)하면서도

미치고 미혹하여 지혜를 잃고는

불의 형세를 헤아리지 못하다가,

사나운 바람과 왕성한 불꽃에

흙과 돌이 함께 타면서

잠깐 동안에 모든 것이 없어진다.

屋既不救 財物喪失,

飢寒凍餓 憂苦畢世。

집도 구하지 못하고 재물도 잃어버린다.

그리하여 굶주림과 추위에 얼고 주리면서

걱정과 괴로움으로 일생을 마친다.

慳惜之人 亦復如是,

不知身命無常 須臾叵保,

而便聚斂 守護愛惜,

재물을 아끼는 사람도 그와 같아서,

몸과 목숨은 덧없는 것으로서

잠깐 동안도 보전하기 어려움을 알지 못하고,

재물을 긁어모으고는

지키고 보호하며 사랑하고 아끼지만,

死來無期 忽然殞逝,

形如土木 財物俱棄,

亦如愚人 憂苦失計。

죽음은 기약 없이 닥쳐와 갑자기 죽어

몸은 흙이나 나무와 같고

재물도 함께 버리나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계책을 잃고 근심하며 괴로워하는 것과 같다.

明慧之人 乃能覺悟,

知身如幻 財不可保,

萬物無常 惟福可恃,

將人出苦 可得成道。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잘 깨닫고는,

몸은 허깨비 같고 재물은 보전할 수 없으며

만물은 덧없고 복만이 믿을 수 있음을 안다.

그리하여 그는 사람을 인도하여 괴로움에서 벗어나

도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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