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초기 경전인 이 경의 유마힐 장자의 설법 "諸仁者!是身無常" 이하에는

인간의 육체에 대해 많이 듣던 말들이 쏟아져나와 여기 옮깁니다.

한국인의 무의식의 심층에 자리잡은 불교 정신에 대해 짐작이 갑니다.

이 블로그의 불경 국역과 注는 동국역경원의 작업임을 밝힙니다.

維摩詰所說經方便品第二

2. 방편품(方便品)

[0539a08]

爾時毘耶離大城中有長者,名維摩詰,

그 때 비야리 대성(大城)에 장자(長者)가 있었는데,

유마힐(維摩詰)8)이라고 불렸다.

已曾供養無量諸佛,深植善本,得無生忍;

그는 오래전부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고,

선근(善根) 공덕을 깊이 심어 무생인(無生忍)을 얻었다.

辯才無礙,遊戲神通,逮諸總持;

뛰어난 말솜씨는 거침이 없었고,

신통력을 마음껏 부렸으며,

온갖 다라니[總持]9)를 지녔고,

獲無所畏,降魔勞怨;

入深法門,善於智度,通達方便,

무소외(無所畏)를 얻어 악마의 재앙을 물리쳤고,

심원한 법문(法門)에 들어

훌륭하게 반야바라밀[智度]10)을 닦았고,

방편에 통달해 있었다.

大願成就;

明了眾生心之所趣,

又能分別諸根利鈍,

큰 서원(誓願)을 성취하였고,

중생들의 마음이 끌려서 바라는 바를 명료하게 알고 있었다.

또한 중생들이 지니고 있는 근기[根]의 예리하고 무딤을 잘 가릴 줄 알았다.

久於佛道,心已純淑,

決定大乘;諸有所作,能善思量;

오래도록 불도(佛道)를 닦아서 마음이 이미 맑고 순수하였고[純淑],

대승의 가르침에 마음을 전하고,

해야 할 모든 것을 행하는 데는 잘 생각하고 헤아렸으며,

住佛威儀,心大如海,

諸佛咨嗟!

부처님과 같은 위의(威儀)에 머물러 마음은 바다와 같이 넓었으므로,

모든 부처님들이 칭찬하였고,

弟子、釋、梵、世主所敬。

欲度人故,以善方便,居毘耶離;

부처님의 10대제자와 제석천·범천과 사천왕들의 존경을 받았고,

그는 사람을 제도하고자 원하는 까닭에

훌륭한 방편으로 비야리성에 살고 있었다.

資財無量,攝諸貧民;

奉戒清淨,攝諸毀禁;

以忍調行,攝諸恚怒;

그는 한량없이 많은 재산으로 수많은 가난한 사람을 도왔고,

계율을 깨끗하게 지킴으로써11)계를 범하는 많은 사람들[毁禁]12)을 구했으며,

마음을 가누어 인내함[忍調行]으로 해서 사람들의 분노를 가라앉혔고,

以大精進,攝諸懈怠;

一心禪寂,攝諸亂意;

以決定慧,攝諸無智;

정진(精進)함으로 해서 게으른 사람들을 이끌었으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선정(禪定)을 닦아서 마음이 혼란한 사람들을 이끌었고,

결정적인 지혜로써 무지한 사람들을 제도하였다.

雖為白衣,奉持沙門清淨律行;

雖處居家,不著三界;

비록 재가자[白衣]라 하여도

사문(沙門)의 청정한 율행(律行)을 받들어 행하고 있었고,

비록 세속에 살지만 삼계(三界)에 집착하지 않았으며,

示有妻子,常修梵行;

現有眷屬,常樂遠離;

처자가 있음을 알고 있지만

항상 범행(梵行)을 닦았고,

권속이 있는 것을 보여주더라도

항상 세상을 멀리 떨어져 있기를 좋아했다.

雖服寶飾,而以相好嚴身;

雖復飲食,而以禪悅為味;

보석 등으로 몸을 치장하고는 있었지만

32상과 80종호[相好]로 몸을 꾸미고 있었고,

또 음식을 먹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선(禪)의 기쁨을 맛보는 것을 더 좋아했다.

若至博弈戲處,輒以度人;

受諸異道,不毀正信;

雖明世典,常樂佛法;

만약 노름판에 이르면 그 사람들을 제도하였고,

여러 가지 다른 종교[異敎]의 가르침을 듣는다 해도

올바른 믿음을 깨뜨리지 않았으며,

세간의 전적에 밝다고 하지만 항상 불법을 좋아했다.

一切見敬,為供養中最;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공양(供養)을 받는 사람으로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執持正法,攝諸長幼;

一切治生諧偶,

雖獲俗利,不以喜悅;

정법(正法)을 굳게 지녀

어른은 어른대로 잘 모시고,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잘 포용해서

모든 생활을 잘하며 화목하였다.

비록 세속의 이득을 얻을지라도 그것을 기뻐하지는 않았다.

遊諸四衢,饒益眾生;

入治政法,救護一切;

그는 모든 사람이 사는 거리거리[四衢]를 돌아다니며

중생을 이익되게 하였고,

정치와 법률에도 통하여

모든 사람들을 구제하고 보호하였다.

入講論處,導以大乘;

入諸學堂,誘開童蒙;

강론(講論)하는 곳에 가면 대승의 가르침으로 사람들을 이끌었고,

학교에 가서는 아이들을 이끌어 깨우쳤으며,

入諸婬舍,示欲之過;

入諸酒肆,能立其志;

유곽에 들어가면 욕망의 허물을 가르쳤고,

술집에 가게 되면 정신을 차려 뜻을 바로 세우게 하였다.

若在長者,長者中尊,為說勝法;

만약 장자들과 함께 있으면

장자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그들을 위하여 뛰어난 진리를 설하였고,

若在居士,居士中尊,斷其貪著;

거사(居士)들과 함께 있으면

거사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그들의 탐욕과 집착을 끊게 하였다.

若在剎利,剎利中尊,教以忍辱;

또 만약 왕족[刹利, katriya]과 함께 있으면

왕족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인욕을 가르쳤으며,

若在婆羅門,婆羅門中尊,除其我慢;

바라문과 함께 있으면

바라문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그들의 아만(我慢)을 없애게 하였고,

若在大臣,大臣中尊,教以正法;

대신(大臣)들과 함께 있으면

대신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정법(正法)으로 가르쳐 주었다.

若在王子,王子中尊,示以忠孝;

만약 왕자들과 함께 있으면

왕자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충효(忠孝)를 가르쳤으며,

若在內官,內官中尊,化政宮女;

내관(內官)들과 함께 있으면

내관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궁녀들을 바르게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若在庶民,庶民中尊,令興福力;

서민들과 함께 있으면

서민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그들에게 복덕의 힘이 일도록 해 주었고,

若在梵天,梵天中尊,誨以勝慧;

만약 범천(梵天)과 함께 있으면

범천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뛰어난 지혜를 갖도록 일깨워 주었으며,

若在帝釋,帝釋中尊,示現無常;

제석천과 함께 있으면

제석천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무상함을 나타내 주었고,

若在護世,護世中尊,護諸眾生。

사천왕[護世]과 함께 있으면

사천왕들 사이에서 으뜸이 되어

온갖 중생을 지키게 하였다.

長者維摩詰,以如是等無量方便 饒益眾生。

장자 유마힐은 이와 같이 한량없는 방편으로

중생에게 이익되게 하고 있었느니라.

[0539b10]

其以方便,現身有疾。

以其疾故,國王大臣、長者居士、

婆羅門等,及諸王子并餘官屬,

無數千人,皆往問疾。

또 그는 방편으로써 몸에 병이 있음을 나타내었고,

그 병 때문에 국왕·대신·장자·거사·

바라문 등과 또 여러 왕자와 함께 그 밖의 관리[官屬] 등

헤아릴 수 없는 수천의 사람들이 모두 찾아와 문병하게 되었다.

其往者,維摩詰因以身疾,廣為說法:

그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유마힐은

몸의 병을 예로 들어가면서 널리 설법을 했다.

「諸仁者!是身無常、無強、

無力、無堅、速朽之法,不可信也!

"여러분, 이 몸은 무상한 것이고, 강하지 못한 것이며,

무력하고, 견고하지도 못하며,

재빠르게 썩어 가는 것이므로 믿을 것이 못 됩니다.

為苦、為惱,眾病所集。

괴로움이 되고 근심이 되며,

온갖 병이 모이는 곳입니다.

諸仁者!

如此身,明智者所不怙;

여러분,

이와 같이 몸은,

지혜가 밝은 사람은 의지하지 않는 것입니다.

是身如聚沫,不可撮摩;

是身如泡,不得久立;

이 몸은 물방울[聚沫]과 같아서

잡거나 만질 수도 없고,

이 몸은 물거품[泡]과 같아서

오래도록 지탱할 수가 없습니다.

是身如炎,從渴愛生;

是身如芭蕉,中無有堅;

이 몸은 불꽃[炎]과 같아서

갈애(渴愛)로부터 생겨난 것이며,

이 몸은 파초(芭蕉)와 같아서

속에 견고한 것이 있지 않습니다.

是身如幻,從顛倒起;

是身如夢,為虛妄見;

이 몸은 허깨비[幻]와 같아서

잘못된 생각[顚倒] 때문에 생겨난 것이며,

이 몸은 꿈과 같아서

허망한 망견(妄見)으로 된 것입니다.

是身如影,從業緣現;

是身如響,屬諸因緣;

이 몸은 그림자와 같아서

업연(業緣)을 따라 나타나는 것이며,

이 몸은 메아리와 같아서

온갖 인연을 따라 생기는 것입니다.

是身如浮雲,須臾變滅;

是身如電,念念不住;

이 몸은 뜬 구름과 같아서

잠깐 사이에 변하고 사라지며,

이 몸은 번개와 같아서

한순간도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是身無主,為如地;

是身無我,為如火;

이 몸은 주인이 없으니

땅[地]과 같으며,

이 몸은 아(我)가 없으니

불[火]과 같습니다.

是身無壽,為如風;

是身無人,為如水;

이 몸은 영원한 수명[壽]이 없으니 바람[風]과 같으며,

이 몸은 물과 같아서 실체로서의 개아[人]13)가 없습니다.

13) 주(主)·아(我)·수(壽)·인(人)은 실체를 나타내는 개념으로서 지(地)·수(水)·화(火)·풍(風)의

4대(大)를 배당한 것이다. 고대 인도의 사상계에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로서 네 가지를 생각

하고, 이것을 4대(大)라고 하였다. 따라서 '지(地)'는 견고함을, '수(水)'는 습기를, '화(火)'는

열기를, '풍(風)'은 움직임을 각각 그 성질로 하고, 거기에는 저마다의 작용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실체로서의 '주(主),' 여기에서는 실체로서의 주체[主]를 위시하여 자아[我], 생명으로서의

개체[壽], 실체로서의 개아(個我 : 人) 등 네 가지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영혼이라든가 인격의 주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실체시(實體視)하는 사고방식

이므로, 불교에서는 이를 부정한다. 현장의 번역에서는 지(地)·수(水)·화(火)·풍(風)에 공

(空 : 虛空)을 더하여 5대(大)라 하고 첨가한 하나는 '살아 있는 것[有情]'이다.

그리고 배당하는 방법도 나집과는 다르다.

티베트 번역은 4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실체시된 것으로 취급된 것은 다섯 가지다.

나집의 번역에 없는 그 하나는 행위의 주체인 '작자(作者)'이다.

따라서 배당을 받지 못한 것이하나 나오는데,

"이 몸은 여러 가지 기연으로 해서 생긴 것이어서 주인공이 없다"고

하는 전문이 붙어 있다.

是身不實,四大為家;

이 몸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실체가 아니라

지·수·화·풍의 4대(大)를 집으로 삼고 있습니다.

是身為空,離我我所;

이 몸은 공(空)한 것이니,

자아[我]14)와 자아에 소속되는 것[我所]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14) '아(我)'는 tman으로 자주 독립된 존재이고, 소위 '아소(我所)'는 tmya로 '나에 속한다'를

의미하며, 소위 속성(屬性)을 뜻한다. 형이상학적인 사고방식에 의하면 당연히 이 실체와

속성은 두 개의 영역으로 구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아연기(無我緣起)의 입장에 있어서는

이 구별은 무시된다. 여기서는 특별히 우리의 육체가 그러한 것을 말한 것이다.

是身無知,如草木瓦礫;

이 몸은 무지(無知)한 것이니,

풀과 나무와 기왓장과 조약돌과 같기 때문입니다.

是身無作,風力所轉;

이 몸은 지음이 없으니[無作]

바람의 힘[風力]으로 (인연을) 따라 굴러갑니다.

是身不淨,穢惡充滿;

이 몸은 깨끗하지 않으니,

더러운 것이 가득 차 있습니다.

是身為虛偽,雖假以澡浴衣食,必歸磨滅;

이 몸은 거짓인 것이니,

설사 몸을 씻고 옷을 입으며 밥을 먹는다 해도

반드시 닳아서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是身為災,百一病惱;

이 몸은 재앙이니,

백한 가지 병으로15) 시달리고 있습니다.

15) 신체의 네 가지 요소인 4대(大)에 각각 백 가지 병이 있고, 거기에 원소 자체를 포함해서

'백일병(百一病)'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흔히 사백네 가지 병이 있다고도 한다.

是身如丘井,為老所逼;

이 몸은 언덕의 메마른 우물[丘井]과 같아서

늙음에 쫓기고 있습니다.

是身無定,為要當死;

이 몸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언젠가는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是身如毒蛇、如怨賊、

如空聚,陰界諸入所共合成。

이 몸은 독사와 같고,

원망스러운 도둑과 같고,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空聚]과 같아서

5음(陰)과 18계(界)와 모든 입처[入]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16)입니다.

16) 음(陰), 계(界), 제입(諸入)은 모두가 인식이 성립하는 근거 또는 존재의 범주로서,

즉 5음(陰 : 五蘊으로 色受想行識), 12처(處 : 入), 18계(界)다.

[0539b29]

「諸仁者!此可患厭,當樂佛身。

여러분, 이 몸은 근심스러워하고 꺼려야 할 것이요,

마땅히 부처님의 몸[佛身]을 즐겨 해야 할 것입니다.

所以者何?

佛身者即法身也;

왜냐 하면,

부처님의 몸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실한 모습 그 자체[法身]이기 때문입니다.

從無量功德智慧生,

그것은 헤아릴 수 없는 공덕과 지혜로부터 생기는 것입니다.

從戒、定、慧、解脫、解脫知見生,

계(戒)·정(定)·혜(慧)·해탈(解脫)·해탈지견(解脫知見)으로부터 생기고,

從慈、悲、喜、捨生,

자(慈)·비(悲)·희(喜)·사(捨)로부터 생기며,

從布施、持戒、忍辱、柔和、

勤行精進、禪定、解脫、三昧、

多聞、智慧 諸波羅蜜生,

보시(布施)하고 계를 잘 지키며[持戒], 잘 참고[忍辱], 마음을 온화하게 갖고[柔和],

힘써 수행해 정진하고[勤行精進], 선정(禪定)으로 해탈(解脫)하여 삼매(三昧)에 들고,

많은 가르침을 듣고[多聞], 지혜(智慧)를 닦는 등

온갖 바라밀(婆羅蜜)로부터 생깁니다.

從方便生,從六通生,

從三明生,,

또 그것은 뛰어난 방편을 따라서 생기고,

여섯 가지 신통력[六通]으로부터 생기며,

세 가지 초인적인 능력[三明]으로부터 생기는 것입니다.

從三十七道品生、從止觀生,

從十力、四無所畏、十八不共法生,

37도품(道品)으로부터 생기며,

지관(止觀)하는 것으로부터 생기고,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18불공법(不共法)으로부터 생깁니다.

從斷一切不善法、集一切善法生,

선(善)하지 않은 모든 것을 끊고

선한 모든 것을 모으는 것으로부터 생기고,

從真實生,從不放逸生;

진실로부터 생기며,

방종하지 않는 것[不放逸]으로부터 생깁니다.

從如是無量清淨法生如來身。

이와 같이 헤아릴 수 없이 청정한 법으로부터

여래(如來)의 몸은 생기는 것입니다.

諸仁者!欲得佛身、斷一切眾生病者,

當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여러분, 부처님의 몸을 얻어 모든 중생의 병을 끊고자 원한다면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을 일으켜야 됩니다."

[0539c11]

如是長者維摩詰,為諸問疾者,

如應說法,令無數千人皆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이와 같이 장자 유마힐은 문병 온 모든 이들을 위하여

그들에게 알맞은 설법을 하여

헤아릴 수 없는 수천의 사람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無上正等正覺]을 일으키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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