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허생후지(許生後識)

5.차수평어(次修評語)

4.허생후지(許生後識)

[주C-001]허생후지(許生後識) : 여러 본에 모두 이 소제(小題)가 없었으나 이에서는 ‘주설루본’을 좇아 추록하였으며, 또 여러 본에는 모두 이 편이 없었고, 다만 ‘일재본’ㆍ‘옥류산장본(玉溜山莊本)’ㆍ‘녹천산장본(綠天山莊本)’을 좇아서 추록하였다.

[은자주]<진덕재야화>를 말한다. 이것이 처음 쓴 후지이나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했던지 앞꼭지의후지1로 바꾸었다. 그래서 후지1이 문집의 허생전 후지의 정본으로 전해온다.

나의 나이가 20살(1756년) 되었을 때 봉원사(奉元寺)에서 글을 읽었는데, 어떤 손님 하나가 음식을 적게 먹으며 밤이 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선인(仙人) 되는 법을 익혔다. 그는 정오가 되면 반드시 벽을 기대어 앉아서 약간 눈을 감은 채 용호교(龍虎交)를 시작했다. 그의 나이가 자못 늙었으므로 나는 존경하였다. 그는 가끔 나에게 허생의 이야기와 염시도(廉時道)배시황(裵是晃)완흥군부인(完興君夫人) 등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잇달아 몇 만언(萬言)으로써 며칠 밤을 걸쳐 끊이지 않았다. 그 이야기가 거짓스럽고 기이하고 괴상하고 휼황하기 짝이 없는 것들로, 모두 들음직하였다.


[주D-001]용호교(龍虎交) :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물과 불의 교합 도인술(導引術)의 하나.
[주D-002]
염시도(廉時道) :
신광수(申光洙)의 《석북잡록(石北雜錄)》과 이원명(李源命)의 《동야휘집(東野彙輯)》에는 염시도(廉時度)로 되어 있고, 일명씨의 《성수총화(醒睡叢話)》에는 염희도(廉喜道)로 되어 있다.
[주D-003]
배시황(裵是晃) :
이익(李瀷)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배시황(裵是熀)으로 되어 있고,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藁)》에는 배시황(裵是愰)으로 되어 있다.
[주D-004]
완흥군부인(完興君夫人) :
완흥군은 인조(仁祖) 때 정사공신(靖社功臣) 삼등의 하나인 이원영(李元榮)인 듯하다.


그때 그는 스스로 성명을 소개하기를 윤영(尹映)이라 하였으니, 이는 곧 병자년(1756년) 겨울이다. 그 뒤 계사년(1773년) 봄에 서쪽으로 구경갔다가 비류강(沸流江)에서 배를 타고서 십이봉(十二峯) 밑까지 이르자, 조그마한 초암 하나가 있었다. 윤영이 홀로 중 한 사람과 이 초암에 붙여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는 듯이 기뻐하면서 서로 위안의 말을 나누었다. 대체로 열여덟 해를 지났지마는 그의 얼굴은 더 늙지 않았다. 나이 응당 팔십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걸음이 나는 듯하였다.


[주D-005]비류강(沸流江) : 평안도 성천(成川)에 있는 물 이름.
[주D-006]
십이봉(十二峯) :
성천부 동북 30리에 있는 흘골산(紇骨山). 속칭 무산(巫山) 12봉이라 한다.


나는 그에게,

“허생 이야기 말입니다. 그 중 한두 가지 모순(矛盾)되는 점이 있더군요.”

하고 물었더니, 노인은 곧 풀이해 주는데 역력히 그저께 겪은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는 또,

“자네, 지난날 창려(昌黎)의 글을 읽더니 의당….”

하고는, 또 뒤를 이어서,

“자네, 일찍이 허생을 위해서 전(傳)을 쓰려더니 이젠 글이 벌써 이룩되었겠지.”

하기에, 나는 아직 짓지 못했음을 사과하였다.


[주D-007]창려(昌黎) : 한유(韓愈)의 봉호.
[주D-008]
:
원전(原典)에 한 글자가 탈락되었다.


이야기 할 때 나는,

“윤 노인(尹老人).”

하고 불렀더니, 노인은,

“내 성은 신(辛)이요, 윤이 아니거든. 자네 아마 잘못 안 것일세.”

한다. 나는 깜짝 놀라서 그의 이름을 물었더니 그는,

“내 이름은 색(嗇)이라우.”

한다. 나는,

“영감님의 옛 성명은 윤영이 아닙니까. 이제 갑자기 고쳐서 신색이라니 무슨 까닭이십니까.”

하고 따졌더니, 노인은 크게 화를 내면서,

“자네가 잘못 알고서 남더러 성명을 고쳤다구.”

한다. 나는 다시 따지려 했으나 노인은 더욱 노하여 파란 눈동자가 번뜩일 뿐이다. 나는 그제서야 비로소 그 노인이 이상한 도술을 지닌 분임을 알았다. 그는 혹시 폐족(廢族)이나 또는 좌도(左道)ㆍ이단(異端)으로서 남을 피하여 자취를 감추는 무리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문을 닫고 떠날 무렵에도 노인은,

“허생의 아내 말씀이요, 참 가엾더군요. 그는 마침내 다시 주릴 거요.”

하면서, 혀를 찼다. 그리고 또 광주(廣州) 신일사(神一寺)에 한 노인이 있어서 호를 삿갓 이생원이라 하는데 나이는 아흔 살이 넘었으나 힘은 범을 껴잡았으며, 바둑과 장기까지도 잘 두고 가끔 우리나라 옛 일을 이야기할 제 언론이 풍부하여 바람이 불어 오는 듯했다. 남들은 그의 이름을 아는 이가 없었으나 그의 나이와 얼굴 생김을 듣고 보니 윤영(尹映)과 흡사하기에 내가 그를 한번 만나보려 하였으나 이루지 못하였다. 세상에는 물론 이름을 숨기고 깊이 몸을 간직하여 속세를 유희(遊戲)하는 자가 없지 않은즉 어찌 이 허생에게만 의심할까보냐.

평계(平谿) 국화 밑에서 조금 마신 뒤에 붓을 잡아 쓴다. 연암(燕巖)은 기록하다.


[주D-009]
평계(平谿) : 연암서당(燕巖書堂) 앞에 있는 시내 이름,


5.차수평어(次修評語)



[주C-001]차수평어(次修評語) : 여러 본에는 모두 이 소제(小題)가 없었으나 ‘주설루본’을 좇아 추록하였다. 차수(次修)는 박제가(朴齊家)의 자.



차수는 다음과 같이 논평하였다.

“이는 대체로 규렴(虬髥)으로써 화식(貨殖)에, 합친 것이었으나 그 중에는 중봉(重峯)봉사(封事), 반계(磻溪)수록(隨錄), 성호(星湖)사설(僿說) 등에서 말하지 못했던 부분을 능히 말하였다. 문장이 더욱 소탕(疎宕)하고 비분(悲憤)하여 압수(鴨水) 이동에 있어서의 유수한 문자이다. 박제가(朴齊家)는 삼가 쓰다.


[주D-001]
규렴(虬髥)ㆍ화식(貨殖) : 당(唐) 두광정(杜光庭)이 지은 《규렴객전(虬髥客傳)》과 한(漢) 사마천(司馬遷)ㆍ반고(班固)의 〈화식열전(貨殖列傳)〉.
[주D-002]
중봉(重峯) :
조선 선조(宣祖) 때 유학자 조헌(趙憲)의 호.
[주D-003]
봉사(封事) :
조헌이 중국에 갔다 돌아와서 임금에게 올린 글.
[주D-004]
반계(磻溪) :
조선 실학파(實學派) 학자 유형원(柳馨遠)의 호.
[주D-005]
수록(隨錄) :
유형원이 실학의 이론을 저술한 책. <반계수록>
[주D-006]
성호(星湖) :
조선 실학파 학자 이익(李瀷)의 호.
[주D-007]
사설(僿說) :
이익의 저서. 그의 제자 안정복(安鼎福)이 유선하여 《성호사설유선(星湖僿說類選)》을 만들었다.
[주D-008]
박제가(朴齊家)는 삼가 쓰다 :
어떤 본에는 이를 중존(仲存)의 평어라 하였으나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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