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베니치아 건물 사이의 수로
강낭콩보다 더 푸른 저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 더붉은 그 마음 흘러라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고 하면,
매천 황현 선생이 생각납니다.
반만년 동안 수없이 많은 국난을 겪은 한국인들 중에는 순국한 의병, 열사들
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계시지만 황현님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국치의 날에
지식인으로 자결하신 그의 <絶命詩> 其三의 결구 때문인가 봅니다.
삼가 영전에 분향합니다.
그는 포의거사로 좁쌀 한 톨의 녹봉도 먹은 적 없건만, 1910년 구례에서
국치일 15일 후 경술(1910)국치(國恥) 소식을 듣고 한약재인 부자를 먹고
자결하셨습니다. 이틀 후에 깨어나서는, 分財하고 나서
이번에는 아편 먹고 자결하였습니다.
국가의 주권과 개인의 목숨은 하나라는 거지요.
간단한 인물 메모와 <絶命詩> 두 편을 싣습니다.
黃 鉉(1855-1910)
자는 雲卿, 호는 梅泉. 전라도 시골의 몰락한 가정에서 출생하여 지사 급제
후 서울에가 강위를 스승으로 삼고 이건창, 김택영과 교유하며 시문으로 이름
을 얻음. 귀향하여 저술에 힘쓰다가 1910년 <絶命詩> 짓고 자결함.
《매천야록》은 1864년에서 1893년까지의 역사를 개관하였으며
1894년 이후의 사태를 상술함.
<絶命詩> 四首 중 其一, 其三.
(其一)
亂離滾到白頭年 난리를 겪느라 희어진 머리
幾合損生却未然 몇 번이나 죽재도 못 죽었던가?
今日眞成無可奈 오늘은 진짜로 어찌할 수 없어
輝輝風燭照蒼天 바람결에 빛나는 촛불 창공을 비추네.
(其三)
鳥獸哀鳴海嶽嚬 새짐승 슬피 울고 바다와 산악도 시름하는데
槿花世界已沈淪 무궁화 세계는 이미 망했구나.
秋燈掩卷懷千古 가을 밤 등불 아래 책 덮고 천고를 헤아리니
難作人間識字人 글 아는 사람 구실하기 정말 어렵군.
[참조]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의 설명
http://kin.naver.com/open100/db_detail.php?
d1id=6&dir_id=614&eid=97o2mj1IBx1qYq0LRR6yQXrBoWBPQZZF&qb=b2JsaWdl
[검색창에 Noblesse Oblige를 쓰면 설명이 나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프랑스어로서 '가진 자의 도덕적 의
무'를 의미하는 뜻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이 말은 귀족의 역사가 긴 유럽 사
회에서 유래되었으며 오늘날 유럽 사회 상류층의 의식과 행동을 지탱해 온 정
신적인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귀족으로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
예(노블리스)' 만큼 의무(오블리제)를 다해야 한다는 귀족 가문의 가훈(家訓)
인 셈이지요.
전쟁이 나면 귀족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싸움터에 압장서 나가는 기사도 정신
도 바로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귀족 사회의 전통적 모럴
(morale)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와 영국의 지도층 자제가 입학하는 이튼 칼리
지 졸업생 가운데 무려 2,000여명이 1,2차 세계대전에서 목숨을 잃었고 엘리
자베스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는 포클랜드 전쟁시 위험한 전투헬기 조종사
로 참전하기도 했습니다.
철강왕 카네기, 석유재벌 록펠러에서부터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갑부 빌 게이
츠에 이르기까지 미국 부자들의 자선 기부문화도 이런 전통을 물려받은 것입
니다. 귀족사회를 지키려는 일종의 자구책일 수도 있지만 도덕적 의무를 다하
려는 지도층의 솔선수범 자세는 국민정신을 결집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입
니다.
오래된 일이지만 1950년 6ㆍ25전쟁 때 우리사회에는‘빽’이라는 말이 꽤나
유행했었습니다. 전쟁에 나간 가난한 집 아들들이 총탄을 맞으면‘빽!’하고
쓰러진다는 서글픈 얘기가 서민들 사이에 크게 회자됐던 적이 있었습니다다.
그 때 있는 집 자식들은 군대를 면하고 없는 집 자식들은 전선에 나가 총알받
이가 된다고 해서 유행됐던 말이었습니다. '빽’이란 다름아닌 '백 그라운
드’(Back Ground), 즉 ‘배경’을 가리키는 말로 뒤에서 돌보아 주는 배경
이 없어 전쟁에서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탄식이었던 것입니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사회지도층이 먼저 나서서 국민앞
에 서는 전통이 되어 오고 있습니다. 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를 가
리키는‘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바로 지도층들의 사회적 책
임과 국가에 대한 봉사를 영예로 여기는 불문율로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역사상 서구의 여러 나라가 문화의 꽃을 피우고 우뚝 선 것은 '노
블리스 오블리제’의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사회지도층의 국가에 대한 헌신
이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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