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게 알아봐서 미안해 이제는 다가갈 수 없는 너 나 죽어 이 세상 다시 오는 날은 한그루 나무로 네게로 갈께 한세월 삭힌 아픔 비음의 흐느낌으로 흔들리는 시냇가 수양버들 되었다가 도림사 숲 대나무 되어 네 이름도 불렀다가 일시에 불을 밝혔다 일시에 무너지는 벚꽃의 꿈도 되었다가 그대 열꽃 다스리는 산수유도 되었다가 푸조나무 높게 깎인 솟대로 하늘 한번 질러도 봤다가 운문사 안마당 법문 펼치는 처진 소나무도 되었다가 백두산 천왕봉 낙락장송도 되었다가 되었다가 되었다가 종내는 네 가슴속에 푸른 가지 드리우고 예쁜 꽃 피우는 작은 꽃나무로 갈께 뽑혀지지 않는 한 그루 당신의 나무로 갈게
이럴 수가! 시는 사무사(思無邪)라더니 이렇게 욕심이 없어서야! 돈, 명예, 미모 다 권력이니 그런 권력의 절대 기표 하나쯤은 있어야 허리 좀 펴고 살지 않겠나. 그러나 그것은 틀렸다. 세상에서 최고로 큰 욕심은 순간순간을 내 좋은 일, 내 기쁜 일을 하고 사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해서 ‘스스로 아름다운 사람’이 되겠다니! 그보다 더 큰 욕심은 없으니 틀린 것이 옳은 것이고 좋은 것이었다고 하신다.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어제 *'영도'에 간다고 해서 나는 아래의 노래를 염두에 두었는데, 영도는 섬의 이름일 뿐, 실상은 봉래산 트래킹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