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생이 용궁의 상량식 잔치에 초대되어 상량문 짓고, 용궁의 풍류잽이들과 초대받은 사람들이 돌아가며 재주를 보이며 시를 지은 후, 한생은 용궁을 두루 구경하고, 진주 두 알과 비단 두 필을 선물로 받고 돌아와 명산에 들어가 종적을 감추었다는 이야기다. 작품에서 시를 제거하면 작품은 성립하지 않는다.

5세대 세종을 알현한 기억이 매월당의 시재(詩才)를 자극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재(文才)를 가지고도 등용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전국의 명산을 40년간 누볐으니 그의 한을 시작(詩作)으로 풀 수밖에 없었나 보다.

용궁을 동해가 아닌 박연폭포 아래로 설정한 것이 특이하다.

 

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한생이 용궁 잔치에 초대받다

-김시습(金時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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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박연의 용추는 용신이 사는 명승지다


松都有天磨山

(송도유천마산) : 개성에 천마산이 있는데,
其山高揷而峭秀

(기산고삽이초수) : 그 산이 공중에 높이 솟아 가파르므로
故曰天磨山

(고왈천마산) : '천마산(天磨山)'이라 불리게 되었다.
中有龍湫

(중유용추) : 그 산 가운데 용추(龍湫)가 있으니
名曰瓢淵

(명왈표연) : 그 이름을 박연(朴淵)이라 하였다.
窄而深

(착이심) : 그 못은 좁으면서도 깊어서
不知其幾丈

(부지기기장) : 몇 길이나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溢而爲瀑

(일이위폭) : 물이 넘쳐서 폭포가 되었는데,
可百餘丈

(가백여장) : 그 높이가 백여 길은 되어 보였다.
景槪淸麗

(경개청려) : 경치가 맑고도 아름다워서
遊僧過客

(유승과객) : 놀러 다니는 스님이나 나그네들이
必於此而觀覽焉

(필어차이관람언) : 반드시 이곳을 구경하였다.

夙著異靈

(숙저이령) : 옛날부터 이곳에 용신이 살고있다는
載諸傳記

(재제전기) : 전설이 전기에 실려 있어서,
國家歲時

(국가세시) : 나라에서 세시(歲時)가 되면
以牲牢祀之

(이생뢰사지) : 커다란 소를 잡아 용신에게 제사지내게 하였다.

 

1]한생이 꿈에 박연 용궁의 상량식 잔치에 초대받다

1)용궁에 가다

 

前朝有韓生者

(전조유한생자) : 고려 때에 한생(韓生)이 살고 있었는데,
少而能文

(소이능문) : 젊어서부터 글을 잘 지어
著於朝廷

(저어조정) : 조정에까지 알려지고
以文士稱之

(이문사칭지) : 문사(文士)로 평판이 있었다.


嘗於所居室

(상어소거실) : 하루는 한생이 거실에서
日晩宴坐

(일만연좌) : 해가 저물 무렵에 편안히 앉아 있었는데,
忽有靑衫㡤頭郞官二人

(홀유청삼복두랑관이인) : 홀연히 푸른 저고리를 입고 복두를 쓴 낭관 두 사람이
從空而下

(종공이하) : 공중으로부터 내려왔다.
俯伏於庭曰

(부복어정왈) : 그들이 뜨락에 엎드려 말하였다.
瓢淵神龍奉邀

(표연신용봉요) : "박연에 계신 용왕님께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生愕然變色曰

(생악연변색왈) : 한생이 깜짝 놀라 얼굴빛이 변해지면서 말하였다.

神人路隔

(신인로격) : "신과 인간 사이에는 길이 막혀 있는데,
安能相及

(안능상급) : 어찌 서로 통할 수 있겠소?
且水府汗漫

(차수부한만) : 더군다나 수부(水府)는 길이 아득하고
波浪相囓

(파랑상설) : 물결이 사나우니,
安可利往

(안가리왕) : 어찌 갈 수가 있겠소?"


二人曰

(이인왈) : 두 사람이 말하였다.
有駿足在門

(유준족재문) : "준마를 문 앞에다 대기시켰으니,
願勿辭也

(원물사야) : 사양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遂鞠躬挽袂出門

(수국궁만몌출문) : 그들이 몸을 굽혀 한생의 소매를 잡고 문 밖으로 나서자,
果有驄馬

(과유총마) : 말 한 마리가 있었다.


金鞍玉勒

(금안옥륵) : 금안장 옥굴레에
蓋黃羅帕

(개황라파) : 누런 비단으로 배 띠를 둘렀으며,
而有翼者也

(이유익자야) : 날개가 돋쳐 있었다.
從者皆紅巾抹額

(종자개홍건말액) : 종자들은 모두 붉은 수건으로 이마를 싸매고
而錦袴者十餘人

(이금고자십여인) : 비단 바지를 입었는데, 십 여 명이나 되었다.


扶生上馬

(부생상마) : 종자들이 한생을 부축하여 말위에 태우자,
幢蓋前導

(당개전도) : 일산을 든 사람이 앞에서 인도하고
妓樂後隨

(기락후수) : 기생과 악공들이 뒤를 따랐다.
二人執笏從之

(이인집홀종지) : 그 두 사람도 홀(笏)을잡고 따라왔다.
其馬緣空而飛

(기마연공이비) : 그 말이 공중으로 올라가 날아가자,
但見足下煙雲苒惹

(단견족하연운염야) : 발 아래에는 구름이 뭉게뭉게 이는 것만 보였다.
不見地之在下也

(불견지지재하야) : 땅 아래 있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頃刻間

(경각간) :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已至於宮門之外

(이지어궁문지외) : 이미 용궁 문 앞에 이르렀다.


下馬而立

(하마이립) : 말에서 내려서자
守門者

(수문자) : 문지기들이
皆著彭蜞鰲鱉之甲

(개저팽기오별지갑) : 모두 방게 . 새우 . 자라의 갑옷을 입고
矛戟森然

(모극삼연) : 창을 들고 늘어섰는데,
眼眶可寸許

(안광가촌허) : 그들의 눈자위가 한 치나 되었다.
見生皆低頭交拜

(견생개저두교배) : 한생을 보고 모두 머리를 숙여 절하고는
鋪牀請憩

(포상청게) : 의자를 내어주며 쉬라고 하였는데,
似有預待

(사유예대) : 미리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二人趨入報之

(이인추입보지) : 두 사람이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가서 아뢰자,
俄而靑童二人

(아이청동이인) : 곧바로 푸른 옷을 입은 동자 둘이 나와서
拱手引入

(공수인입) : 손을 마주잡고 한생을 인도하여 안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生舒步而進

(생서보이진) : 한생이 천천히 걸어가다가
仰視宮門

(앙시궁문) : 궁문을 쳐다보았더니,
榜曰含仁之門

(방왈함인지문) : 현판에 '함인지문(咸仁之門)'이라 씌어 있었다.

 

2)수정궁에 안내되어 용왕을 만나다


生纔入門

(생재입문) : 한생이 그 문에 들어서자
神王戴切雲冠

(신왕대절운관) : 용왕이 절운관(切雲冠)을 쓰고
佩劍秉簡而下

(패검병간이하) : 칼을 차고 홀을 쥐고서 뜰 아래로 내려왔다.
延之上階

(연지상계) : 한생을 맞이하여 섬돌을 거쳐
升殿請坐

(승전청좌) : 궁전에 올라앉기를 청하니,
卽水晶宮白玉牀也

(즉수정궁백옥상야) : 수정궁 안에 있는 백옥상(白玉牀)이었다.


生屈伏固辭曰

(생굴복고사왈) : 한생이 엎드려 굳이 사양하며 말하였다.

下土愚人

(하토우인) : "하토(下土)의 어리석은 백성은
甘與草木同腐

(감여초목동부) : 초목과 한가지로 썩을 몸인데,
安得干冒神威

(안득간모신위) : 어찌 위엄을 헤아리지 않고
濫承寵接

(람승총접) : 외람되게 융숭한 대접을 받겠습니까?"

神王曰

(신왕왈) : 용왕이 말하였다.
久望令聞

(구망령문) : "오랫동안 선생의 명성을 듣다가
仰屈尊儀

(앙굴존의) : 이제야 높으신 얼굴을 뵙게 되었습니다.
幸毋見訝

(행무견아) :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遂揮手揖坐

(수휘수읍좌) : 용왕이 손을 내밀어 앉기를 청하였다.
生三讓而登

(생삼양이등) : 한생은 서너 번 사양한 뒤에 자리로 올라갔다.
神王南向

(신왕남향) : 용왕은 남쪽을 향하여
踞七寶華牀

(거칠보화상) : 칠보화상(七寶華牀)에 앉고,
生西向而坐

(생서향이좌) : 한생은 서쪽을 향하여 앉으려고 하였다.

坐未定

(좌미정) : 한생이 채 앉기도 전에
閽者傳言曰

(혼자전언왈) : 문지기가 아뢰었다.
賓至

(빈지) : "손님이 오셨습니다."

 

3) 세 손님이 합석하다


王又出門迎接

(왕우출문영접) : 용왕이 또 문 밖으로 나가서 맞이하였다.
見有三人

(견유삼인) : 세 사람이 보였는데,
著紅袍

(저홍포) : 붉은 도포를 입고
承綵輦

(승채연) : 채색 수레를 탄
威儀侍從

(위의시종) : 그의 위의(威儀)와 시종들을 보아서
儼若王者

(엄약왕자) : 임금의 행차 같았다.
王又延之殿上

(왕우연지전상) : 용왕이 또 그들도 궁전 위로 안내하였다.
生隱於牖下

(생은어유하) : 한생은 들창 아래 숨었다가
欲竢其定而請謁

(욕사기정이청알) : 그들이 자리를 정한 뒤에 인사를 청하려 하였다.
王勸三人

(왕권삼인) : 그런데 용왕이 그들 세 사람에게 권하여
東向揖坐而告曰

(동향읍좌이고왈) : 동쪽을 향하여 앉힌 뒤에 말하였다.


適有文士在陽界

(적유문사재양계) : "마침 양계(兩界)에 계신 문사 한 분을
奉邀

(봉요) : 모셨으니,
諸君勿相疑也

(제군물상의야) : 여러분들은 서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命左右引入

(명좌우인입) : 용왕이 좌우의 사람들을 시켜 한생을 모셔오게 하였다.
生趨進禮拜

(생추진예배) : 한생이 빨리 나아가 절하자,
諸人皆俛首答拜

(제인개면수답배) : 그들도 모두 머리를 숙이고 답례하였다.
生讓坐曰

(생양좌왈) : 한생이 윗자리에 앉기를 사양하면서 말하였다.
尊神貴重

(존신귀중) : "존귀하신 신들께서는 귀중한 몸이지만,
僕乃一介寒儒

(복내일개한유) : 저는 한갓 빈한한 선비일 뿐입니다.
敢當高座

(감당고좌) : 그러니 어찌 높은 자리를 감당하겠습니까?"
固辭

(고사) : 한생이 굳이 사양하자
諸人曰

(제인왈) : 그들이 말하였다.
陰陽路殊

(음양노수) : "우리와 선생은 음양(陰陽)의 길이 달라서
不相統攝

(불상통섭) : 서로 통제할 권리가 없습니다.
而神王威重

(이신왕위중) : 용왕께서 위엄이 있으신 데다
鑑人惟明

(감인유명) : 사람을 보는 눈도 밝으시니,
子必人間文章鉅公

(자필인간문장거공): 그대는 반드시 인간세상에서 문장의 대가일 것입니다.


神王是命

(신왕시명) : 용왕의 명이니
請勿拒也

(청물거야) : 거절하지 마십시오."
神王曰坐

(신왕왈좌) : 용왕도 말하기를, "앉으시지요."

三人一時就坐

(삼인일시취좌) : 세 사람이 한꺼번에 자리에 앉자,
生乃跼蹐而登

(생내국척이등) : 한생도 몸을 굽히며 올라가서
跪於席邊

(궤어석변) : 자리 끝에 꿇어앉았다.
神王曰安坐

(신왕왈안좌) : 용왕이 말하기를, "편히 앉으시지요."

 

4)용왕이 한생에게 가회각 상량문을 청하다


座定

(좌정) : 다들 자리에 앉아
行茶一巡

(행차일순) : 찻잔을 한차례 돌린 뒤에
神王告曰

(신왕고왈) : 용왕이 한생에게 말하였다.
寡人止有一女

(과인지유일녀) : "과인은 오직 딸 하나를 두었을 뿐인데,
已加冠笄

(이가관계) : 이미 시집 보낼 나이가 되었습니다.
將欲適人

(장욕적인) : 장차 알맞은 사람과 혼례를 치르려고 하지만,
而弊居僻陋

(이폐거벽루) : 우리가 사는 집이 누추하여
無迎待之館

(무영대지관) : 사위를 맞이할 집도 없고,
花燭之房

(화촉지방) : 화촉을 밝힐 만한 방도 없습니다.
今欲別構一閣

(금욕별구일각) : 그래서 따로 별당 한 채를 지어
命名佳會

(명명가회) : 가회각(佳會閣)이라 이름 붙일까 합니다.
工匠已集

(공장이집) : 공장도 이미 모았고,
木石咸具

(목석함구) : 목재와 석재도 다 갖추었습니다.
而所乏者

(이소핍자) : 아직 없는 것이라고는
上梁文耳

(상량문이) : 상량문(上樑文) 뿐입니다.
側聞秀才

(측문수재) : 소문에 들으니 선생의 이름이
名著三韓

(명저삼한) : 삼한(三韓)에 널리 알려졌으며
才冠百家

(재관백가) : 글솜씨가 백가에 으뜸이라고 하므로,
故特遠招

(고특원초) : 특별히 멀리서 모셔온 것입니다.
幸爲寡人製之

(행위과인제지) : 과인을 위하여 상량문을 지어 주시면 다행이겠습니다."

 

言未旣

(언미기) :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有二丫童

(유이아동) : 두 아이가 들어왔다.
一捧碧玉之硯湘竹之管

(일봉벽옥지연상죽지관)

: 한 아이는 푸른 옥돌벼루와 상강(湘江)의 반죽(斑竹)으로 만든 붓을 받들었으며,
一捧氷綃一丈

(일봉빙초일장) : 한 아이는 흰 명주 한 폭을 받들었다.
跪進於前

(궤진어전) : 그들이 한생 앞에 꿇어앉아 바쳤다.
生俛伏而起

(생면복이기) : 한생이 고개를 숙이고 엎드렸다가 일어나
染翰立成

(염한입성) : 붓에 먹물을 찍어서 곧바로 상량문을 지어내었다.
雲煙相糺

(운연상규) : 그 글씨는 구름과 연기가 서로 얽힌 듯하였다.


5)한생이 상량문을 짓다

其詞曰

(기사왈) : 그 글은 이러하였다.

切以堪輿之內

(절이감여지내) : 삼가 생각하건대 천지 안에서는
龍神最靈

(용신최령) : 용신이 가장 신령스럽고,
人物之間

(인물지간) : 인물 사이에는
配匹至重

(배필지중) : 배필이 가장 중하다.
旣有潤物之功

(기유윤물지공) : 용왕께서 이미 만물을 윤택하게 하신 공로가 있으니,
可無衍福之基

(가무연복지기) : 어찌 복 받을 터전이 없으랴?
是以關雎好逑

(시이관저호구) : 그러므로 '관저호구(關雎好逑)'는
所以著萬化之始

(소이저만화지시) : 만물이 조화되는 시초를 나타낸 것이며,
飛龍利見

(비룡이견) : '비룡이견(飛龍利見)'은
亦以象靈變之迹

(역이상령변지적) : 신령스런 변화의 자취를 나타낸 것이다.
是用新構阿房

(시용신구아방) : 이에 새로 아방궁(阿房宮)을 지어

昭揭盛號

(소게성호) : 아름다운 이름을 높이 붙였다.


集蜃鼉而作力

(집신타이작력) : 자라를 불러 힘을 내게 하고,
聚寶貝以爲材

(취보패이위재) : 조개를 모아 재목을 삼았으며,
竪水晶珊瑚之柱

(수수정산호지주) : 수정과 산호로 기둥을 세웠다.
掛龍骨琅玗之梁

(괘룡골랑우지량) : 용골(龍骨)과 낭간으로 들보를 걸었으니,
珠簾捲而山靄靑葱

(주렴권이산애청총) : 주렴을 걷으면 산이 높이 푸르렀고,
玉戶開而洞雲繚繞

(옥호개이동운료요) : 백옥 들창을 열면 골짜기에 구름이 둘려 있다.


宜室宜家

(의실의가) : 이곳에서 가족이 화합하여
享胡福於萬年

(향호복어만년) : 만년토록 복을 누릴 것이며,
鼓瑟鼓琴

(고슬고금) : 부부가 화락하여
毓金枝於億世

(육금지어억세) : 금지(金枝)가 억대에 뻗치리라.


用資風雲之變

(용자풍운지변) : 용왕께서는 풍운의 변화를 돕고
永補造化之功

(영보조화지공) : 조화의 공덕을 나타내어,
在天在淵

(재천재연) : 높은 하늘에 오를 때에나
蘇下民之渴望

(소하민지갈망) : 깊은 못에 있을 때에나
或潛或躍

(혹잠혹약) : 백성들의 목마름을 씻어주고
祐上帝之仁心

(우상제지인심) : 상제의 어진 마음을 도와주었다.
騰翥快於乾坤

(등저쾌어건곤) : 그 기세가 천지에 떨치고
威德洽于遐邇

(위덕흡우하이) : 위덕이 원근에 흡족하여,
玄龜赤鯉

(현구적리) : 검은 거북과 붉은 잉어는
踊躍而助唱

(용약이조창) : 뛰놀며 소리치고,
木怪山魈

(목괴산소) : 나무 귀신과 산도깨비도
次第而來賀

(차제이래하) : 차례로 와서 축하한다.
宜作短歌

(의작단가) : 마땅히 짧은 노래를 지어
用揭雕梁

(용게조량) : 대들보에 걸어 두리라.


抛梁東

(포량동) : 들보 동쪽으로 떡을 던지네.
紫翠岧繞撑碧空

(자취초요탱벽공) : 울긋불긋 높은 산이 저 푸른 하늘을 버티었네.
一夜雷聲喧繞澗

(일야뢰성훤요간) : 하룻밤 우뢰소리가 시냇가를 뒤흔들어도
蒼崖萬仞珠玲瓏

(창애만인주령롱) : 만 길 푸른 벼랑에는 구슬빛이 영롱해라.


抛梁西

(포량서) : 들보 서쪽으로 떡을 던지네.
征轉巖廻山鳥啼

(정전암회산조제) : 바위 안고 도는 길에서 멧새들이 우짖네.
湛湛深湫知幾丈

(담담심추지기장) : 맑고 깊은 저 용추는 몇 길이나 되려나.
一泓春水似玻瓈

(일홍춘수사파려) : 한 이랑 봄물결이 유리처럼 맑아라.


抛梁南

(포량남) : 들보 남쪽으로 떡을 던지네.
十里松杉橫翠嵐

(십리송삼횡취람) : 십 리 솔숲에 푸른 노을이 비꼈구나.
誰識神宮宏且壯

(수식신궁굉차장) : 굉장한 저 신궁을 그 누가 알려나.
碧琉璃底影相涵

(벽류리저영상함) : 푸른 유리 밑바닥에 그림자만 잠겼구나.


抛梁北

(포량북) : 들보 북쪽으로 떡을 던지네.
曉日初升潭鏡碧

(효일초승담경벽) : 아침 햇살 처음 오르니 못물이 거울 같아라.
素練橫空三百丈

(소련횡공삼백장) : 흰 비단 삼백 길이 공중에 가로 걸려
翻疑天上銀河落

(번의천상은하락) : 하늘 위 은하수가 이곳에 떨어졌나.


抛梁上

(포량상) : 들보 위로 떡을 던지네.
手捫白虹遊莽蒼

(수문백홍유망창) : 흰 무지개 어루만지며 창공에서 노니누나.
渤海扶桑千萬里

(발해부상천만리) : 발해와 부상(扶桑)이 천만 리나 되지만
顧視人寰如一掌

(고시인환여일장) : 인간 세상 돌아보니 손바닥과 한가지일세.

 

抛梁下

(포량하) : 들보 아래도 떡을 던지네.
可惜春疇飛野馬

(가석춘주비야마) : 가련해라. 봄밭에 아지랑이가 오르는구나.
願將一滴靈源水

(원장일적령원수) : 신령스런 물 한 방울 이곳에서 가져다가
四海便作甘雨灑

(사해편작감우쇄) : 온 누리에 단비 삼아 뿌려들 보소.


伏願營室之後

(복원영실지후) : 바라건대 이 집을 이룩한 뒤에
合巹之晨

(합근지신) : 화촉의 밤을 맞이하여
萬福咸臻

(만복함진) : 만복이 함께 이르고,
千祥畢至

(천상필지) : 온갖 상서가 모여들진저.

 

瑤宮玉殿

(요궁옥전) : 요궁(瑤宮)과 옥전(玉殿)에는
挾卿雲之靉靆

(협경운지애체) : 상서로운 구름이 찬란하고,
鳳枕鴦衾

(봉침앙금) : 봉황 베개와 원앙 이불에는
聳歡聲之騰沸

(용환성지등비) : 즐거운 소리가 들끓게 되어,
不顯其德

(불현기덕) : 그 덕이 나타나고
以赫厥靈

(이혁궐령) : 그 신령이 빛나게 될진저.

 

書畢進呈

(서필진정) : 한생이 글을 다 써서 용왕에게 바치자,

神王大喜

(신왕대희) : 용왕이 크게 기뻐하였다.

乃命三神傳閱

(내명삼신전열) : 이내 세 신에게 돌려 보이자,

三神皆嘖嘖歎賞

(삼신개책책탄상) : 세 신도 모두 떠들썩하게 탄복하며 칭찬하였다.

 

2]윤필연(潤筆宴)을 열다

 

於是

(어시) : 이에
神王開潤筆宴

(신왕개윤필연) : 용왕이 윤필연(潤筆宴)을 열자,
生跪曰

(생궤왈) : 한생이 꿇어앉아서 말하였다.
尊神畢集

(존신필집) : "존귀한 신들께서 모두 모이셨는데,
不敢問諱

(불감문휘) : 아직 높으신 이름을 묻지 못하였습니다."
神王曰

(신왕왈) : 용왕이 말하였다.
秀才陽人

(수재양인) : "선생은 양계의 사람이라
固不知矣

(고부지의) : 응당 모를 것입니다.
一祖江神

(일조강신) : 첫째 분은 조강신(祖江神)이고
二洛河神

(이락하신) : 둘째 분은 낙하신(洛河神)이며
三碧瀾神也

(삼벽란신야) : 셋째 분은 벽란신(璧瀾神)입니다.
余欲與秀才光伴

(여욕여수재광반) : 우리가 선생과 함께 놀아 볼까 하여
故相邀爾

(고상요이) : 초대한 것이지요."
酒盡樂作

(주진악작) : 곧 술을 권하고 풍류를 시작하였다.

 

1)무희들이 나와 춤을 추며 「벽담곡(碧潭曲)」을 부르다


有蛾眉十餘輩

(유아미십여배) : 미인 열댓 명이
搖翠袖

(요취수) : 푸른 소매를 흔들며
戴瓊花

(대경화) : 머리 위에 구술꽃을 꽂고 나왔다.
相進相退

(상진상퇴) : 앞으로 나왔다가 뒤로 물러났다가
舞而歌碧潭之曲曰

(무이가벽담지곡왈) : 춤을 추면서「벽담곡(碧潭曲)」 한 가락을 불렀는데, 그 가사는 이러하였다.

靑山兮蒼蒼

(청산혜창창) : 푸른 뫼는 창창하고
碧潭兮汪汪

(벽담혜왕왕) : 푸른 못은 출렁거리네.
飛澗兮泱泱

(비간혜앙앙) : 흩날리는 폭포수는 우렁차게
接天上之銀潢

(접천상지은황) : 하늘 위 은하수까지 닿았구나.
若有人兮波中央

(약유인혜파중앙) : 저 가운데 계신 님이여
振環珮兮琳琅

(진환패혜림랑) : 환패(環佩) 소리 쟁쟁하여라.
威炎赫兮煌煌

(위염혁혜황황) : 그 위풍 빛나는 데다
羌氣宇兮軒昻

(강기우혜헌앙) : 그 모습까지 뛰어나셔라.

 

擇吉日兮辰良

(택길일혜신량) : 좋은 시절 길한 날에
占鳳鳴之鏘鏘

(점봉명지장장) : 봉황새까지 울음 우는데,
有翼兮華堂

(유익혜화당) : 날아가는 듯이 좋은 집 지었으니
有祥兮靈長

(유상혜영장) : 상서롭고도 신령스러워라.
招文士兮製短章

(초문사혜제단장) : 문사를 모셔다가 상량문을 지어서
歌盛化兮擧脩梁

(가성화혜거수양) : 높은 덕을 노래하며 대들보를 올리네.
酌桂酒兮飛羽觴

(작계주혜비우상) : 향내나는 술을 부어 술잔을 돌리고
輕燕回兮踏春陽

(경연회혜답춘양) : 제비처럼 가볍게 봄볕을 밟으며 노니네.


獸口噴兮瑞香

(수구분혜서향) : 짐승 모양 향로에선 상서로운 향내를 뿜어내고
豕服沸兮瓊漿

(시복비혜경장) : 돌 솥에선 옥 미음이 끓고 있는데,
擊魚鼓兮郞當

(격어고혜랑당) : 목어(木魚)를 둥둥 치고
吹龍笛兮趨蹌

(취용적혜추창) : 용적(龍笛) 불며 행진하네.
神儼然而在牀

(신엄연이재상) : 높이 앉으신 신이여
仰至德兮不可忘

(앙지덕혜불가망) : 지극한 덕을 잊지 못하리라.

 

2)총각들이 「회풍곡(回風曲)」을 부르다


舞竟

(무경) : 춤이 끝나자
復有總角十餘輩

(복유총각십여배) : 다시 총각 열댓 명이
左執籥

(좌집약) : 왼손에는 피리를 잡고
右執翿

(우집도) : 오른손에는 도를 들고
相旋相顧

(상선상고) : 서로 돌아보면서
而歌回風之曲曰

(이가회풍지곡왈) : 「회풍곡(回風曲)」 한 가락을 불렀다. 그 가사는 이렇다.

若有人兮山之阿

(약유인혜산지아) : 높은 언덕에 계신 님은
披薛荔兮帶女蘿

(피설려혜대여라) : 향초 덩굴로 옷 입으셨네.
日將暮兮淸波

(일장모혜청파) : 날 저물어 물결 일렁이니
生細紋兮如羅

(생세문혜여라) : 가는 무늬 비단 같아라.
風瓢瓢兮鬢鬖

(풍표표혜빈삼) : 바람에 나부껴 귀밑 털이 헝클어지고
雲冉冉兮衣婆娑

(운염염혜의파사) : 구름이 피어올라 옷자락 너울거리네.
周旋兮委蛇

(주선혜위사) : 느긋하게 빙빙 돌다가
巧笑兮相過

(교소혜상과) : 예쁘게 웃으며 마주치네.


損余褋兮鳴渦

(손여접혜명와) : 내 입던 홑옷은 여울 위에 던져두고
解余環兮寒沙

(해여환혜한사) : 내 찼던 가락지도 모래밭에 빼어 놓았네.
露浥兮庭莎

(노읍혜정사) : 금잔디에 이슬 젖고
煙暝兮嶔峨

(연명혜금아) : 높은 산에 내가 아득한데,
望遠峰之嵾嵯

(망원봉지참차) : 높고 낮은 자 봉우리 멀리서 바라보니
若江上之靑螺

(약강상지청라) : 마치 강물 위에 푸른 소라와 비슷해라.
疏擊兮銅鑼

(소격혜동라) : 이따금 치는 징 소리에
醉舞兮傞傞

(취무혜사사) : 나풀거리며 취해 춤추네.


有酒兮如泥

(유주혜여니) : 강물처럼 술이 많고
有肉兮如坡

(유육혜여파) : 언덕처럼 고기도 쌓였어라.
賓旣醉兮顔酡

(빈기취혜안타) : 손님이 이미 취하셨으니
製新曲兮酣歌

(제신곡혜감가) : 새 노래를 불러 보세나
或相扶兮相拖

(혹상부혜상타) : 서로 잡고 서로 끌다가
或相拍兮相呵

(혹상박혜상가) : 서로 치며 껄껄 웃네.
擊玉壺兮飮無何

(격옥호혜음무하) : 옥술병을 두드리며 마음껏 마셨더니

淸興闌兮哀情多

(청흥란혜애정다) : 맑은 흥취 다하면서 슬픈 마음이 절로 나네

 

3)용왕이 「수룡음(水龍吟)」을 부르다


舞竟

(무경) : 춤이 끝나자
神王喜抃

(신왕희변) : 용왕이 기뻐하였다.
洗爵捧觥

(세작봉굉) : 술잔을 씻어 다시금 술을 붓고
致於生前

(치어생전) : 한생에게 권하였다.
自吹玉龍之笛

(자취옥용지적) : 스스로 옥으로 만든 용적을 불면서
歌水龍吟一闋

(가수용음일결) : 「수룡음(水龍吟)」 한 가락을 노래하여
以盡歡娛之情

(이진환오지정) : 즐거운 흥취를 도왔다.
其詞曰

(기사왈) : 그 가사는 이러하였다.

管絃聲裏傳觴

(관현성리전상) : 풍류소리 가운데 술잔을 돌리니
瑞麟口噴靑龍腦

(서린구분청용뇌) : 기린 모양의 향로에선 용뇌 향기를 뿜어내네.
橫吹片玉一聲

(횡취편옥일성) : 옥피리를 비껴 쥐고 한 소리 불자
天上碧雲如掃

(천상벽운여소) : 하늘 위의 푸른 구름은 씻은 듯 사라졌네.
響激波濤

(향격파도) : 소리가 물결치더니
曲翻風月

(곡번풍월) : 가락은 풍월로 바뀌었네.
景閑人老

(경한인로) : 경치는 한가한 인생은 늙어 가니
悵光陰似箭

(창광음사전) : 살같이 빠른 광음이 애달프기만 하여라.
風流若夢

(풍류약몽) : 풍류도 꿈이려니
歡娛又生煩惱

(환오우생번뇌) : 기쁨이 다하면 시름만 생기네.
西嶺綵嵐初散

(서령채람초산) : 서산이 끼인 내가 이제 막 흩어지자
喜東峰氷盤凝灝

(희동봉빙반응호) : 동산에 둥근 달이 기쁘게도 찾아오네.
擧杯爲問

(거배위문) : 술잔을 높이 들어 물어보노니
靑天明月

(청천명월) : 푸른 하늘의 달에게
幾看醜好

(기간추호) : 추한 모습 고운 모습을 몇 번이나 보아 왔던가.
酒滿金罍

(주만금뢰) : 술잔에 술 가득한데
人頹玉峀

(인퇴옥수) : 옥산이 무너졌으니
誰人推倒

(수인추도) : 그 누가 넘어뜨렸나
爲佳賓

(위가빈) : 아름다운 우리 님을,
脫盡十載雲泥臺鬱

(탈진십재운니대울) : 십 년이 다하도록 근심 걱정일랑 잊어버리고
快登蒼昊

(쾌등창호) : 푸른 하늘 높은 곳에 유쾌히 오르세나.

歌竟(가경) : 용왕이 노래를 마치고는
顧謂左右曰

(고위좌우왈) : 좌우를 둘러보면서 말하였다.
此間伎戱

(차간기희) : "우리 나라의 놀음은
不類人間

(불류인간) : 인간세상의 것과 같지 않으니,
爾等爲嘉賓呈之

(이등위가빈정지) : 그대들은 귀한 손님을 위하여 솜씨를 보이라."

 

4)곽개사(郭介士)[게], 팔풍무 추며 노래 지어 부르다


有一人

(유일인) : 그러자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自稱郭介士

(자칭곽개사) : 자칭 곽개사(郭介士)라고 하였다.
擧足橫行

(거족횡행) : 발을 들어 옆으로 걸으면서
進而告曰

(진이고왈) : 나와서 말하였다.
僕巖中隱士

(복암중은사) : “저는 바위 틈에 숨어사는 선비요.
沙穴幽人

(사혈유인) : 모래 구멍에 사는 한가한 사람입니다.
八月風淸

(팔월풍청) : 팔월에 바람이 맑으면
輸芒東海之濱

(수망동해지빈) : 동해 바닷가에 가서 벼 까끄라기를 실어 나르고,
九天雲散

(구천운산) : 구월 하늘에 구름이 흩어지면
含光南井之傍

(함광남정지방) : 남정성(南井星)의 곁에서 빛을 머금기도 하였지요.
中黃外圓

(중황외원) : 속은 누렇고 겉은 둥글며,

被堅執銳

(피견집예) : 단단한 갑옷을 입고 날카로운 창을 가졌지요.
常支解以入鼎

(상지해이입정) : 늘 손발을 잘려서 솥에 들어갔으며,
縱摩頂而利人

(종마정이이인) : 비록 정수리를 갈리면서도 사람을 이롭게 하였습니다.
滋味風流

(자미풍류) : 맛과 풍류도
可解壯士之顔

(가해장사지안) : 장사들의 얼굴을 기쁘게 하였으며,
形摸郭索

(형모곽색) : 곽삭(郭索)한 꼴로
終貽婦人之笑

(종이부인지소) : 부인들에게 웃음을 끼치기도 하였지요.
趙倫雖惡於水中

(조륜수오어수중) : 조나라 왕윤은 물 속에서 만나도 저를 미워하였지만,
錢昆常思於外郡

(전곤상사어외군) : 전곤은 지방에 나가 있으면서도 저를 생각하였습니다.
死入畢吏部之手

(사입필리부지수) : 제가 죽어서는 필이부의 손에 들어갔지만,
神依韓晉公之筆

(신의한진공지필) : 한진공의 붓에 의해서 초상이 이루어졌습니다.
且逢場而作戱

(차봉장이작희) : 오늘 이러한 마당을 만나 놀게 되었으니,
宜弄脚以周旋

(의농각이주선) : 마땅히 다리를 틀어 춤을 추어 보겠습니다."


卽於席前

(즉어석전) : 곽개사는 곧 그 앞에서
負甲執戈

(부갑집과) : 갑옷을 입고 창을 잡아 쥐었으며,
噴沫瞪視

(분말징시) : 침을 흘리고 눈을 부릅떴다.
回瞳搖肢

(회동요지) : 눈동자를 돌리며 팔다리를 흔들더니,
蹣跚趨蹌

(반산추창) : 재빠르게
進前退後

(진전퇴후) :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 물러서며
作八風之舞

(작팔풍지무) : 팔풍무(八風舞)를 추었다.
其類數十

(기류수십) : 그와 같은 무리 몇십 명도
折旋俯伏

(절선부복) : 땅에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돌면서
一時中節

(일시중절) : 절도 있게 춤을 추었다.
乃作歌曰

(내작가왈) : 곽개사가 이내 노래를 지어 불렀다.

依江海以穴處兮

(의강해이혈처혜) : 강과 바다에 몸을 붙여 구멍 속에 살지언정
吐氣宇與虎爭

(토기우여호쟁) : 기운을 토하면 범과도 다툰다네.
身九尺而入貢

(신구척이입공) : 이 몸이 구척이니 나라님께도 진상하고
類十種而多名

(유십종이다명) : 겨레가 열 갈래니 이름도 많다네.
喜神王之嘉會

(희신왕지가회) : 거룩하신 용왕님의 기쁜 잔치에 참석하여
羌頓足而橫行

(강돈족이횡행) : 열 발을 구르면서 옆으로 걸어가네.
愛淵潛以獨處

(애연잠이독처) : 못 속에 깊이 잠겨 혼자 있기 좋아하고
驚江浦之燈光

(경강포지등광) : 강나루 등불에 놀라기도 했었지
匪酬恩而泣珠

(비수은이읍주) : 은혜를 갚으려고 구슬 눈물을 흘렸던가?
非報仇而橫槍

(비보구이횡창) : 원수를 갚으려고 창을 뽑아 들었던가?
嗟濠梁之巨族

(차호량지거족) : 호수 다리에 사는 거족들이야
笑我謂我無腸

(소아위아무장) : 무장공자(無腸公子)라 나를 비웃지만,
然可比於君子

(연가비어군자) : 군자에게도 비할 만하니
德充腹而內黃

(덕충복이내황) : 덕이 뱃속에 차서 내장에 누렇다네.
美在中而暢四肢兮

(미재중이창사지혜) : 속이 아름다워 온 사지에 통달하니
螯流玉而凝香

(오류옥이응향) : 엄지발에 향이 맺혀 옥빛으로 통통해라.
羌今夕兮何夕

(강금석혜하석) : 오늘 저녁은 어떤 저녁이던가?
赴瑤池之霞觴

(부요지지하상) : 요지(瑤池)잔치에 내가 왔네.
神矯首而載歌

(신교수이재가) : 용왕께서 노래하시자
賓旣醉而彷徨

(빈기취이방황) : 손님들 취해 술렁이네.
黃金殿兮白玉牀

(황금전혜백옥상) : 황금 궁전 백옥상에
傳巨觥兮咽絲簧

(전거굉혜인사황) : 술잔을 돌려 풍류 베푸니,
弄君山三管之奇聲

(농군산삼관지기성) : 피리 소리는 군산을 울리고
飽仙府九盌之神漿

(포선부구완지신장) : 아홉 주발에는 신선의 술이 가득 찼네

山鬼趠兮翶翔

(산귀초혜고상) : 산귀신도 와서 더덩실 춤을 추고
水族跳兮騰驤

(수족도혜등양) : 물고기들도 펄떡펄떡 뛰노네.
山有榛兮濕有笭

(산유진혜습유령) : 산에는 개암나무 있고 진펄엔 씀바귀가 있으니
懷美人兮不能忘

(회미인혜불능망) : 그리운 우리 님을 잊을 수가 없어라

於是

(어시) : 이에
左旋右折

(좌선우절) : 그가 춤을 추면서 왼쪽으로 돌다가 오른쪽으로 꺾어지며
殿後奔前

(전후분전) : 뒤로 물러났다가 앞으로 달려가기도 하니,
滿座皆輾轉失笑

(만좌개전전실소) : 자리에 가득 모였던 사람들이 모두 몸을 비틀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戱畢

(희필) : 그의 춤이 끝났다.

 

5)현(玄)선생[거북], 구공무를 추며 노래 지어 부르다


又有一人

(우유일인) : 또 한 사람이 나섰는데,
自稱玄先生

(자칭현선생) : 자칭 현(玄)선생이라고 하였다.
曳尾延頸

(예미연경) : 꼬리를 끌며 목을 빼고
吐氣凝眸

(토기응모) : 기운을 뽐내다가, 눈을 부릅뜨고
進而告曰

(진이고왈) : 앞으로 나와서 말하였다.
僕蓍叢隱者

(복시총은자) : "저는 시초(蓍草) 그늘에 숨어 지내는 자요,
蓮葉遊人

(연엽유인) : 연잎에서 놀던 사람입니다.
洛水負文

(낙수부문) : 낙수(洛水)에서 등에다 글을 지고 나와
已旌夏禹之功

(이정하우지공) : 이미 하나라 우리 임금의 공로를 나타내었으며,
淸江被網(청강피망) : 맑은 강물에서 그물에 잡혔지만
曾著元君之策

(증저원군지책) : 일찍이 송나라 원군(元君)의 계책을 이루어 주었습니다.
縱刳腸以利人

(종고장이이인) : 비록 배를 갈라서 사람을 이롭게 해주기는 하였지만,
恐脫殼之難堪

(공탈각지난감) : 껍질 벗기는 것은 견뎌 내기가 어렵습니다.
山節藻梲

(산절조탈) : 두공에 산을 새기고 동자기둥에 마름을 그렸으니,
殼爲臧公之珍

(각위장공지진) : 껍질은 노나라 장공이 소중히 여겼습니다.
石腸玄甲

(석장현갑) : 둘 같은 내장에다가 검은 갑옷까지 입었으니,
胸吐壯士之氣

(흉토장사지기) : 내 가슴에서는 장사의 기상을 토하였습니다.
盧敖踞我於海上

(노오거아어해상) : 노오는 바다 위에서 나를 걸터앉았으며,
毛寶放我於江中

(모보방아어강중) : 모보는 강 가운데서 나를 놓아주었습니다.
生爲嘉世之珍

(생위가세지진) : 살아서는 세상을 기쁘게 하는 보배가 되고,
死作靈道之寶

(사작영도지보) : 죽어서는 좋은 길을 예언하는 보물이 되었습니다.
宜張口而呵呻

(의장구이가신) : 이제 입을 벌리고 노래를 불러
聊以舒千年藏六之胸懷

(료이서천년장육지흉회) : 천년 장륙의 회포를 풀어 보렵니다."
卽於席前

(즉어석전) : 현생이 그 앞에서 기운을 토하자
吐氣裊裊如縷

(토기뇨뇨여루) : 실오리처럼 나부껴
長百餘尺

(장백여척) : 그 길이가 백여 척이나 되더니,
吸之則無迹

(흡지칙무적) : 이를 들어 마시자 자취도 없이 되었다.
或縮頸藏肢

(혹축경장지) : 그리고는 그 목을 움츠려서 사지 속에 감추기도 하고,
或引頸搖項

(혹인경요항) : 혹은 목을 길게 빼어 머리를 흔들기도 하였다.


俄而

(아이) : 얼마 뒤에

進蹈安徐

(진도안서) : 앞으로 조용히 나아와
作九功之舞

(작구공지무) : 구공무(九功舞)를 추면서
獨進獨退

(독진독퇴) : 혼자 나아갔다 물러났다 하더니,
乃作歌曰

(내작가왈) : 이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 가사는 이러하였다.

依山澤以介處兮

(의산택이개처혜) : 산 속 연못에 의지하여 나 홀로 지내며
愛呼吸而長生

(애호흡이장생) : 호흡만으로 오래도록 살고 있네.
生千歲而五聚

(생천세이오취) : 천년을 살면서 오색을 갖추고
搖十尾而最靈

(요십미이최령) : 열 꼬리를 흔들며 가장 신령하였네.
寧曳尾於泥途兮

(영예미어니도혜) : 내 차라리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지언정
不願藏乎廟堂

(불원장호묘당) : 묘당(廟堂)에 간직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네.
匪鍊丹而久視

(비련단이구시) : 단약(丹藥)이 아니라도 오래 살 수 있으며
非學道而靈長

(비학도이영장) : 도를 배우지 않아도 영과 통한다네.
遭聖明於千載

(조성명어천재) : 천년만에 성스런 님을 만나면
呈瑞應之昭彰

(정서응지소창) : 상서로운 징조들이 빛나게 나타나며,
我爲水族之長兮

(아위수족지장혜) : 내 수족(水族)의 어른이 된지라
助連山與歸藏

(조련산여귀장) : 연산(連山) 귀장(歸藏)의 이치를 연구하였네.
負文字而有數兮

(부문자이유수혜) : 문자를 지고 나오니 숫자가 있었으며
告吉凶而成策

(고길흉이성책) : 길흉을 알려 주어 계책을 이루게 하였네.
然而多智有所危困

(연이다지유소위곤) : 지혜가 많다 하여도 곤액은 어쩔 수 없고
多能有所不及

(다능유소불급) : 능력이 많아도 못 미칠 일이 있었네.
未免剖心而灼背兮

(미면부심이작배혜) : 가슴을 쪼개고 등을 지지는 것 면치 못하여
侶魚蝦而屛迹

(려어하이병적) : 물고기와 벗삼아 자취를 감추고서,
羌伸頸而擧踵兮

(강신경이거종혜) : 목을 빼고 발을 들어
預高堂之燕席

(예고당지연석) : 높은 잔치 자리에 끼여들었네.
賀飛龍之靈變

(하비용지영변) : 용왕님의 조화를 축하하려고
玩呑龜之筆力

(완탄귀지필력) : 힘차게도 붓을 뽑아 들자,
酒旣進而樂作

(주기진이악작) : 술 권하고 풍악을 베풀어
羌歡娛兮無極

(강환오혜무극) : 즐거움 끝이 없어라.
擊鼉鼓而吹鳳簫兮

(격타고이취봉소혜) : 북을 치고 퉁소를 부니
舞潛虯於幽壑

(무잠규어유학) : 골짜기에 숨은 규룡이 춤을 추네.
集山澤之魑魅

(집산택지리매) : 산도깨비들 모여들고
聚江河之君長

(취강하지군장) : 물귀신들도 모여드네.
若溫嶠之燃犀

(약온교지연서) : 온교(溫嶠)처럼 무소뿔을 태우고
慚禹鼎之罔象

(참우정지망상) : 우임금의 솥으로 부끄럽게 하였네.
相舞蹈於前庭

(상무도어전정) : 앞뜰에서 서로 만나 춤추고 뛰어 놀며
或謔笑而撫掌

(혹학소이무장) : 껄껄 웃기도 하고 손뼉도 치네.
日欲落兮風生

(일욕낙혜풍생) : 해 저물자 바람이 일어
魚龍翔兮波滃泱

(어용상혜파옹앙) : 물고기들 뛰놀고 물결 일렁이는데,
時不可兮驟得

(시불가혜취득) : 좋은 때를 늘 얻을 수 없어
心矯厲而慨慷

(심교려이개강) : 내 마음이 자못 슬퍼라.

曲終

(곡종) : 노래는 끝났지만
夷猶恍惚

(이유황홀) : 그래도 황홀하여
跳梁低昻

(도량저앙) : 발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춤을 추었다.
莫辨其狀

(막변기상) : 그 몸짓을 형용할 수가 없어,
萬座嗢噱

(만좌올갹) : 자리에 가득하였던 사람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戱畢

(희필) : 현선생이 놀음이 끝났다.

 

6)도개비와 괴물들, 풍류를 즐기며 노래 지어 부르다


於是

(어시) : 이에

木石魍魎

(목석망량) : 숲속의 도깨비와
山林精怪

(산림정괴) : 산 속의 괴물들이 일어나서
起而各呈所能

(기이각정소능) : 저마다 장기를 자랑하였다.
或嘯或歌

(혹소혹가) : 누구는 휘파람을 불고 누구는 노래를 불렀으며,
或舞或吹

(혹무혹취) : 누구는 춤을 추고 누구는 피리를 불었다.
或忭或踊

(혹변혹용) : 누구는 손뼉을 치고, 누구는 시를 외웠다.
異狀同音

(이상동음) : 그들이 노는 꼴은 저마다 달랐지만 소리는 같았는데,
乃作歌曰

(내작가왈) : 그들이 지어 부른 노래는 이러하였다.

神龍在淵

(신용재연) : 용신께서 못에 계시며
或躍于天

(혹약우천) : 어쩌다 하늘에도 오르시네.
於千萬年

(어천만년) : 아아. 천만 년 동안
厥祚延綿

(궐조연면) : 기나긴 복을 누리소서.
卑禮招賢

(비례초현) : 귀하신 손님맞이하니
儼若神仙

(엄약신선) : 신선처럼 의젓하여라.
玩彼新篇

(완피신편) : 새로 지은 노래를 즐기니
珠玉相聯

(주옥상련) : 구슬을 꿰맨 듯하여라.
琬琰以鑴

(완염이휴) : 옥돌에다 깊이 새겨
千載永傳

(천재영전) : 천년 길이 전하리라.
君子言旋

(군자언선) : 군자께서 돌아가신다 하니
開此瓊筵

(개차경연) : 아름다운 이 잔치를 베풀었네.
歌以採蓮

(가이채련) : 「채련곡(採蓮曲)」을 노래하며
妙舞躚翩

(묘무선편) : 나풀나풀 춤을 추고,
伐鼓淵淵

(벌고연연) : 두둥둥 쇠북을 두들기며
和彼繁絃

(화피번현) : 거문고 뜯어 화답하네.
一棹航船

(일도항선) : 뱃노래 권주가로
鯨吸百川

(경흡백천) : 고래처럼 술 마시네.
揖讓周旋

(읍양주선) : 예절 갖추어 놀면서도
樂且無愆

(악차무건) : 즐거움 끝이 없어라.



歌竟(가경) : 노래가 끝났다.

 


於是(어시) : 이에
江河君長(강하군장) : 강하의 군장들이
跪而陳詩(궤이진시) : 꿇어앉아 시를 지어 바쳤다.

 

7)조강신의 시


其第一座曰

(기제일좌왈) : 그 첫째인 조강신의 시는 이러하였다.

碧海朝宗勢未休

(벽해조종세미휴) : 푸른 바다로 흘러드는 물은 그 형세가 쉼이 없어
奔波汨汨負輕舟

(분파골골부경주) : 힘차게 이는 물결이 가벼운 배를 띄웠어라.
雲初散後月沈浦

(운초산후월침포) : 구름이 흩어진 뒤에 밝은 달은 물에 잠기고
潮欲起時風滿洲

(조욕기시풍만주) : 밀물이 밀려들자 건들바람 섬에 가득해라.
日煖龜魚閑出沒

(일난구어한출몰) : 날이 따뜻해지자 거북과 고기들 한가롭게 나타나고
波明鳧鴨任沈浮

(파명부압임침부) : 맑은 물살에 오리떼들은 제멋대로 떠다니네.
年年觸石多鳴咽

(년년촉석다명인) : 해마다 파도 속에 시달리던 이 몸인데

此夕歡娛蕩百憂

(차석환오탕백우) : 오늘 저녁 즐거움으로 온갖 근심이 다 녹았네.

 

8)낙하신의 시


第二座曰(제이좌왈) : 둘째인 낙하신의 시는 이러하였다.

五花樹影蔭重茵

(오화수영음중인) : 오색꽃 그림자가 겹자리를 덮었는데
籩豆笙簧次第陳

(변두생황차제진) : 대그릇과 피리들이 차례로 벌여 있네.
雲母帳中歌宛轉

(운모장중가완전) : 운모(雲母) 휘장 두른 곳에 노랫소리 간드러지고
水晶簾裏舞逡巡

(수정렴리무준순) : 수정 주렴 드리운 속에선 나풀나풀 춤을 추네.
神龍豈是池中物

(신룡기시지중물) : 성스런 용왕님께서 어찌 못 속에만 계시겠나?
文士由來席上珍

(문사유래석상진) : 문사는 그 전부터 자리 위의 보배로다.
安得長繩繫白日

(안득장승계백일) : 어찌하면 기 끈을 얻어 지는 해를 잡아매고
留連泥醉艶陽春

(유련니취염양춘) : 아름다운 봄 햇살 속에 흠뻑 취해 지내려나.

 

9)벽란신의 시


第三座曰

(제삼좌왈) : 셋째 벽란신의 시는 이러하였다.

神王酩酊倚金牀

(신왕명정의금상) : 용왕님께선 술에 취해 금상에 기대셨는데
山靄霏霏已夕陽

(산애비비이석양) : 산 비는 부슬부슬 해는 이미 석양일세.
妙舞傞傞廻錦袖

(묘무사사회금수) : 너울너울 곱게 춤추며 비단 소매 돌아가고
淸歌細細遶彫梁

(청가세세요조량) : 맑은 노래 가느다랗게 대들보를 안고 도네.
幾年孤憤翻銀島

(기년고분번은도) : 몇 년 동안 외로웠던가. 은섬이 번득이는데
今日同歡擧玉觴

(금일동환거옥상) : 오늘에야 기쁘게도 백옥잔을 함께 드네.
流盡光陰人不識

(류진광음인불식) : 흘러가는 이 세월을 아는 사람이 없느니
古今世事太忽忙

(고금세사태홀망) : 예나 이제나 세상일은 너무나도 바빠라.

題畢進呈

(제필진정) : 짓기를 마치고 용왕에게 바치자,
神王笑閱

(신왕소열) : 용왕이 웃으면서 읽어 본 뒤에
使人授生

(사인수생) : 사람을 시켜 한생에게 주었다.
生受之跪讀

(생수지궤독) : 한생은 이 시를 받고 꿇어앉아 읽었다.
三復賞玩

(삼복상완) : 세 번이나 거듭 읽으며 감상하였다.

 

10)한생,20운 장편시 지어 노래하다


卽於座前

(즉어좌전) : 그 자리에서
題二十韻

(제이십운) : 이십 운(韻)의 장편시를 지어
以陳盛事

(이진성사) : 성대한 일을 노래하였다.

詞曰

(사왈) : 그 가사는 이러하였다.

天磨高出漢

(천마고출한) : 천마산이 높이 솟아
巖溜遠飛空

(암유원비공) : 폭포가 공중에 날아가네.
直下穿林壑

(직하천림학) : 곧바로 떨어져 숲을 뚫고
奔流作巨淙

(분류작거종) : 급하게 흘러 큰 시내가 되었네.
波心涵月窟

(파심함월굴) : 물 가운데엔 달이 잠기고
潭底悶龍宮

(담저민용궁) : 못 밑바닥엔 용궁이 있어,
變化留神迹

(변화유신적) : 신기한 변화로 자취를 남기시고
騰拏建大功

(등나건대공) : 하늘에 올라 공을 세우시니,
煙熅生細霧

(연온생세무) : 가는 안개가 자욱히 끼고
駘蕩起祥風

(태탕기상풍) : 상서로운 바람이 부네.
碧落分符重

(벽락분부중) : 하늘에서 분부가 중하여
靑丘列爵崇

(청구열작숭) : 청구(靑丘)에 높은 작위를 받으셨으니,
乘雲朝紫極

(승운조자극) : 구름 타고 자신전(紫宸殿)에 조회하시고

行雨駕靑驄

(행우가청총) : 청총마를 달리며 비를 내리시네.
金闕開佳燕

(금궐개가연) : 황금 대궐에서 잔치를 열고
瑤階奏別鴻

(요계주별홍) : 옥 뜨락에서 풍류를 베푸셨으니,
流霞浮茗椀

(류하부명완) : 찻잔에는 노을이 뜨고
湛露滴荷紅

(담로적하홍) : 연잎에는 붉은 이슬이 젖네.
揖讓威儀重

(읍양위의중) : 위의(威儀)도 정중하건만
周旋禮度豊

(주선예도풍) : 예법은 더욱 높아,
衣冠文璨爛

(의관문찬란) : 의관과 문채 찬란하고
環珮響玲瓏

(환패향영롱) : 환패 소리 쟁쟁하여라.
魚鼈來朝賀

(어별내조하) : 물고기와 자라들 조회 드리고
江河亦會同

(강하역회동) : 물신령들도 모였으니,
靈機何恍惚

(영기하황홀) : 조화가 어찌 그리 황홀하던지
玄德更淵沖

(현덕경연충) : 숨은 덕이 더욱 깊으셔라.
苑擊催花鼓

(원격최화고) : 북을 쳐서 꽃을 피게 하고
樽垂吸酒虹

(준수흡주홍) : 술잔 속에는 무지개가 있네.
天姝吹玉笛

(천주취옥적) : 천녀는 옥피리를 불고
王母理絲桐

(왕모리사동) : 서왕모는 거문고를 타네.
百拜傳醪醴

(백배전료례) : 백 번 절하고 술잔을 올리며
三呼祝華嵩

(삼호축화숭) : 만수무강하시라 세번 외치네.
煙沈霜雪果

(연침상설과) : 얼음 같은 과일에다
盤映水晶葱

(반영수정총) : 수정 같은 채소까지 있어,
珍味充喉潤

(진미충후윤) : 온갖 진미에 배부르고
恩波浹骨融

(은파협골융) : 깊은 은혜는 뼈에 스며라.
還如湌沆瀣

(환여찬항해) : 신선의 이슬을 마신 듯
宛似到瀛蓬

(완사도영봉) : 봉래산에 구경은 듯,
歡罷應相別

(환파응상별) : 즐거움 다하여 헤어지려니
風流一夢中

(풍류일몽중) : 풍류마저 한바탕 꿈과 같아라.

詩進

(시진) : 한생이 시를 지어 바치자,
滿座皆歎賞不已

(만좌개탄상불이) :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감탄하고 칭찬하여 마지않았다.
神王謝曰

( 신왕사왈) : 용왕이 감사하면서 말하였다.
當勒之金石

(당륵지금석) : "이 시를 마땅히 금석에 새겨
以爲弊居之寶

(이위폐거지보) : 우리 집의 보배로 삼겠습니다."

 

3]용궁을 두루 관람하다


生拜謝

(생배사) : 한생이 절하고 감사드린 뒤에
進而告曰

(진이고왈) : 앞으로 나아가 용왕에게 아뢰었다.
龍宮勝事

(용궁승사) : "용궁의 좋은 일들은
已盡見之矣

(이진견지의) : 이미 다 보았습니다.
且宮室之廣

(차궁실지광) : 그런데 웅장한 건물들과
疆域之壯

(강역지장) : 넓은 강토도
可周覽不

(가주람부) : 둘러 볼 수가 있겠습니까?"
神王曰可

(신왕왈가) : 용왕이 말하기를, "좋습니다."
生受命

(생수명) : 한생이 용왕의 허락을 받고
出戶盱衡

(출호우형) : 문 밖에 나와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는데,
但見綵雲繚繞

(단견채운료요) : 오색 구름이 주위에 둘려 있는 것만 보여서
不辨東西

(불변동서) : 동서를 분별할 수가 없었다.
神王命吹雲者掃之

(신왕명취운자소지) : 용왕이 구름을 불어 없애는 자에게 명하여 구름을 쓸어버리게 하자,
有一人

(유일인) : 한 사람이
於殿庭

(어전정) : 궁전 뜰에서

蹙口一吹

(축구일취) : 입을 오므리며 한번에 불어 버렸다.


天宇晃朗

(천우황랑) : 그러자 하늘이 환하게 밝아졌는데,
無山石巖崖

(무산석암애) : 산과 바위 벼랑도 없고
但見世界平闊如碁局

(단견세계평활여기국) : 다만 넓은 세계가 바둑판처럼 보였는데
可數十里

(가수십리) : 수십 리나 되었다.

瓊花琪樹

(경화기수) :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列植其中

(열식기중) : 그 가운데 줄지어 심어져 있었고,
布以金沙

(포이금사) : 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려 있었다.
繚以金墉

(료이금용) : 둘레는 금성으로 쌓아졌으며,
其廊廡庭除

(기랑무정제) : 그 행랑과 뜰에는
皆鋪碧琉璃塼

(개포벽류리전) : 모두 푸른 유리 벽돌을 펴고 깔아서
光影相涵

(광영상함) : 빛과 그림자가 서로 비치었다.
神王命二人

(신왕명이인) : 용왕이 두 사람에게 명하여
指揮觀覽

(지휘관람) : 한생을 이끌고 구경시키도록 하였다.

 

1)조원지루(朝元之樓)


行到一樓

(행도일루) : 한 누각에 이르렀는데,
名曰朝元之樓

(명왈조원지루) : 그 이름을 '조원지루(朝元之樓)'라고 하였다.
純是玻瓈所成

(순시파려소성) : 이 누각은 순전히 파리로 이루어졌고
飾以珠玉

(식이주옥) : 진주와 구슬로 장식하였으며,
錯以金碧

(착이금벽) : 황금색과 푸른색으로 아로새겨졌다.
登之若凌虛焉

(등지약능허언) : 그 위에 오르자 마치 허공을 밟는 것 같았으며,
其層十級

(기층십급) : 그 층이 열이나 되었다.
生欲盡登

(생욕진등) : 한생이 그 위층까지 다 올라가려고 하자
使者曰

(사자왈) : 사자가 말하였다.
神王以神力自登

(신왕이신력자등) : "여기는 용왕께서 신력(神力)으로 혼자만 오르실 뿐이고,
僕等亦不能盡覽矣

(복등역불능진람의) : 저희들도 또한 다 둘러보지를 못하였습니다."
蓋上級

(개상급) : 이 누각의 위층이
與雲霄幷

(여운소병) : 구름 위에 솟아 있었으므로
非塵凡可及

(비진범가급) : 보통 사람이 올라 갈수는 없었다.
生登七層而下

(생등칠층이하) : 한생이 칠층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2)능허지각(凌虛之閣)의 의장(儀仗)들


又到一閣

(우도일각) : 또 한 누각에 이르렀는데,
名曰凌虛之閣

(명왈능허지각) : 그 이름은 '능허지각(凌虛之閣)'이었다.
生問曰

(생문왈) : 한생이 물었다.
此閣何用

(차각하용) : "이 누각은 무엇 하는 곳입니까?"
曰此神王朝天之時

(왈차신왕조천지시) : "이 누각은 용왕께서 하늘에 조회하실 때에
整其儀仗

(정기의장) : 그 의장(儀仗)을 갖추고
飾其衣冠之處

(식기의관지처) : 의관을 손질하는 곳이랍니다."

 

전모(電母)의 거울


生請曰

(생청왈) : 한생이 청하였다.
願觀儀仗

(원관의장) : "그 의장을 보고 싶습니다."
使者

(사자) : 사자가
引至一處

(인지일처) : 한생을 인도하여 한 곳에 이르렀더니
有一物

(유일물) : 한 물건이 있었는데,
如圓鏡

(여원경) : 마치 둥근 거울과 같았다.
燁燁有光

(엽엽유광) : 그런데 번쩍번쩍 빛나서
眩目不可諦視

(현목불가체시) : 눈이 어지러워 제대로 살펴볼 수가 없었다.
生曰

(생왈) : 한생이 말하였다.
此何物也

(차하물야) : "이것은 무슨 물건입니까?"
曰電母之鏡

(왈전모지경) : "전모(電母)의 거울이지요."

 

뇌공의 북

 

又有鼓

(우유고) : 또 북이 있었는데,

大小相稱

(대소상칭) : 크고 작은 것이 서로 어울렸다.
生欲擊之

(생욕격지) : 한생이 이를 쳐다보려고 하자
使者止之曰

(사자지지왈) : 사자가 말리면서 말하였다.
若一擊

(약일격) : "이 북을 한번 친다면
則百物皆震

(칙백물개진) : 온갖 물건이 모두 진동하게 됩니다.
卽雷公之鼓也

(즉뇌공지고야) : 이것은 우레를 맡은 뇌공의 북입니다."

 

바람을 일게 하는 풀무


又有一物

(우유일물) : 또 한 물건이 있었는데
如橐籥

(여탁약) : 풀무 같았다.
生欲搖之

(생욕요지) : 한생이 흔들어 보려고 하자
使者復止之曰

(사자복지지왈) : 사자가 다시 말리면서 말하였다.
若一搖

(약일요) : "만약 한번 흔든다면
則山石盡崩

(칙산석진붕) : 산의 바위가 다 무너지며
大木斯拔

(대목사발) : 큰 나무들도 다 뽑히게 됩니다.
卽哨風之橐也

(즉초풍지탁야) : 이것은 바람을 일게 하는 풀무랍니다."

 

빗자루 모양의 물뿌리개


又有一物

(우유일물) : 또 한 물건이 있었는데
如拂箒

(여불추) : 빗자루처럼 생겼고,
而水甕在邊

(이수옹재변) : 그 옆에는 물 항아리가 있었다.
生欲灑之

(생욕쇄지) : 한생이 물을 뿌려 보려고 하자
使者又止之曰

(사자우지지왈) : 사자가 또 말리면서 말하였다.
若一灑

(약일쇄) : "물을 한번 뿌리면
洪水滂沱

(홍수방타) : 홍수가 나서,
懷山襄陵

(회산양릉) : 산이 잠기고 언덕까지 물이 오르게 된답니다."
生曰

(생왈) : 한생이 말하였다.
然則何乃不置噓雲之器

(연칙하내불치허운지기) : "그렇다면 어찌 구름을 불어 내는 기구는 두지 않습니까?"
曰雲則神王神力所化

(왈운칙신왕신력소화) : "구름은 용왕의 신력으로 되는 것이지요.
非機括可做

(비기괄가주) : 기계가 움직여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랍니다."

生又曰

(생우왈) : 한생이 또 말하였다.
雷公電母

(뇌공전모) : "뇌공(雷公)과 전모(電母)와
風伯雨師

(풍백우사) : 풍백(風伯)과 우사(雨師)는
何在

(하재) : 어디에 있습니까?"
曰天帝囚於幽處

(왈천제수어유처) : "천제(天帝)께서 그윽한 곳에 가두어 두고
使不得遊

(사부득유) : 돌아다지지 못하게 하였지요.
王出則斯集矣

(왕출칙사집의) : 용왕께서 나오시면 곧 모여든답니다."


其餘器具

(기여기구) : 그 나머지 기구들은
不能盡識

(불능진식) : 다 알 수가 없었다.
又有長廊

(우유장랑) : 또 기다란 행랑이
連亙數里

(연선수리) : 몇 리쯤 잇따라 뻗어 있었는데,
戶牖鎖以金龍之鑰

(호유쇄이금용지약) : 문에는 용의 모습을 새긴 자물쇠가 잠겨 있었다.


生問

(생문) : 생이 물었다
此何處

(차하처) : "여기는 어디입니까?"
使者曰

(사자왈) : 사자가 말하였다.
此神王

(차신왕) : "여기는 용왕께서
七寶之藏也

(칠보지장야) : 칠보(七寶)를 간직하여 두신 곳이랍니다."
周覽許時

(주람허시) : 한생이 한참 동안 두루 돌아다니며 구경하였지만,
不能遍見

(불능편견) : 다 둘러볼 수는 없었다.

 

4]한생, 용왕과 작별하다

1)진주 두 알, 비단 두 필 선물 받다


生曰 欲還

(생왈 욕환) : 한생이 말하였다.

"그만 돌아가겠습니다."
使者曰唯

(사자왈유) : 사자가 말하기를, "그러시지요."
生將還

(생장환) : 한생이 돌아오려고 하였더니
其門戶重重

(기문호중중) : 그 문들이 겹겹이 막혀서
迷不知其所之

(미부지기소지) :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命使者而先導焉

(명사자이선도언) : 그래서 사자에게 부탁하여 앞에서 인도하게 하였다.
生到本座

(생도본좌) : 한생이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와서
致謝於王曰

(치사어왕왈) : 용왕에게 감사드렸다.
厚蒙恩榮

(후몽은영) : "대왕의 두터우신 은덕을 입어
周覽佳境

(주람가경) : 훌륭한 곳들을 두루 둘러보았습니다."
再拜而別

(재배이별) : 한생이 두 번 절하고 작별하였다.
於是

(어시) : 그랬더니
神王以珊瑚盤

(신왕이산호반) : 용왕이 산호쟁반에다
盛明珠二顆

(성명주이과) : 진주 두 알과
氷綃二匹

(빙초이필) : 흰 비단 두 필을 담아서
爲贐行之資

(위신행지자) : 노잣돈으로 주고,
拜別門外

(배별문외) : 문 밖에 나와서 절하며 헤어졌다.


三神同時拜辭

(삼신동시배사) : 세 신도 함께 절하고 하직하였다.
三神乘輦直返

(삼신승련직반) : 세 신은 수레를 타고 곧바로 돌아갔다.
復命二使者

(복명이사자) : 용왕이 다시 두 사자에게 명하여
持穿山簸水之角

(지천산파수지각) : 산을 뚫고 물을 헤치는 무소뿔을 가지고
揮以送之

(휘이송지) : 한생을 인도하게 하였다.

 

사자의 등에 업힌 한생은 어느 새 자기집 거실에 누워 있었다


一人謂生曰

(일인위생왈) : 한 사람이 한생에게 말하였다.
可登吾背

(가등오배) : "제 등에 올라타고
閉目半餉

(폐목반향) : 잠깐만 눈을 감고 계십시오."
生如其言

(생여기언) : 한생이 그 말대로 하였다.
一人揮角先導

(일인휘각선도) : 한 사람이 서각을 휘두르면서 앞에서 인도하는데,
恰似登空

(흡사등공) : 마치 공중으로 날아가는 것 같았다.
唯聞風水聲

(유문풍수성) : 오직 바람소리와 물소리만 들렸는데,
移時不絶

(이시부절) : 잠시도 끊어지지 않았다.
聲止開目

(성지개목) : 이윽고 그 소리가 그쳐서 눈을 떠보았더니,
但偃臥居室而已

(단언와거실이이) : 자기 몸이 거실에 드러누워 있었다.


生出戶視之

(생출호시지) : 한생이 문 밖에 나와서 보았더니
大星初稀

(대성초희) : 커다란 별이 드문드문 보였다.
東方向明

(동방향명) : 동방이 밝아 오고
鷄三鳴而更五點矣

(계삼명이경오점의) : 닭이 세 홰나 쳤으니, 밤이 오경쯤 되었다.
急探其懷而視之

(급탐기회이시지) : 재빨리 품속을 더듬어 보았더니
則珠綃在焉

(즉주초재언) : 진주와 비단이 있었다.
生藏之巾箱

(생장지건상) : 한생은 이 물건들을 비단 상자에 잘 간직하였다.
以爲至寶

(이위지보) : 귀한 보배로 여기면서,
不肯示人

(불긍시인) : 남에게 보여 주지도 않았다.

 

2)한생은 명산에 들어가 종적을 알 수 없었다


其後

(기후) : 그 뒤에
生不以名爲懷

(생불이명위회) : 한생은 세상의 명예와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入名山

(입명산) : 명산으로 들어갔다.
不知所終

(부지소종) : 어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양평 세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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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 남염부주지/ 3계,지하세계 · 지표세계 · 천상세계& 6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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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염왕과의 담론

1)유불을 비교하다

生問曰

(생문왈) : 박생이 물었다.

周孔瞿曇

(주공구담) : "주공과 공자와 석가는

何如人也

(하여인야) : 어떤 사람들입니까?"

王曰

(왕왈) : 임금이 말하였다.

周孔

(주공) : "주공과 공자는

中華文物中之聖也

(중화문물중지성야) : 중화(中華) 문물(文物) 가운데서 탄생한 성인이요,

瞿曇

(구담) : 석가는

西域姦兇中之聖也

(서역간흉중지성야) : 서역(西域)의 간흉한 민족 가운데서 탄생한 성인입니다.

文物雖明

(문물수명) : 문물이 비록 개명하였다 하더라도

人性駁粹

(인성박수) : 성품이 박잡(駁雜)한 사람도 있고 순수한 사람도 있으므로, 

周孔率之

(주공솔지) : 주공과 공자가 이들을 통솔하였습니다.

姦兇雖昧

(간흉수매) : 간흉한 민족이 비록 몽매하다고 하더라도

氣有利鈍

(기유이둔) : 기질이 날카로운 사람도 있고 노둔한 사람도 있으므로,

瞿曇警之

(구담경지) : 석가가 이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周孔之敎

(주공지교) : 주공과 공자의 가르침은

以正去邪

(이정거사) : 정도(正道)로써 사도(邪道)를 물리치는 일이었고,

瞿曇之法

(구담지법) : 석가의 법은

設邪去邪

(설사거사) : 사도로써 사도를 물리치는 일이었습니다.

以正去邪

(이정거사) : 그러므로 정도로써 사도를 물리친

故其言正直

(고기언정직) : 주공과 공자의 말씀은 정직하였고,

以邪去邪

(이사거사) : 사도로써 사도를 물리친

故其言荒誕

(고기언황탄) : 석가의 말씀은 황탄하였습니다.

正直故君子易從

(정직고군자이종) : 주공과 공자의 말씀은 정직하였으므로 군자들이 따르기가 쉬웠고,

荒誕故小人易信

(황탄고소인이신) : 석가의 말씀은 황탄하였으므로 소인들이 믿기가 쉬웠던 것입니다.

其極致

(기극치) : 그러나 그 지극한 경지에 이르면

則皆使君子小人

(즉개사군자소인) : 모두 군자와 소인들로 하여금

終歸於正理

(종귀어정리) : 마침내 바른 도리로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未嘗惑世誣民

(미상혹세무민) : 세상을 의혹시키고 백성을 속여서

以異道誤之也

(이이도오지야) : 이도로써 그릇되게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2)귀신론

 

生又問曰

(생우문왈) : 박생이 또 물었다.

鬼神之說

(귀신지설) : "귀신이란

乃何

(내하) : 어떤 것입니까?"

王曰

(왕왈) : 임금이 말하였다.

鬼者

(귀자) : " '귀(鬼)'는

陰之靈

(음지영) : 음(陰)의 영이고,

神者

(신자) : '신(神)'은

陽之靈

(양지영) : 양(陽)의 영입니다.

蓋造化之迹

(개조화지적) : 귀신은 대개 조화(造化)의 자취이고,

而二氣之良能也

(이이기지량능야) : 이기(理氣)의 양능(良能)입니다.

生則曰人物

(생칙왈인물) : 살아있을 때에는 '인물'이라 하고

死則曰鬼神

(사즉왈귀신) : 죽은 뒤에는 '귀신'이라 하지만,

而其理則未嘗異也

(이기리칙미상이야) : 그 이치는 다르지 않습니다."

 

生曰

(생왈) : 박생이 말하였다.

世有祭祀鬼神之禮

(세유제사귀신지예) : "속세에서는 귀신에게 제사지내는 예법이 있는데,

且祭祀之鬼神

(차제사지귀신) : 제사를 받는 귀신과

與造化之鬼神

(여조화지귀신) : 조화의 귀신은

異乎

(이호) : 다릅니까?"

曰不異也

(왈불이야) : "다르지 않습니다.

士豈不見乎

(사기불견호) : 선비는 어찌 그것도 알지 못합니까?

先儒云

(선유운) : 옛 선비가 이르기를,

鬼神無形無聲

(귀신무형무성) : '귀신은 형체도 없고 소리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然物之終始

(연물지종시) : 그러나 물질이 끝나고 시작되는[시종(始終)] 것은

無非陰陽合散之所爲

(무비음양합산지소위) : 음양이 어울리고 흩어지는 데[합산(合散)] 따르는 것이고,

且祭天地

(차제천지) : 하늘과 땅에 제사지내는 것은

所以謹陰陽之造化也

(소이근음양지조화야) : 음양의 조화(造化)를 존경하는 것이며,

祀山川

(사산천) : 산천에 제사지내는 것은

所以報氣化之升降也

(소이보기화지승강야) : 기화(氣化)가 오르내리는 것을 보답하려는 것입니다.

享祖考

(향조고) : 조상께 제사지내는 것은

所以報本

(소이보본) : 근본에 보답하기 위한 것이고,

祀六神

(사육신) : 육신(六神)에게 제사지내는 것은

所以免禍

(소이면화) : 재앙을 면하기 위해서입니다.

皆使人致其敬也

(개사인치기경야) : 이러한 제사들은 모두 사람들이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 지냅니다.

非有形質以妄加禍福於人間

(비유형질이망가화복어인간) : 이 귀신들이 형체가 있어서 인간에게 화와 복을 함부로 주는 것은 아닙니다.

特人焄蒿悽愴

(특인훈호처창) : 그렇지만 사람들은 향불을 사르고 슬퍼하면서

洋洋如在耳

(양양여재이) : 마치 귀신이 옆에 있는 것처럼 지냅니다.

孔子所謂敬鬼神而遠之

(공자소위경귀신이원지) : 공자가 '귀신은 공경하면서도 멀리하라'고 하신 말씀은

正謂此也

(정위차야) : 바로 이러한 태도를 일러주신 것입니다."

 

요매론

 

生曰

(생왈) : 박생이 말하였다.

世有厲氣妖魅

(세유려기요매) : "인간 세상에 여기와 요매(妖魅)들이 나타나서

害人惑物

(해인혹물) : 사람을 해치고 미혹시키는 일이 있는데,

此亦當言鬼神乎

(차역당언귀신호) : 이것도 또한 귀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王曰

(왕왈) : 임금이 말하였다.

鬼者

(귀자) : "귀(鬼)는

屈也

(굴야) : 굽힌다[굴(屈)]는 뜻이고,

神者

(신자) : 신(神)은

伸也

(신야) : 편다[신(伸)]는 뜻입니다.

屈而伸者

(굴이신자) : 굽히되 펼 줄 아는 것은

造化之神也

(조화지신야) : 조화의 신이며,

屈而不伸者

(굴이불신자) : 굽히되 펼 줄 모르는 것은

乃鬱結之妖也

(내울결지요야) : 울결(鬱結)된 요매(妖魅)들입니다.

合造化

(합조화) : 조화의 신은 조화와 어울렸으므로

故與陰陽終始而無跡

(고여음양종시이무적) : 처음부터 끝까지 음양과 더불어 하며 자취가 없습니다.

滯鬱結

(체울결) : 그러나 요매들은 울결되었으므로

故混人物寃懟而有形

(고혼인물원대이유형) : 인물과 혼동되고 사람을 원망하며 형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山之妖曰魈

(산지요왈소) : 산에 있는 요물을 초라 하고,

水之怪曰魊

(수지괴왈역) : 물에 있는 요물을 역이라 하며,

水石之怪曰龍罔象

(수석지괴왈용망상) : 수석에 있는 요괴는 용망상(龍罔象)이라 하고,

木石之怪曰夔魍魎

(목석지괴왈기망량) : 목석에 있는 요괴는 기망량이라 합니다.

害物曰厲

(해물왈려) : 만물을 해치면 여(厲)라 하고

惱物曰魔

(뇌물왈마) : 만물을 괴롭히면 마(魔)라 하며,

依物曰妖

(의물왈요) : 만물에 붙어 있으면 요(妖)라 하고

惑物曰魅

(혹물왈매) : 만물을 미혹시키면 매(魅)라 합니다. 皆鬼也(개귀야) : 이들이 모두 귀(鬼)들입니다.

 

“귀신의 덕이 크다”

 

陰陽不測之謂神

(음양불측지위신) : 음양 불측(不測)을 신(神)이라고 하니,

卽神也

(즉신야) : 이게 바로 신입니다.

神者

(신자) : 신이란

妙用之謂也

(묘용지위야) : 묘용(妙用)을 말하는 것이고

鬼者

(귀자) : 귀(鬼)란

歸根之謂也

(귀근지위야) :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天人一理

(천인일리) : 하늘과 사람은 한 이치이고,

顯微無間

(현미무간) : 드러난 것과 숨겨진 것에 간격이 없으니,

歸根曰靜

(귀근왈정) :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정(靜)이라 하고,

復命曰常

(복명왈상) : 천명을 회복하는 것을 상(常)이라 합니다.

終始造化

종시조화) : 처음부터 끝까지 조화와 함께 하면서도

而有不可知其造化之跡

(이유불가지기조화지적) : 그 조화의 자취를 알 수 없는 것이 있느니,

是卽所謂道也

(시즉소위도야) : 이것을 바로 도(道)라고 합니다.

故曰

(고왈) : 그래서

鬼神之德

(귀신지덕) : 『중용』에서도 '귀신의 덕이

其盛矣乎

(기성의호) : 크다'고 한 것입니다."

 

3)천당 지옥설의 오류

 

生又問曰

(생우문왈) : 박생이 또 물었다.

僕嘗聞於爲佛者之徒

(복상문어위불자지도) : "제가 일찍이 불자들에게서 '

有曰天上有天堂快樂處

(유왈천상유천당쾌락처) : 하늘 위에는 천당이라는 쾌락한 곳이 있고,

地下有地獄苦楚處

(지하유지옥고초처) : 땅 아래에는 지옥이라는 고통스러운 곳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列冥府十王

(렬명부십왕) : 그리고 '명부(冥府)에 십왕(十王)을 배치하여

鞠十八獄囚

(국십팔옥수) : 십팔옥(十八獄)의 죄인들을 다스린다'고 들었습니다.

有諸

(유제) : 정말 그렇습니까?

且人死七日之後

(차인사칠일지후) : 또 '사람이 죽은지 칠 일 뒤에

供佛設齋以薦其魂

(공불설재이천기혼) : 부처님께 공양드리고 재를 베풀어 그 영혼을 추천하고,

祀王燒錢以贖其罪

(사왕소전이속기죄) : 대왕께 정성 드리며 지전(紙錢)을 사르면 지은 죄가 벗겨진다'고합니다.

姦暴之人

(간포지인) : 간사하고 포악한 사람들도 王可寬宥否(왕가관유부) : 임금께서는 너그럽게 용서하시겠습니까?"

 

王驚愕曰

(왕경악왈) : 임금이 깜짝 놀라면서 말하였다.

是非吾所聞

(시비오소문) : "나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古人曰

(고인왈) : 옛 사람이 말하기를,

一陰一陽之謂道

(일음일양지위도) : '한 번 음(陰)이 되고 한번 양(陽)이 되는 것을 도(道)라고 한다.

一闢一闔之謂變

(일벽일합지위변) : 한번 열리고 한번 닫히는 것을 변(變)이라고 한다.

生生之謂易

(생생지위역) : 낳고 또 낳음[생생(生生)을 역(易)이라 하고,

無妄之謂誠

(무망지위성) : 망령됨이 없음을 성(性)이라고 한다' 하였습니다.

夫如是

(부여시) : 사리가 이와 같은데

則豈有乾坤之外

(즉기유건곤지외) : 어찌 건곤(乾坤) 밖에

復有乾坤

(부유건곤) : 다시금 건곤(乾坤)이 있으며,

天地之外

(천지지외) : 천지밖에

更有天地乎

(갱유천지호) : 다시금 천지가 있겠습니까?

如王者

(여왕자) : 임금이라 함은

萬民所歸之名也

(만민소귀지명야) : 만백성이 추대한 자를 말합니다.

三代以上

(삼대이상) : 삼대(三代) 이전에는

億兆之主

(억조지주) : 모든 백성의 군주를

皆曰王

(개왈왕) : 다 임금이라 불렀고,

而無稱異名

(이무칭이명) : 다른 이름으로는 부르지 않았습니다.

如夫子修春秋

(여부자수춘추) : 공자께서『춘추』를 엮으실 때에

立百王不易之大法

(입백왕불역지대법) : 백세에 바꿀 수 없는 커다란 법을 세워,

尊周室曰天王

(존주실왈천왕) : 주(周) 나라 왕실을 높여 천왕(天王)이라 하였습니다.

則王者之名(즉왕자지명) : 그러니 임금이라는 이름보다

不可加也

(불가가야) : 더 높일 수는 없습니다.

至秦滅六國一四海

(지진멸육국일사해) : 그런데도 진(秦)나라 임금이 여섯 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한 뒤에,

自以爲德兼三皇

(자이위덕겸삼황) : '나의 덕은 삼황(三皇)을 겸하고

功高五帝

(공고오제) : 공훈은 오제(五帝)보다도 높다'고 하여,

乃改王號曰皇帝

(내개왕호왈황제) : 임금이라는 칭호를 고쳐 황제(皇帝)라고 하였습니다.

當是時

(당시시) : 당시에도

僭竊稱之者頗多

(참절칭지자파다) : 참람(僭濫)하게 임금이라고 일컬은 자들이 아주 많았으니,

如魏梁荊楚之君

(여위양형초지군) : 위(魏)나라와 초(楚)나라 군주가

是已

(시이) : 그러하였습니다.

自是以後

(자시이후) : 그런 뒤부터

王者之名分紛如也

(왕자지명분분여야) : 임금이라는 명분이 어지러워져서,

文武成康之尊號

(문무성강지존호) : 문왕 . 무왕 . 성왕 . 강왕의 존호(尊號)도

已墜地矣

(이추지의) :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且流俗無知

(차류속무지) : 게다가 인간세상의 사람들은 아는 게 없어서

以人情相濫

(이인정상람) : 인정으로 서로 외람된 짓을 하니,

不足道

(부족도) : 이런 것들은 말할 게 못 됩니다.

至於神道則尙嚴

(지어신도칙상엄) : 그러나 신의 세계에서는 존엄함을 숭상하니,

安有一域之內

(안유일역지내) : 어찌 한 지역 안에

王者如是其多哉

(왕자여시기다재) : 임금이 그와 같이 많겠습니까?

士豈不聞天無二日國無二王乎

(사기불문천무이일국무이왕호) : 선비께선 '하늘에는 두 해가 없고 나라에는 두 임금이 없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습니까?

其語不足信也

(기어불족신야) : 그러니 그런 말은 믿을 게 못 됩니다.

至於設齋薦魂

(지어설재천혼) : 그러므로 재(齋)를 베풀어 영혼을 추천하고

祀王燒錢

(사왕소전) : 대왕에게 제사지낸 뒤에 지전(紙錢)을 사르는 짓을

吾不覺其所爲也

(오불각기소위야) : 왜 하는지, 나는 그 까닭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士試詳其世俗之矯妄

(사시상기세속지교망) : 선비께서 인간 세상의 거짓된 일들을 상세히 이야기하여 주십시오."

 

4)불교의 재(齋)에 대한 비판

 

生退席敷袵而陳曰

(생퇴석부임이진왈) : 박생이 자리에서 물러나 옷자락을 여미고 말하였다.

世俗當父母死亡七七之日

(세속당부모사망칠칠지일) : "인간세상에서는 어버이가 돌아가신 지 사십구 일이 되면

若尊若卑

(약존약비) : 지위가 높든지 낮든지 가리지 않고

不顧喪葬之禮

(불고상장지예) : 상장(喪葬)의 예를 돌보지 않으며,

專以追薦爲務

(전이추천위무) : 오로지 절에 가서 추천하는 것만 일삼습니다.

富者

(부자) : 부자는

糜費過度

(미비과도) :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면서

炫燿人聽

(현요인청) : 남이 듣고 보는 데에서 자랑하고,

貧者

(빈자) : 가난한 사람도

至於賣田貿宅

(지어매전무택) : 논밭과 집을 팔고

貸錢賖穀

(대전사곡) : 돈과 곡식을 빌려서

鏤紙爲旛

(루지위번) : 종이를 아로새겨 깃발을 만들고

剪綵爲花

(전채위화) : 비단을 오려 꽃을 만들며,

招衆Ꝛ爲福田

(초중범위복전) : 여러 스님들을 불러다 복전(福田)을 닦고

立瓌像爲導師

(입괴상위도사) : 불상을 세우며 도사(導師)로 삼아

唱唄諷誦

(창패풍송) : 범패(梵唄)를 합니다.

鳥鳴鼠喞

(조명서즐) : 그렇지만 새가 울고 쥐가 찍찍대는 것 같아서

曾無意謂

(증무의위) :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爲喪者

(위상자) : 상주(喪主)는

携妻率兒

(휴처솔아) : 아내와 자식들을 거느리고

援類呼朋

(원류호붕) : 친척과 벗들까지 불러들이므로

男女混雜

(남녀혼잡) : 남녀가 뒤섞여서

矢溺狼籍

(시익랑적) : 똥오줌이 널려지게 되니,

使淨土變爲穢溷

(사정토변위예혼) : 정토(淨土)는 더러운 뒷간으로 바뀌고,

寂場變爲鬧市

(적장변위료시) : 적량(寂場)은 시끄러운 시장바닥으로 바뀌게 됩니다.

 

而又招所謂十王者

(이우초소위십왕자) : 또 십왕상(十王像)을 모셔 놓고

備饌以祭之

(비찬이제지) : 음식을 갖추어 그들에게 제사지내고,

燒錢以贖之

(소전이속지) : 지전(紙錢)을 불살라 죄를 속하게 합니다.

爲十王者

(위십왕자) : 시왕이 되어

當不顧禮義

(당불고예의) : 예의를 돌보지 않고

縱貪而濫受之乎

(종탐이람수지호) : 탐욕스럽게 이를 받아야 하겠습니까?

當考其法度

(당고기법도) : 아니면 그 법도를 살펴서

循憲而重罰之乎

(순헌이중벌지호) : 법에 따라 이들을 중하게 처벌해야 하겠습니까?

此不肖所以憤悱

(차불초소이분비) : 이것이 제게는 분통 터지는 일이었지만

而不敢忍言也

(이불감인언야) : 차마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請爲不肖辨之

(청위불초변지) : 대왕께서는 저를 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사후에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몸뚱이는 땅으로 내려와 근본으로 돌아간다

 

王曰

왕왈) : 임금이 말하였다.

噫哉

(희재) : "아아.

至於此極也

(지어차극야) : 그렇게까지 되었구려.

且人之生也

(차인지생야) :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에

天命之以性

(천명지이성) : 하늘은 어진 성품을 주셨으며,

地養之以生

(지양지이생) : 땅은 곡식으로 길러 주었습니다.

君治之以法

(군치지이법) : 임금은 법으로 다스리고,

師敎之以道

(사교지이도) : 스승은 도의를 가르쳤으며,

親育之以恩

(친육지이은) : 어버이는 은혜로 길러 주었습니다.

由是

(유시) : 이로 말미암아

五典有序

(오전유서) : 오전(五典)이 차례가 있고

三綱不紊

(삼강불문) : 삼강(三綱)이 문란하지 않게 되었으니,

順之則祥

(순지칙상) : 이를 잘 따르면 상서로운 일이 생기고,

逆之則殃

(역지칙앙) : 이를 거스르면 재앙이 옵니다.

祥與殃在人生受之耳

(상여앙재인생수지이) : 상서와 재앙은 사람이 받기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至於死

(지어사) : 사람이 죽으면

則精氣已散

(즉정기이산) : 정신과 기운은 이미 흩어져,

升降還源

(승강환원) :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몸뚱이는 땅으로 내려와 근본으로 돌아가는데,

那有復留於幽冥之內哉

(나유부유어유명지내재) : 어찌 다시 어두운 저승 속에 머물러 있겠습니까?

且寃懟之魂

(차원대지혼) : 또 원한의 귀신과

橫夭之鬼

(횡요지귀) : 횡요의 귀신을

不得其死

(부득기사) : 죽지 못하여

莫宣其氣

(막선기기) : 그 기운을 펴지 못해,

嗸嗸於戰場黃沙之域

오오어전장황사지역) : 싸움터였던 모래밭에서 시끄럽게 울기도 하고,

啾啾於負命啣寃之家者

(추추어부명함원지가자) : 목숨을 잃어 원한 맺힌 집에서 처량하게 우는 일이

間或有之

(간혹유지) : 간혹 있기도 합니다.

或托巫以致款

(혹탁무이치관) : 그들은 무당에게 부탁해서 사정을 통해 보기도 하고,

或依人以辨懟

(혹의인이변대) : 어떤 사람에게 의지하여 원망해 보기도 하는데,

雖精神未散於當時

(수정신미산어당시) : 비록 정신이 그 당시에는 흩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畢竟當歸於無朕

(필경당귀어무짐) : 결국에는 다 없어지고 말게 됩니다.

豈有假形於冥地

(기유가형어명지) : 그들이라도 해서 어찌 명부에 잠깐 형체를 나타내서

以受犴獄乎

(이수안옥호) : 지옥의 벌을 받겠습니까?

此格物君子

(차격물군자) : 이런 일은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는 군자가

所當斟酌也

(소당짐작야) : 마땅히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부처님께 재를 올리고 시왕에게 제사지내는 일은 허탄하다

 

至於齋佛祀王之事

(지어재불사왕지사) : 그러나 부처님께 재를 올리고 시왕에게 제사지내는 일은

則尤誕矣

(즉우탄의) : 더욱 허탄합니다.

且齋者

(차재자) : 또 '재(齋)'란

潔淨之義

(결정지의) : 정결하게 한다는 뜻인데,

所以齋不齋而致其齋也

(소이재불재이치기재야) : 그렇게 되면 부정한 일을 정결하게 해서 정결됨을 이루는 셈입니다.

佛者淸淨之稱

(불자청정지칭) : 부처님을 청정(淸淨)하다는 뜻이고,

王者尊嚴之號

(왕자존엄지호) : 임금은 존엄하다는 칭호입니다.

求車求金

(구차구금) : 임금이 수레를 요구하고 금을 요구한 일은

貶於春秋

(폄어춘추) :『 춘추』에서 비판받았고,

用金用綃

(용금용초) : 불공드릴 때에 돈을 사용하고 명주를 사용한 일은

始於漢魏

(시어한위) : 한나라나 위나라 때에 와서 시작되었습니다.

那有以淸淨之神而享世人供養

(나유이청정지신이향세인공양) : 어찌 청정한 신이 인간 세상의 공양을 받고,

以王者之尊而受罪人賄賂

(이왕자지존이수죄인회뇌) : 존엄한 임금이 죄인의 뇌물을 받으며,

以幽冥之鬼而縱世間刑罰乎

(이유명지귀이종세간형벌호) : 저승의 귀신이 인간 세상의 형벌을 용서하겠습니까?

此亦窮理之士

(차역궁리지사) : 이것도 또한 이치를 연구하는 선비가 所當商略也(소당상략야) : 마땅히 생각해 볼 일입니다.

 

5)불교의 윤회설(輪廻說) 비판

 

生又問曰

(생우문왈) : 박생이 또 물었다.

輪回不已

(륜회불이) : "사람이 윤회(輪廻)를그치지 않고,

死此生彼之義

(사차생피지의) : 이승에서 죽으면 저승에서 산다는 뜻을

可問否

(가문부) :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曰精靈未散

(왈정령미산) : 임금이 말하기를, "정령이 흩어지지 않았을 때에는

則似有輪回

즉사유륜회) : 윤회가 있을 듯하지만,

然久則散而消耗矣

(연구칙산이소모의) : 오래 되면 흩어져 소멸되지요."

 

4]박생, 염왕의 후계자로 선위(禪位)받다

 

1)염왕은 정직하고 사심 없는 박생을 후계자로 제안하다

 

生曰

(생왈) : 박생이 말하였다.

王何故居此異域而爲王者乎

(왕하고거차이역이위왕자호) : "임금께서는 무슨 인연으로 이 이역(異域)에서 임금이 되셨습니까?"

 

曰我在世

(왈아재세) : 임금이 말하기를, "나는 인간 세상에 있을 때에

盡忠於王

(진충어왕) : 나라에 충성을 다하며

發憤討賊

(발분토적) : 힘내어 도적을 토벌하였습니다.

乃誓曰

(내서왈) : 그리고는 스스로 맹세하기를

死當爲厲鬼

(사당위려귀) : '죽은 뒤에도 마땅히 여귀가 되어

以殺賊

(이살적) : 도적을 죽이리라'고 하였습니다.

 

餘願未殄而忠誠不滅

(여원미진이충성불멸) : 그런데 죽은 뒤에도 그 소원이 남아 있었고 충성심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故托此惡鄕爲君長

(고탁차악향위군장) : 이 흉악한 곳에 와서 임금이 된 것이지요.

今居此地而仰我者

(금거차지이앙아자) : 지금 이 땅에 살면서 나를 우러러보는 자들은

皆前世弑逆姦兇之徒

(개전세시역간흉지도) : 모두 전세에 부모나 임금을 죽인 시역(弑逆)이거나 간흉(姦凶)들입니다.

托生於此

(탁생어차) : 이들은 이곳에 의지해 살면서

而爲我所制

(이위아소제) : 내게 통제를 받아

將格其非心者也

(장격기비심자야) : 그릇된 마음을 고치려 하고 있습니다.

然非正直無私

(연비정직무사) : 그러나 정직하고 사심 없는 사람이 아니면

不能一日爲君長於此地也

(불능일일위군장어차지야) : 하루도 이곳에서 임금 노릇을 할 수가 없습니다.

 

寡人聞子正直抗志

(과인문자정직항지) : 내가 들으니 그대는 정직하고도 뜻이 굳어서

在世不屈(재세불굴) : 인간 세상에 있으면서 지조를 굽히지 않았다고 하니,

眞達人也

(진달인야) : 참으로 달인(達人)입니다.

而不得一奮其志於當世

(이불득일분기지어당세) : 그런데도 그 뜻을 세상에 한번도 펴보지 못하였으니,

使荊璞棄於塵野

(사형박기어진야) : 마치 현산의 옥덩이가 티끌 덮인 벌판에 내버려지고

明月沉于重淵

(명월침우중연) : 밝은 달이 깊은 못에 잠긴 것과도 같습니다.

不遇良匠

(불우량장) : 뛰어난 장인을 만나지 못하면

誰知至寶

(수지지보) : 누가 지극한 보물을 알아보겠습니까?

豈不惜哉

(기불석재) : 이 어찌 안타깝지 않습니까?

 

余亦時運已盡

(여역시운이진) : 나는 시운이 이미 다하여

將捐弓劒

(장연궁검) : 장차 활과 칼을 버리고아 이 자리를 떠나야 합니다.

子亦命數已窮

(자역명수이궁) : 그대도 또한 명수(命數)가 이미 다하였으므로,

當瘞蓬蒿

(당예봉호) : 곧 인간세상을 떠나야 합니다.

司牧此邦

(사목차방) : 그러니 이 나라를 맡아 다스릴 분이

非子而誰

(비자이수) : 그대가 아니면 누구겠습니까?"

乃開宴極歡

(내개연극환) : 그리고는 잔치를 열어 극진히 즐겁게 하여 주었다.

 

2)염왕의 가르침 1

-나라는 백성의 나라이고, 명령은 하늘의 명령이다

 

問生以三韓興亡之跡

(문생이삼한흥망지적) : 임금이 박생에게 삼한(三韓)이 흥하고 망한 자취를 물었더니,

生一一陳之

(생일일진지) : 박생이 하나하나 이야기하였다.

至高麗創業之由

(지고려창업지유) : 고려가 창업한 이야기에 이르자,

王歎傷再三曰

(왕탄상재삼왈) : 임금이 두세 번이나 탄식하며 서글퍼하더니 말하였다.

有國者(유국자) : "나라를 다스리는 이가 不可以暴劫民(불가이폭겁민) : 폭력으로 백성을 위협하여서는 안 됩니다. 民雖若瞿瞿以從(민수약구구이종) : 백성들이 두려워 따르는 것 같지만, 內懷悖逆(내회패역) : 마음속으로는 반역할 뜻을 품고 있습니다. 積日至月(적일지월) : 날이 가고 달이 가면 則堅冰之禍起矣(칙견빙지화기의) : 커다란 재앙이 일어나게 됩니다.

 

有德者

(유덕자) : 덕이 있는 사람은

不可以力進位

(불가이역진위) : 힘을 가지고 임금자리에 나아가지 않습니다.

天雖不諄諄以語

(천수불순순이어) : 하늘이 비록 임금이 되라고 간곡하게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示以行事

(시이행사) : 그가 올바르게 일하는 모습을 백성들에게 보여

自始至終(자시지종) : 백성들의 뜻에 의하여 임금이 되게 합니다.

 

而上帝之命嚴矣

(이상제지명엄의) : 상제(上帝)의 명은 엄합니다.

蓋國者民之國

(개국자민지국) : 나라는 백성의 나라이고,

命者天之命也

(명자천지명야) : 명령은 하늘의 명령입니다.

天命已去

(천명이거) : 그런데 천명이 떠나가고

民心已離

(민심이리) : 민심이 떠나가면,

則雖欲保身

(칙수욕보신) : 임금이 비록 제 몸을 보전하려고 하더라도

將何爲哉

(장하위재) : 어찌 되겠습니까?"

 

3)염왕의 가르침 2

-나라의 재앙은 하늘의 경고

 

又復敍歷代帝王崇異道致妖祥之事

(우복서역대제왕숭이도치요상지사):박생이 또 역대의 제왕들이 이도(異道)를 숭상하다가 재앙 입은 이야기를 하자,

王便蹙額曰

(왕편축액왈) : 임금이 문득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하였다.

民謳謌而水旱至者

(민구가이수한지자) : "백성들이 임금의 덕을 노래하는데도 큰물과 가뭄이 닥치는 것은

是天使人主重以戒謹也

(시천사인주중이계근야) : 하늘이 임금으로 하여금 일을 삼가라고 경고하는 것입니다.

民怨咨而祥瑞現者

(민원자이상서현자) : 백성들이 임금을 원망하는데도 상서로운 일이 나타나는 것은

是妖媚人主益以驕縱也

(시요미인주익이교종야) : 요괴가 임금에게 아첨하여 더욱 교만 방자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且歷代帝王致瑞之日

(차력대제왕치서지일) : 제왕들에게 상서로운 날들이 나타났다고 해서

民其按堵乎

(민기안도호) : 백성들이 편안해질 수 있겠습니까?

呼寃乎

(호원호) : 원통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曰姦臣蜂起

(왈간신봉기) : 박생이 말하기를, "간신이 벌떼처럼 일어나

大亂屢作

(대난루작) : 큰 난리가 자주 생기는 데도

而上之人

(이상지인) : 임금이

脅威爲善以釣名

(협위위선이조명) : 백성들을 위협하며 잘 한 일이라 생각하고 명예를 구하려 한다면,

其能安乎

(기능안호) : 그 나라가 어찌 평안할 수 있겠습니까?"

王良久

(왕량구) : 임금이 한참 있다가

歎曰

(탄왈) : 탄식하며 말하였다.

子之言

(자지언) : "그대의 말씀이 是也(시야) : 옳습니다."

 

4)염왕이 선위문(禪位文)을 작성하여 박생에게 주다

 

宴畢

(연필) : 잔치가 끝나자

王欲禪位于生

(왕욕선위우생) : 임금이 박생에게 임금자리를 물려주기 위하여

乃手制曰

(내수제왈) : 손수 선위문(禪位文)을 지었다.

炎洲之域

(염주지역) : 염주의 땅은

實是瘴厲之鄕

(실시장려지향) : 실로 풍토병이 생기는 곳이므로,

禹跡之所不至

(우적지소부지) : 우(禹)임금의 발자취도 이르지 못하였고,

穆駿之所未窮

(목준지소미궁) : 목왕(穆王)의 준마도 오지 못하였다.

彤雲蔽日

(동운폐일) : 붉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毒霧障天

(독무장천) : 독한 안개가 하늘을 막고 있으며,

渴飮赫赫之洋銅

(갈음혁혁지양동) : 목이 마르면 뜨거운 구릿물을 마셔야 하고

飢餐烘烘之融鐵

(기찬홍홍지융철) : 배가 고프면 불에 쪼인 뜨거운 쇳덩이를 먹어야 한다.

非夜叉羅刹

(비야차나찰) : 야차(夜叉)나 나찰(羅刹)이 아니면

無以措其足

(무이조기족) : 발붙일 곳이 없고,

魑魅魍魎

(리매망량) : 도깨비가 아니면

莫能肆其氣

(막능사기기) : 그 기운을 펼 수가 없는 곳이다.

火城千里

(화성천리) : 화성이 천리나 뻗어 있고

鐵嶽萬重

(철악만중) : 철산이 만겹이나 둘린 데다,

民俗强悍

(민속강한) : 민속이 강하고 사나워서,

非正直無以辨其姦

(비정직무이변기간) : 정직하지 않으면 그 간사함을 판단할 수가 없다.

地勢凹隆

(지세요융) : 지세도 굴곡이 심해 험준하니,

非神威不可施其化

(비신위불가시기화) : 신통한 위엄이 아니면 이들을 교화시킬 수가 없다.

咨爾東國某

(자이동국모) : 아아. 동쪽 나라에서 온 그대 박아무개는

正直無私

(정직무사) : 정직하고 사심(私心)이 없으며,

剛毅有斷

(강의유단) : 강직하고 과단성이 있다.

著含章之質

저함장지질) : 남을 포용하는 자질을 갖추고 있으며,

有發蒙之才

(유발몽지재) : 어리석은 자를 계발하는 재주도 지니고 있다.

顯榮雖蔑於身前

(현영수멸어신전) : 인간 세상에 살아 있을 때에는 비록 현달하지 못하였지만,

綱紀實在於身後

(강기실재어신후) : 죽은 뒤에는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兆民永賴

(조민영뢰) : 모든 백성이 길게 믿고 의지할 자가

非子而誰

(비자이수) : 그대가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宜導德齊禮

(의도덕제예) : 마땅히 도덕으로 인도하고 예법으로 정체하여,

冀納民於至善

(기납민어지선) : 백성들을 지극히 착하게 만들라.

躬行心得

(궁행심득) : 몸소 실천하고 마음으로 깨달아,

庶躋世於雍熙

(서제세어옹희) : 세상을 태평하게 만들라.

體天立極

(체천입극) : 하늘을 본받아 뜻을 세우고,

法堯禪舜

(법요선순) :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임금자리를 물려주었던 일을 본받아

予其作賓

(여기작빈) : 나도 이 자리를 그대에게 물려주겠다.

嗚呼欽哉

(오호흠재) : 아아. 그대는 삼가 받을 지어다.

生奉詔

(생봉조) : 박생이 이 글을 받아들고

周旋再拜而出

(주선재배이출) : 응낙한 뒤에, 두 번 절하고 물러 나왔다.

 

5)염왕, 태자의 예로 박생을 전송하다

 

王復勑臣民致賀

(왕복래신민치하) : 임금은 다시 신하와 백성들에게 명령을 내려 축하드리게 하고,

以儲君禮送之

(이저군예송지) : 태자의 예절로써 그를 전송하게 하였다.

又勑生曰

(우래생왈) : 그리고는 박생에게 말하였다.

不久當還

(불구당환) : "머지 않아 다시 돌아오셔야 하오.

勞此一行

(노차일행) : 이번에 가거든 수고롭지만

所陳之語

(소진지어) : 내가 한 말들을

傳播人間

(전파인간) : 전하여 인간 세상에 널리 퍼뜨리시오.

一掃荒唐

(일소황당) : 황당한 일을 다 없애 주시오."

生又再拜致謝曰

(생우재배치사왈) : 박생이 또 두 번 절하여 감사드리고 말하였다.

敢不對揚休命之萬一

(감부대양휴명지만일) : "만 분의 하나라도 그 뜻을 널리 전하지 않겠습니까?"

 

5]박생, 꿈에서 깨어나 병들어 죽다

 

旣出門(기출문) : 박생이 문을 나서자, 挽車者(만차자) : 수레를 끄는 자가 蹉跌覆轍(차질복철) : 발을 헛디뎌 수레바퀴가 넘어졌다. 生仆地驚起而覺(생부지경기이각) : 그 바람에 박생도 땅에 쓰러졌다. 깜짝 놀라서 일어나 깨어 보니 乃一夢也(내일몽야) : 한바탕 꿈이었다.

 

開目視之

(개목시지) : 눈을 떠보니

書冊抛床

(서책포상) : 책은 책상 위에 내던져 있었고,

燈花明滅

(등화명멸) : 등잔불은 가물거리고 있었다.

生感訝良久

(생감아양구) : 박생은 한참 의아하게 여기다가,

自念將死

(자념장사) : 장차 죽을 것을 알게 되었다.

日以處置家事爲懷

(일이처치가사위회) : 그래서 날마다 집안 일을 정리하기에 전념하였다.

數月有疾

(수월유질) : 박생이 몇 달 뒤에 병에 걸렸는데,

料必不起

(료필불기) : 결코 일어나지 못할 것을 스스로 알았다.

却毉巫而逝

(각의무이서) : 그래서 의원과 무당을 사절하고 세상을 떠났다.

其將化之夕

(기장화지석) : 그가 세상을 떠나려던 날 저녁에

夢神人告於四鄰曰

(몽신인고어사린왈) : 이웃집 사람의 꿈에 어떤 신인이 나타나서 말하길,

汝鄰家某公

(여린가모공) : "네 이웃집 아무개가

將爲閻羅王者云

(장위염라왕자운) : 장차 염라대왕이 될 것이다."고 했다.

 

[양평 세미원]





 

 

 

https://kydong77.tistory.com/20531

 

김시습, 남염부주지/ 3계,지하세계 · 지표세계 · 천상세계& 6道

www.youtube.com/watch?v=SRz2FJVlWMI ww.youtube.com/watch?v=D68KA3wwk_g ko.wikipedia.org/wiki/%EC%9C%A1%EB%8F%84_(%EB%B6%88%EA%B5%90) 육도 (불교)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6도는 여기

kydong77.tistory.com

 

 

 

이 작품에는 매월당이 20년에 걸친 정신적 방황에서 도출하려 했던, 삶과 죽음에 대한 존재론적 회의와 불교의 세계관 및 의식의 오류에 대해 염왕과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 박생은 염왕을 만나 그의 일원론적 세계관 확인, 천당 지옥설 및 귀신관에 대한 오류, 불교의 재(齋)의식의 오류 등 세상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으려 노력하였다. 이 작품의 주제는 박생의 남염부주 여행을 통해 정직한 유자(儒者)의 눈으로 세상보기라고 하면 맞을 것 같다. 담론의 순서에 따라 소제목을 부여하여 독해를 돕고자 하였다.

다른 '전'과 달리 고양된 감정을 표출하던 시(詩)가 제거되었다.

http://blog.naver.com/osj1952/100024796046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김시습(金時習)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김시습(金時習) 남염부주지-김시습(金時, 習) 成化初(성화초) : 성화(成化) 초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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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 유자(儒者) 박생의 남염부주 여행

-김시습(金時習)

 

1]박생의 성격

1)세상과 불화하는 고매한 기상

 

成化初

(성화초) : 성화(成化) 초년에

慶州有朴生者

(경주유박생자) : 경주에 박생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

以儒業自勉

(이유업자면): 그는 유학에 뜻을 두고 언제나 자신을 격려하였다.

常補大學館

(상보대학관): 일찍부터 태학관(太學館) 에서 공부하였지만,

不得登一試

(부득등일시) : 한번도 시험에 합격하지는 못하였다.

常怏怏有憾

(상앙앙유감): 그래서 언제나 불쾌한 감정을 품고 지냈다.

而意氣高邁

(이의기고매) : 그는 뜻과 기상이 고매하여

見勢不屈

(견세불굴) : 세력을 보고도 굽히지 않았으므로,

人以爲驕俠

(인이위교협) : 남들은 그를 거만하다고 생각하였다.

然對人接話

(연대인접화) : 그러나 남들과 만나거나 이야기할 때에는

淳愿慤厚

(순원각후) : 온순하고 순박하였으므로,

一鄕稱之

(일향칭지) :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칭찬하였다.

 

 

2)불교, 무격. 귀신 등에 대하여 회의하다

 

生嘗疑浮屠巫覡鬼神之說

(생상의부도무격귀신지설): 박생을 일찍부터 부도(浮圖; 불교).무격.귀신 등의 이야기에 대하여

猶豫未決

(유예미결): 의심을 품고 있었지만,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였다.

旣而質之中庸參之易辭

(기이질지중용참지역사)

: 그러다가『중용』과『주역』을 읽은 뒤부터는

自負不疑

(자부불의) : 자기의 생각에 대하여 자신을 가지고 더 이상의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而以淳厚

(이이순후) : 그러나 그의 성품이 순박하고도 온후하였으므로

故與浮屠交

(고여부도교) : 스님들과도 잘 사귀었는데,

如韓之顚柳之巽者

(여한지전유지손자)

: 한유와 태전의 사이나 유종원과 손상인의 사이처럼 가까운

不過二三人

(불과이삼인) : 이들도 두세 사람 있었다.

浮屠亦以文士交

(부도역이문사교) : 스님들도 또한 그를 문사로서 사귀었다.

如遠之宗雷

(여원지종뢰) : 혜원이 종병. 뇌차종과 사귀었던 것처럼,

遁之王謝

(둔지왕사) : 지둔이 왕탄지. 사안과 사귀었던 것처럼

爲莫逆友(위막역우) : 막역한 벗이 많았다.

 

3)천당과 지옥설의 오류

 

一日

(일일) : 박생이 어느 날

因浮屠

(인부도) : 한 스님에게

問天堂地獄之說

(문천당지옥지설) : 천당과 지옥의 설에 대하여 묻다가,

復疑云

(부의운) : 다시 의심이 생겨서 말하였다.

天地一陰陽耳

(천지일음양이)

: "하늘과 땅에는 하나의 음(陰)과 양(陽)이 있을 뿐인데,

那有天地之外

(나유천지지외) : 어찌 이 하늘과 땅 밖에

更有天地

(갱유천지) : 또 다른 하늘과 땅이 있겠습니까?

必詖辭也

(필피사야) : 그것은 반드시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問之浮屠

(문지부도) : 그가 다시 스님에게 물었더니,

浮屠亦不能決答

(부도역불능결답): 스님도 또한 결정적으로 대답하지는 못하였다.

 

而以罪福響應之說答之

(이이죄복향응지설답지) : '죄와 복은 지은 데 따라서 응보가 있다.' 는 설로써 대답하였다.

生亦不能心服也

(생역불능심복야):박생은 역시 마음속으로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4)박생의 일리론(一理論)

常著一理論

(상저일리론) : 박생은 일찍이「일리론(一理論)」이란 논문을 지어서

以自警

(이자경) : 자신을 깨우쳤는데,

蓋不爲他岐所惑

(개불위타기소혹) : 이는 이단(불교)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其略曰(기략왈) : 그 대략은 이렇다.

常聞天下之理

(상문천하지리) : 내가 일찍이 옛 사람의 말을 들으니,

一而已矣(일이이의) : '천하의 이치는 한 가지가 있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一者何(

일자하) : '한 가지'란 무엇인가?

無二致也

(무이치야) : ‘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理者何

(이자하) : '이치'란 무엇인가?

性而已矣

(성이이의) : '천성'을 말한다.

性者何

(성자하) : '천성'이란 무엇인가?

天之所命也

(천지소명야) : '하늘로부터 주어진 것'이다.

天以陰陽五行

(천이음양오행) : 하늘이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으로써

化生萬物

(화생만물) : 만물을 만들 때에

氣以成形

(기이성형) : 기(氣)로써 형체를 이루었는데,

理亦賦焉

(이역부언) : 이도 또한 타고나게 되었다.

所謂理者

(소위이자) : 이치라고 하는 것은

於日用事物上

(어일용사물상) : 일용 사물에 있어서

各有條理

(각유조리) : 각각 조리를 가지는 것이다.

 

語父子則極其親

(어부자칙극기친) : 예를 들면,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사랑을 다하여야 하고,

語君臣則極其義

(어군신칙극기의) : 임금과 신하사이에는 의리를 다하여야 하며,

以至夫婦長幼

(이지부부장유) : 남편과 아내 . 어른과 아이 사이에도

莫不各有當行之路

(막불각유당행지로) : 각기 당연히 행하여야 할 길이 있음을 말하였다.

是則所謂道(시즉소위도) : 이것이 바로 '도(道)'이다.

而理之具於吾心者也

(이리지구어오심자야) : 우리 마음속에 이 이치가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循其理

(순기리) : 이 이치를 따르면

則無適而不安

(칙무적이불안) : 어디를 가더라도 불안하지 않지만,

逆其理而拂性

(역기리이불성) : 이 이치를 거슬러서 천성을 어긴다면

則菑逮(즉치체) : 재앙이 미치게 될 것이다.

 

窮理盡性(궁리진성) : '궁리진성(窮理盡性)'은 究此者也(구차자야) : 이 이치를 연구하는 일이고, 格物致知(격물치지) : '격물치지(格物致知)'도 格此者也(격차자야) : 이 이치를 연구하는 일이다.

蓋人之生

(개인지생) : 사람은 날 때부터

莫不有是心

(막불유시심) : 모두 이 마음을 가졌으며,

亦莫不具是性

(역막불구시성) : 또한 이 천성을 갖추었다.

而天下之物

(이천하지물) : 천하의 사물에도

亦莫不有是理

(역막불유시리) : 또한 이 이치가 모두 있다.

以心之虛靈

(이심지허령) : 허령(虛靈)한 마음으로써

循性之固然

(순성지고연) : 천성의 자연을 따라

卽物而窮理

(즉물이궁리) : 만물에 나아가 이치를 연구하고,

因事而推源

(인사이추원) : 일마다 근원을 추구하여

以求至乎其極

(이구지호기극) : 그 극치에 이르게 된다면,

則天下之理

(즉천하지리) : 천하의 이치가

無不著現明顯

(무불저현명현) : 모두 나타나 분명해질 것이며,

而理之至極者

(이리지지극자) : 이치의 지극함이

莫不森於方寸之內矣

(막불삼어방촌지내의) : 마음속에 모두 벌여질 것이다.

以是而推之

(이시이추지) : 이러한 방법으로 추구하여 본다면

天下國家

(천하국가) : 천하와 국가에서

無不包括

(무불포괄) :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여기에 포괄되고

無不該合

(무불해합) : 해당될 것이니,

參諸天地而不悖

(참제천지이불패) : 천지 사이에 참여하더라도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質諸鬼神而不惑

(질제귀신이불혹) : 또 귀신에게 질문하더라도 미혹되지 않을 것이며,

歷之古今而不墜

(역지고금이불추) : 오랜 세월을 지나더라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儒者之事

(유자지사) : 유학자가 할 일은

止於此而已矣

(지어차이이의) : 오직 이에서 그칠 뿐이다.

天下豈有二理哉

(천하기유이리재) : 천하에 어찌 두 가지의 이치가 있겠는가?

彼異端之說

(피이단지설) : 저 이단의 말을

吾不足信也

(오불족신야) : 나는 믿지 않는다.

 

2]경주의 박생이 꿈속에 남염부주에 가다

1) 아, 남염부주!

一日

(일일) : 하루는

於所居室中

(어소거실중) : 박생이 자기 거실에서

夜挑燈讀易

(야도등독역) : 밤에 등불을 돋우고 『주역』을 읽다가

支枕假寐

(지침가매) : 베개를 괴고 언뜻 잠이 들었는데,

忽到一國

(홀도일국) : 홀연히 한 나라에 이르고 보니

乃洋海中一島嶼也

(내양해중일도서야) : 바로 바다 속의 한 섬이었다.

其地無草木沙礫

(기지무초목사력) : 그 땅에는 본래 풀이나 나무가 없었고, 모래나 자갈도 없었다.

所履非銅則鐵也

(소리비동칙철야) : 발에 밟히는 것이라고는 모두 구리가 아니면 쇠였다.

晝則烈焰亘天

(주즉열염긍천) : 낮에는 사나운 불길이 하늘까지 뻗쳐

大地融冶

(대지융야) : 땅덩이가 녹아 내리는 듯하였고,

夜則凄風自西

(야즉처풍자서) : 밤에는 싸늘한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와

砭人肌骨

(폄인기골) : 사람의 살과 뼈를 에는 듯하였다.

吒波不勝

(타파불승) : 타파를 견딜 수가 없었다.

又有鐵崖如城

(우유철애여성) : 성같은 쇠 벼랑이

緣于海濱

(연우해빈) : 바닷가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只有一鐵門

(지유일철문) : 굳게 잠긴 성문 하나가 덩그렇게 서 있었다.

 

2)성문(城門)에 들다

 

宏壯

(굉장) : 굉장하여

關鍵甚固

(관건심고) : 빗장과 자물쇠가 심히 단단했다

守門者

(수문자) : 수문장은

喙牙獰惡

(훼아영악) : 물어뜯을 것 같은 영악한 자세로

執戈鎚以防外物

(집과추이방외물) : 창과 쇠몽둥이를 쥐고 외물(外物)을 막고 서 있었다.

其中居民

(기중거민) : 그 가운데 거주하는 백성들은

以鐵爲室

(이철위실) : 쇠로 지은 집에 살고 있었는데,

晝則焦爛

(주즉초란) : 낮에는 피부가 불에 데어서 문드러지고

夜則凍烈

(야즉동렬) : 밤에는 얼어 터졌다.

唯朝暮蠢蠢

(유조모준준) : 오직 아침과 저녁에만 사람들이 꿈틀거리며

似有笑語之狀

(사유소어지상) : 웃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而亦不甚苦也

(이역불심고야) : 별로 괴로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3)수문장이 염부제왕과의 만남을 주선하다

 

生驚愕逡巡

(생경악준순) : 박생이 깜짝 놀라서 머뭇거리자,

守門者喚之

(수문자환지) : 수문장이 그를 불렀다.

生遑遽不能違命

(생황거불능위명) : 박생은 당황하였지만 명을 어길 수 없어,

踧踖而進

(축적이진) : 공손하게 다가갔다.

守門者

(수문자) : 수문장이

竪戈而問曰

(수과이문왈) : 창을 세우고 박생에게 물었다.

子何如人也

(자하여인야) : "그대는 어떤 사람이오?"

生慄且答曰

(생율차답왈) : 박생이 두려워 떨면서 대답하였다.

某國某土某

(모국모토모) : "저는 아무 나라에 사는 아무개인데,

一介迂儒

(일개우유) : 세상 물정을 모르는 선비입니다.

干冒靈官

(간모영관) : 감히 영관(靈官)을 모독하였으니

罪當寬宥

(죄당관유) : 죄를 받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法當矜恕

(법당긍서) :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십시오."

拜伏再三

(배복재삼) : 박생이 엎드려 두세 번 절하며

且謝搪揬

(차사당돌) : 당돌하게 찾아온 것을 사죄하자,

守門者曰

(수문자왈) : 수문장이 말하였다.

爲儒者

(위유자) : "선비는

當逢威不屈

(당봉위불굴) : 위협을 당하여도 굽히지 않는다'고 하던데,

何磬折之如是

(하경절지여시) : 그대는 어찌 이처럼 지나치게 굽히시오?

吾儕欲見識理君子久矣

(오제욕견식이군자구의) : 우리들이 이치를 잘 아는 군자를 만나려 한 지가 오래 되었소.

我王亦欲見如君者

(아왕역욕견여군자) : 우리 임금께서도 그대와 같은 군자를 한번 만나서

以一語傳白于東方

(이일어전백우동방) : 동방 사람들에게 한 말씀을 전하려 하신다오.

少坐

(소좌) : 잠깐만 앉아 계시면,

吾將告子于王

(오장고자우왕) : 곧 우리 임금께 아뢰겠소."

言訖

(언흘) : 말을 마치자

趨蹌而入

(추창이입) : 수문장은 빠른 걸음으로 성안에 들어갔다.

 

俄然出語曰

(아연출어왈) : 얼마 뒤에 그가 나와서 말하였다.

王欲延子於便殿

(왕욕연자어편전) : "임금께서 그대를 편전(便殿)에서 만나시겠다니,

子當以訏言對

(자당이우언대) : 아무쪼록 정직한 말로 대답하시오.

不可以威厲諱

(불가이위려휘) : 위엄이 두렵다고 숨기면 안 되오.

使我國人民

(사아국인민) : 우리 나라 백성들이

得聞大道之要

(득문대도지요) : 올바른 길(大道)의 요지를 알게 하여 주시오."

 

4)두 동자가 박생의 이름이 적힌 선인의 명부를 보여주다

 

有黑衣白衣二童

(유흑의백의이동) : 말이 끝나자 검은 옷과 흰옷을 입은 두 동자가

手把文卷而出

(수파문권이출) : 손에 문서를 가지고 나왔다.

一黑質靑字

(일흑질청자) : 하나는 검은 문서에 푸른 글자로 썼고,

一白質朱字

(일백질주자) : 다른 하나는 흰 문서에 붉은 글자로 쓴 것이었다.

張于生之左右以示之

(장우생지좌우이시지) : 동자가 그 문서를 박생의 좌우에서 펴 보기에 들여다보았더니,

生見朱字有名姓

(생견주자유명성) : 박생의 이름이 붉은 글자로 씌어져 있었다.

曰現住某國朴某

(왈현주모국박모) : "현재 아무 나라 박아무개는

今生無罪(금생무죄) : 이승에서 지은 죄가 없으므로,

當不爲此國民

(당불위차국민) : 이 나라의 백성이 될 수 없다."

 

生問曰

(생문왈) : 박생이 이 글을 보고 동자에게 물었다.

示不肖以文卷

(시불초이문권) : "나에게 이 문서를 보이는 것은

何也

(하야) : 무슨 까닭이오?"

童曰

(동왈) : 동자가 말하였다.

黑質者

(흑질자) : "검은 종이의 것은

惡簿也

(악부야) : 악인의 명부이고,

白質者

(백질자) : 흰 종이의 것은

善簿也

(선부야) : 선인의 명부입니다.

在善簿者

(재선부자) : 선인의 명부에 실린 사람은

王當以聘士禮迎之

(왕당이빙사례영지) : 임금께서 선비를 초빙하는 예로써 맞이하십니다.

在惡簿者

(재악부자) : 인의 명부에 실린 사람도

雖不加罪

(수불가죄) : 악처벌하지는 않지만,

以民隸例勑之

(이민예예래지) : 노예로 대우하십니다.

王若見生

(왕약견생) : 임금께서 만약 선비를 보시면

禮當詳悉

(예당상실) : 예를 극진히 하실 것입니다."

言訖

(언흘) : 동자가 말을 마치더니,

持簿而入(지부이입) : 그 명부를 가지고 들어갔다.

 

5)박생 염부주에 들어가다

 

須臾飆輪寶車

(수유표륜보차) : 얼마 뒤에 바람을 타고 수레가 달려왔는데,

上施蓮座

(상시연좌) : 그 위에는 연좌(蓮座)가 설치되어 있었다.

嬌童彩女

(교동채녀) : 예쁜 동자와 동녀가

執拂擎盖

(집불경개) : 불자(拂子)를 잡고 일산(日傘)을 들었으며,

武隸邏卒

(무예나졸) : 무사와 나졸들이

揮戈喝道

(휘과갈도) : 창을 휘두르며 '물럿거라'고 외쳤다.

生擧首望之

(생거수망지) : 박생이 머리를 들고 멀리 바라보니

前有鐵城三重

(전유철성삼중) : 그 앞에 세 겹으로 된 철성(鐵城)이 있고,

宮闕嶔峩

(궁궐금아) : 높다란 궁궐이

在金山之下

(재금산지하) : 금으로 된 산아래 있었는데,

火炎漲天

(화염창천) : 뜨거운 불꽃이 하늘까지 닿도록

融融勃勃

(융융발발) :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顧視道傍人物

(고시도방인물) : 길가에 다니는 사람들을 돌아보았더니,

於火燄中

(어화염중) : 불꽃 속에서

履洋銅融鐵如蹋濘泥

(리양동융철여답녕니) : 녹아 내린 구리와 쇠를 마치 진흙이라도 밟듯이 밟으면서 다니고 있었다.

生之前路可數十步許

(생지전로가수십보허) : 그러나 박생의 앞에 뻗은 길은 수십 걸음쯤 되어 보였는데,

如砥而無流金烈火

(여지이무유금렬화) : 숫돌같이 평탄하였으며 흘러내리는 쇳물이나 뜨거운 불도 없었다.

蓋神力所變爾

(개신력소변이) : 아마도 신통한 힘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至王城

(지왕성) : 왕성(王城)에 이르니

四門豁開

(사문활개) : 사방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는데,

池臺樓觀

(지대누관) : 연못가에 있는 누각 모습이

一如人間

(일여인간) : 하나같이 인간 세상의 것과 같았다.

有二美姝

(유이미주) : 아름다운 두 여인이

出拜扶携而入

(출배부휴이입) : 마중 나와서 절하더니, 모시고 들어갔다.

 

6)박생, 염부주왕을 만나다

 

王戴通天之冠

(왕대통천지관) : 임금은 머리에 통천관(通天冠)을 쓰고

束文玉之帶

(속문옥지대) : 허리에는 문옥대(文玉帶)를 띠였으며,

秉珪下階而迎

(병규하계이영) : 손에는 규(珪)를 잡고 뜰 아래까지 내려와서 맞이하였다.

生俯伏在地

(생부복재지) : 박생이 땅에 엎드려

不能仰視

(불능앙시) : 쳐다보지도 못하자,

王曰

(왕왈) : 임금이 말하였다.

土地殊異

(토지수이) : "서로 사는 곳이 달라서

不相統攝

(불상통섭) : 통제할 권리도 없을 뿐 아니라,

而識理君子

(이식이군자) : 이치에 통달한 선비를

豈可以威勢屈其躬也

(기가이위세굴기궁야) : 어찌 위세로 굽히게 할 수가 있겠소?"

挽袖而登殿上

(만수이등전상) : 임금이 박생의 소매를 잡고 전각 위로 올라와

別施一床

(별시일상) : 특별히 한 자리를 마련해 주었는데,

卽玉欄金床也

(즉옥난금상야) : 옥난간에 놓인 금으로 만든 자리였다.

 

坐定

(좌정) : 자리를 잡자,

王呼侍者進茶

(왕호시자진다) : 임금이 시자를 불러 차를 올리게 하였다.

生側目視之

(생측목시지) : 박생이 곁눈질하여 보았더니,

茶則融銅

(다칙융동) : 차는 구리를 녹인 물이었고

果則鐵丸也

(과칙철환야) : 과일은 쇠로 만든 알맹이였다.

生且驚且懼

(생차경차구) : 박생이 놀랍고도 두려웠지만

而不能避

(이불능피) : 피할 수가 없었으므로,

以觀其所爲

(이관기소위) : 그들이 어떻게 하나 보고만 있었다.

進於前

(진어전) : 시자가 다과를 앞에 올려 놓자,

則香茗佳果

(즉향명가과) : 향그런 차와 맛있는 과일의

馨香芬郁

(형향분욱) : 아름다운 향내가

薰于一殿

(훈우일전) : 온 전각에 퍼졌다.

 

7)왕이 박생에게 염부주를 설명하다

 

茶罷

(다파) : 차를 다 마시자

王語生曰

(왕어생왈) : 임금이 박생에게 말하였다.

士不識此地乎

(사불식차지호) : "선비께선 이 땅이 어디인지 모르시겠지요.

所謂炎浮洲也

(소위염부주야) : 속세에서 염부주(炎浮洲)라고 하는 곳입니다.

宮之北山

(궁지북산) : 왕궁의 북쪽 산이

卽沃焦山也

(즉옥초산야) : 바로 옥초산(沃焦山) 입니다.

此洲在天之南

(차주재천지남) : 이 섬은 하늘과 땅의 남쪽에 있으므로,

故曰南炎浮洲

(고왈남염부주) : 남염부주라고 부릅니다.

炎浮者

(염부자) : '염부'라는 말은

炎火赫赫

(염화혁혁) : 불꽃이 활활 타서

常浮大虛

(상부대허) : 언제나 공중에 떠 있기 때문에

故稱之云耳

(고칭지운이) : 불려진 이름이지요.

我名燄摩

(아명염마) : 내 이름은 염마입니다.

言爲燄所摩也

(언위염소마야) : 불꽃이 내 몸을 휘감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지요.

爲此土君師

(위차토군사) : 내가 이 땅의 임금이 된 지가

已萬餘載矣

(이만여재의) : 벌써 만여 년이나 되었습니다.

壽久而靈

(수구이령) : 너무 오래 살다 보니 영통해져,

心之所之

(심지소지) : 마음가는 대로 하여도

無不神通

(무불신통) : 신통하지 않음이 없고,

志之所欲

(지지소욕) : 하고 싶은 대로하여도

無不適意

(무불적의) : 뜻대로 되지 않는 적시 없었습니다.

蒼頡作字

(창힐작자) : 창힐이 글자를 만들 때에는

送吾民以哭之

(송오민이곡지) : 우리 백성을 보내어 울어주었고,

瞿曇成佛

(구담성불) : 석가가 부처가 될 때에는

遣吾徒以護之

(견오도이호지) : 우리 무리를 보내어 지켜 주었소,

至於三五周孔

(지어삼오주공) : 그러나 삼황(三皇) . 오제(五帝)와 주공. 공자는

則以道自衛(즉이도자위) : 자기의 도를 지켰으므로,

吾不能側足於其間也

(오불능측족어기간야) : 나는 그 사이에 바로 설 수가 없었소."

 

 

[양평 세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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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이 작품은 부벽루에서 시를 창수할 짝을 만난 홍생과 기씨녀의 회고시의 향연이다. 홍생의 칠률 6수, 기씨녀의 칠률 6수, 40운 80구의 기씨녀의 오언고시 <강정추야완월(江亭秋夜玩月)> 등이 작품의 근간을 형성한다. 서사구조는 이 회고시를 말하기 위한 간단한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 매월당이 자기 시재(詩才)를 뽐내기 위해 지은 것인가? 취했다니 할 말이 없지만 서사성은 위의 두 작품에 비해 현저히 뒤진다. 아래의 <용궁부연록>도 갈등의 서사구조는 없으니 이 작품과 동궤의 작품으로 보면 된다.

다만 신선세계라는 픽션, 기씨녀를 기자조선의 후예로 설정하여 신선이 된 내력과 기자조선에 대한 회고의 서술, 그녀와의 만남 등의 허구는 매월당의 꿈의 표백이라 보아 상상력의 측면에서 그의 수월성이 인정된다.

 

醉遊浮碧亭記

취유부벽정기, 취하여 부벽정에서 노닐다

-김시습(金時習)

 

1]개성 상인 홍생이 부벽정에 올라 시를 짓다

 

平壤, 古朝鮮國也.

평양, 고조선국야.

 평양은 고조선의 서울이었다.

 

周武王克商, 訪箕子, 陣洪範九疇之法,

주무왕극상,  방기자 진홍범구주지법,

주나라 무왕(武王)이 은(殷)나라를 이기고 기자(箕子)를 방문하자,

기자가「홍범(洪範)」구주(九疇)의 법을 일러주었다.

 

武王封于此地, 而不臣也.

무왕봉우차지, 이불신야.

무왕이 기자를 이 땅에 봉하였지만 신하로 삼지는 않았다.

 

其勝地, 則錦繡山, 鳳凰臺, 綾羅島, 麒麟窟, 朝天石, 楸南墟, 皆古跡,

기승지칙금수산,   봉황대,   릉라도,   기린굴,   조천석추남허개고적,

 이곳의 명승지로는 금수산․ 봉황대․ 능라도․ 기린굴․ 조천석․ 추남허 등이 있는데, 모두 고적이다.

而永明寺浮碧亭, 其一也.

이영명사부벽정, 기일야.

영명사의 부벽정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永明寺, 卽東明王九梯宮也.

영명사, 즉동명왕구제궁야.

영명사 자리는 바로 고구려 동명왕의 구제궁터이다.

 

在郭外東北卄里,

재곽외동북입리,

이 절은 성밖에서 동북쪽으로 이십 리 되는 곳이 있다.

 

俯瞰長江, 遠矚平原,

부감장강, 원촉평원,

긴 강을 내려다보고 평원을 멀리 바라보며

 

一望無際, 眞勝境也.

일망무제, 진승경야.

아득하기 그지없으니, 참으로 좋은 경치였다.

 

畵舸商舶, 晩泊于大同門外之柳磯,

화가상박,   만박우대동문외지류기,

그림 그린 놀잇배와 장삿배들이 날 저물 무렵 대동문 밖에 있는 유기에 닿아

 

留則必泝流而上, 縱觀于此, 極歡而旋.

류칙필소류이상,   종관우차극환이선.

머물게 되면, 사람들은 으레 강물을 따라 올라와서 이곳을 마음대로 구경하며 실컷 즐기다가 돌아가곤 하였다.

 

亭之南, 有鍊石層梯,

정지남, 유련석층제, 부벽정 남쪽에는 돌을 다듬어 만든 사닥다리가 있다.

 

左曰靑雲梯, 右曰白雲梯, 刻之于石,

좌왈청운제우왈백운제,   각지우석,

왼편에는 청운제, 오른편에는 백운제라고 돌에다 글자를 새겨

 

立華柱, 以爲好事者玩.

립화주이위호사자완.

화주(華柱)를 세워 놓았으므로, 호사자(好事者)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天順初, 松京有富室洪生,

천순초송경유부실홍생,

천순(天順) 초년에 개성에 홍생이라는 부자가 있었다.

 

年少美姿容, 有風度, 又善屬文.

년소미자용, 유풍도, 우선속문.

그는 나이도 젊고 얼굴도 잘생긴데다 풍도가 있었으며, 또한 글을 잘 지었다.

 

値中秋望, 與同伴, 抱布貿絲于箕城,

치중추망,   여동반포포무사우기성,

그가 한가윗날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평양에 베를 안고 와서 실을 바꾸었다.

 

泊舟艤岸. 城中名娼, 皆出闉闍, 而目成焉.

박주의안.   성중명창,   개출인도이목성언.

그런 뒤에 배를 강가에 대자, 성안의 이름난 기생들이 모두 성문 밖으로 나와서 홍생에게 추파를 던졌다.

 

城中有故友李生, 設宴以慰生,

성중유고우리생설연이위생,

성안에 이생이라는 옛 친구가 살았는데, 잔치를 베풀어 홍생을 환영하였다.

 

酣醉回舟, 夜凉無寐,

감취회주야량무매,

홍생은 술이 취하자 배로 돌아갔지만 밤이 서늘하고 잠도 오지 않아서,

 

忽憶張繼楓橋夜泊之詩,

홀억장계풍교야박지시,

문득 장계가 지은 「풍교야박」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不勝淸興, 乘小艇, 載月打槳而上,

불승청흥승소정,   재월타장이상,

그래서 맑은 흥취를 견디지 못해 작은 배를 타고는, 달빛을 싣고 노를 저어서 올라갔다.

 

期興盡而返, 至則浮碧亭下也.

기흥진이반,   지칙부벽정하야.

흥취가 다하면 돌아가리라 생각하고 올라가다가, 이르고 보니 부벽정 아래였다.

 

繫纜蘆叢, 躡梯而登,

계람로총, 섭제이등,

홍생을 뱃줄을 갈대 숲에 매어 두고, 사닥다리를 밟고 올라갔다.

 

憑軒一望, 朗吟淸嘯,

빙헌일망, 랑음청소,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며, 맑은 소리로 낭랑하게 시를 읊었다.

 

時月色如海, 波光如練,

시월색여해,   파광여련,

그때 달빛은 바다처럼 넓게 비치고 물결을 흰 비단처럼 고운데,

 

雁呌汀沙, 鶴驚松露,

안규정사학경송로,

기러기는 모래밭에서 울고 학은 소나무에서 떨어지는 이슬방울에 놀라서 푸드덕거렸다.

 

凜然如登淸虛紫府也.

름연여등청허자부야.

마치 하늘 위에 옥황상제가 계신 곳에라도 오른 것처럼 기상이 서늘해졌다.

 

顧視故都, 烟籠粉堞, 浪打孤城,

고시고도,   연롱분첩랑타고성,

한편 옛 서울을 돌아보니 하얀 성가퀴에는 안개가 끼어 있고, 외로운 성 밑에는 물결만 부딪칠 뿐이었다.

 

有麥秀殷墟之歎, 乃作詩六首曰:

유맥수은허지탄, 내작시륙수왈:

「맥수은허」의 탄식이 저절로 나와, 이내 시 여섯 수를 지어 읊었다.

 

不堪吟上浿江亭,

불감음상패강정, 부벽정에 올라 감개를 읊조리니

嗚咽江流腸斷聲.

오연강류장단성.흐느끼는 강물 소리 애끊는 듯하여라.

故國已銷龍虎氣,

고국이소룡호기, 용 같고 호랑이 같던 고국의 기상은 이미 없어졌건만

荒城猶帶鳳凰形.

황성유대봉황형. 황폐한 옛성은 지금까지도 봉황 모습 그대로일세.

汀沙月白迷歸雁,

정사월백미귀안, 모래밭에 달빛이 희니 기러기는 갈 길을 잃고

庭草烟收點露螢.

정초연수점로형. 풀밭에는 연기가 걷혀 반딧불만 날고 있네.

風景蕭條人事換,

풍경소조인사환, 사람 세상에 바뀌고 보니 풍경마저 쓸쓸해져

寒山寺裏聽鐘鳴.

한산사리청종명. 한산사 깊은 곳에서 종소리만 들려 오네.

 

帝宮秋草冷凄凄,

제궁추초냉처처, 임금 계시던 궁궐에는 가을 풀만 쓸쓸하고

回磴雲遮徑轉迷.

회등운차경전미. 구름 낀 돌층계는 길마저 아득해라.

妓館故基荒薺合,

기관고기황제합, 청루 옛터에는 냉이풀만 우거졌는데

女墻殘月夜烏啼.

녀장잔월야오제. 담 넘어 희미한 달 보며 까마귀만 우짖네.

風流勝事成塵土,

풍류승사성진토, 풍류롭던 옛일은 티끌이 되었고

寂寞空城蔓蒺藜.

적막공성만질려. 적막한 빈 궁성엔 찔레만 덮였구나.

唯有江波依舊咽,

유유강파의구연, 오직 강물만이 옛날 그대로 울며 울며

滔滔流向海門西.

도도류향해문서. 도도히 흘러서 바다로 향하누나.

 

浿江之水碧於藍,

패강지수벽어람, 대동강 저 물결은 쪽보다도 더 푸르네.

千古興亡恨不堪.

천고흥망한불감. 천고 흥망을 한탄한들 어이하랴.

金井水枯垂薜荔,

금정수고수벽려, 우물에는 물이 말라 담쟁이만 드리웠고

石壇苔蝕擁檉楠.

석단태식옹정남. 돌 단에는 이끼가 끼어 능수버들만 늘어졌네.

異鄕風月詩千首,

리향풍월시천수, 타향의 풍월을 천수나 읊고 보니

故國情懷酒半酣.

고국정회주반감. 고국의 정희에 술이 더욱 취하여라.

月白依軒眠不得,

월백의헌면불득, 달빛이 난간에 밝아 졸음조차 오지 않는데

夜深香桂落毿毿.

야심향계락삼삼. 밤 깊어지며 계화 향기가 살며시 떨어지네.

 

中秋月色正嬋娟,

중추월색정선연, 오늘이 한가위라 달빛은 곱기만 한데

一望孤城一悵然.

일망고성일창연. 외로운 옛성은 볼수록 서글퍼라.

箕子廟庭喬木老,

자묘정교목로,기자묘(箕子廟) 뜨락에는 교목이 늙어 있고

檀君祠壁女蘿緣.

단군사벽녀라연 단군사(檀君祠) 벽 위에는 담쟁이가 얽히었네.

英雄寂寞今何在,

영웅적막금하재, 영웅은 적막하니 지금 어디에 있는가

草樹依稀問幾年.

초수의희문기년. 풀과 나무만 희미하니 몇 해나 되었던가?

唯有昔時端正月,

유유석시단정월, 오직 그 옛날의 둥근 달만 남아 있어

淸光流彩照衣邊.

청광류채조의변. 맑은 빛이 흘러나와 이 내 옷깃을 비추네.

 

月出東山烏鵲飛,

월출동산오작비, 동산에 달이 뜨자 까막까치 흩어져 날고

夜深寒露襲人衣.

야심한로습인의. 밤 깊어지자 찬이슬이 나의 옷을 적시네.

千年文物衣冠盡,

천년문물의관진, 문물은 천년이라 옛 모습 간 데 없건만

萬古山河城郭非.

만고산하성곽비. 만고의 강산에 성곽은 허물어졌네.

聖帝朝天今不返,

성제조천금불반, 하늘에 오른 성제(聖帝)께선 돌아오지 않으시니

閑談落世竟誰依.

한담락세경수의. 인간에 남긴 이야기를 무엇으로 증거하랴.

金轝麟馬無行迹,

금여린마무행적, 황금수레에 기린 말도 이제는 자취 없어

輦路草荒僧獨歸.

련로초황승독귀. 연로(輦路)에는 풀 우거지고 스님만이 홀로 가네.

 

庭草秋寒玉露凋,

정초추한옥로조, 찬이슬이 내리자 뜰의 풀이 다 시드는데

靑雲橋對白雲橋.

청운교대백운교. 청운교와 백운교는 마주보고 서 있구나.

隋家士卒隨鳴瀨,

수가사졸수명뢰, 수나라 대군의 넋이 여울에서 울어예니

帝子精靈化怨蜩.

제자정령화원조. 임금의 정령(精靈)이 가을 매미 되었던가.

馳道烟埋香輦絶,

치도연매향련절, 한길에는 연기만 낀 채 수레 소리도 끊어졌는데

行宮松偃暮鐘搖.

행궁송언모종요. 소나무 우거진 행궁(行宮)에는 저녁 종소리만 들리네.

登高作賦誰同賞,

등고작부수동상, 누각에 올라 시를 읊어도 그 누가 함께 즐길 건가

月白風淸興未消.

월백풍청흥미소. 달 밝고 바람도 맑아 시흥이 시들지 않네.

 

 

2]기씨의 딸과 조우하다

1)선녀 기씨의 딸이 찾아와 시를 지어 전하다

 

生吟罷, 撫掌起舞踟躕.

생음파, 무장기무지주. 홍생은 읊기를 마친 뒤에 손바닥을 어루만지며 일어나 그 자리에서 춤을 추었다.

每吟一句, 歔欷數聲,

매음일구, 허희수성한 구절을 읊을 떄마다 흐느껴 울었다.

雖無扣舷吹簫, 唱和之樂, 中情感慨,

수무구현취소, 창화지락, 중정감개,

바로 뱃전을 두드리고 퉁소를 불며 서로 화답하는 즐거움은 없었지만, 마음 속으로 느꺼워하였다.

足以舞幽壑之潛蛟, 泣孤舟之嫠婦也.

족이무유학지잠교, 읍고주지리부야.

그래서 깊은 구렁에 잠긴 용도 따라서 춤추게 할 만하였고, 외로운 배에 있는 과부도 울릴 만하였다.

 

吟盡欲返, 夜已三更矣.

음진욕반, 야이삼갱의.   

시 읊기를 마치고 돌아오려 하자 밤은 벌써 삼경이나 되었다.

 

忽有跫音, 自西而至者.

홀유공음, 자서이지자.

이때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서쪽에서 들려 왔다.

 

生意謂寺僧聞聲, 驚訝而來.

생의위사승문성, 경아이래.

홍생은 마음 속으로 "절의 스님이 시 읊는 소리를 듣고 이상하게 생각하여 찾아오는 것이겠지."

하고, 생각하며

 

坐以待之, 見則一美娥也.

좌이대지, 견칙일미아야.

앉아서 기다렸는데 나타나고 보니 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丫鬟隨侍左右,

아환수시좌우, 두 시녀가 좌우에서 따르며 모셨는데,

一執玉柄拂, 一執輕羅扇,

일집옥병불,   일집경라선,

한 여인은 옥자루가 달린 불자(拂子)를 잡았고, 다른 한 시녀는 비단 부채를 들고 있었다.

威儀整齊, 狀如貴家處子.

위의정제, 상여귀가처자.

여인은 위엄이 있고도 단정하여, 마치 귀족집 처녀 같았다.

 

生下階, 而避之于墻隙, 以觀其所爲.

생하계이피지우장극,   이관기소위.

홍생은 뜰 아래로 내려가 담 틈으로 비켜서서 그가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았다.

 

娥倚于南軒, 看月微吟,

아의우남헌, 간월미음,

여인은 남쪽 난간에 기대어 서서 달빛을 보며 작은 소리로 시를 읊었는데,

風流態度, 儼然有序.

풍류태도엄연유서.

풍류와 몸가짐이 엄연하여 범절이 있었다.

侍兒捧雲錦茵席以進,

시아봉운금인석이진,시녀가 비단방석을 펴자,

改容就坐, 琅然言曰:

개용취좌랑연언왈:

여인이 얼굴빛을 고치고 자리에 앉아 낭랑한 소리로 말하였다.

“此間有哦詩者, 今在何處?

  “차간유아시자금재하처?

"여기서 방금 시를 읊던 사람이 있었는데, 지금 어디에 있소? 

我非花月之妖, 步蓮之姝,

아비화월지요, 보련지주,

나는 꽃이나 달의 요물도 아니고, 연꽃 위를 거니는 주희도 아니라오.

幸値今夕, 長空萬里, 天闊雲收,

행치금석장공만리,   천활운수,

다행히도 오늘처럼 아름다운 밤을 맞고 보니, 만리장공 넓은 하늘에는 구름도 걷히었소.

冰輪飛而銀河淡, 桂子落而瓊樓寒,

빙륜비이은하담, 계자락이경루한,

달이 높이 뜨고 은하수는 맑은데다, 계수나무 열매가 떨어지고 백옥루는 차갑기에,

一觴一脉, 暢敍幽情,

일상일맥창서유정,

한잔 술에 시 한 수로 그윽한 심정을 유쾌히 풀어 볼까 하였소.

如此良夜何?”

여차량야하?”이렇게 좋은 밤을 어찌 그대로 보내겠소?"

 

生一恐一喜,

생일공일희홍생이 (그 말을 듣고) 한편으로 두려웠지만,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였다.

踟躕不已, 作小謦咳聲.

지주불이, 작소경해성. 그래서 어찌할까 머뭇거리다가 가늘게 기침소리를 내었다.

侍兒尋聲而來, 請曰:

시아심성이래, 청왈:

시녀가 기침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와서 청하였다.

“主母奉邀.”

주모봉요.” "저희 아가씨께서 모시고 오라 하였습니다."

生踧踖而進, 且拜且跪.

생축적이진, 차배차궤. 홍생이 조심스럽게 나아가서 절하고 꿇어앉았다.

娥亦不之甚敬, 但曰:

아역불지심경, 단왈: 여인도 또한 별로 어려워하지 않으며 말하였다.

“子亦登此.”

자역등차.”"그대로 이리 올라오시오."

侍兒以短屛乍掩, 只半面相看,

시아이단병사엄, 지반면상간,

시녀가 낮은 병풍으로 잠깐 앞을 가리었으므로, 그들은 얼굴을 서로 반만 보았다.

從容言曰:

종용언왈: 여인이 조용히 말하였다.

“子之所吟者, 何語也? 爲我陳之.”

자지소음자, 하어야? 위아진지.”

"그대가 조금 전에 읊은 시는 무슨 뜻이오? 나에게 외어 주시오."

生一一以誦. 娥笑曰:

생일일이송. 아소왈: 홍생이 그 시를 하나하나 외어 주자, 여인이 웃으며 말하였다.

“子亦可與言詩者也.”

자역가여언시자야.”

"그대는 나와 함께 시에 대하여 이야기할 만하오."

卽命侍兒, 進酒一行,

즉명시아, 진주일행, 여인이 시녀에게 명하여 술을 한차례 권하였는데,

殽饌不似人間,

효찬불사인간, 차려 놓은 음식이 인간세상의 것과 같지 않았다.

試啖堅硬莫吃, 酒又苦不能啜.

시담견경막흘주우고불능철.

먹으려 해도 굳고 딱딱하여 먹을 수가 없었다. 술맛도 또한 써서 마실 수가 없었다.

娥莞爾曰:

아완이왈: 여인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하였다.

“俗士, 那知白玉醴紅虯脯乎?”

   “속사, 나지백옥례홍규포호?”

"속세의 선비가 어찌 백옥례(白玉醴)와 홍규포(紅虯脯)를 알겠소."

命侍兒曰:

명시아왈: 여인이 시녀에게 명하였다.

“汝速去神護寺, 乞僧飯小許來.”

 “여속거신호사, 걸승반소허래.”

"너 빨리 신호사에 가서 절밥을 조금만 얻어 오너라."

兒承命而往, 須臾得來,

아승명이왕수유득래,

시녀가 시키는 대로 가서 곧 절밥을 얻어 왔다.

卽飯也. 又無下飯,

즉반야우무하반,

그러나 밥뿐이었고, 반찬이 또한 없었다.

又命侍兒曰:

우명시아왈: 그래서 다시 시녀에게 명하였다.

“汝去酒巖, 乞饌來.”

여거주암, 걸찬래.”

"얘야. 주암(酒巖)에 가서 반찬도 얻어 오너라."

須臾, 得鯉炙而來. 生啗之.

수유,   득리자이래생담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시녀가 잉어구이를 얻어 가지고 왔다. 홍생이 그 음식들을 먹었다.

啗訖, 娥已依生詩, 以和其意,

담흘아이의생시이화기의,

그가 음식을 먹고 나자, 여인이 이미 홍생은 시에 따라 그 뜻에 화답하였다.

寫於桂箋, 使侍兒, 投于生前.

사어계전사시아,   투우생전.

향기로운 종이에 시를 써서 시녀로 하여금 홍생에게 주도록 하였다.

 

其詩曰

기시왈: 그 시에 읊었다.

 

東亭今夜月明多,

동정금야월명다, 부벽정 오늘밤에 달빛 더욱 밝은데

淸話其如感慨何.

청화기여감개하. 맑은 이야기에 감회가 어떻던가?

樹色依稀靑蓋展,

수색의희청개전, 어렴풋한 나무 빛은 일산처럼 펼쳐졌고

江流瀲瀲練裙拖.

강류렴렴련군타. 넘치는 저 강물은 비단치마를 둘렀네.

光陰忽盡若飛鳥,

광음홀진약비조, 세월은 나는 새처럼 어느새 지나갔고

世事屢驚如逝波.

세사루경여서파. 세상일도 자주 변해 흘러가 버린 물 같아라.

此夕情懷誰了得,

차석정회수료득, 오늘밤의 정회를 그 누가 알아주랴

數聲鐘磬出烟蘿.

수성종경출연라. 깊은 숲에서 종소리만 이따금 들려 오네.

 

故城南望浿江分,

고성남망패강분, 옛성에 올라 보니 대동강이 어디런가

水碧沙明呌雁群.

수벽사명규안군. 푸른 물결 밝은 모래밭에 기러기 떼가 울며 가네.

麟駕不來龍已去,

린가불래룡이거, 기린 수레는 오지 않고 님도 벌써 가셨으니

鳳吹曾斷土爲墳.

봉취증단토위분. 봉피리 소리 끊어졌고 흙무덤만 남았어라.

睛嵐欲雨詩圓就,

정람욕우시원취, 갠 산에 비가 오려나, 내 시를 벌써 이뤄졌는데

野寺無人酒半醺.

야사무인주반훈. 들판 절에는 사람도 없어 나 혼자 술에 취하였네.

忍看銅駝沒荊棘,

인간동타몰형극, 숲 속에 자빠진 동타(銅駝)를 내 차마 보지 못하니

千年蹤跡化浮雲.

천년종적화부운. 천년의 옛 자취가 뜬구름 되었어라.

 

草根咽咽泣寒螿,

초근열열읍한장, 풀뿌리 차갑다고 쓰르라미 울어대네.

一上高亭思渺茫.

일상고정사묘망. 높은 정자에 올라 보니 생각조차 아득해라.

斷雨殘雲傷往事,

단우잔운상왕사, 비 그치고 구름 끼니 지나간 일이 가슴아픈데

落花流水感時光.

락화류수감시광떨어진 꽃 흐르는 물에 세월이 느껴지네.

波添秋氣潮聲壯,

파첨추기조성장, 가을이라 밀물소리 더더욱 비장한데다

樓蘸江心月色凉.

루잠강심월색량. 물에 잠긴 저 누각엔 달빛마저 처량해라.

此是昔年文物地,

차시석년문물지, 이곳이 그 옛날엔 문물이 번성했었지

荒城疎樹惱人腸.

황성소수뇌인장. 황폐한 성 늙은 나무가 남의 애를 끊는구나.

 

錦繡山前錦繡堆,

금수산전금수퇴, 금수산 언덕 앞에 금수가 쌓여 있어

江楓掩映古城隈.

강풍엄영고성외. 강가의 단풍들이 옛성을 비쳐 주네.

丁東何處秋砧苦,

정동하처추침고, 어디서 또닥또닥 다듬이소리가 들려 오나?

欸乃一聲漁艇回.

애내일성어정회. 뱃노래 한 가락에 고깃배가 돌아오네.

老樹倚巖緣薜荔,

로수의암연벽려, 바위에 기댄 고목에는 담쟁이가 얽혀 있고

斷碑橫草惹莓苔.

단비횡초야매태. 풀 속에 쓰러진 비석에는 이끼가 끼었구나.

凭欄無語傷前事,

빙란무어상전사, 말없이 난간에 기대어 지난 일을 생각하니

月色波聲摠是哀.

월색파성총시애.  달빛과 파도소리까지 모두가 슬프기만 해라.

幾介疎星點玉京,

기개소성점옥경, 별들이 드문드문 하늘에 널렸는데

銀河淸淺月分明.

은하청천월분명. 은하수 맑고 옅어 달빛 더욱 밝았구나.

方知好事皆虛事,

방지호사개허사, 이제야 알겠으니 모두가 허사로다

難卜他生遇此生.

난복타생우차생.저승을 기약키 어려우니 이승에서 만나 보세.

醽醁一樽宜取醉,

령록일준의취취, 술 한잔 가득 부어 취해 본들 어떠랴

風塵三尺莫嬰情.

풍진삼척막영정. 풍진 세상에 삼척검을 마음에다 둘 텐가?

英雄萬古成塵土,

영웅만고성진토, 만고의 영웅들도 티끌이 되었으니

世上空餘身後名.

세상공여신후명. 세상에 남는 것은 죽은 뒤의 이름뿐일세.

 

夜何知其夜向闌,

야하지기야향란, 이 밤이 어찌 되었나, 밤은 이미 깊어졌네.

女墻殘月正團團.

녀장잔월정단단. 담 위에 걸린 달이 이제는 둥글어졌네.

君今自是兩塵隔,

군금자시량진격, 그대와 지금부터 세속 인연을 벗었으니

遇我却賭千日歡.

우아각도천일환. 한없는 즐거움을 나와 함께 누려 보세.

江上瓊樓人欲散,

강상경루인욕산, 강가의 누각에는 사람들이 흩어지고

階前玉樹露初溥.

계전옥수로초부. 뜰 앞의 나무에는 찬이슬이 내리네.

欲知此後相逢處,

욕지차후상봉처, 이 뒤에 다시 한 번 만날 때를 알고 싶다니

桃熟蓬丘碧海乾.

도숙봉구벽해건. 봉래산에 복숭아 익고 푸른 바다도 말라야 한다네.

 

生得詩且喜,

생득시차희, 홍생은 시를 받아 보고 기뻐하였다.

 

 

2)기씨녀가 기자조선의 후예로신선이 된 내력, 기자조선에 대한 회고를 서술하다

 

猶恐其返也, 欲以談話留之.

유공기반야, 욕이담화류지.

그러나 그가 돌아갈까 봐 염려되어, 이야기를 하면서 붙잡으려고 하였다.

問曰:

문왈: 그래서 이렇게 물어보았다.

不敢聞姓氏族譜.”

  “불감문성씨족보.”

"송구스럽지만 당신의 성씨와 족보를 듣고 싶습니다."

娥噫而答曰:

아희이답왈: 여인이 한숨을 쉬더니 대답하였다.

“弱質, 殷王之裔, 箕氏之女.

   “약질은왕지예기씨지녀.

"나는 은나라 임금의 후손이며 기씨의 딸이라오.

我先祖, 實封于此,

아선조, 실봉우차, 나의 선조(기자)께서 실로 이 땅에 봉해지자

禮樂典刑, 悉遵湯訓, 以八條敎民,

례락전형실준탕훈,   이팔조교민,

예법과 정치제도를 모두 탕왕의 가르침에 따라 행하였고, 팔조(八條)의 금법(禁法)으로써 백성을 가르쳤으므로,

文物鮮華, 千有餘年.

문물선화천유여년.

문물이 천년이나 빛나게 되었었소.

 

一旦天步艱難, 灾患奄至,

일단천보간난재환엄지,

갑자기 나라의 운수가 곤경에 빠지고 환난이 문득 닥쳐와,

 

先考敗績匹夫之手, 遂失宗社.

선고패적필부지수, 수실종사.

나의 선친(준왕)께서 필부(匹夫)의 손에 실패하여 드디어 종묘 사직을 잃으셨소.

 

衛瞞乘時, 竊其寶位, 而朝鮮之業墜矣.

위만승시절기보위,   이조선지업추의.

위만(衛滿)이 이 틈을 타서 보위(寶位)를 훔쳤으므로, 우리 조선의 왕업은 끊어지고 말았소.

 

弱質顚蹶狼藉, 欲守貞節, 待死而已.

약질전궐랑자욕수정절대사이이.

나는 이 어지러운 때를 당하여 절개를 굳게 지키기로 다짐하고 죽기만 기다렸을 뿐인데,

 

忽有神人撫我曰:

홀유신인무아왈:

홀연히 한 신인(神人)이 나타나 나를 어루만지며 말씀하셨소.

 

‘我亦此國之鼻祖也.

아역차국지비조야.

'나는 본래 이 나라의 시조인데,

 

享國之後, 入于海島,

향국지후, 입우해도,

나라를 잘 다스린 뒤에 바다 섬에 들어가

 

爲仙不死者, 已數千年,

위선불사자이수천년,

죽지 않는 선인(仙人)이 된 지가 벌써 수천 년이나 되었다.

 

汝能隨我紫府玄都, 逍遙娛樂乎?’

여능수아자부현도, 소요오락호?’

너도 나를 따라 하늘나라 궁궐에 올라가 즐겁게 노니는 것이 어떻겠느냐?'

 

余曰:諾.’

여왈:   ‘.’  내가 응낙하자

 

遂提携引我, 至于所居,

수제휴인아지우소거,

그 분이 마침내 나를 이끌고 자기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서

 

作別館以待之, 餌我以玄洲不死之藥.

작별관이대지이아이현주불사지약.

별당을 지어 나를 머물게 하고, 나에게 현주(玄洲)의 불사약을 주셨소.

服之累月, 忽覺身輕氣健,

복지루월, 홀각신경기건,

그 약을 먹고 몇 달이 지나자 홀연히 몸이 가벼워지고 기운이 건장해지더니,

磔磔然, 如有換骨焉.

책책연, 여유환골언.

날개가 달려 신선이 된 것 같았소,

 

自是以後, 逍遙九垓,

자시이후, 소요구해,

그때부터 하늘에 높이 떠서

儻佯六合, 洞天福地,

당양륙합, 동천복지,

천지 사방을 오가며 동천복지(洞天福地)를 찾아

十洲三島, 無不遊覽.

십주삼도무불유람.

십주(十洲)와 삼도(三島)를 유람하지 않은 곳이 없었소.

 

一日, 秋天晃朗, 玉宇澄明, 月色如水,

일일추천황랑,   옥우징명,   월색여수,

하루는 가을 하늘이 활짝 개고 하늘나라가 밝은데다 달빛이 물처럼 맑았소.

 

仰視蟾桂, 飄然有遐擧之志.

앙시섬계, 표연유하거지지.

달을 쳐다보니 갑자기 먼 곳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소.

 

遂登月窟, 入廣寒淸虛之府,

수등월굴,   입광한청허지부,

그래서 달나라에 올라가서 광한청허지부(廣寒淸虛之府)에 들어가

 

拜嫦娥於水晶宮裏. 嫦娥以我貞靜能文, 誘我曰:

배항아어수정궁리항아이아정정능문유아왈:

수정궁으로 항아를 방문하였더니, 항아가 나더러 절개가 곧고 글을 잘 짓는다고 칭찬하면서 이렇게 달래었소.

 

‘下土仙境, 雖云福地, 皆是風塵,

하토선경, 수운복지, 개시풍진,

'인간세상의 선경(仙境)을 비록 복지(福地)라고는 하지만, 모두 풍진(風塵)의 땅이다.

 

豈如履靑冥驂白鸞, 挹淸香於丹桂,

개여리청명참백란, 읍청향어란계,

하늘나라에 올라와서 흰 난새를 타고 계수나무 아래에서 맑은 향내를 맡으며,

 

服寒光於碧落, 遨遊玉京,

복한광어벽락, 오유옥경,

푸른 하늘에서 달빛을 띠고 옥경(玉京)에서 즐겁게 놀거나

 

遊泳銀河之勝也?’

유영은하지승야?’

은하수에서 목욕하는 것보다야 낫겠느냐?'

 

卽命爲香案侍兒, 周旋左右, 其樂不勝可言.

즉명위향안시아주선좌우기락불승가언.

그리고는 나를 향안(香案) 받드는 시녀로 삼아 자기 곁에 있도록 하여 주었는데, 그 즐거움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었소.

 

忽於今宵, 作鄕井念,

홀어금소, 작향정념,

그러다가 오늘 저녁에 갑자기 고국 생각이 나서,

 

下顧蜉蝣, 臨睨故鄕,

하고부유, 림예고향,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며 고향땅을 굽어보았소.

 

物是人非, 皓月掩烟塵之色,

물시인비호월엄연진지색,

산천은 옛 그대로였지만 사람들은 달라졌고, 밝은 달빛이 연기와 티끌들을 가려 주었으며,

 

白露洗塊蘇之累, 辭下淸宵, 冉冉一降,

백로세괴소지루사하청소,   염염일강,

맑은 이슬이 대지에 쌓인 먼지를 깨끗이 씻어 놓았기에, 옥경을 잠시 하직하고 살며시 내려와 보았소.

 

拜于祖墓, 又欲一玩江亭, 以暢情懷.

배우조묘우욕일완강정,   이창정회.

조상님의 산소에 절하고는, 부벽정이나 구경하면서 회포를 풀어 볼까 해서 이리로 왔었소.

 

適逢文士, 一喜一赧,

적봉문사일희일난,

마침 글 잘 하는 선비를 만나고 보니, 한편 기쁘고도 한편 부끄럽소.

 

輒依瓊琚之章, 敢展駑鈍之筆,

첩의경거지장감전노둔지필,

더군다나 그대의 뛰어난 시에다 노둔한 붓을 펼쳐 화답하였으니,

 

非敢能言, 聊以敍情耳.”

비감능언료이서정이.”

감히 시라고 한 게 아니라 회포를 대강 펼쳤을 뿐이오."

 

3]홍생은 기씨의 딸에게 <강정추야완월(江亭秋夜玩月)>시를 청해 받다

 

生再拜稽首曰:

생재배계수왈:

홍생이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下土愚昧, 甘與草木同腐,

  “하토우매감여초목동부,

"아래 세상의 우매한 사람이야 초목과 함께 썩는 것이 마땅합니다.

 

豈意與王孫天女, 敢望唱和乎?”

개의여왕손천녀, 감망창화호?”

(이 나라의) 왕손이신 선녀를 모시고 시를 주고받게 될 줄이야 어찌 뜻하였겠습니까?"

 

生卽於席前, 一覽而記. 又俯伏曰:

생즉어석전일람이기우부복왈:

홍생은 그 자리에서 한 번 읽어 본 시를 기억하고 있었으므로, 다시 엎드려서 말하였다.

 

“愚昧宿障深厚, 不能大嚼仙羞,

우매숙장심후, 불능대작선수,

"우매한 이 사람은 전세에 지은 죄가 많아서 신선의 음식을 먹을 수 없습니다만,

 

何幸粗知字畵,

하행조지자화,

다행히도 글자는 대강 알고 있습니다.

 

稍解雲謠, 眞一奇也.

초해운요, 진일기야.

그래서 선녀께서 지으신 시도 조금은 이해하였는데, 참으로 기이한 일입니다.

 

四美難具, 請復以江亭秋夜玩月爲題,

사미난구청복이강정추야완월위제,  

사미(四美)를 갖추기가 어려운데 (이제 이 네 가지가 다 갖추어졌으니),

이번에는 「강정추야완월(江亭秋夜玩月)」로 제목을 삼아서

 

押四十韻, 敎我.”

압사십운교아.”

사십 운(韻)의 시를 지어 저를 가르쳐 주십시오."

 

佳人頷之, 濡筆一揮,

가인함지, 유필일휘,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붓을 적셔 한번에 죽 내리썼다.

 

雲煙相軋, 走書卽賦曰:

운연상알, 주서즉부왈:  

구름과 연기가 서로 얽힌 듯하였다. 붓을 달려서 곧바로 지었다.

그 시에 읊었다.

 

[은자주]읽기 편하도록 연(聯)을 만들었으나 실제는 고시(古詩)여서

80구가 이어져 있다.

 

月白江亭夜,

월백강정야, 부벽정 달 밝은 밤에

長空玉露流.

장공옥로류. 먼 하늘에서 맑은 이슬이 내렸네

淸光蘸河漢,

청광잠하한, 맑은 빛은 은하수에 빛나고

灝氣被梧楸.

호기피오추. 서늘한 기운은 오동잎에 서려 있네.

皎潔三千界,

교결삼천계, 눈부시게 깨끗한 삼천리에

嬋娟十二樓.

선연십이루. 십이루(十二樓)가 아름다워라.

纖雲無半點,

섬운무반점, 가녀린 구름에는 반 점 티끌도 없는데

輕颯拭雙眸.

경삽식쌍모. 가벼운 바람이 눈앞을 스치네.

 

 

瀲灩隨流水,

렴염수류수, 넘실넘실 넘치며 흐르는 물에

依稀送去舟.

의희송거주. 아물아물 떠나는 배를 보내네.

能窺蓬戶隙,

능규봉호극, 배 안에서 창 틈으로 엿보니

偏映荻花洲.

편영적화주. 갈대꽃이 물가를 비추는구나.

似聽霓裳奏,

사청예상주, 「예상곡」이 들리는 건가

如看玉斧修.

여간옥부수. 옥도끼로 다듬은 건가.

蚌珠胚貝闕,

방주배패궐, 진주조개로 집을 지어

犀暈倒閻浮.

서운도염부염부주(炎浮洲)에 비치는구나.

 

願與知微翫,

원여지미완, 지미(知微)와 달구경하고

常從公遠遊.

상종공원유. 공원(公遠)을 따르며 놀아 보세나.

芒寒驚魏鵲,

망한경위작, 달빛이 차갑자 위나라 까치가 놀라고

影射喘吳牛.

영사천오우. 오나라 소는 그림자보고 헐떡이네.

隱隱靑山郭,

은은청산곽, 은은한 달빛이 푸른 산을 두르고

團團碧海陬.

단단벽해추. 둥근 달이 푸른 바다에 떴는데,

共君開鑰匙,

공군개약시, 그대와 함께 창을 열어 젖히고

乘興上簾鉤.

승흥상렴구.흥겨워 주렴을 걷어올리네.

   

李子停盃日,

리자정배일, 이자(李子)는 술잔을 멈추었고

吳生斫桂秋.

오생작계추. 오생(吳生)은 계수나무를 찍었지.

素屛光粲爛,

소병광찬란, 흰 병풍이 빛도 찬란한데

紈幄細雕鎪.

환악세조수. 아로새긴 채색 휘장이 쳐져 있네.

寶鏡磨初掛,

보경마초괘, 보배로운 거울을 닦아 내어 처음 걸고

永輪駕不留.

영륜가불류. 얼음 바퀴 구르던 것도 멈추지 아니하네.

 

 

金波何穆穆,

금파하목목, 금물결은 어이 그리도 아름다우며

銀漏正悠悠.

은루정유유. 은하수는 어이 그리도 유장한지,

拔劍妖蟆斫,

발검요마작 요사스런 두꺼비는 칼을 뽑아 없애고

張羅㕙兎罦.

장라준토부.교활한 옥토끼는 그물을 펼쳐 잡아 보세.

天衢新雨霽,

천구신우제, 먼 하늘에는 비가 처음 개고

石逕淡煙收.

석경담연수. 돌길에는 맑은 연기가 걷혔는데,

檻壓千章木,

함압천장목, 난간은 숲 사이에 솟았고

階臨萬丈湫.

계림만장추. 섬돌에선 만 길 못을 굽어보네.

 

 

關河誰失路,

관하수실로, 머나먼 곳에서 그 누가 길을 잃었나?

鄕國幸逢儔.

향국행봉주. 고향 나라 옛 친구를 다행히도 만났네.

桃李相投報,

도리상투보, 복사꽃과 오얏꽃을 서로 주고받으며

罍觴可獻酬.

뢰상가헌수. 잔에 가득 부어 술도 주고받았네.

好詩爭刻燭,

호시쟁각촉,초에다 금을 그어 다투어 시를 짓고

美酒剩添籌.

미주잉첨주.가지를 더해 가며 취토록 마셔 보세.

爐爆烏銀片,

로폭오은편, 화로 속에선 까만 숯불이 튀고

鐺翻蟹眼漚.

당번해안구. 노구솥에선 보글보글 거품이 이네.

 

 

龍涎飛睡鴨,

룡연비수압, 오리 향로에선 용연향(龍涎香)이 풍겨 오고

瓊液滿癭甌.

경액만영구. 커다란 잔 속에는 술이 가득해라.

鳴鶴孤松驚,

명학고송경, 외로운 소나무에선 학이 울고

啼螿四壁愁.

제장사벽수. 네 벽에선 귀뚜라미가 우는구나.

胡床殷瘦話,

호상은수화, 호상에서 은호와 유량이 이야기하고

晉渚謝遠遊.

진저사원유. 진저(晉渚)에서 사령운이 혜원과 노닐었었지.

 

 

彷彿荒城在,

방불황성재, 어렴풋이 거친 성터에

簫森草樹稠.

소삼초수조. 쓸쓸하게 초목만 우거져,

靑楓搖湛湛,

청풍요담담, 단풍잎은 하늘하늘 떨어지고

黃葦冷颼颼

황위랭수수 누런 갈대는 차갑게 사각거리네..

仙鏡乾坤闊,

선경건곤활, 선경이라 하늘과 땅이 넓기만 한데

塵閒甲子遒.

진한갑자주. 티끌 세상엔 세월도 빠르구나.

 

 

故宮禾黍穗,

고궁화서수, 옛 궁궐엔 벼와 기장이 여물었고

野廟梓桑樛.

야묘재상규. 사당에는 가래나무와 뽕나무가 늘어졌네.

芳臭遺殘碣,

방취유잔갈, 남은 자취는 빗돌 뿐이던가

興亡問泛鷗.

흥망문범구. 흥망을 갈매기에게나 물어 보리라.

纖阿常仄滿,

섬아상측만, 달님은 기울었다가 다시 차니

累塊幾蜉蝣.

루괴기부유. 인생이란 하루살이 같아라.

行殿爲僧舍,

행전위승사, 궁궐은 절간이 되고

前王葬虎丘.

전왕장호구. 옛날의 임금들은 세상 떠났네.

 

 

螢燐隔幔小,

형린격만소, 반딧불이 휘장에 가려 사라지자

鬼火傍林幽.

귀화방림유. 도깨비불이 깊은 숲에서 나타나네.

弔古多垂淚,

조고다수루, 옛날일 생각하면 눈물만 떨어지고

傷今自買憂.

상금자매우. 지금 세상 생각하면 저절로 시름겨우니,

檀君餘木覓,

단군여목멱, 단군의 옛터는 목멱산만 남았고

箕邑只溝婁.

기읍지구루. 기자의 서울도 실개천뿐일세.

 

窟有麒麟跡,

굴유기린적, 굴속에는 기린의 자취가 있고

原逢肅愼鍭.

원봉숙신후. 들판에는 숙신(肅愼)의 화살만 남았는데,

蘭香還紫府,

란향환자부, 난향(蘭香)이 자부(紫府)로 돌아가자

織女駕蒼虯.

직녀가창규. 직녀도 용을 타고 떠나가네.

文士停花筆,

문사정화필, 글 짓는 선비는 붓을 놓고

仙娥罷坎堠.

선아파감후. 선녀도 공후를 멈추었네.

曲終人欲散,

곡종인욕산, 노래를 마치고 사람들 흩어지려니

風靜櫓聲柔.

풍정노성유. 고요한 바람에 노 젓는 소리만 들려 오네.

 

寫訖, 擲筆凌空而逝, 莫測所之.

사흘, 척필릉공이서, 막측소지.

여인은 쓰기를 마친 뒤에 공중에 높이 솟아 가버렸는데,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將歸, 使侍兒傳命曰:

장귀, 사시아전명왈:

여인이 돌아가면서 시녀를 시켜 홍색에게 말을 전하였다.

 

“帝命有嚴, 將驂白鸞,

   “제명유엄장참백란,

"옥황상제의 명이 엄하셔서 나는 이제 흰 난새를 타고 돌아가겠소.

 

淸話未盡, 愴我中情.”

청화미진창아중정.”

맑은 이야기를 다하지 못했기에 내 속마음이 아주 섭섭하오."

 

 

4]홍생은 견우성 종사관에 임명되는 꿈을 꾸고 이승을 하직하다

 

俄而, 回飇捲地, 吹倒生座,

아이회표권지,   취도생좌,

얼마 뒤에 회오리바람에 불어와 땅을 휘감더니 홍생이 앉았던 자리도 걷고

掠詩而去, 亦不知所之.

략시이거 , 역불지소지.

여인의 시도 앗아가 버렸는데, 이 시도 또한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蓋不使異話, 傳播人間也.

개불사리화,   전파인간야.

이상한 이야기를 인간 세상에 전하여 퍼뜨리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生惺然而立, 藐爾而思, 似夢非夢, 似眞非眞.

생성연이립,  막이이사,   사몽비몽,   사진비진.

홍생은 조용히 서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는데, 꿈도 아니고 생시도 아니었다.

 

倚闌注想, 盡記其語,

의란주상, 진기기어,

난간에 기대서서 정신을 모으고는 여인이 하였던 말들을 모두 기록하였다.

 

因念奇遇, 而未盡情款. 乃追懷以吟曰:

인념기우이미진정관.   내추회이음왈:

그는 기이하게 만났지만 가슴속에 쌓인 이야기를 다하지 못한 것이 서운하여, 조금 전의 일들을 회상하면서 시를 읊었다.

 

雲雨陽臺一夢間,

운우양대일몽간, 양대(陽臺)에서 꿈결에 님을 만났었네.

何年重見玉簫還.

하년중견옥소환. 어느 해에야 옥피리 불며 다시 돌아오시려나.

江波縱是無情物,

강파종시무정물, 대동강 푸른 물결이야 비록 무정하지만

嗚咽哀鳴下別灣.

오열애명하별만. 님 떠난 저 곳으로 슬피 울며 가는구나.

 

吟訖四盻,

음흘사혜,

시 읊기를 마치고 사방을 둘러보니

 

山寺鐘鳴, 水村鷄唱,

산사종명, 수촌계창,

산 속의 절에서는 종이 울고 물가 마을에서는 닭이 우는데,

 

月隱城西, 明星暳暳,

월은성서명성혜혜,

달은 성 서쪽으로 기울고 샛별만 반짝이고 있었다.

 

但聽鼠啾于庭, 蟲鳴于座,

단청서추우정충명우좌,

다만 뜰에서 쥐소리가 들리고 자리 옆에서는 벌레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悄然而悲, 肅然而恐,

초연이비, 숙연이공,

홍생은 쓸쓸하고도 슬펐으며 숙연하고도 두려워졌다.

 

愴乎其不可留也.

창호기불가류야.

마음이 서글퍼져서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返而登舟, 怏怏鬱鬱,

반이등주앙앙울울,

돌아와 배에 올라탔는데도 우울하고 답답하였다.

 

抵于故岸, 同伴競問曰:

저우고안,   동반경문왈:

어제 놀던 강언덕으로 갔더니 친구들이 다투어 물었다.

 

“昨宵, 托宿甚處?”

  “작소탁숙심처?”

"어제 저녁에는 어디서 자고 왔는가?"

 

生紿曰:

생태왈: 홍생은 속여서 말하였다.

 

“昨夜, 把竿乘月,

“작야, 파간승월,

"어제 밤에는 낚싯대를 메고 달빛을 따라

 

至長慶門外朝天石畔, 欲釣錦鱗.

지장경문외조천석반, 욕조금린.

장경문 밖 조천석 기슭까지 가서 좋은 고기를 낚으려고 하였었지.

 

會夜凉水寒, 不得一鮒,

회야량수한,  불득일부,

그런데 마침 밤 날씨가 서늘해서 물이 차가워져, 붕어 한 마리도 낚지 못하였다네.

 

何恨如之?”

하한여지?”

얼마나 안타까웠던지."

 

同伴亦不之疑也.

동반역불지의야.

친구들도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其後, 生念娥, 得勞瘵尫羸之疾, 先抵于家,

기후,  생념아,   득로채왕리지질,   선저우가,

그 뒤에 홍생은 그 여인을 연모하다가 병을 얻어 쇠약해진 몸으로 자기 집에 돌아왔지만,

 

精神恍惚, 言語無常,

정신황홀 언어무상,

정신이 황홀하고 헛소리가 많아졌다.

 

展輾在床, 久而不愈.

전전재상 구이불유.

병상에 누운 지가 오래 되었지만 조금도 차도가 없었다.

 

生一日, 夢見淡妝美人, 來告曰:

생일일,  몽견담장미인,   래고왈:

홍생이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엷게 단장한 미인이 나타나서 말하였다.

 

“主母奏于上皇,

“주모주우상황,

"우리 아가씨께서 선비님의 이야기를 옥황상제께 아뢰었더니

 

上皇惜其才, 使隸河鼓幕下爲從事.

상황석기재,  사례하고막하위종사.

상제께서 선비님의 재주를 사랑하시어, 견우성 막하(幕下)에 붙여 종사관으로 삼으셨습니다.

 

上帝勅勅汝, 其可避乎?”

상제칙칙여,  기가피호?”

옥황상제께서 선비님께 명하셨으니 어찌 피하겠습니까?"

 

生驚覺,

생경각,

홍생은 놀라서 꿈을 깨었다.

 

命家人, 沐浴更衣,

명가인,  목욕경의,

집안사람을 시켜서 자기 몸을 목욕시키고 옷을 갈아입히게 하였다.

 

焚香掃地, 鋪席于庭,

분향소지,  포석우정,

향을 태우고 땅을 쓴 뒤에 뜰에 자리를 펴게 하였다.

 

支頤暫臥, 奄然而逝, 卽九月望日也.

지이잠와,  엄연이서,   즉구월망일야.

그는 턱을 괴고 잠깐 누웠다가 문득 세상을 떠났는데, 바로 구월 보름날이었다.

 

殯之數日, 顔色不變,

빈지수일, 안색불변,

그의 시체를 빈소에 모셨는데, 며칠이 지나도 얼굴빛이 변하지 않았다.

 

人以爲遇仙屍解云.

인이위우선시해운.

사람들은 '홍생이 신선을 만나서 죽음에서 해탈되었기 때문이다.' 라고 하였다.


[노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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