感應緣

7.서국행기(西國行記)의 인간과 축생의 교잉괴(交孕怪)

[0321a21]

奘法師西國記云。

현장 법사의 『서국기(西國記)』에서 말하였다.

僧伽羅國(雖非印度之國路次附出) 此國本寶渚也。

多有珍寶 栖止鬼神。

其後南印度 有一國王。女聘隣國 吉日送歸。

路逢師子。侍衛之徒 棄女逃難。

女居輿中 心甘喪命。

"승가라국(僧伽羅國)* 은 본래 보배섬으로서

보배가 많고 귀신이 살고 있었다.

그 뒤에 남인도의 어떤 국왕이

이웃 나라의 여자를 맞이했다가

길일(吉日)에 돌려보냈다.

그녀는 길에서 사자를 만났다.

시녀들은 다 그녀를 버려 두고 달아났다.

그녀는 가마 안에서 죽기로 결심하였다.

*[인도에 있는 나라는 아니지만 길이 거기서 붙어 나간다.]

時師子王 負女而去。入深山處幽谷。

捕鹿採菓 以時資給。

그 때 사자왕은 그녀를 업고 깊은 산골로 들어가

사슴을 잡고 과일을 따서 때를 맞추어 그녀에게 주었다.

既積歲月 遂孕男女。

形貌同人 性種畜也。

男漸長大 力格猛獸。

年方弱冠 人智斯發。

여러 해가 지나 그녀는 아들을 잉태하여 낳았다.

그 형상은 사람과 같았으나,

성질과 종자는 축생이었다.

사내는 차츰 자라나 힘이 맹수와 맞먹었고,

나이 20세가 되자, 사람의 지혜가 생기기 시작했다.

請其母曰。

我何謂乎。父則野獸母乃是人。

既非族類 如何配偶。

그리하여 어머니에게 물었다.

'저는 무엇입니까?

아버지는 짐승이요, 어머니는 사람입니다.

같은 종족이 아닌데, 어떻게 짝이 되었습니까?'

母乃述昔事以告其子。

曰人畜殊途 宜速逃逝。

曰我先已逃 不能自濟

어미는 옛 일을 설명하여 아들에게 알려 주었다.

'사람과 짐승은 그 길이 다르다. 빨리 도망가야 한다.

나도 전에 도망가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其子於後 逐師子父。登山踰嶺。

察其游止 可以逃難。

伺父去已 遂檐負母 下趣人里。

아들은 그 뒤에 아버지인 사자를 따라

산에 오르고 재를 넘어 다니면서

아비가 노닐고 쉬는 곳을 관찰하여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자가 떠난 틈을 엿보아

드디어 어머니를 업고 산을 내려와

사람이 사는 마을에 이르렀다.

母曰。宜各慎密 勿說事源。

人或知聞 輕鄙我等。

어머니가 말했다.

'우리는 각기 조심하여 우리 본래의 신분을 말하지 말자.

사람들이 혹 듣고 알면 우리를 천시할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於是父國。國非 家族宗祀已滅。投寄邑人。

그 무렵 아버지의 나라는 나라의 잘못으로

가족과 종사(宗祀)가 다 멸하므로

어머니와 아들은 그 고을 사람들에게 의탁하였다.

人謂之曰。爾曹何國人也。

사람들은 물었다.

'너희들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

曰我本此國 流離異域。

子母相携 來歸故里。

人皆哀愍 更共資給。

그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본래 이 나라 사람인데

외국으로 떠돌아다니다가

어미와 자식이 서로를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람들은 다 그들을 가엾이 여기고

또 음식까지 주었다.

其師子王還 無所見。

追戀妻兒 憤恚既發。

便出山谷 往來村邑。咆哮震吼。

暴害人物 殘毒生類。

邑人輒出 遂取而殺。

擊鼓吹貝 負弩持鉾。

群從成旅 然後免害。

그 때 사자왕이 돌아와 보니 아무도 없었다.

처자를 생각하자 분노가 폭발하여

곧 산골을 나와 마을을 돌아다니며 울부짖으면서

사람과 생물들을 사납게 해치고 죽였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그것을 잡아 죽이려고

북을 치고 고둥을 불며 화살과 창을 들고

여럿이 모여 떼를 이루고서야

그 해침을 면할 수 있었다.

其王懼仁化之不洽也。乃縱獠者期於擒獲。

王躬率四兵眾以萬計。掩捕林藪彌跨山谷。

당시 왕은 그 사랑의 교화가 널리 퍼지지 못할까 두려워하여

사냥꾼을 놓아 사로잡으려 하였다.

그리고 왕이 직접 4병(兵)을 거느리고 온갖 계획을 세우고는

숲을 둘러싸고 산과 골짜기를 지켰다.

師子震吼人畜僻易。既不擒獲。

尋復招募 其有擒執師子除國害者。

當酬重賞式旌茂績。

사자가 울부짖으면 사람과 짐승들은 두려워 피했으므로

끝내 사로잡을 수 없었다.

그러자 왕은 다시 사람을 모집하는 영을 내렸다.

'저 사자를 사로잡아 나라의 해를 제거하는 자에게는

중한 상을 주고 그 공적을 포상하리라.'

子聞王之令。乃謂母曰。

飢寒以久宜可應募。或有所得 以相撫育。

아들은 왕의 영을 듣고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우리는 오랫동안 굶주리고 떨었습니다.

저 모집에 응해야겠습니다.

그래서 혹 성공하면

그로써 어머님을 봉양하겠습니다.'

母曰。言不可。

若是彼獸 雖是畜也猶是汝父。

豈以艱辛而興逆害。

어머니는 말했다.

'안 된다. 만일 저것이 그 짐승이라면

비록 축생이라 하더라도 바로 네 아버지다.

어찌 고생한다고 해서 역죄(逆罪)를 짓겠느냐?'

子曰。人畜異類禮義安在。

既以違阻此心何異。

그러나 아들은 말하였다.

'사람과 짐승은 무리가 다른데

거기 무슨 예의가 있겠습니까?

이미 다 어그러졌거늘

내 마음이 어찌 변하겠습니까?'

乃抽小刃。出應招募。

是時千眾萬騎雲屯霧合。

師子踞在林中。人莫敢近。

드디어 아들은 칼을 뽑아 들고 나가 응모했다.

이 때 천만 무리들이 구름과 안개처럼 모여들었다.

사자는 숲 속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는데

감히 가까이 가려는 사람이 없었다.

子即其前父 遂馴伏。於是乎親愛忘怒。

乃剚刃於腹中。尚懷慈愛猶無忿毒。

乃至刳腹含苦而死。

그러나 아들이 그 앞에 나서자

아비 사자는 그만 순순히 엎드렸다.

그제서야 그 친애(親愛)가 분노를 사그러지게 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아들이 칼로 그 배를 찔렀지만

그래도 사랑을 품고 분노가 없었으며,

나아가 배를 가를 때에도 고통을 참으면서 죽었다.

王曰。斯何人哉。若此之異也。

왕이 이것을 보고 물었다.

'너는 어떤 사람이기에 이처럼 뛰어난가?'

誘之以福利。震之以威禍。

然後具陳始末備述情事。

복과 이익으로 달래고 위엄과 화로 위협했더니,

그제서야 아들은 그동안의 경위와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王曰。逆哉。父而尚害況非親乎。

畜種難馴 兇情易動。

왕은 말하였다.

'역죄를 지었구나.

그 아비도 해치는데

하물며 친족이 아닌 자들이랴?

짐승 무리는 길들이기 어렵고,

흉악한 감정으로 쉽게 동요한다.

除民之害 其功大矣。

斷父之命 其心逆矣。

重賞以酬其功。遠放以誅其逆。

則國典不虧 王言不貳。

백성들의 해를 제거했으니 그 공은 크지만,

아비의 목숨을 끊었으니 그 마음은 역적이다.

따라서 중한 상으로 그 공을 갚고

멀리 귀양보내어 그 역죄를 벌하리라.

그렇게 하면 나라의 법이 어그러지지 않고

임금의 말도 둘이 되지 않으리라.'

於是 裝二大船 多儲糧糗。

母留在國 周給賞功。

그리하여 큰 배 두 척을 마련해 많은 양식을 실었다.

어머니는 나라에 남아 있도록 만류하고 두루 그 공을 상주었다.

子女各從一舟隨波飄蕩。

其男船泛海至此寶渚。

見豐珍玉便於中止。

자녀를 각각의 배에 하나씩 태우고

물결을 따라 나부끼듯 떠나게 하였으며,

그 사내의 배는 바다를 떠다니다

이 보배섬에 이르렀고,

풍부한 보배를 보고는 이곳에서 살게 되었다.

其後 商人採寶 復至渚中。

乃殺其商主 留其子女。

如是繁息子孫眾多。

그 뒤에 상인들이 보배를 캐러 이 섬에 왔다가

그 상주(商主)를 죽이고는 그의 자녀들을 남겼으니,

이렇게 번식한 자손들이 매우 많았다.

遂立君臣 以位上下。

連都築邑 據有疆域。

以其先祖 擒執師子。

因舉元功 而為國號。

드디어 임금과 신하를 세워 상하의 지위를 정하고,

도성에 붙여 읍을 쌓아 각각 경계에 웅거하였다.

그리고 그 선조가 사자를 사로잡았다 하여

그 본래의 공을 추켜세워 나라의 이름을 삼았다.

其女船者。泛至波刺斯西。

神鬼所魅 產育群女。

故今西大女國是也。

그 여자의 배는 바다를 떠다니다

파자사서(波刺斯西)에 이르러

귀신에게 홀려 여러 딸들을 낳았다.

지금의 서방의 큰 대녀국(大女國)이 바로 그곳이다.

故師子國人。形貌卑黑

方頤大顙。情性獷烈 安忍鴆毒。

斯亦猛獸遺種故。

其人多勇健 斯一說也。

그러므로 사자국 사람들은 얼굴이 야비하고 검으며

모난 턱에 이마가 크며, 성정이 격렬하고 질기며 독한데,

이것도 사나운 짐승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용기가 많다는 것도 그 일설이다.

若據佛法所記。則依起世經。

昔此寶洲 大鐵城中。五百羅剎女之所居也。

불경의 기록에 의한다면

『기세경(起世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옛날 이 보배섬의 큰 철성(鐵城)에

5백의 나찰 여인이 살았다'고 하였다."

[0321c12]

又屈支國東境 城北天祠前 有大龍池。

諸龍易形 交合牝馬。

逐生龍駒之子。方乃馴駕。

所以此國 多出善馬。

또 굴지국(屈支國) 동쪽 경계에 있는

성(城) 북쪽 천사(天祠) 앞에 큰 용지(龍池)가 있는데

모든 용이 얼굴을 바꾸고 암말과 교접하여

드디어 용 망아지[龍駒]를 낳아 길들였다.

그러므로 이 나라에서 좋은 말이 많이 나온다.

聞諸先志曰。

近代有王 號曰金華。

政教明察 感龍馭乘。

王欲終沒 鞭觸其耳。

因即潛隱 以至千金。

여러 옛날의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근래에 금화(金華)라는 왕이 있어서

정치와 교육을 밝게 살피고, 용을 길들여 타고 다녔다.

왕이 죽으려 할 때 채찍을 그 귀에 부비자

그것은 곧 사라졌고,

지금은 그 가치가 천금(千金)에 이르렀다.

城中無井 取彼池水。

龍變為人 與諸婦人會。

生子驍勇 走及奔馬。

성 안에는 우물이 없어 그 용지(龍池)의 물을 썼다.

용이 사람으로 변해 여러 여자들과 교접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그들은 사납고 용맹스러워

달리는 말과 같았다.

如是漸染 人皆龍種。

恃力作威 不恭王命。

王力 乃引搆突厥 殺此人。

少長俱戮 略無噍類。

城今荒蕪 人煙斷絕

(右二驗 出奘法師傳)。

이렇게 점점 물들어 사람들이 다 용의 종자가 되었다.

그들은 제 힘을 믿고 위엄을 지으면서 왕명에 순종하지 않았다.

왕은 이에 돌궐(突厥)을 끌어들여 이 사람들을 죽였다.

그러나 노소를 모두 죽여 거의 백성들이 없어지게 되었고,

지금은 그 성이 황폐하여 사람의 종적이 끊어졌다."

[이상 두 증험은 『현장법사전』에 나온다.]

[0321c21]

述曰。

數見愚俗邪說之人云。

貴賤不同 人畜殊別。何有人作畜生。 畜生作人。

佛說虛誑 恐不依實。

저자(著者)의 말

어리석고 속되고 삿된 말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귀하고 천함이 같지 않고 사람과 짐승이 아주 다르거늘,

어떻게 사람이 짐승이 되고 짐승이 사람이 될 수 있는가?

부처의 말이 허황되어 진실이 아닌가 싶다."

若汝守愚 不信佛言者。何故。

前列俗典 書史具述。

目驗所覩 豈亦不信。

그러나 만일 그대가 굳이 미련한 체하면서

부처님 말씀을 믿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앞에서 열거한 모든 속전(俗典)의 기록과

직접 보고 들은 것도 어찌 믿지 않겠는가?

如行恩含忍。

即同楚子蛭 痼疾皆愈。

宋公不禱 妖星夕退。

은혜를 베풀고 인내함은,

초자질(楚子蛭)의 고질(痼疾)이 낫고,

송공(宋公)이 기도하지 않아도

요망한 별이 물러간 것과 같으며,

若也行惡

如漢鴆趙王如意。蒼狗成肉。

齊殺彭生 立豕為祟。

악을 행한 것은

한(漢)이 조왕(趙王) 여의(如意)를 짐살(鴆殺)하고,

검정개가 고기를 이루었으며,

제(齊)가 팽생(彭生)을 죽이고,

돼지를 섬겨 동티난 것과 같다.

近事尚然。況復行因善惡業報。

昇沈殊趣 累劫受殃也。

근래의 일도 이러하거늘,

하물며 인(因)을 행한 선악의 업보로

다른 취(趣)에 떴다 잠겼다 하면서

여러 겁(劫)에 재앙을 받음이겠는가?

法苑珠林卷第六

<축생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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