感應緣6-2.고신씨(皐辛氏) 때의 구괴(狗怪)

 

[0320c20] 睪辛氏有老婦人 居於王宮。得耳疾曆 時醫為挑治。出頂蟲大如繭。

고신씨(皐辛氏)에게 늙은 부인이 있었는데 왕궁에 거처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귓병을 앓았다. 의사가 치료할 때 귓속을 후비다가 누에고치만한 정충(頂蟲)이 나왔다.

 

婦人去後。置以瓠籬。覆之以盤。俄爾頂蟲乃化為犬。其文五色。因名盤瓠。遂畜之。

부인이 떠난 뒤에 그것을 박이 달린 울타리 밑에 두고 소반으로 덮어 두었다. 얼마 있다가 그 정충은 개로 변했는데 문채가 5색(色)이었다. 그래서 이름을 반호(盤瓠)라 하고 그대로 길렀다.

 

時戎吳盛強 數侵邊境。遣將征討 不能禽勝。乃募天下 有能得戎吳將軍首者。購金千斤 封邑萬戶。又賜以少女。

그 때 융오(戎吳)가 강성하여 변방을 자주 침노하였으므로 장군을 보내어 토벌했으나 이기지 못하였다. 이에 천하에 영을 내려 융오 장군의 머리를 베어 오는 자에게는 금 천 근을 주고, 만 호(戶)의 읍(邑)을 봉하며 또 소녀를 주리라고 했다.

 

後盤瓠銜得一頭 將造王闕。 王診視之即是戎吳。為之柰何。

그 뒤에 반호가 어떤 사람의 머리를 물고 왕궁으로 왔다. 왕은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것은 융오의 머리였다.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물었다."저 반호를 어떻게 대우해야 하겠느냐?"

 

群臣皆曰。盤瓠是畜不可官秩。又不可妻。雖有功 無施也。

신하들은 모두 말했다. "반호는 축생이라 벼슬을 줄 수도 없고 또 여자를 줄 수도 없습니다. 비록 공은 있다 하나 줄 것은 없습니다."

 

少女聞之啟王曰。大王既以我許天下矣。盤瓠銜首 而來為國除害。此天命使然。豈狗之智力哉。

소녀는 이 말을 듣고 왕에게 아뢰었다."대왕께서는 이미 소녀에게 천하를 허락해 주셨습니다. 저 반호는 적의 머리를 물고 와서, 나라의 화를 제거했으니, 이것은 하늘이 명령하여 시킨 것이지, 어찌 저 개의 지혜의 힘이었겠습니까?

 

王者重言。覇者重信。不可以子女微軀 而負明約於天下。國之禍也。

왕은 말을 중히 여기고, 패자(覇者)는 신용을 중히 여깁니다. 보잘것없는 아녀자 때문에 천하의 약속을 어기신다면 그것은 나라의 화가 될 것입니다."

 

王懼而從之。令少女隨。盤瓠將女上南山。山草木茂盛 無人行迹。於是女解去上衣 為僕豎之紛。著獨拘之叉。隨盤瓠 昇山入谷 止于石室之中。

왕은 두려워하며 그 말을 따라 소녀를 반호에게 주었다. 반호는 소녀를 데리고 남산으로 올라갔다. 초목이 우거지고 사람의 발자취가 없는 곳에 이르자 소녀는 윗옷을 벗어 종으로 변장하고 속고의만 입었다. 그리고 반호를 따라 산에 올라 산골짜기로 들어가 어떤 돌집 안에 머물렀다.

 

王悲思之 遣往視覓。天輒風雨 嶺震雲晦 往者莫至。

그 때 왕은 슬퍼하면서 사람을 보내어 소녀를 찾아보았으나 갑자기 비바람이 치고 산마루엔 천둥이 울리며 구름으로 어두워져 찾는 이가 이르지 못했다.

 

蓋經三年 產六男六女。盤瓠死後 自相配偶 為夫妻。織績木皮 染以草實。好五色衣服 裁制著用。

3년이 지난 뒤에 그들은 6남 6녀를 낳았다. 반호가 죽은 뒤에 그들은 서로 짝을 지어 부부가 되어서는 나무껍질로 베를 짜고 풀열매로 물들여 5색 옷을 만들어 입었다.

 

經後 母歸以語王。王遣追之男女。天不復雨 衣服[袖-由+遍]褳 言語侏離。飲食蹲踞 好山惡都。王順其意 有詔賜以名山廣澤。號曰蠻夷。

그 뒤에 어머니가 돌아와 왕에게 알리고, 왕은 사람을 보내어 남녀를 좇아가게 했다. 때는 비는 오지 않았다. 저들의 옷은 폭이 좁고 말은 의미가 통하지 않았으며, 음식은 쪼그리고 앉아 먹고 산을 좋아하고 도시를 싫어하였다. 왕은 그들의 뜻을 따라 뛰어난 산과 넓은 늪을 내려 주고, 그 종족의 이름을 만이(蠻夷)라 하였다.

 

蠻夷者。外癡內黠。安土重賜以其受異氣於天命故。待以不常之伴。田作․價販․無開濕․符傳․租稅之賦。有邑君長皆賜印綬。

만이는 겉은 어리석은 듯하나 속은 영리하였다. 왕은 다시 국토를 주어 편안히 살게 하고, 그들은 천명(天命)으로 다른 기운을 받았다 하여 보통이 아닌 법으로 대우하였다. 즉,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거나 개습(開濕)과 부전(符傳)과 조세(租稅)의 부과(賦課)가 없었으며, 읍(邑)에 군장(君長)을 두고 다 인수(印綬)를 주었다.

 

冠用獺皮。取其游食於水。今即梁漢․巴蜀․武陵․長沙․廬江․群夷是也。

그들은 수달 가죽의 관(冠)을 쓰고 물에서 그 유식(游食)을 취했으니, 즉 지금의 양한(梁漢)·파촉(巴蜀)·무릉(武陵)·장사(長沙)·여강(廬江)의 여러 오랑캐가 바로 그들이다.

 

周糝雜魚肉 叩槽而號。每祭盤瓠。其俗至今。故世稱赤[骨*尹]橫頵 盤瓠子孫(右六條出搜神記)。

쌀에 어육(魚肉)을 섞고 술통을 두드리고 부르면서 늘 반호에게 제사를 지내니, 그 풍속은 지금까지 내려온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적이(赤이)와 횡군(橫)을 반호의 자손이라 일컫는다.

 

[이상 여섯 가지는 『수신기(搜信記)』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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