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膿6[村談]210․6

칭의취농(稱醫取膿)

-의원을 사칭하여 고름을 뽑아내다

 

서울에 사는 한 떠돌이 청년이 시골 산속 마을을 여행하다가

마침 목이 말라서 길가의 한 농가에 들어가

한 그릇의 물을 청하고는 집안을 살펴보니

다만 시집갈 나이가 된 한 낭자가 있었는데

자태와 얼굴이 자못 아름다웠고, 집안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원래 그 처녀는 음양의 일을 알지 못하였으며 천성이 순진했다.

 

청년은 먼저 물을 마신 뒤에 처녀를 향하여 말했다.

“아가씨의 얼굴빛이 어찌 그리 괴이하오? 반드시 깊은 병이 있겠군요.”

아가씨가 말했다. “별로 다른 병은 없는데요.”

 

청년이 말했다. “아가씨는 자신이 병이 없다고 칭하지만

나는 이상한 병의 증상이 있음을 압니다. 맥박을 진단해 보는 게 좋겠네요.”

청년은 의원을 사칭하며 처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가씨의 배안에 고름이 가득차 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것입니다.”

 

처녀는 놀라고 두려워했다.

“그렇다면 속히 치료하여 나를 구해주세요.”

청년은 감언이설로 처녀를 유혹하여 운우지락을 바야흐로 무르녹게 한 뒤에

정액을 흘려 그릇에 담고 처녀에게 보였다.

“이와 같은 고름이 아가씨의 몸에 가득차 있으니 조금만 늦었다면 크게 위태로웠소.”

그는 그 집을 나와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초저녁에 부모가 집으로 돌아오자 처녀가 나가 맞이한 뒤에

그 고름 그릇을 보이며 앞서 일을 고했다.

부모가 자세히 보니 그것은 남자의 정액이었다.

부모는 딸을 크게 꾸짖으며 그 그릇을 뜰 아래로 내던졌다.

 

마침 이웃에 사는 한 할머니가 와서 그 그릇을 주우며 말했다.

“아깝구나, 아까워. 미음그릇을 어찌하여 뜰 아래다 버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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